“가끔 내가 누누이 말하는데, 일이 안 풀려서 미치겠어.”
오늘도 또 시작이다.
지원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남지원.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항상 늘 불평만 늘여놓는 남자였다.
본인은 사소한 하소연이라고 말하지만, 그 변명이 먹히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지원의 불평은 끝이 없을 정도였다.
한편으로 저렇게 사소한 것에도 불평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대단하게 여겨졌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데?”
승호는 그런 지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무덤덤한 눈빛이 지원에게 닿았다. 지원은 제 말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는지 승호가 말을 열자마자, 속에 쌓아둔 걸 우다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신기했다.
접점이라고 해봤자 자리가 가까웠을 뿐이다.
두 사람은 별성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자리를 바꾸기 시작했을 무렵에 알게 됐다…… 고 한다.
지원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넉살좋게 제 할 말을 다 하는 편이었다. 좋게 말하면 겉과 속이 일치하고,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
한편으로 승호는 그 반대였다.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으며, 누가 와도 그저 그러려니 바라보았다. 너무나 무덤덤한 탓에 때론 섬뜩하다고 반 아이들이 소곤거릴 때가 있다. 잘생겨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성향이 정반대여서 그런가?
두 사람은 의외로 잘 지냈다.
특히 지원은 종종, 아니, 노골적으로 승호에게 투정부렸다.
딱히 승호가 무언가 해주길 바라는 건 아닌 듯했다.
들어주면 그만.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쟤네들은 언제 끝나려나.”
“그러게. 남지원, 저 놈은 입을 꿰맬 필요가 있는데.”
“…야! 다 들리거든!”
심지어 지원은 귀도 밝았다. 다른 아이들도 떠들고 있는데, 제 욕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들었다. 지원은 승호에게 말하는 걸 멈추더니, 이내 자기 험담을 한 아이들에게로 성큼 다가갔다.
한 순간이나마 승호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러나 아무도 승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워낙 지원이 큰 소리로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하라고 소리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지원에게로 쏠렸기에, 승호의 표정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승호는 턱을 괸 채 지원을 보았다.
어차피 승호의 뒷자리에는 지원이 앉았다.
굳이 부르지 않아도 수업 종이 치면 지원이 알아서 찾아올 거다.
승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곧 있으면 수업 종 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지원이 오길 기다렸다. 지원은 어느새 승호가 아니라, 자신의 험담을 한 아이들에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곧 오겠지.
오늘따라 수업 종이 늦게 울린다고 생각하며, 승호의 시선은 여전히 지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