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이제부터 니놈이 혜각이다
조회 : 1,138 추천 : 0 글자수 : 5,595 자 2022-11-22
키에르 백작령-
톡, 토톡 톡-
에일보다 더 거대한 몸집으로 의자에 앉아 연신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는 사내.
배가 산만큼이나 튀어나와 제대로 걸을수나 있는지 의문이었다.
모자를 둘러 쓴 머리는 모자를 쓴 것인지 얹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고 양 갈래로 기른 수염은 마치 간신배의 정석을 보는 듯 했다.
"그래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하는 중년의 사내, 바로 키에르 백작이었다.
"마광석은 어찌 되어가는가?"
"예, 예 백작 나리.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자르크 자작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몸을 납작 엎드린 채 키에르 백작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한 사람.
그는 에스파넬 연합국의 중소상인인 셰론이었다.
키에르 백작은 연합국 북부의 최대 파벌.
저자에게 잘못보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셰론상회의 미래가 위태해 질 것이 자명했다.
'물론 그것보다는···.'
셰론은 백작의 양 옆에 서 있는 기사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히이익!'
한 기사와 눈이 마주친 셰론은 급히 눈을 돌렸다.
기사의 안광에서 흉흉한 빛이 흘러나왔다.
두 기사의 이름은 마르스와 휴렌. 그들은 키에르 백작의 호위기사이가 오러 유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오러유저-
마나의 기운을 검 끝에 담아낼 수 있는 검의 달인들에게 붙여지는 영광스러운 이름이다.
오러유저가 된 기사는 어느 영지에 가더라도 대접을 받는다.
사실 오러유저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최고였고, 오러유저들은 마법사들을 뒷받침하는 존재 정도로 여겨졌었다.
허나 오래 전에 벌어진 마계대전으로 인해 대륙의 마나가 시시각각 뒤틀리기 시작했고, 자연속의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마나를 몸속에 응축하여 사용하는 오러 유저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고 마법을 대신하여 마물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오러유저의 발생은 극히 드물었다.
몸속에 마나를 품는다는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기때문이다.
오러유저는 오러의 기운에 따라 상중하급으로 나뉘어진다.
희미하게나마 오러를 발현하는 하급, 검신 전체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중급, 검 뿐 아니라 팔과 다리 등 신체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존재를 상급 오러유저라고 칭한다.
오러의 극에 달해 오러의 기운을 외부로 발출할 수 있는 경지를 오러마스터라고 하는데, 오러마스터의 경우 대륙 전체를 뒤져보아도 손가락에 꼽을만큼 그 수가 적었다.
마르스와 휴렌은 중급 오러유저였다.
키에르 백작령은 무려 10인의 오러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다.
연합국의 총 오러유저가 100명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저 중 하나의 손짓이라도 까딱하는 날에는 분명 목이 남아나지 않을터였다.
"자르크 자작···."
톡-토톡-
"지금 자르크 자작령의 빚이 얼마인가."
"사, 사백만 골드 가량입니다."
"이율은?"
"년간 30프로 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연합국령에 따라 금지하고 있는지라···."
"1년에 120만 골드라··. 매달 딱 10만 골드군?"
"예, 예 백작 어르신."
"자작령의 마나석 수확량은?"
"매달 300석 이상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300석이라···.황금알을 낳는 고블린이군."
"예, 예."
"자작령에서 걷어들이는 세금은?"
"매달 4만골드 가량으로 알고 있습니다."
"4만골드...?"
"예, 예. 자르크 자작이 세율을 낮췄다고 합니다."
"미쳤군. 하기야 마광산에서 떨어지는 것만 해도···."
키에르 백작이 입맛을 다셨다.
키에르 백작령의 세익은 매달 20만 골드 가량.
자작령의 조그만 광산에서 나오는 수익이 거대한 백작령의 세익보다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자르크 자작령은 매달 이율을 상환하고 운영비를 다 제하고도 조금씩 축적이 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철광산과 금광산이 없다고는 하나 주 수입원은 마광산인지라···. 최소 5만골드 이상은 모인다고 봅니다. 이대로면 원금상환도 가능해질지도.."
"헌데 어찌 아직까지 원금이 그대로인거지?"
"마광산에서 마나석이 대량으로 채굴된지가 오래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수년전만 해도 세익까지 모조리 끌어야 겨우 이자를 맞출 수준이었던지라···."
"현재 자르크 자작령에서 나오는 마나석이 어디로 유통되는가?"
"오할 이상은 중앙 연합궁으로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동쪽의 제르먼 영지와 로먼 영지를 통합니다. 애초에 거기서만 판매가 가능합니다요."
"그렇단 말이지···."
한참을 고민하던 키에르백작이 입을 열었다.
"압류권은 언제부터 행사가 가능한가?"
"6개월부터입니다."
"연합궁과 제르먼, 로먼 영지에 전달하라. 당분간 700골드에 마나석을 납품한다고."
"허,허나 백작 어르신. 그 가격에 마나석을 어찌··."
"어디 마광산이 제르크 자작령 하나뿐이더냐? 다른곳에서 1,000골드에 사오면 될 것이 아니냐."
"허나 그리하면 손해가···."
"당분간만이다. 가서 전하거라. 그리고 자르크 자작령의 마나석은 공급받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오거라."
"예, 백작 어르신."
*****
자르크 자작령 연무장-
타닷 타닷- 타다닥-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렸다.
쳔마는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천마는 지금 연무장을 30바퀴 째 뛰고 있었다.
"놀랍네요."
자르크 기사단원 헤윌이 말했다.
"솔직히 얼마 못버틸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처음 에일이 수련장에 나타났을 때 자르크의 기사들은 못마땅했었다.
지금도 못마땅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자작가의 철없는 도련님이 정신차린 척 하며 검이나 두어번 휘두르고 말 줄 알았다.
자르크 자작가의 기사들은 모두 자작의 인품과 덕망에 반해 더 좋은 출세길이 있음에도 스스로 남은 자들이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르크 자작의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자작가의 장남인 에른이야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하고 노력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뛰어난 재능이 없음에도 누구하나 나무라지 않았다.
허나 에일은 그렇지 않았다.
가문의 위기에는 언제나 한발 물러서서 숨었고 수련은 커녕 기초체력훈련조차 하지 않았다.
거기다 식탐은 또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한시라도 간식거리를 입에서 뗀 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수련하는 기사들 사이에서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역시나 자작가의 철없는 도련님은 연무장에 들어서자마자 검부터 집어들었다.
"에일 도련님."
"네?"
"저는 자르크 기사단의 단원 노리스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그..함부로 검을 집으시면 안됩니다."
"왜요?"
"...도련님께서는 기초체력조차 없으시잖습니까. 검을 들고 휘두른다고 검술이 되는게 아닙니다. 도련님께서는 우선 기초 체력부터 기르셔야 할 듯 합니다."
"전 검이 좋은데요?"
"말씀드렸잖습니까! 기사단의 검은 그리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닙니다!"
요것들 봐라...?
천마는 기가막히고 코가 막혔다.
천마가 누구인가.
중원의 절대자, 천마신교의 지배자가 아니던가.
개방의 3대제자에게도 타구봉으로 두들겨 맞고 쫓겨날 것 같은 놈이 감히 누구한테 검을 논한단 말인가?
허나 곧 천마는 자신이 천마가 아니라 에일임을 자각했다.
그리고는 뒤룩뒤룩 삐져나온 자신의 배와 허벅지를 쳐다보았다.
'하기사 내가봐도··.'
"그럼 뭐부터 할까요?"
"일..단 체력을 기르셔야 하니 연무장을 달리는 것 부터 시작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얼마나 뛸까요? 한 50바퀴 돌면 되나요?"
"예? 하, 도련님. 50바퀴요? 그냥 도련님 뛰시고 싶은 만큼 뛰시면 됩니다."
빠직-
노리스의 비웃음에 천마의 혈압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노리스라고 하셨나요?"
"예, 그렇습니다만?"
"저랑 내기하나 하실래요?"
"무슨...?"
"제가 50바퀴 돌면 이기는거에요."
"그게 무슨···."
"할래요, 말래요?"
"하하, 네. 도련님이 50바퀴 도시면 뭐든 다 들어드리죠."
"약속한거에요."
자르크 자작가의 연무장은 상당히 넓었다.
오로지 수련만 하는 기사들도 스무번 이상을 돌고나면 기진맥진하여 지쳐 쓰러질 정도였다.
순간 에일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마치 혜각을 처음봤던 천마의 눈처럼···.
"그럼 시작할게요."
"예, 예 도련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
비꼬는 노리스의 말을 무시 한 채 천마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뒤··.
아버지 자르크 자작이 시킨 업무를 마친 에른이 연무장으로 나왔다.
'에일이 기다릴텐데···.'
급히 연무장에 도착한 에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연무장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동생 에일이었다.
헌데 한참 수련에 매진하고 있어야 할 기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서 에일이 달리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명, 사색이 된 채 멍하니 서있는 노리스가 보였다.
에일이 뛰는것을 보던 에른이 흐뭇하게 물었다.
"기초 체력훈련을 시키는건가?"
"예··. 도련님."
"헌데 뭣들하는건가? 노리스 저놈은 왜 저렇게 얼이 빠져있고?"
"그..그게 도련님."
"자네들 설마 에일을 괴롭히고 있었던건가? 자네들 심정은 이해하네만 잘 봐주라 하지 않았나?"
"그, 그런게 아닙니다 도련님."
"잠깐, 내 분명 에일에게 아침수련을 나오라고 했네만 아직까지 저리 뛰고 있는 걸 보니 녀석이 지각을 한 모양이군."
"그것도..아닙니다."
"...? 저놈이 지금 몇바퀴째 뛰는건가? 다섯바퀴? 열바퀴?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보군."
"....ㅂ두바퀴입니다.."
"겨우 두바퀴? 휴···. 좀 더 뛰게 시키게."
"구십...두바퀴입니다···."
한참을 달리던 에일이 에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서 있던 노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에일이 장난스럽게 웃었고 에일과 눈이 마주친 노리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다.
'낄낄낄, 이제부터 네놈이 이세계의 혜각이다.'
'아미타불···.'
다시한번 차원을 넘어 혜각의 불호소리가 들려왔다.
톡, 토톡 톡-
에일보다 더 거대한 몸집으로 의자에 앉아 연신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는 사내.
배가 산만큼이나 튀어나와 제대로 걸을수나 있는지 의문이었다.
모자를 둘러 쓴 머리는 모자를 쓴 것인지 얹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고 양 갈래로 기른 수염은 마치 간신배의 정석을 보는 듯 했다.
"그래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하는 중년의 사내, 바로 키에르 백작이었다.
"마광석은 어찌 되어가는가?"
"예, 예 백작 나리.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자르크 자작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몸을 납작 엎드린 채 키에르 백작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한 사람.
그는 에스파넬 연합국의 중소상인인 셰론이었다.
키에르 백작은 연합국 북부의 최대 파벌.
저자에게 잘못보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셰론상회의 미래가 위태해 질 것이 자명했다.
'물론 그것보다는···.'
셰론은 백작의 양 옆에 서 있는 기사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히이익!'
한 기사와 눈이 마주친 셰론은 급히 눈을 돌렸다.
기사의 안광에서 흉흉한 빛이 흘러나왔다.
두 기사의 이름은 마르스와 휴렌. 그들은 키에르 백작의 호위기사이가 오러 유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오러유저-
마나의 기운을 검 끝에 담아낼 수 있는 검의 달인들에게 붙여지는 영광스러운 이름이다.
오러유저가 된 기사는 어느 영지에 가더라도 대접을 받는다.
사실 오러유저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최고였고, 오러유저들은 마법사들을 뒷받침하는 존재 정도로 여겨졌었다.
허나 오래 전에 벌어진 마계대전으로 인해 대륙의 마나가 시시각각 뒤틀리기 시작했고, 자연속의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마나를 몸속에 응축하여 사용하는 오러 유저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고 마법을 대신하여 마물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오러유저의 발생은 극히 드물었다.
몸속에 마나를 품는다는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기때문이다.
오러유저는 오러의 기운에 따라 상중하급으로 나뉘어진다.
희미하게나마 오러를 발현하는 하급, 검신 전체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중급, 검 뿐 아니라 팔과 다리 등 신체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존재를 상급 오러유저라고 칭한다.
오러의 극에 달해 오러의 기운을 외부로 발출할 수 있는 경지를 오러마스터라고 하는데, 오러마스터의 경우 대륙 전체를 뒤져보아도 손가락에 꼽을만큼 그 수가 적었다.
마르스와 휴렌은 중급 오러유저였다.
키에르 백작령은 무려 10인의 오러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다.
연합국의 총 오러유저가 100명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저 중 하나의 손짓이라도 까딱하는 날에는 분명 목이 남아나지 않을터였다.
"자르크 자작···."
톡-토톡-
"지금 자르크 자작령의 빚이 얼마인가."
"사, 사백만 골드 가량입니다."
"이율은?"
"년간 30프로 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연합국령에 따라 금지하고 있는지라···."
"1년에 120만 골드라··. 매달 딱 10만 골드군?"
"예, 예 백작 어르신."
"자작령의 마나석 수확량은?"
"매달 300석 이상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300석이라···.황금알을 낳는 고블린이군."
"예, 예."
"자작령에서 걷어들이는 세금은?"
"매달 4만골드 가량으로 알고 있습니다."
"4만골드...?"
"예, 예. 자르크 자작이 세율을 낮췄다고 합니다."
"미쳤군. 하기야 마광산에서 떨어지는 것만 해도···."
키에르 백작이 입맛을 다셨다.
키에르 백작령의 세익은 매달 20만 골드 가량.
자작령의 조그만 광산에서 나오는 수익이 거대한 백작령의 세익보다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자르크 자작령은 매달 이율을 상환하고 운영비를 다 제하고도 조금씩 축적이 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철광산과 금광산이 없다고는 하나 주 수입원은 마광산인지라···. 최소 5만골드 이상은 모인다고 봅니다. 이대로면 원금상환도 가능해질지도.."
"헌데 어찌 아직까지 원금이 그대로인거지?"
"마광산에서 마나석이 대량으로 채굴된지가 오래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수년전만 해도 세익까지 모조리 끌어야 겨우 이자를 맞출 수준이었던지라···."
"현재 자르크 자작령에서 나오는 마나석이 어디로 유통되는가?"
"오할 이상은 중앙 연합궁으로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동쪽의 제르먼 영지와 로먼 영지를 통합니다. 애초에 거기서만 판매가 가능합니다요."
"그렇단 말이지···."
한참을 고민하던 키에르백작이 입을 열었다.
"압류권은 언제부터 행사가 가능한가?"
"6개월부터입니다."
"연합궁과 제르먼, 로먼 영지에 전달하라. 당분간 700골드에 마나석을 납품한다고."
"허,허나 백작 어르신. 그 가격에 마나석을 어찌··."
"어디 마광산이 제르크 자작령 하나뿐이더냐? 다른곳에서 1,000골드에 사오면 될 것이 아니냐."
"허나 그리하면 손해가···."
"당분간만이다. 가서 전하거라. 그리고 자르크 자작령의 마나석은 공급받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오거라."
"예, 백작 어르신."
*****
자르크 자작령 연무장-
타닷 타닷- 타다닥-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렸다.
쳔마는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천마는 지금 연무장을 30바퀴 째 뛰고 있었다.
"놀랍네요."
자르크 기사단원 헤윌이 말했다.
"솔직히 얼마 못버틸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처음 에일이 수련장에 나타났을 때 자르크의 기사들은 못마땅했었다.
지금도 못마땅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자작가의 철없는 도련님이 정신차린 척 하며 검이나 두어번 휘두르고 말 줄 알았다.
자르크 자작가의 기사들은 모두 자작의 인품과 덕망에 반해 더 좋은 출세길이 있음에도 스스로 남은 자들이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르크 자작의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자작가의 장남인 에른이야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하고 노력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뛰어난 재능이 없음에도 누구하나 나무라지 않았다.
허나 에일은 그렇지 않았다.
가문의 위기에는 언제나 한발 물러서서 숨었고 수련은 커녕 기초체력훈련조차 하지 않았다.
거기다 식탐은 또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한시라도 간식거리를 입에서 뗀 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수련하는 기사들 사이에서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역시나 자작가의 철없는 도련님은 연무장에 들어서자마자 검부터 집어들었다.
"에일 도련님."
"네?"
"저는 자르크 기사단의 단원 노리스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그..함부로 검을 집으시면 안됩니다."
"왜요?"
"...도련님께서는 기초체력조차 없으시잖습니까. 검을 들고 휘두른다고 검술이 되는게 아닙니다. 도련님께서는 우선 기초 체력부터 기르셔야 할 듯 합니다."
"전 검이 좋은데요?"
"말씀드렸잖습니까! 기사단의 검은 그리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닙니다!"
요것들 봐라...?
천마는 기가막히고 코가 막혔다.
천마가 누구인가.
중원의 절대자, 천마신교의 지배자가 아니던가.
개방의 3대제자에게도 타구봉으로 두들겨 맞고 쫓겨날 것 같은 놈이 감히 누구한테 검을 논한단 말인가?
허나 곧 천마는 자신이 천마가 아니라 에일임을 자각했다.
그리고는 뒤룩뒤룩 삐져나온 자신의 배와 허벅지를 쳐다보았다.
'하기사 내가봐도··.'
"그럼 뭐부터 할까요?"
"일..단 체력을 기르셔야 하니 연무장을 달리는 것 부터 시작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얼마나 뛸까요? 한 50바퀴 돌면 되나요?"
"예? 하, 도련님. 50바퀴요? 그냥 도련님 뛰시고 싶은 만큼 뛰시면 됩니다."
빠직-
노리스의 비웃음에 천마의 혈압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노리스라고 하셨나요?"
"예, 그렇습니다만?"
"저랑 내기하나 하실래요?"
"무슨...?"
"제가 50바퀴 돌면 이기는거에요."
"그게 무슨···."
"할래요, 말래요?"
"하하, 네. 도련님이 50바퀴 도시면 뭐든 다 들어드리죠."
"약속한거에요."
자르크 자작가의 연무장은 상당히 넓었다.
오로지 수련만 하는 기사들도 스무번 이상을 돌고나면 기진맥진하여 지쳐 쓰러질 정도였다.
순간 에일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마치 혜각을 처음봤던 천마의 눈처럼···.
"그럼 시작할게요."
"예, 예 도련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
비꼬는 노리스의 말을 무시 한 채 천마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뒤··.
아버지 자르크 자작이 시킨 업무를 마친 에른이 연무장으로 나왔다.
'에일이 기다릴텐데···.'
급히 연무장에 도착한 에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연무장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동생 에일이었다.
헌데 한참 수련에 매진하고 있어야 할 기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서 에일이 달리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명, 사색이 된 채 멍하니 서있는 노리스가 보였다.
에일이 뛰는것을 보던 에른이 흐뭇하게 물었다.
"기초 체력훈련을 시키는건가?"
"예··. 도련님."
"헌데 뭣들하는건가? 노리스 저놈은 왜 저렇게 얼이 빠져있고?"
"그..그게 도련님."
"자네들 설마 에일을 괴롭히고 있었던건가? 자네들 심정은 이해하네만 잘 봐주라 하지 않았나?"
"그, 그런게 아닙니다 도련님."
"잠깐, 내 분명 에일에게 아침수련을 나오라고 했네만 아직까지 저리 뛰고 있는 걸 보니 녀석이 지각을 한 모양이군."
"그것도..아닙니다."
"...? 저놈이 지금 몇바퀴째 뛰는건가? 다섯바퀴? 열바퀴?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보군."
"....ㅂ두바퀴입니다.."
"겨우 두바퀴? 휴···. 좀 더 뛰게 시키게."
"구십...두바퀴입니다···."
한참을 달리던 에일이 에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서 있던 노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에일이 장난스럽게 웃었고 에일과 눈이 마주친 노리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다.
'낄낄낄, 이제부터 네놈이 이세계의 혜각이다.'
'아미타불···.'
다시한번 차원을 넘어 혜각의 불호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천마환생
20.20화 조금은 가벼운 첫걸음조회 : 8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6 19.19화 모조리 쌔벼온다조회 : 8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19 18.18화 마나의 축복을 받은것을 축하한다조회 : 8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48 17.17화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것같아조회 : 8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2 16.16화 대륙의 구원자요?조회 : 9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3 15.15화 전담기사가 된 것을 환영해요조회 : 82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29 14.14화 이제부터 니놈이 혜각이다조회 : 1,1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95 13.13화 수련이 뭔지 보여주지조회 : 8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03 12.12화 뭐 이런 거지같은 몸뚱이가조회 : 1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8 11.11화 용새끼가조회 : 1,1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76 10.10화 드래곤보다 괴물같은 인간놈조회 : 1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2 9.9화 뭔가 잘못되었다조회 : 1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65 8.8화 교주의 말대로 하겠습니다조회 : 5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55 7.7화 용루주조회 : 2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76 6.6화 마교에 웬 마을이조회 : 1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2 5.5화 도망간 것 같은데요조회 : 1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734 4.4화 대체 누구시오조회 : 2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742 3.3화 처맞으면 다 똑같아조회 : 20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42 2.2화 나는 드래곤인데조회 : 14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7 1.1화 무림지존 천마조회 : 1,1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