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전담기사가 된 것을 환영해요
조회 : 827 추천 : 0 글자수 : 5,929 자 2022-11-22
어느덧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연무장 사건 이후로 에일은 꾸준히 수련에 참여했다.
더이상 그 누구도 에일을 무시하지 않았다.
에일은 그 후로도 꾸준하게 연무장을 백번씩 돌았다.
"노리스!"
"예에에에에에, 도련님! 지금 갑니다아아!"
에일이 부르자 노리스가 미친듯이 달려왔다.
어느새 피골이 상접해진 노리스는 얼굴만 봐도 한달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부탁한 건?"
부탁? 보통 저런걸 부탁이라고 하나?
"헤헤, 여깄습니다 도련님."
"똑바로 해라."
"옙, 알겠습니다!"
노리스가 에일에게 가져온 물건은 검이었다.
헌데 모양이 조금 독특한 검이었다.
일반적으로 연합국의 기사들은 전투에 나갈 때 중갑옷을 착용하고 나간다.
전신을 갑주로 두르고 견고한 방패를 착용한다.
따라서 상대편 기사들의 갑옷과 방패를 뚫기 위해 대부분의 기사들은 대검을 사용하는 편이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대검의 용도는 '찌르고 베는 것' 보다는 상대방의 갑주와 방패를 '파괴하는' 용도에 더 가까웠다.
헌데 에일이 부탁해서 만든 검은 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얇았다.
비록 그만큼 날카롭다고는 하나 검이 갑옷에 닿는순간 부서질 것만 같은데···.
노리스는 에일의 검을 보며 생각했다.
'저 망나니놈의 속을 내가 어찌 알겠어···.'
노리스는 문득 몇주 전 일이 떠올랐다.
******
에일이 노리스와 내기를 한 다음 날-
"제가···졌습니다."
"내가 이긴 것 맞죠?"
"예, 도련님. 도련님께서 이기셨습니다."
"거봐요. 내가 할 수 있다 그랬잖아요."
"예,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어지간한 의지와 끈기로는 불가능하니깐요."
"하하, 너무 금칠하지 마세요. 민망하네요."
"아닙니다. 도련님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저 노리스, 도련님을 보고 많은걸 느꼈습니다. 저도 더욱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러세요. 노력한다는 건 좋은거죠."
"예! 도련님. 그럼 전 이만 수련하러 가 보겠습니다!"
"어딜가요?"
"예..? 수련하러···."
"잊으셨나 본데···."
"예? 무엇을···."
"저랑 내기했잖아요?"
"예··.예, 물론 그랬습니다만···."
"설마 지금 감복했니 탄복했니 수련을 열심히 하겠니 그딴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거 아니죠?"
"그···. 이야기가 다 끝난걸로···."
"아이고, 이거 왜 이러실까 아실만한 분이. 그걸 왜 그쪽이 정하나요? 이긴건 난데···."
"그..럼 제가 뭘 어떻게···."
"별 건 아니구요. 내가 지루함을 좀 못참는 편이라··. 그쪽이 제 전담기사가 되어줬으면 해요."
"하,하지만 도련님. 그건 좀···."
"왜요? 기사씩이나 되서 한입으로 두말하시려구요?"
"그건 아닙니다 도련님. 그렇지만···."
전담기사라 함은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기사가 수족처럼 부리는 기사를 말한다.
전담기사는 자신이 모시는 기사를 따라다니며 수족을 들고, 가르침을 받는다.
마치 중원의 사제관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 끈끈함이나 유대관계가 사제관계만큼은 아니었다.
따라서 연합국의 기사들은 누구나 다 오러유저, 혹은 높은 경지에 오른 기사의 전담기사가 되고 싶어한다.
검의 경지에 오른 자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싶은 욕심은 기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노리스는 지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기회를 잡은 것이나, 그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왜요? 뭐든 한다면서요?"
"...도련님."
"왜요오오...? 뭐 할 말 있으신지....?"
"저도 기사입니다. 비록 자작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자르크 자작령에 머무르고 있지만 저 역시 강해지고 싶은 열망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이놈봐라..?'
의외의 진지한 모습에 에일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요?"
"기사로써의 약속이니 도련님께서 끝까지 따르라 하시면 따르겠습니다. 다만, 도련님의 전담기사가 된다는 것은 곧 강함에 대한 열망을 포기한다는 것. 부디 도련님께서 제 의지를 알아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흐음."
짐짓 고민하던 척을 하던 에일이 말했다.
"좋아요. 그럼 조건을 걸도록 하죠."
"어떤...?"
일주일 후, 저와 대련을 하는 거에요. 대련에서 제가 진다면 깔끔하게 포기할게요."
"하,하지만 도련님. 저는 평생을 검을 잡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어찌 제가··."
"싫어요? 싫으면 그냥 내 말대로 하구요."
"아닙,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일주일 뒤에 보는걸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에일 도련님이 생각보다 속이 깊으시구나. 아마도 보는 시선들이 많으니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날 풀어주시려나보군.'
노리스는 감복했다.
저 어린 도련님은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러는 듯 했다.
연무장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에일을 무시하고 비꼬았으니 이대로 흐지부지 된다면 많은 이들이 자신을 타박할터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내기를 무효화 시키려는 듯 했다.
'에일 도련님이 언제 저렇게 크셨는가···.'
하지만 그건 노리스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낄낄, 니가 감히 날 벗어나려고? 어림도 없다 이놈아. 니놈은 이제 빼도박도 못하고 이세계의 혜각이 된거야.'
머리도 밀어버릴까...?
혜각의 뒤통수는 반질반질한게 두드리는 맛이 참 좋았는데···.
노리스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머리를 더듬더듬 만졌다.
"갑자기 왜그래?"
"아,아니. 갑자기 머리에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아서···."
"거 사람 참 싱겁기는."
*****
일주일 후-
노리스는 에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건 누구지..? 오늘은 분명 에일 도련님과 대련을 하는 날인데..?
노리스의 눈 앞에 서 있는 소년은 에일이 아니여야 했다.
믿을수가 없었다.
뒤룩뒤룩 굴러다니던 배는 어느새 쏙 들어가 있었고 탄탄해진 몸매가 보였다.
불어터진 만두같던 얼굴은 마치 베일 것 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도련님..?"
"왜요?"
"도련님 맞으세요..?"
"저 맞아요. 하하, 제가 살이 좀 빠졌죠?"
살이 빠졌냐고? 살이..? 저게 살이 좀 빠진건가? 저건 숫제 다른 사람이 아닌가.
"어떻게..?"
"어떻게는 뭘요. 그냥 열심히 운동 좀 했죠."
"......"
"얼른 시작하죠? 형님!"
"어..어 그래! 에일아."
"형님이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그래. 내가 공정하게 보도록 하마."
일주일간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않던 동생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바람에 에른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대련은 목검으로 진행이 되었다.
아무래도 진검은 에일에게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진검이 좋은데···. 쩝. 에일이 입맛을 다셨다.
노리스는 대검형태의 목검을 들고 연무장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에일은 나무로 된 무기들이 담겨있는 통을 한참동안 뒤적거렸다.
"에이..뭐가 이래?"
이내 그는 통에서 길다란 나무 작대기를 하나 꺼내들었다.
검이 아닌 작대기.
그것은 검술을 배우기 전 수련용으로 쓰는 말 그대로 나무작대기였다.
에일은 작대기를 들고 휘적휘적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그거..쓰시려구요?"
"네, 왜요?"
"...아닙니다."
'도련님은 검술을 모르시니···.'
노리스 뿐 아니라 두사람의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도 안타까운 눈빛으로 에일을 바라보았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일은 작대기를 대충 어깨에 둘러메고 말했다.
"얼른 시작하죠?"
'기본 자세도 모르시는군. 대련이 끝나면 기초부터 가르켜 드려야겠어.'
"시작하라!"
자르크 자작의 신호와 함께 북이 울렸다.
커다란 북소리와 함께 노리스와 에일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최대한 안다치게 빨리 끝내드려야겠어.'
노리스가 목검을 치켜들고 에일에게로 달려갔다.
'조금 아프시겠지만, 적당히 어깨 정도면···.'
노리스의 목검이 에일의 어깨를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팅!
나무와 나무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어어..?'
에일의 어깨를 노리던 노리스의 목검이 어느새 허공을 휘저으며 바닥으로 향했다.
'어떻게 된거지..?'
다시 한 번 에일의 어깨를 노리는 노리스-
팅!
노리스의 검이 에일이 장난스레 휘두른 막대기에 살짝 부딪히는 듯 하더니 마찬가지로 허공을 향해 휘둘러졌다.
'끌끌 이놈아, 이게 바로 중원 무학의 묘리란다.'
에일이 한 것은 특별히 어려운것도 아니었다. 중원 무학의 기본, 그저 상대방이 휘두르는 힘을 역이용하여 살짝 흘려버린 것이었다.
'운이 좋으시군···.'
노리스는 그저 운이라 치부했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검술엔 부드러움의 묘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노리스의 검이 이번엔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검을 들고 달려들던 노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노리스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에일의 검이 허벅지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노리스가 허벅지를 노린다는 것을 안다는 듯.
쾅!!
당연히 허벅지에 정통으로 맞을거라 생각했던 검이 에일의 막대기에 튕겨져 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잠시 딴생각을 하던 노리스의 귀에 어느새 다가온 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당히 빨리 끝내야겠다 생각한건 아니죠?"
흠칫-
놀래서 몸을 빼는 노리스, 하지만 여전히 에일은 눈앞에 있었다.
에일의 막대기가 날아들어왔다.
전혀 빠르지 않은 평범한 속도로.
'명치다!'
서서히 자신의 명치로 다가오는 막대기를 보며 노리스는 목검을 들어 방어했다.
허나-
콰아앙!
"끄악!"
노리스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물러났다.
'분명 명치였는데..?'
분명 명치를 노리고 들어온 에일의 막대기가 어느새 노리스의 머리를 가격했다.
혼비백산한 노리스를 기다리지 않고 에일은 다시 막대기를 날렸다.
'이번엔 분명 머리다!'
막대기를 높이 치켜들고 달려드는 에일의 검격은 노리스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분명 머리였다.
저건 머리다. 무조건 머리다. 머리일 수 밖에 없다. 대검으로 막고 밀어내면서··· 꾸에에엑!!
노리스가 허리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아침에 먹은게 다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러게!"
퍽-
"좋은말로 할때!"
퍼버벅-
"듣지 그러셨어요!"
콰아앙!!
노리스의 몸이 바닥에 쳐박혔다.
의식을 잃어가는 노리스의 귀에 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담기사가 된 걸 환영해요, 노리스."
마계의 악마처럼 미소짓는 에일을 보며 노리스는 결국의식의 끈을 놓았다.
연무장 사건 이후로 에일은 꾸준히 수련에 참여했다.
더이상 그 누구도 에일을 무시하지 않았다.
에일은 그 후로도 꾸준하게 연무장을 백번씩 돌았다.
"노리스!"
"예에에에에에, 도련님! 지금 갑니다아아!"
에일이 부르자 노리스가 미친듯이 달려왔다.
어느새 피골이 상접해진 노리스는 얼굴만 봐도 한달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부탁한 건?"
부탁? 보통 저런걸 부탁이라고 하나?
"헤헤, 여깄습니다 도련님."
"똑바로 해라."
"옙, 알겠습니다!"
노리스가 에일에게 가져온 물건은 검이었다.
헌데 모양이 조금 독특한 검이었다.
일반적으로 연합국의 기사들은 전투에 나갈 때 중갑옷을 착용하고 나간다.
전신을 갑주로 두르고 견고한 방패를 착용한다.
따라서 상대편 기사들의 갑옷과 방패를 뚫기 위해 대부분의 기사들은 대검을 사용하는 편이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대검의 용도는 '찌르고 베는 것' 보다는 상대방의 갑주와 방패를 '파괴하는' 용도에 더 가까웠다.
헌데 에일이 부탁해서 만든 검은 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얇았다.
비록 그만큼 날카롭다고는 하나 검이 갑옷에 닿는순간 부서질 것만 같은데···.
노리스는 에일의 검을 보며 생각했다.
'저 망나니놈의 속을 내가 어찌 알겠어···.'
노리스는 문득 몇주 전 일이 떠올랐다.
******
에일이 노리스와 내기를 한 다음 날-
"제가···졌습니다."
"내가 이긴 것 맞죠?"
"예, 도련님. 도련님께서 이기셨습니다."
"거봐요. 내가 할 수 있다 그랬잖아요."
"예,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어지간한 의지와 끈기로는 불가능하니깐요."
"하하, 너무 금칠하지 마세요. 민망하네요."
"아닙니다. 도련님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저 노리스, 도련님을 보고 많은걸 느꼈습니다. 저도 더욱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러세요. 노력한다는 건 좋은거죠."
"예! 도련님. 그럼 전 이만 수련하러 가 보겠습니다!"
"어딜가요?"
"예..? 수련하러···."
"잊으셨나 본데···."
"예? 무엇을···."
"저랑 내기했잖아요?"
"예··.예, 물론 그랬습니다만···."
"설마 지금 감복했니 탄복했니 수련을 열심히 하겠니 그딴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거 아니죠?"
"그···. 이야기가 다 끝난걸로···."
"아이고, 이거 왜 이러실까 아실만한 분이. 그걸 왜 그쪽이 정하나요? 이긴건 난데···."
"그..럼 제가 뭘 어떻게···."
"별 건 아니구요. 내가 지루함을 좀 못참는 편이라··. 그쪽이 제 전담기사가 되어줬으면 해요."
"하,하지만 도련님. 그건 좀···."
"왜요? 기사씩이나 되서 한입으로 두말하시려구요?"
"그건 아닙니다 도련님. 그렇지만···."
전담기사라 함은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기사가 수족처럼 부리는 기사를 말한다.
전담기사는 자신이 모시는 기사를 따라다니며 수족을 들고, 가르침을 받는다.
마치 중원의 사제관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 끈끈함이나 유대관계가 사제관계만큼은 아니었다.
따라서 연합국의 기사들은 누구나 다 오러유저, 혹은 높은 경지에 오른 기사의 전담기사가 되고 싶어한다.
검의 경지에 오른 자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싶은 욕심은 기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노리스는 지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기회를 잡은 것이나, 그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왜요? 뭐든 한다면서요?"
"...도련님."
"왜요오오...? 뭐 할 말 있으신지....?"
"저도 기사입니다. 비록 자작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자르크 자작령에 머무르고 있지만 저 역시 강해지고 싶은 열망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이놈봐라..?'
의외의 진지한 모습에 에일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요?"
"기사로써의 약속이니 도련님께서 끝까지 따르라 하시면 따르겠습니다. 다만, 도련님의 전담기사가 된다는 것은 곧 강함에 대한 열망을 포기한다는 것. 부디 도련님께서 제 의지를 알아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흐음."
짐짓 고민하던 척을 하던 에일이 말했다.
"좋아요. 그럼 조건을 걸도록 하죠."
"어떤...?"
일주일 후, 저와 대련을 하는 거에요. 대련에서 제가 진다면 깔끔하게 포기할게요."
"하,하지만 도련님. 저는 평생을 검을 잡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어찌 제가··."
"싫어요? 싫으면 그냥 내 말대로 하구요."
"아닙,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일주일 뒤에 보는걸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에일 도련님이 생각보다 속이 깊으시구나. 아마도 보는 시선들이 많으니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날 풀어주시려나보군.'
노리스는 감복했다.
저 어린 도련님은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러는 듯 했다.
연무장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에일을 무시하고 비꼬았으니 이대로 흐지부지 된다면 많은 이들이 자신을 타박할터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내기를 무효화 시키려는 듯 했다.
'에일 도련님이 언제 저렇게 크셨는가···.'
하지만 그건 노리스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낄낄, 니가 감히 날 벗어나려고? 어림도 없다 이놈아. 니놈은 이제 빼도박도 못하고 이세계의 혜각이 된거야.'
머리도 밀어버릴까...?
혜각의 뒤통수는 반질반질한게 두드리는 맛이 참 좋았는데···.
노리스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머리를 더듬더듬 만졌다.
"갑자기 왜그래?"
"아,아니. 갑자기 머리에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아서···."
"거 사람 참 싱겁기는."
*****
일주일 후-
노리스는 에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건 누구지..? 오늘은 분명 에일 도련님과 대련을 하는 날인데..?
노리스의 눈 앞에 서 있는 소년은 에일이 아니여야 했다.
믿을수가 없었다.
뒤룩뒤룩 굴러다니던 배는 어느새 쏙 들어가 있었고 탄탄해진 몸매가 보였다.
불어터진 만두같던 얼굴은 마치 베일 것 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도련님..?"
"왜요?"
"도련님 맞으세요..?"
"저 맞아요. 하하, 제가 살이 좀 빠졌죠?"
살이 빠졌냐고? 살이..? 저게 살이 좀 빠진건가? 저건 숫제 다른 사람이 아닌가.
"어떻게..?"
"어떻게는 뭘요. 그냥 열심히 운동 좀 했죠."
"......"
"얼른 시작하죠? 형님!"
"어..어 그래! 에일아."
"형님이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그래. 내가 공정하게 보도록 하마."
일주일간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않던 동생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바람에 에른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대련은 목검으로 진행이 되었다.
아무래도 진검은 에일에게 너무 위험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진검이 좋은데···. 쩝. 에일이 입맛을 다셨다.
노리스는 대검형태의 목검을 들고 연무장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에일은 나무로 된 무기들이 담겨있는 통을 한참동안 뒤적거렸다.
"에이..뭐가 이래?"
이내 그는 통에서 길다란 나무 작대기를 하나 꺼내들었다.
검이 아닌 작대기.
그것은 검술을 배우기 전 수련용으로 쓰는 말 그대로 나무작대기였다.
에일은 작대기를 들고 휘적휘적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그거..쓰시려구요?"
"네, 왜요?"
"...아닙니다."
'도련님은 검술을 모르시니···.'
노리스 뿐 아니라 두사람의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도 안타까운 눈빛으로 에일을 바라보았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일은 작대기를 대충 어깨에 둘러메고 말했다.
"얼른 시작하죠?"
'기본 자세도 모르시는군. 대련이 끝나면 기초부터 가르켜 드려야겠어.'
"시작하라!"
자르크 자작의 신호와 함께 북이 울렸다.
커다란 북소리와 함께 노리스와 에일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최대한 안다치게 빨리 끝내드려야겠어.'
노리스가 목검을 치켜들고 에일에게로 달려갔다.
'조금 아프시겠지만, 적당히 어깨 정도면···.'
노리스의 목검이 에일의 어깨를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팅!
나무와 나무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어어..?'
에일의 어깨를 노리던 노리스의 목검이 어느새 허공을 휘저으며 바닥으로 향했다.
'어떻게 된거지..?'
다시 한 번 에일의 어깨를 노리는 노리스-
팅!
노리스의 검이 에일이 장난스레 휘두른 막대기에 살짝 부딪히는 듯 하더니 마찬가지로 허공을 향해 휘둘러졌다.
'끌끌 이놈아, 이게 바로 중원 무학의 묘리란다.'
에일이 한 것은 특별히 어려운것도 아니었다. 중원 무학의 기본, 그저 상대방이 휘두르는 힘을 역이용하여 살짝 흘려버린 것이었다.
'운이 좋으시군···.'
노리스는 그저 운이라 치부했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검술엔 부드러움의 묘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노리스의 검이 이번엔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검을 들고 달려들던 노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노리스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에일의 검이 허벅지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노리스가 허벅지를 노린다는 것을 안다는 듯.
쾅!!
당연히 허벅지에 정통으로 맞을거라 생각했던 검이 에일의 막대기에 튕겨져 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잠시 딴생각을 하던 노리스의 귀에 어느새 다가온 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당히 빨리 끝내야겠다 생각한건 아니죠?"
흠칫-
놀래서 몸을 빼는 노리스, 하지만 여전히 에일은 눈앞에 있었다.
에일의 막대기가 날아들어왔다.
전혀 빠르지 않은 평범한 속도로.
'명치다!'
서서히 자신의 명치로 다가오는 막대기를 보며 노리스는 목검을 들어 방어했다.
허나-
콰아앙!
"끄악!"
노리스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물러났다.
'분명 명치였는데..?'
분명 명치를 노리고 들어온 에일의 막대기가 어느새 노리스의 머리를 가격했다.
혼비백산한 노리스를 기다리지 않고 에일은 다시 막대기를 날렸다.
'이번엔 분명 머리다!'
막대기를 높이 치켜들고 달려드는 에일의 검격은 노리스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분명 머리였다.
저건 머리다. 무조건 머리다. 머리일 수 밖에 없다. 대검으로 막고 밀어내면서··· 꾸에에엑!!
노리스가 허리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아침에 먹은게 다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러게!"
퍽-
"좋은말로 할때!"
퍼버벅-
"듣지 그러셨어요!"
콰아앙!!
노리스의 몸이 바닥에 쳐박혔다.
의식을 잃어가는 노리스의 귀에 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담기사가 된 걸 환영해요, 노리스."
마계의 악마처럼 미소짓는 에일을 보며 노리스는 결국의식의 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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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화 조금은 가벼운 첫걸음조회 : 8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6 19.19화 모조리 쌔벼온다조회 : 8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19 18.18화 마나의 축복을 받은것을 축하한다조회 : 8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48 17.17화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것같아조회 : 8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2 16.16화 대륙의 구원자요?조회 : 9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3 15.15화 전담기사가 된 것을 환영해요조회 : 83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29 14.14화 이제부터 니놈이 혜각이다조회 : 1,1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95 13.13화 수련이 뭔지 보여주지조회 : 8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03 12.12화 뭐 이런 거지같은 몸뚱이가조회 : 1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8 11.11화 용새끼가조회 : 1,1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76 10.10화 드래곤보다 괴물같은 인간놈조회 : 1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2 9.9화 뭔가 잘못되었다조회 : 1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65 8.8화 교주의 말대로 하겠습니다조회 : 5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55 7.7화 용루주조회 : 2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76 6.6화 마교에 웬 마을이조회 : 1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2 5.5화 도망간 것 같은데요조회 : 1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734 4.4화 대체 누구시오조회 : 2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742 3.3화 처맞으면 다 똑같아조회 : 20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42 2.2화 나는 드래곤인데조회 : 14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7 1.1화 무림지존 천마조회 : 1,1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