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대륙의 구원자요?
조회 : 951 추천 : 0 글자수 : 5,003 자 2022-11-22
장내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경악했다.
노리스가 비록 엄청난 무위를 자랑하는 기사는 아니라고는 하나 평생을 수련해 온 검수다.
그런 노리스가 패배했다.
그것도 에일에게 일방적으로.
승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패배였다.
"에일···. 너, 너 어떻게···."
에른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르크 자작이었다.
자작은 너무 놀란 나머지 심장이 가빠져오는 것을 느꼈다.
에일이···, 골칫덩이 에일이.
기뻐해야 마땅하나 자작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의문이 마냥 기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상식적으로 일주일만에 사람이 아예 바뀌어 온것도 놀라운데 난생 처음보는 듣도보도 못한 검술로 기사단의 기사를 압도적으로 두들겨 팼...아니 몰아 붙였다.
"에일."
"예,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한편 천마는 굉장히 다급해졌다.
'빌어먹을···. 하여간에 이놈의 성질을 좀 죽였어야 하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 고금제일마 무린지존 천마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설명할 길이 없다···!'
뒤룩뒤룩 살이쪄서 처먹기만 하던 놈이, 심지어 운동이랑은 담을 쌓고 검의 ㄱ자만 들어도 학을 떼던놈이 어느날 갑자기 고수가 되었다··?
차라리 마계의 마물이 에일로 변장했다고 보는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천마의 계획은 원래 이런것이 아니었다.
물론 자기 잘난맛에 사는 천마이니만큼 조만간 실력을 발휘해서 '엣헴'하고 방귀 좀 뀌려고 했던 건 사실이다.
허나 이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빨랐다.
적당히 수련도 좀 하고 적당히 몬스터 토벌도 좀 하면서 자연스레 두각을 나타내어 '아아아아니! 알고보니 검술의 천재 둘째 도련님!!!!' 소리를 들을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아버님, 소자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겠사옵니다.' 하고는 휙 떠날 계획이었단 말이다.
끙···. 어떡한다···.
'어쩔 수 없지. 최후의 방법을 쓰는 수 밖에···.'
무림에서 후지기수들이 이럴 때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물론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찌됐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쓰는 방법이다.
무림의 후지기수들은, 특히나 명문정파일수록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다.
아무리 도를 닦고 검의 길을 걷는 이들이라고는 하나 이립도 채 되지 않은 후지기수들이 아닌가?
혈기왕성한 청년들에게, 그것도 엄청난 힘과 든든한 뒷배를 둔 이들에게 술도 마시지말라, 가무를 하지말라, 여인도 만나지 말라,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들은 틈만나면 사형들과 사숙들의 눈을 피해 주루에 들러 음주가무를 즐기곤 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 탈 없이 신나게 즐기다 내력으로 주기를 다 없앤 후 마치 열심히 임무를 수행한 것 마냥 무사히 복귀한다.
헌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몇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사단이 나는것이 바로 싸움이다.
칼쓰고 도쓰는데 이골이 난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데 쌈박질이 일어나지 않는것이 비정상 아닌가?
물론 정파끼리는 서로간의 암묵적인 룰이 있기에 조용히 넘어가고는 하지만, 사파에 가까운 이들을 만나면 문제가 커지기 마련이다.
일단 쌈박질이 일어나면 어느샌가 개방 거지들이 쪼르르 달려가 보고하고 쌈박질이 끝날때 쯤 되면 문파의 어른들이 달려온다.
천마가 쓰려는 방법은 바로 그 때 후지기수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었다.
"아앗, 몸에 힘이···."
"에일, 괜찮으냐?!"
휘청거리는 에일을 보고 자르크 자작과 에른이 급히 달려갔다.
"온몸에 힘이···. 으아앗···."
털썩-
휘청휘청 하던 에일이 풀썩 쓰러졌다.
"의원!! 의원을 불러오너라!!"
힐끔-
실눈을 뜨고 쳐다보는 천마의 눈에 대성통곡하며 의원을 찾아 소리치는 자르크와 에른이 눈에 들어왔다.
'거, 괜시리 미안하게···.'
썩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
힐끔-
눈을 뜬 천마가 살짝 눈을 떴다. 자신의 몸은 침대에 눕혀져 있었고 자르크 자작과 에른, 율리아나와 헤일러가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라버니 많이 아픈건가요?"
"허허, 아닙니다 아가씨. 곧 괜찮아지실 겁니다."
"헌데 대체 무슨 일인가? 탈진이라도 한 것인가?"
"아닙니다 자작님. 이런 상황에서 말씀을 드려도 될지···."
"뜸들이지 말고 말해보게. 대체 어찌 된 것이야?"
"축하드립니다 자작님."
"....? 무슨말을 하는게야?"
"도련님께서는 지금 몸속의 마나가 뒤틀려 정신을 잃으신 것 뿐입니다. 푹 쉬시고 나면 금방 일어나실 겁니다."
"뭐, 뭐라? 자, 자네 그 말은···."
"예, 자작님. 에일 도련님은 오러유저의 가능성을 타고나셨습니다."
"그, 그런···."
"일단 정양을 좀 하셔야 하니 쉬게 내버려 두시지요."
"아, 알겠네. 응당 그리해야지."
자르크와 에른이 대견한 눈빛으로 에일을 쳐다보았다.
에른은 평생을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경지에 다가간 동생을 시기하기는 커녕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장하구나···.'
허나 씁쓸함만은 어쩔 수 없었는지 터덜터덜 걸어나가는 에른이었다.
홀로 남은 에일은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뒤틀어놓은 내기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운기를 마친 에일은 자신의 전담 시종인 베일을 조용히 불렀다.
"부르셨어요 도련님?"
쪼그맣고 귀여운 소년. 천마는 신교에서 뛰어놀던 어린 아이들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그래, 베일.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어 불렀단다."
".........."
"........."
그렇게 에일은 한참동안 베일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네"
"이 차원에는 '베르엘'이라는 주신이 존재하고···."
"네!"
"수천년 전부터 신의 대리인들이 종종 출현했다?"
"네! 맞아요."
"그리고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펑! 하고 절정ㄱ..아니 엄청난 용사가 되었고?"
"네! 신의 선택을 받았으니깐요!"
흐음····.
"알겠다, 베일. 고맙구나. 나가보거라."
"네! 도련님."
돌파구가···, 보이는 것도 같은데···.
헌데 말이나 되는 소린가?
천외천의 경지에 오른 천마 자신도 단계를 밟아가며 경지를 키워왔다.
헌데 한순단에 고수가 된다니···.
'에잉, 이쪽 놈들도 허풍이 보통이 아니구만.'
'그나저나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군, 낄낄낄.'
천마는 자신의 비기중의 비기인 구라신공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히 상황모면을 위해 내뱉은 그 말이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 채···.
다음날 아침-
자르크 자작과 가족들이 식탁에 모여 앉아있었다.
자르크 자작이 에일을 보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몸은 좀 괜찮으냐?"
"예, 아버지. 멀쩡합니다."
"다행이구나. 그럼 혹시 이 아비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예···."
꿀꺽-
모두의 시선이 에일에게로 집중되었다.
"얼마 전 제가 일주 가량 혼절해 있던 것 기억하십니까?"
"기억하다마다. 종종 그런일이 있지 않았느냐?"
자르크 자작의 말대로 에일은 몸이 허약해 어릴적부터 종종 몇일씩 쓰러지곤 했었다.
"헌데 그건 왜..?"
"아버지, 형님. 놀라지 말고 들어 주십시오."
"그,그래."
"제가 혼절한 사이 무의식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떤..?"
"주신 베르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뭐라?!"
"정말이냐?!"
벌떡- 콰당!
"예, 아버지."
"좀더..좀 더 자세히 말해 보거라."
"예···. 제가 의식을 잃고 무의식에 잠겨 있는 사이 어떤 신령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의 아이야' 하더군요."
천마는 구라신공을 술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어느새 의식이 돌아온 제 앞에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거대하고 신성한 존재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천마는 그저 고대로부터 대대손손 전해오는 전래 이야기를 각색하여 내뱉은 것이었다.
'낄낄낄낄, 나는 역시 무공보다 이게 체질이란 말이지.'
이제 적당히 각색한 이야기를 펼치고 무위를 되찾은 연유를 설명한 뒤 자신의 계획을 펼치면 될 터였다.
그리고 폼나지 않는가!
상제의 사자라니!
무림지존 고금제일마보다 훨씬 낫지않은가!
속으로 낄낄대던 에일이 말을 이어갔다.
"그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아이야, 내 친히 너를 선택하였노라. 베르엘의 이름으로 네게 권능을 내리노니,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를 멸···."
"오오오오!!"
"베르엘이시여!!"
에...? 이게 그렇게까지 탄성할 일인가요..?
"에일 네가, 네가!!"
"네..?"
"신의 대리인일수도 있겠구나!!"
"예?"
"우리 에일이···, 에일이···, 수백년간 마계의 침입으로부터 위기에 빠진 대륙을 구원할 신의 대리인이라니..! 베르엘이시여..!"
.
.
.
.
....네? 대륙의 구원자요..?
자르크 영지가 아니라요..?
무언가···,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 에일이었다.
모두가 경악했다.
노리스가 비록 엄청난 무위를 자랑하는 기사는 아니라고는 하나 평생을 수련해 온 검수다.
그런 노리스가 패배했다.
그것도 에일에게 일방적으로.
승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패배였다.
"에일···. 너, 너 어떻게···."
에른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르크 자작이었다.
자작은 너무 놀란 나머지 심장이 가빠져오는 것을 느꼈다.
에일이···, 골칫덩이 에일이.
기뻐해야 마땅하나 자작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의문이 마냥 기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상식적으로 일주일만에 사람이 아예 바뀌어 온것도 놀라운데 난생 처음보는 듣도보도 못한 검술로 기사단의 기사를 압도적으로 두들겨 팼...아니 몰아 붙였다.
"에일."
"예,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한편 천마는 굉장히 다급해졌다.
'빌어먹을···. 하여간에 이놈의 성질을 좀 죽였어야 하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 고금제일마 무린지존 천마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설명할 길이 없다···!'
뒤룩뒤룩 살이쪄서 처먹기만 하던 놈이, 심지어 운동이랑은 담을 쌓고 검의 ㄱ자만 들어도 학을 떼던놈이 어느날 갑자기 고수가 되었다··?
차라리 마계의 마물이 에일로 변장했다고 보는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천마의 계획은 원래 이런것이 아니었다.
물론 자기 잘난맛에 사는 천마이니만큼 조만간 실력을 발휘해서 '엣헴'하고 방귀 좀 뀌려고 했던 건 사실이다.
허나 이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빨랐다.
적당히 수련도 좀 하고 적당히 몬스터 토벌도 좀 하면서 자연스레 두각을 나타내어 '아아아아니! 알고보니 검술의 천재 둘째 도련님!!!!' 소리를 들을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아버님, 소자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겠사옵니다.' 하고는 휙 떠날 계획이었단 말이다.
끙···. 어떡한다···.
'어쩔 수 없지. 최후의 방법을 쓰는 수 밖에···.'
무림에서 후지기수들이 이럴 때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물론 맥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찌됐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쓰는 방법이다.
무림의 후지기수들은, 특히나 명문정파일수록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다.
아무리 도를 닦고 검의 길을 걷는 이들이라고는 하나 이립도 채 되지 않은 후지기수들이 아닌가?
혈기왕성한 청년들에게, 그것도 엄청난 힘과 든든한 뒷배를 둔 이들에게 술도 마시지말라, 가무를 하지말라, 여인도 만나지 말라,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들은 틈만나면 사형들과 사숙들의 눈을 피해 주루에 들러 음주가무를 즐기곤 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 탈 없이 신나게 즐기다 내력으로 주기를 다 없앤 후 마치 열심히 임무를 수행한 것 마냥 무사히 복귀한다.
헌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몇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사단이 나는것이 바로 싸움이다.
칼쓰고 도쓰는데 이골이 난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데 쌈박질이 일어나지 않는것이 비정상 아닌가?
물론 정파끼리는 서로간의 암묵적인 룰이 있기에 조용히 넘어가고는 하지만, 사파에 가까운 이들을 만나면 문제가 커지기 마련이다.
일단 쌈박질이 일어나면 어느샌가 개방 거지들이 쪼르르 달려가 보고하고 쌈박질이 끝날때 쯤 되면 문파의 어른들이 달려온다.
천마가 쓰려는 방법은 바로 그 때 후지기수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었다.
"아앗, 몸에 힘이···."
"에일, 괜찮으냐?!"
휘청거리는 에일을 보고 자르크 자작과 에른이 급히 달려갔다.
"온몸에 힘이···. 으아앗···."
털썩-
휘청휘청 하던 에일이 풀썩 쓰러졌다.
"의원!! 의원을 불러오너라!!"
힐끔-
실눈을 뜨고 쳐다보는 천마의 눈에 대성통곡하며 의원을 찾아 소리치는 자르크와 에른이 눈에 들어왔다.
'거, 괜시리 미안하게···.'
썩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
힐끔-
눈을 뜬 천마가 살짝 눈을 떴다. 자신의 몸은 침대에 눕혀져 있었고 자르크 자작과 에른, 율리아나와 헤일러가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라버니 많이 아픈건가요?"
"허허, 아닙니다 아가씨. 곧 괜찮아지실 겁니다."
"헌데 대체 무슨 일인가? 탈진이라도 한 것인가?"
"아닙니다 자작님. 이런 상황에서 말씀을 드려도 될지···."
"뜸들이지 말고 말해보게. 대체 어찌 된 것이야?"
"축하드립니다 자작님."
"....? 무슨말을 하는게야?"
"도련님께서는 지금 몸속의 마나가 뒤틀려 정신을 잃으신 것 뿐입니다. 푹 쉬시고 나면 금방 일어나실 겁니다."
"뭐, 뭐라? 자, 자네 그 말은···."
"예, 자작님. 에일 도련님은 오러유저의 가능성을 타고나셨습니다."
"그, 그런···."
"일단 정양을 좀 하셔야 하니 쉬게 내버려 두시지요."
"아, 알겠네. 응당 그리해야지."
자르크와 에른이 대견한 눈빛으로 에일을 쳐다보았다.
에른은 평생을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경지에 다가간 동생을 시기하기는 커녕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장하구나···.'
허나 씁쓸함만은 어쩔 수 없었는지 터덜터덜 걸어나가는 에른이었다.
홀로 남은 에일은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뒤틀어놓은 내기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운기를 마친 에일은 자신의 전담 시종인 베일을 조용히 불렀다.
"부르셨어요 도련님?"
쪼그맣고 귀여운 소년. 천마는 신교에서 뛰어놀던 어린 아이들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그래, 베일.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어 불렀단다."
".........."
"........."
그렇게 에일은 한참동안 베일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네"
"이 차원에는 '베르엘'이라는 주신이 존재하고···."
"네!"
"수천년 전부터 신의 대리인들이 종종 출현했다?"
"네! 맞아요."
"그리고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펑! 하고 절정ㄱ..아니 엄청난 용사가 되었고?"
"네! 신의 선택을 받았으니깐요!"
흐음····.
"알겠다, 베일. 고맙구나. 나가보거라."
"네! 도련님."
돌파구가···, 보이는 것도 같은데···.
헌데 말이나 되는 소린가?
천외천의 경지에 오른 천마 자신도 단계를 밟아가며 경지를 키워왔다.
헌데 한순단에 고수가 된다니···.
'에잉, 이쪽 놈들도 허풍이 보통이 아니구만.'
'그나저나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군, 낄낄낄.'
천마는 자신의 비기중의 비기인 구라신공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히 상황모면을 위해 내뱉은 그 말이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 채···.
다음날 아침-
자르크 자작과 가족들이 식탁에 모여 앉아있었다.
자르크 자작이 에일을 보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몸은 좀 괜찮으냐?"
"예, 아버지. 멀쩡합니다."
"다행이구나. 그럼 혹시 이 아비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예···."
꿀꺽-
모두의 시선이 에일에게로 집중되었다.
"얼마 전 제가 일주 가량 혼절해 있던 것 기억하십니까?"
"기억하다마다. 종종 그런일이 있지 않았느냐?"
자르크 자작의 말대로 에일은 몸이 허약해 어릴적부터 종종 몇일씩 쓰러지곤 했었다.
"헌데 그건 왜..?"
"아버지, 형님. 놀라지 말고 들어 주십시오."
"그,그래."
"제가 혼절한 사이 무의식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떤..?"
"주신 베르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뭐라?!"
"정말이냐?!"
벌떡- 콰당!
"예, 아버지."
"좀더..좀 더 자세히 말해 보거라."
"예···. 제가 의식을 잃고 무의식에 잠겨 있는 사이 어떤 신령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의 아이야' 하더군요."
천마는 구라신공을 술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어느새 의식이 돌아온 제 앞에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거대하고 신성한 존재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천마는 그저 고대로부터 대대손손 전해오는 전래 이야기를 각색하여 내뱉은 것이었다.
'낄낄낄낄, 나는 역시 무공보다 이게 체질이란 말이지.'
이제 적당히 각색한 이야기를 펼치고 무위를 되찾은 연유를 설명한 뒤 자신의 계획을 펼치면 될 터였다.
그리고 폼나지 않는가!
상제의 사자라니!
무림지존 고금제일마보다 훨씬 낫지않은가!
속으로 낄낄대던 에일이 말을 이어갔다.
"그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아이야, 내 친히 너를 선택하였노라. 베르엘의 이름으로 네게 권능을 내리노니,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를 멸···."
"오오오오!!"
"베르엘이시여!!"
에...? 이게 그렇게까지 탄성할 일인가요..?
"에일 네가, 네가!!"
"네..?"
"신의 대리인일수도 있겠구나!!"
"예?"
"우리 에일이···, 에일이···, 수백년간 마계의 침입으로부터 위기에 빠진 대륙을 구원할 신의 대리인이라니..! 베르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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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륙의 구원자요..?
자르크 영지가 아니라요..?
무언가···,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 에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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