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무림지존 천마
조회 : 1,180 추천 : 0 글자수 : 4,966 자 2022-11-21
아르카인 대륙의 끝자락-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곳.
아케인 왕국의 최남단에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건축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얼핏 성벽과도 같아 보이는 그 건축물은 성벽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높이와 길이를 자랑했다.
기본적으로 성벽은 5m에서 10m사이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데 그곳에 지어진 성벽은 족히 50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로 지어져 있었다.
더욱 특이한 점은 마치 무언가와 단절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그 거대한 성벽에는 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출입의 개념을 배제하고 만들어진 곳,
그곳은 바로 인류 최후의 벽인 '베르샤 장벽' 이었다.
그리고 베르샤 장벽의 바로 앞에는 장벽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정말 끝없이 이어진 거대한 구렁이 존재하고 있었다.
장벽 앞의 구렁은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으며, 그 누구도 구렁의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했다.
구렁속은 붉은 기운을 내뿜는 구름같은 것들이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천장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
구렁 위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치 구렁 전체를 천장으로 덮어놓은 듯 한 형태로 웅장하게 설치가 되어 있었다.
거대한 성벽과 구렁, 그리고 마법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화려하고 황홀한 광경이었으나 눈 앞에서 지켜보고 서 있는 병사들에게는 끔찍한 광경일 뿐이었다.
그 때, 구렁 속에서 무언가가 허공을 뚫고 솟아올랐다.
"쏴라!"
슝-
슝슝 -
성벽에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외쳤고 지휘관의 외침을 신호로 수십발의 화살이 날아갔다.
성벽에서 날아간 화살촉은 특이하게도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퍽 -
퍼버벅-
"끼에에엑!"
수십발의 화살이 구렁위를 향해 쏟아졌고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무언가가 화살에 맞고 검붉은 피를 흘리며 구렁속으로 가라앉았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성벽 앞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뭐였는가?"
"다크쉐이드 한마리입니다. 요즘들어 한번씩 솟아나곤 합니다."
"큰일이군. 별 일 아니어야 될텐데····."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겨우 다크쉐이드 한마리에 불과한데요."
"모르는 소리말게. 한마리든 열마리든 균열이 생겼다는 자체가 문제란 말이네."
"....저는 봉인이란게 이런건줄 미처 몰랐습니다."
베르샤 장벽.
그곳은 세상의 끝, 마계를 봉인 해 놓은 곳이었다.
*********
아케인 왕성 -
"다들 모였나요."
아케인 왕성 중앙에 있는 집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집무실의 중심에는 아케인 왕국의 왕 듀란이 앉아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왕실 마법사 케인과 근위기사단장을 비롯한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모여 있었다.
"베르샤로부터 장계가 왔습니다."
왕실 마법사 케인이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위대한 오러 마스터이신 카인과 대마법사 데커드님을 필두로 한 영웅들의 활약으로 마계가 봉인된 지 100여년이 지났습니다.
헌데 요즘들어 아주 소수이지만 더러운 마계의 괴물들이 봉인을 뚫고 출몰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수는?"
"끽해야 한두마리입니다. 허나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라······."
"그렇겠죠··. 봉인이 희미해진다는 뜻일테니. 마법사들은 어찌되어가고 있습니까?"
"그것이···, 100년전 마계대전 이후로 대륙의 마나의 흐름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년간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곤 합니다.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3서클 이상의 마법사는 힘들다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마저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
백여 년 전 마계대전이 끝이 날 무렵, 마계의 세 대마왕과 대마족들은 봉인을 당하기 직전 아르카인 대륙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그 때문에 아르카인 대륙에는 100년전 마계대전 이후로 마법사가 극도로 희귀해졌다.
국왕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하지만 한명의 마법사가 귀한 실정입니다. 최선을 다해주세요."
"예, 전하."
"오러유저는 어떻게 되어 갑니까?"
"마법사들보다는 나은 실정이나 아시지 않습니까···.
아케인 왕국으로만 한정했을 때 단순 오러유저까지 다 포함한다 해도 채 500명이 되지 않습니다."
근위기사단장이 답답한듯이 말했다.
마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마법사들을 마법을 발현하는 것 만으로도 귀족과 같은 대접을 받았었다.
하지만 마법사들과 달리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는 큰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효율성의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러의 극에 달한 마스터들을 어딜가나 백작에 준하는 작위는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터의 경지는 오러유저 1,000명에 하나가 나올까 말까 한 위대한 경지였다.
따라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검술보다는 마법을 택했었고, 대륙의 검술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휴.. 알겠습니다. 허나 마나가 뒤틀린 이상 오러유저들을 주력으로 키워야 합니다. 힘을 좀 써주세요."
"예, 전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듀란은 생각에 잠겼다.
저주받은 마물들의 침공을 막고 봉인한 지 어언 100여년이 지났건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 찾아들곤 했다.
마물들이 봉인을 뚫고 나타나는 건 종종 있었던 일이건만 왜 이렇게도 마음이 불안한지···.
마계의 마물들은 일반적인 칼과 화살로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오로지 마나의 힘을 실은 마법 혹은 오러를 품은 검만이 마물들을 베어낼 수 있었다.
'그날이 오기전에 좀 더 많은 이들을 양성해야 할 텐데····.'
마음이 답답한 듀란이었다.
*************
십만대산-
저주받은 마교의 본거지.
십만대산의 거대한 봉우리들 사이에 으리으리한 전각이 솟아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의 별장이었다.
"낄낄낄낄."
경박하다 못해 천박해 보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머리칼에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앞섶을 다 풀어헤친 붉은 무복, 날카롭다 못해 찢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한 사람.
천마의 상징이자 애병인 천마검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집어던지고 한손엔 술병을, 한손엔 돈을···.
"아미타불."
"무량수불."
"천존이시여."
마교의 지존인 천마의 별장에서 들릴 수 없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혜각아. 너 술처먹고 고기뜯는거 너네 소림 대머리들도 아냐?"
"아미타불, 천마시주. 마음속의 화는 본디 자신으로부터····."
딱!
천마가 혜각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죽을래? 똑바로 말 해라."
"아미타불, 아미타불··.아이고 형님, 그만좀 하십시요. 저도 어엿한 소림의 방장이자 정파 무림맹의 맹주입니다."
"이게 그래도 죽을라고."
천마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천마를 무당의 도장 허운진인과 화산의 장문 명인이 달려들어 잡았다.
"아이고 참, 그만들 좀 하시지요!"
"너 한번만 더 내 앞에서 아미타불 거리면 죽는다 진짜."
"아미타불···허이고···. 내가 어쩌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어찌 마의 지존 천마와 정파무림의 하늘 소림과 무당, 화산의 지존들이 한자리에 있단 말인가?
"그래도 형님 덕에 우리가 다 살아있는 것 아니겠소?"
"맞습니다..10년전 그날은 정말..끔찍했지요."
10년전 그날을 떠올린 혜각이었다.
10여년 전 무림맹과 마교가 대립하고 있던 시절, 중원 무림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저주받은 용이 나타난 것이다.
비유나 표현이 아니었다.
용처럼 용맹하고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닌 표현 그대로의 용이 중원에 나타난 것이다.
그 용은 검고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는데, 어느 순간 정파 무림에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용은 어느 순간 입에서 거대한 불덩이를 쏟아내었다.
그 불덩이가 어찌나 강력하던지, 초절정고수의 호신강기로도 겨우 막을 수 있었고 절정고수나 그 이하의 무사들은 흔적도 남지 않고 증발해 버렸다.
광기에 날뛰던 그 용은 소림 방장, 무당의 도장, 화산의 장문이 다같이 달려들어도 겨우 생채기 정도만 낼수 있었을 뿐,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십만대산에서 마교의 본거지에서나 날뛰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필이면 정파 무림 한복판에서 사단이 난 것이었다.
이대로 무림이 멸망하나 싶었을 때 그가 나타났다.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
천마는 밤낮으로 용과 싸운 끝에 용을 물리칠 수 있었다.
비록 그놈을 죽이지는 못했으나 용은 결국 꽁지말고 도망쳤고, 도망치는 꼴을 보니 다시 나타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제서야 정파인들은 깨달았다.
천마는 중원을 지배하지 못한것이 아니었다.
지배하지 않은 것이다.
천마가 마음을 먹었다면 이미 중원은 천마의 손 아래 일통 되었을 것이다.
뒤늦게 천마의 무위를 실감한 정파 무림의 대표 소림과 무당, 화산은 천마를 찾아갔다.
천마의 의중을 파악해야 했고 천마가 중원에 내려오는 것 만큼은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천마는 자신을 찾아온 정파인들을 기꺼이 환영해 주었다.
정파 무림과 무림맹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어쩌다보니 비밀리에 형님 동생하며 호형호제 하게 된 것인데 성격이 저리도 지랄맞을 줄이야···.
"무량수불. 여하튼 천마형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 뭐 또 뭐?"
"그...형님 좀 진정하시고····."
검을 치켜들고 째려보는 천마.
"알겠다. 내 한번 들어는 보지."
"그..게 그 용이 다시 나타났답니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곳.
아케인 왕국의 최남단에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건축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얼핏 성벽과도 같아 보이는 그 건축물은 성벽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높이와 길이를 자랑했다.
기본적으로 성벽은 5m에서 10m사이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데 그곳에 지어진 성벽은 족히 50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로 지어져 있었다.
더욱 특이한 점은 마치 무언가와 단절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그 거대한 성벽에는 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출입의 개념을 배제하고 만들어진 곳,
그곳은 바로 인류 최후의 벽인 '베르샤 장벽' 이었다.
그리고 베르샤 장벽의 바로 앞에는 장벽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정말 끝없이 이어진 거대한 구렁이 존재하고 있었다.
장벽 앞의 구렁은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으며, 그 누구도 구렁의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했다.
구렁속은 붉은 기운을 내뿜는 구름같은 것들이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천장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
구렁 위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치 구렁 전체를 천장으로 덮어놓은 듯 한 형태로 웅장하게 설치가 되어 있었다.
거대한 성벽과 구렁, 그리고 마법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화려하고 황홀한 광경이었으나 눈 앞에서 지켜보고 서 있는 병사들에게는 끔찍한 광경일 뿐이었다.
그 때, 구렁 속에서 무언가가 허공을 뚫고 솟아올랐다.
"쏴라!"
슝-
슝슝 -
성벽에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외쳤고 지휘관의 외침을 신호로 수십발의 화살이 날아갔다.
성벽에서 날아간 화살촉은 특이하게도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퍽 -
퍼버벅-
"끼에에엑!"
수십발의 화살이 구렁위를 향해 쏟아졌고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무언가가 화살에 맞고 검붉은 피를 흘리며 구렁속으로 가라앉았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성벽 앞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뭐였는가?"
"다크쉐이드 한마리입니다. 요즘들어 한번씩 솟아나곤 합니다."
"큰일이군. 별 일 아니어야 될텐데····."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겨우 다크쉐이드 한마리에 불과한데요."
"모르는 소리말게. 한마리든 열마리든 균열이 생겼다는 자체가 문제란 말이네."
"....저는 봉인이란게 이런건줄 미처 몰랐습니다."
베르샤 장벽.
그곳은 세상의 끝, 마계를 봉인 해 놓은 곳이었다.
*********
아케인 왕성 -
"다들 모였나요."
아케인 왕성 중앙에 있는 집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집무실의 중심에는 아케인 왕국의 왕 듀란이 앉아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왕실 마법사 케인과 근위기사단장을 비롯한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모여 있었다.
"베르샤로부터 장계가 왔습니다."
왕실 마법사 케인이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위대한 오러 마스터이신 카인과 대마법사 데커드님을 필두로 한 영웅들의 활약으로 마계가 봉인된 지 100여년이 지났습니다.
헌데 요즘들어 아주 소수이지만 더러운 마계의 괴물들이 봉인을 뚫고 출몰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수는?"
"끽해야 한두마리입니다. 허나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라······."
"그렇겠죠··. 봉인이 희미해진다는 뜻일테니. 마법사들은 어찌되어가고 있습니까?"
"그것이···, 100년전 마계대전 이후로 대륙의 마나의 흐름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년간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곤 합니다.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3서클 이상의 마법사는 힘들다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마저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
백여 년 전 마계대전이 끝이 날 무렵, 마계의 세 대마왕과 대마족들은 봉인을 당하기 직전 아르카인 대륙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그 때문에 아르카인 대륙에는 100년전 마계대전 이후로 마법사가 극도로 희귀해졌다.
국왕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하지만 한명의 마법사가 귀한 실정입니다. 최선을 다해주세요."
"예, 전하."
"오러유저는 어떻게 되어 갑니까?"
"마법사들보다는 나은 실정이나 아시지 않습니까···.
아케인 왕국으로만 한정했을 때 단순 오러유저까지 다 포함한다 해도 채 500명이 되지 않습니다."
근위기사단장이 답답한듯이 말했다.
마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마법사들을 마법을 발현하는 것 만으로도 귀족과 같은 대접을 받았었다.
하지만 마법사들과 달리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는 큰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효율성의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러의 극에 달한 마스터들을 어딜가나 백작에 준하는 작위는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터의 경지는 오러유저 1,000명에 하나가 나올까 말까 한 위대한 경지였다.
따라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검술보다는 마법을 택했었고, 대륙의 검술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휴.. 알겠습니다. 허나 마나가 뒤틀린 이상 오러유저들을 주력으로 키워야 합니다. 힘을 좀 써주세요."
"예, 전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듀란은 생각에 잠겼다.
저주받은 마물들의 침공을 막고 봉인한 지 어언 100여년이 지났건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 찾아들곤 했다.
마물들이 봉인을 뚫고 나타나는 건 종종 있었던 일이건만 왜 이렇게도 마음이 불안한지···.
마계의 마물들은 일반적인 칼과 화살로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오로지 마나의 힘을 실은 마법 혹은 오러를 품은 검만이 마물들을 베어낼 수 있었다.
'그날이 오기전에 좀 더 많은 이들을 양성해야 할 텐데····.'
마음이 답답한 듀란이었다.
*************
십만대산-
저주받은 마교의 본거지.
십만대산의 거대한 봉우리들 사이에 으리으리한 전각이 솟아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의 별장이었다.
"낄낄낄낄."
경박하다 못해 천박해 보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머리칼에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앞섶을 다 풀어헤친 붉은 무복, 날카롭다 못해 찢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한 사람.
천마의 상징이자 애병인 천마검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집어던지고 한손엔 술병을, 한손엔 돈을···.
"아미타불."
"무량수불."
"천존이시여."
마교의 지존인 천마의 별장에서 들릴 수 없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혜각아. 너 술처먹고 고기뜯는거 너네 소림 대머리들도 아냐?"
"아미타불, 천마시주. 마음속의 화는 본디 자신으로부터····."
딱!
천마가 혜각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죽을래? 똑바로 말 해라."
"아미타불, 아미타불··.아이고 형님, 그만좀 하십시요. 저도 어엿한 소림의 방장이자 정파 무림맹의 맹주입니다."
"이게 그래도 죽을라고."
천마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천마를 무당의 도장 허운진인과 화산의 장문 명인이 달려들어 잡았다.
"아이고 참, 그만들 좀 하시지요!"
"너 한번만 더 내 앞에서 아미타불 거리면 죽는다 진짜."
"아미타불···허이고···. 내가 어쩌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어찌 마의 지존 천마와 정파무림의 하늘 소림과 무당, 화산의 지존들이 한자리에 있단 말인가?
"그래도 형님 덕에 우리가 다 살아있는 것 아니겠소?"
"맞습니다..10년전 그날은 정말..끔찍했지요."
10년전 그날을 떠올린 혜각이었다.
10여년 전 무림맹과 마교가 대립하고 있던 시절, 중원 무림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저주받은 용이 나타난 것이다.
비유나 표현이 아니었다.
용처럼 용맹하고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닌 표현 그대로의 용이 중원에 나타난 것이다.
그 용은 검고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는데, 어느 순간 정파 무림에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용은 어느 순간 입에서 거대한 불덩이를 쏟아내었다.
그 불덩이가 어찌나 강력하던지, 초절정고수의 호신강기로도 겨우 막을 수 있었고 절정고수나 그 이하의 무사들은 흔적도 남지 않고 증발해 버렸다.
광기에 날뛰던 그 용은 소림 방장, 무당의 도장, 화산의 장문이 다같이 달려들어도 겨우 생채기 정도만 낼수 있었을 뿐,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십만대산에서 마교의 본거지에서나 날뛰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필이면 정파 무림 한복판에서 사단이 난 것이었다.
이대로 무림이 멸망하나 싶었을 때 그가 나타났다.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
천마는 밤낮으로 용과 싸운 끝에 용을 물리칠 수 있었다.
비록 그놈을 죽이지는 못했으나 용은 결국 꽁지말고 도망쳤고, 도망치는 꼴을 보니 다시 나타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제서야 정파인들은 깨달았다.
천마는 중원을 지배하지 못한것이 아니었다.
지배하지 않은 것이다.
천마가 마음을 먹었다면 이미 중원은 천마의 손 아래 일통 되었을 것이다.
뒤늦게 천마의 무위를 실감한 정파 무림의 대표 소림과 무당, 화산은 천마를 찾아갔다.
천마의 의중을 파악해야 했고 천마가 중원에 내려오는 것 만큼은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천마는 자신을 찾아온 정파인들을 기꺼이 환영해 주었다.
정파 무림과 무림맹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어쩌다보니 비밀리에 형님 동생하며 호형호제 하게 된 것인데 성격이 저리도 지랄맞을 줄이야···.
"무량수불. 여하튼 천마형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 뭐 또 뭐?"
"그...형님 좀 진정하시고····."
검을 치켜들고 째려보는 천마.
"알겠다. 내 한번 들어는 보지."
"그..게 그 용이 다시 나타났답니다."
작가의 말
네이버 베스트리그에서 넘어왔어요
잘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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