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것같아
조회 : 869 추천 : 0 글자수 : 5,442 자 2022-11-22
부담스럽다.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워서 돌아버릴 것 같다.
'내가 어쩌자고···.'
초롱초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에일은 심장 한구석이 찌르르 하는것을 느꼈다.
'나에게 아직 양심이라는게 남아 있었던가··.'
"저··아버지?"
"왜그러느냐?"
"형..님?"
"그래그래 에일아."
"그···, 일단 확실한게 아니니깐요. 당분간은 비밀로 했으면 합니다."
"어찌 그러느냐? 응당 성국으로 가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니라."
"그..렇긴 한데."
순간 에일의 머리로 무언가가 번뜩 스쳐 지나갔다.
"케일러 백작의 일도 그렇고, 아직 제 힘이 완전치 않습니다. 자작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준비가 될 때 까지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성국이라니, 성국이라니!
이대로 성국에 갔다간 보나마나 구라신공이 탄로나 악랄하기로 유명한 성국의 지하감옥에 갇힐것이 분명했다.
천마시절 무위의 십분지 일도 되찾지 못한 지금은 자칫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자신 뿐 아니라 자르크 자작령 역시 주신을 모독한 죄로 이단으로 몰려 풍비박산이 날 것이 분명했다.
에스파넬 연합국이 비록 중앙대륙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는 하나, 마계의 입구가 완전히 봉인되지 않은 지금 성국을 거스를 배짱이 있는 나라는 없었다.
"하긴··. 듣고보니 그렇구나."
케일러 백작의 무리들을 떠올린 자르크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무슨짓을 할 지 모르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뜻대로 하거라."
"예, 아버지.
저기··, 에른 형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뭐든 물어보거라."
"저..오러유저의 기준이 뭡니까?"
"에일 너··. 아무리 검에 관심이 없다고는 하나 어찌 그런것도 모른단 말이냐?"
"하하··, 뭐··."
에일이 말끝을 흐렸다.
"그래, 내 설명해 줄 테니 잘 듣거라."
"옙, 형님."
한참동안 에른의 설명이 이어졌다. 마계의 침공, 마나의 뒤틀림, 오러유저의 단계, 오러마스터 등···.
"········하여 현재 대륙에 존재하는 오러마스터는 일곱 분 뿐이란다."
천마는 정말이지 기가막히고 코가막혔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의원이고 아비고 난리법석을 떨더니 뭐, 오러유저?
에른의 설명대로라면 오러유저란 무림의 상급무사, 상급 오러유저라 해도 갓 절정에 들어갈 정도의 고수를 뜻하는 말이었다.
오러마스터 역시 초절정에 들지 못한 완숙한 절정의 경지 정도였다.
끙···. 대체 이놈의 대륙은 땅덩이만 거대했지 그 오랜 역사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정도 수준이라면 신교 전체가 나설것도 없이 마위와 혈랑대만 나서도 한 왕국이 휘청휘청 할 터였다.
에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른이 말했다.
"허니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허나 아직까지 가능성의 이야기일 뿐, 오러유저가 된 것은 아니니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예.....형님."
오러유저의 이름따위 줘도 발로 뻥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기대감 어린 에른의 눈빛을 보며 에일은 순순히 대답했다.
"허면 이제부터 어찌 할 생각이냐? 나랑같이 수련 해 볼 테냐?"
"아닙니다 형님. 베르엘..님께서 인도해주시는대로 따라가려 합니다."
"오오, 베르엘님께서 무언가 알려주시더냐?"
"예, 형님. 허나 아직 완전하지 않은지라··, 확실해지면 형님께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베르엘님이 내려주신 방법이라면 틀림없겠지! 기대하고 있으마."
"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졸지에 천마신교의 내가공법이 듣도보도 못한 신의 은총이 되게 생겼군.'
노리스는 몇일 째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자신과 대련인 한 후 에일 도련님이 쓰러져 몇일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첫째 도련님에게 물어봐도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혹여 자신 때문에 도련님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전전긍긍 하던 때 마침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리스!"
"도련님!!"
노리스가 다가오는 에일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들었다.
딱-
"어딜 감히 선임기사님 몸에 손을!"
"크흑, 근데 도렴님은 기사가 아니잖습니까."
에엥? 듣고보니 그렇네···.
"흠흠, 그냥 도련님이라 불러."
"예, 도련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저는 정말 저때문에 도련님이 어떻게 되시는 줄 알고····."
딱-
"악!"
노리스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네 능력을 너무 과신하지마."
"헌데 도련님, 말씀이 좀 짧아지신 것 같습니다."
"불만이야?"
"하하, 그럴리가요. 저 노리스 하멜,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내 아닙니다."
"좋아. 당연히 그래야지."
"헌데 이제 어쩌실겁니까?"
"어쩌긴 뭘 어째."
"크, 멋지지 않습니까. 몰락해가는 자작가의 짐짝 취급받던 차남, 고수가 되어 돌아오다!"
"이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그리고 내가 고수인지 알게뭐야?"
"훗, 지켜만 본 자들은 절대 모를겁니다. 하지만 도련님과 검을 섞어본 저는 알 수 있습니다. 도련님은 장차 크게되실 분이라는 걸."
'장차가 아니라 이미 크다 이놈아.'
에일은 노리스를 적당히 키워 볼 생각이었다.
자고로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쓸만한 수하 한명쯤은 있어야 편한 법.
그래서 중원에서도 심심하면 마위나 혜각을 달고 다니지 않았던가?
허나 지금 노리스의 수준은 천마의 기준으로 봤을 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고수들과의 대결은 고사하고 녹림채의 산적 어중이떠중이들한테도 칼맞아죽기 딱 좋은 수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나···.'
"일단, 필요한 것들이 좀 있어."
"옙 도련님. 말씀만 하십쇼!"
"이거랑, 이거랑, 저거랑···."
"이...걸 다 어디 쓰시려구요?"
"잔말말고 구해오기나 해."
"넵,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 다 구하면 나한테 와."
"저..도련님."
"왜?"
"돈은····."
"뭐?"
"돈··."
"뭐어어?"
"아닙니다."
'짜식이, 내가 한때 소림의 예불함도 털어먹은 몸이다 이놈아.'
****
키에르 백작령-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말했다.
"백작님, 셰론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들라 해."
"예."
벌컥-
상기된 표정으로 후다닥 들어오는 셰론.
셰론은 백작의 앞에 오자마자 납작 엎드렸다.
"백작님."
"어찌되었나?"
"예, 백작님. 연합궁을 포함한 제르먼 영지, 로먼 영지 모두 백작님의 의견대로 하겠단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클클, 그렇겠지. 자르크 자작과 신의를 지킨답시고 나랑 척을 지기는 싫을테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백작님."
"좋군. 마나석의 보유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통과정을 저희가 대신 하는 조건으로 가격 조정도 어느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르크 마광산을 계획대로 가져온다면 손해를 메꾸는데 몇년 안걸리겠군."
"맞습니다 백작님."
"좋군 좋아. 계획에 차질없도록 진행하도록 하게."
"예, 알겠사옵니다, 헌데··."
"뭔가?"
"자르크 자작령에 오러유저가 없다고는 하나 자르크 기사단은 저희 일개 상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기사들이 아니옵니다.
만에 하나 저들과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찌해야 할지···."
"흠, 자르크 자작의 성격상 무력시위는 하지 않을 듯 싶은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만에 하나라는게 있는지라··, 사실 마나석의 운반도 걱정입니다. 혹여 탈취라도 당할까 하여···."
"무슨 말인지 알겠네. 일리가 있군. 마르스와 휴렌은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 팬텀기사단 절반과 팬텀나이트를 붙여주도록 하지."
"감, 감사합니다 백작님."
"나가보게."
"예,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저벅저벅-
셰론이 나가는 것을 본 백작이 외쳤다.
"여봐라!"
"예, 백작각하."
"지금 당장 팬텀 기사단을 들라하라."
"예."
******
자르크 자작령-
"저, 저 도련님."
"왜."
"이게 정말 도움이 됩니까..?"
노리스의 팔다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푸들푸들 흔들리고 있었다.
기마자세를 하고 있는 노리스의 팔과 허벅지에는 각각 스무근짜리 묵철이 놓여져 있었다.
노리스는 죽을 맛이었다.
대련할 때 에일이 보여줬던 움직임은 실로 놀라웠다.
난생 처음 보는 움직임, 검의 휘두름, 자신의 공격을 흘려내던 얇디 얇은 팔.
그 놀라운 신위를 자신이 펼칠수만 있다면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해도 이겨 낼 자신이 있었다.
헌데 이건 아니었다. 저 도련놈은 마보자세를 취하게 하더니 한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유지시켰다.
덜덜덜 온몸을 떨고있는 자신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더니 (이때 끝난 줄 알았다. 진짜로.) 대자로 뻗어있는 자신에게 다시 마보자세를 시켰다.
그것만 해도 끔찍한데 온몸을 파르르 떨며 버티고 있는 자신의 팔과 허벅지에 웬 금속덩어리를 묶었다.
크어어어억-
느껴지는 무게가 족히 개당 15kg는 되는 것 같았다.
대체 이게 검술이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끄어어어억-
이와중에 저 망할 도련놈은 자신이 고문같은 훈련을 당하는 동안 바닥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파들파들 떨리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킬킬대면서 쿠키를 집어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
망할 도련놈을 쳐다보며 노리스는 언젠간 꼭, 저 밉살스러운 얼굴에 한방 날려주리라 다짐했다.
훗날,
수많은 영웅담과 전설을 만들어 낸 쾌검 노리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워서 돌아버릴 것 같다.
'내가 어쩌자고···.'
초롱초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에일은 심장 한구석이 찌르르 하는것을 느꼈다.
'나에게 아직 양심이라는게 남아 있었던가··.'
"저··아버지?"
"왜그러느냐?"
"형..님?"
"그래그래 에일아."
"그···, 일단 확실한게 아니니깐요. 당분간은 비밀로 했으면 합니다."
"어찌 그러느냐? 응당 성국으로 가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니라."
"그..렇긴 한데."
순간 에일의 머리로 무언가가 번뜩 스쳐 지나갔다.
"케일러 백작의 일도 그렇고, 아직 제 힘이 완전치 않습니다. 자작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준비가 될 때 까지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성국이라니, 성국이라니!
이대로 성국에 갔다간 보나마나 구라신공이 탄로나 악랄하기로 유명한 성국의 지하감옥에 갇힐것이 분명했다.
천마시절 무위의 십분지 일도 되찾지 못한 지금은 자칫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자신 뿐 아니라 자르크 자작령 역시 주신을 모독한 죄로 이단으로 몰려 풍비박산이 날 것이 분명했다.
에스파넬 연합국이 비록 중앙대륙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는 하나, 마계의 입구가 완전히 봉인되지 않은 지금 성국을 거스를 배짱이 있는 나라는 없었다.
"하긴··. 듣고보니 그렇구나."
케일러 백작의 무리들을 떠올린 자르크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무슨짓을 할 지 모르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뜻대로 하거라."
"예, 아버지.
저기··, 에른 형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뭐든 물어보거라."
"저..오러유저의 기준이 뭡니까?"
"에일 너··. 아무리 검에 관심이 없다고는 하나 어찌 그런것도 모른단 말이냐?"
"하하··, 뭐··."
에일이 말끝을 흐렸다.
"그래, 내 설명해 줄 테니 잘 듣거라."
"옙, 형님."
한참동안 에른의 설명이 이어졌다. 마계의 침공, 마나의 뒤틀림, 오러유저의 단계, 오러마스터 등···.
"········하여 현재 대륙에 존재하는 오러마스터는 일곱 분 뿐이란다."
천마는 정말이지 기가막히고 코가막혔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의원이고 아비고 난리법석을 떨더니 뭐, 오러유저?
에른의 설명대로라면 오러유저란 무림의 상급무사, 상급 오러유저라 해도 갓 절정에 들어갈 정도의 고수를 뜻하는 말이었다.
오러마스터 역시 초절정에 들지 못한 완숙한 절정의 경지 정도였다.
끙···. 대체 이놈의 대륙은 땅덩이만 거대했지 그 오랜 역사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정도 수준이라면 신교 전체가 나설것도 없이 마위와 혈랑대만 나서도 한 왕국이 휘청휘청 할 터였다.
에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른이 말했다.
"허니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허나 아직까지 가능성의 이야기일 뿐, 오러유저가 된 것은 아니니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예.....형님."
오러유저의 이름따위 줘도 발로 뻥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기대감 어린 에른의 눈빛을 보며 에일은 순순히 대답했다.
"허면 이제부터 어찌 할 생각이냐? 나랑같이 수련 해 볼 테냐?"
"아닙니다 형님. 베르엘..님께서 인도해주시는대로 따라가려 합니다."
"오오, 베르엘님께서 무언가 알려주시더냐?"
"예, 형님. 허나 아직 완전하지 않은지라··, 확실해지면 형님께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베르엘님이 내려주신 방법이라면 틀림없겠지! 기대하고 있으마."
"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졸지에 천마신교의 내가공법이 듣도보도 못한 신의 은총이 되게 생겼군.'
노리스는 몇일 째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자신과 대련인 한 후 에일 도련님이 쓰러져 몇일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첫째 도련님에게 물어봐도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혹여 자신 때문에 도련님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전전긍긍 하던 때 마침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리스!"
"도련님!!"
노리스가 다가오는 에일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들었다.
딱-
"어딜 감히 선임기사님 몸에 손을!"
"크흑, 근데 도렴님은 기사가 아니잖습니까."
에엥? 듣고보니 그렇네···.
"흠흠, 그냥 도련님이라 불러."
"예, 도련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저는 정말 저때문에 도련님이 어떻게 되시는 줄 알고····."
딱-
"악!"
노리스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네 능력을 너무 과신하지마."
"헌데 도련님, 말씀이 좀 짧아지신 것 같습니다."
"불만이야?"
"하하, 그럴리가요. 저 노리스 하멜,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내 아닙니다."
"좋아. 당연히 그래야지."
"헌데 이제 어쩌실겁니까?"
"어쩌긴 뭘 어째."
"크, 멋지지 않습니까. 몰락해가는 자작가의 짐짝 취급받던 차남, 고수가 되어 돌아오다!"
"이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그리고 내가 고수인지 알게뭐야?"
"훗, 지켜만 본 자들은 절대 모를겁니다. 하지만 도련님과 검을 섞어본 저는 알 수 있습니다. 도련님은 장차 크게되실 분이라는 걸."
'장차가 아니라 이미 크다 이놈아.'
에일은 노리스를 적당히 키워 볼 생각이었다.
자고로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쓸만한 수하 한명쯤은 있어야 편한 법.
그래서 중원에서도 심심하면 마위나 혜각을 달고 다니지 않았던가?
허나 지금 노리스의 수준은 천마의 기준으로 봤을 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고수들과의 대결은 고사하고 녹림채의 산적 어중이떠중이들한테도 칼맞아죽기 딱 좋은 수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나···.'
"일단, 필요한 것들이 좀 있어."
"옙 도련님. 말씀만 하십쇼!"
"이거랑, 이거랑, 저거랑···."
"이...걸 다 어디 쓰시려구요?"
"잔말말고 구해오기나 해."
"넵,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 다 구하면 나한테 와."
"저..도련님."
"왜?"
"돈은····."
"뭐?"
"돈··."
"뭐어어?"
"아닙니다."
'짜식이, 내가 한때 소림의 예불함도 털어먹은 몸이다 이놈아.'
****
키에르 백작령-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말했다.
"백작님, 셰론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들라 해."
"예."
벌컥-
상기된 표정으로 후다닥 들어오는 셰론.
셰론은 백작의 앞에 오자마자 납작 엎드렸다.
"백작님."
"어찌되었나?"
"예, 백작님. 연합궁을 포함한 제르먼 영지, 로먼 영지 모두 백작님의 의견대로 하겠단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클클, 그렇겠지. 자르크 자작과 신의를 지킨답시고 나랑 척을 지기는 싫을테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백작님."
"좋군. 마나석의 보유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통과정을 저희가 대신 하는 조건으로 가격 조정도 어느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르크 마광산을 계획대로 가져온다면 손해를 메꾸는데 몇년 안걸리겠군."
"맞습니다 백작님."
"좋군 좋아. 계획에 차질없도록 진행하도록 하게."
"예, 알겠사옵니다, 헌데··."
"뭔가?"
"자르크 자작령에 오러유저가 없다고는 하나 자르크 기사단은 저희 일개 상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기사들이 아니옵니다.
만에 하나 저들과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찌해야 할지···."
"흠, 자르크 자작의 성격상 무력시위는 하지 않을 듯 싶은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만에 하나라는게 있는지라··, 사실 마나석의 운반도 걱정입니다. 혹여 탈취라도 당할까 하여···."
"무슨 말인지 알겠네. 일리가 있군. 마르스와 휴렌은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 팬텀기사단 절반과 팬텀나이트를 붙여주도록 하지."
"감, 감사합니다 백작님."
"나가보게."
"예,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저벅저벅-
셰론이 나가는 것을 본 백작이 외쳤다.
"여봐라!"
"예, 백작각하."
"지금 당장 팬텀 기사단을 들라하라."
"예."
******
자르크 자작령-
"저, 저 도련님."
"왜."
"이게 정말 도움이 됩니까..?"
노리스의 팔다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푸들푸들 흔들리고 있었다.
기마자세를 하고 있는 노리스의 팔과 허벅지에는 각각 스무근짜리 묵철이 놓여져 있었다.
노리스는 죽을 맛이었다.
대련할 때 에일이 보여줬던 움직임은 실로 놀라웠다.
난생 처음 보는 움직임, 검의 휘두름, 자신의 공격을 흘려내던 얇디 얇은 팔.
그 놀라운 신위를 자신이 펼칠수만 있다면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해도 이겨 낼 자신이 있었다.
헌데 이건 아니었다. 저 도련놈은 마보자세를 취하게 하더니 한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유지시켰다.
덜덜덜 온몸을 떨고있는 자신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더니 (이때 끝난 줄 알았다. 진짜로.) 대자로 뻗어있는 자신에게 다시 마보자세를 시켰다.
그것만 해도 끔찍한데 온몸을 파르르 떨며 버티고 있는 자신의 팔과 허벅지에 웬 금속덩어리를 묶었다.
크어어어억-
느껴지는 무게가 족히 개당 15kg는 되는 것 같았다.
대체 이게 검술이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끄어어어억-
이와중에 저 망할 도련놈은 자신이 고문같은 훈련을 당하는 동안 바닥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파들파들 떨리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킬킬대면서 쿠키를 집어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
망할 도련놈을 쳐다보며 노리스는 언젠간 꼭, 저 밉살스러운 얼굴에 한방 날려주리라 다짐했다.
훗날,
수많은 영웅담과 전설을 만들어 낸 쾌검 노리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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