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마나의 축복을 받은것을 축하한다
조회 : 826 추천 : 0 글자수 : 5,648 자 2022-11-22
노리스와 에일이 함께 수련을 한지 몇주가 지났다.
수련?
이게 수련은 맞나?
이런걸 수련이라고 할 수 있나?
노리스의 몰골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탄력있던 피부는 푸석푸석해져 있었고, 살이 쏙 빠져 마치 리치와 같은 몰골이었다.
어깨는 항상 축 처져 있었으며 식사 시간에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저러다 죽지···.'
'저게 대체 뭐하는거람··.'
한때 동료기사였던 자들이 노리스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허나 선임기사와 전담기사 사이의 일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인 룰,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나쁜놈들
도련님은 기사도 아닌데···.
꾸역꾸역 밥을 먹는 노리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저승사자가 부르든 듯한···.
"노리스!"
"예···, 도련님."
"다먹었으면 수련하러 가야지."
"예····."
'이번 생은 글렀어.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노리스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에일을 따라갔다.
수련, 수련, 또 수련.
마보자세를 두시간 가량 한 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명상을 한다.
그리고는 에일과 대련을 하는데 온 몸 구석구석 안두들겨 맞는 곳이 없었다.
정말 골고루 잘 패는 인간이다 싶었다.
그리고는 다시 명상을 하는데, 이때는 에일이 노리스의 등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하도 많이 두들겨 맞아서 언제 어디를 때리는지 다 외울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마보자세를 하는데, 이 때 올리는 묵철은 정말이지···무거웠다.
이 때 항상 저 망할 도련놈은 누워서 책을 보거나, 쿠키를 먹거나, 킬킬거리며 자신을 쳐다보는데 그 순간이 제일 지옥같았다.
요새는 다행히 열받는 행동은 안하는데, 커다란 솥을 가져와서는 이상한 약초들을 이것저것 집어넣고 끓여댔다.
이러한 일상을 몇주째 반복하고 있으니···,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다.
터덜터덜 걸어가던 노리스의 귀에 징글징글한 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마보자세는 졸업이다."
"예?"
"이제 그 기마자세 안해도 된다고."
"저, 정말입니까?"
"그래, 이제 다음단계로 넘어가야지. 그래도 가부좌는 계속 해야 하니라."
"무, 물론입니다. 물론입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뭘 새삼스레 감사할 것 까지야···."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저도 그 휙휙 날아다니는 검술 배우는 겁니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쳐다보는 노리스를 보고는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에일이었다.
"그..바로는 안 돼. 아직 몇가지 단계가 남았어."
곧장 시무룩해진 노리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마보자세를 졸업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그렇지! 난 노리스를 믿고 있었다고! 그럼 오늘부터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
"좋습니다. 하나하나 하다보면 언젠간 도착하겠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어느덧 자르크 영지의 뒷편에 있는 산맥에 도착했다.
마광산이 있는 이 산맥은 마치 칼로 베어놓은 듯한 급경사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자그마치 50m는 되어보이는 높이였고 발디딜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절벽이었다.
"우와아아, 절경이네요. 저도 자르크 영지에 오래 살았지만 이런곳은 처음 와 봅니다."
"흠, 이정도면 적당하겠네."
"도련님, 신기하지 않으세요? 너무 멋진데···."
"이쯤이면 좋으려나···."
"근데 여기서 무슨 수련을 하죠? 벽 두들기기라도 하나요? 하하."
"흐음····."
"에,에이. 설마 정말로 벽 두들기기···."
"아앗 참 시끄러! 벽은 무슨놈의 벽을 두들기냐! 무슨 외공을 익힐것도 아닌데···."
"그,그쵸? 설마 설마 했어요, 하.하.하.
그럼 뭘 하면 될까요?"
"......"
에일이 말없이 절벽위를 쳐다보았다.
노리스는 에일이 무슨말을 하려는 지 알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체하며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 생각해보니까 벽치는것도 좋은 수련일것같지 않나요? 하하···."
"뭐해?"
"네..?"
"올라가."
에일이 턱짓으로 절벽을 가르쳤다.
으아아아아아악!!
고함소리가 들리며 절벽에서 한 인영이 추락했다.
"에잇, 거 참."
타다닷-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 절벽을 타고 올라 간 에일이 떨어지는 노리스를 잡아챘다.
"헉···헉···."
정신이 반 쯤 나간 노리스가 에일을 노려보았다.
"언제..대체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응? 그거야 당연히 다 올라갈때까지지."
뭘 그런 당연한걸 묻냐는 눈빛으로 대답하는 에일.
"헉···.헉, 저거 다 하면, 저도 도련님처럼 할 수 있습니까···헉···헉···."
에일의 눈이 반짝 빛났다.
"너 하기 나름이지."
"다시···다시 해 보겠습니다."
"좋아. 힘 내라고."
끄아아아아아악!!
다시 노리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2주 후-
노리스는 이주가량 되는 시간을 절벽을 오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들겨 맞고 에일의 대련을 빙자한 폭력을 맞으며 보냈다.
'이제 슬슬 준비가 된 것 같군.'
여느날처럼 훈련을 마친 에일은 늦은 밤 노리스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노리스는 이제 절벽도 곧잘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똑똑-
"도련님? 저 노리스입니다."
"들어와."
벌컥-
문이 열리며 노리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노리스의 눈에는 불안과 불신이 가득했다.
대체 저 망나니가 이번엔 뭔 고생을 시키려고···.
아닌게 아니라 현재 노리스의 상태는 처참했다. 개방의 거지도 저것보단 사람답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늘은."
"....."
꿀꺽-
"조금 진지해야 할 것 같다."
"예?"
딸깍-
에일은 작은 함에서 오묘한 색으로 빛나는 구슬처럼 생긴 알약을 꺼냈다.
"가부좌를 틀어라."
"...."
평소에 볼 수 없는 진지한 에일의 모습에 노리스는 군말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노리스."
"예, 도련님."
"날 믿어?"
"아뇨."
딱-
"진지하다니깐···."
"진짠데요."
퍽- 퍽-
"자식이···."
"....."
"아플거다."
"...."
"참아라."
"예..!"
"몸이 기억하는대로 움직여라."
"예."
에일은 노리스에게 알약을 건넸다.
"먹어라."
꿀꺽-
손에 쥐어진 알약을 단번에 삼킨 노리스. 순간 아랫배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입을 다물어라. 입을 여는순간 죽을수도 있다."
'끄으으으읍!!!'
배를 뚫고 나올것만 같은 엄청난 고통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마치 마계의 불을 삼킨 것 마냥 타오르는 것 같았다.
에일은 노리스의 등에 손을 대고 말했다.
"올라오는 기운을 거스르지 마라. 이미 너에게 필요한 혈은 모두 뚫어놓았다. 참아내라."
'으으으읍!!'
불같은 기운이 순식간에 아랫배에서 입쪽까지 튀어올라왔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아랫배를 향해 내리쳤다.
승장혈과 회음혈, 백회혈과 은교혈.
영단의 기운이 노리스의 양 맥을 엄청난 속도로 두드려댔다.
미친듯이 아래위로 휘몰아치는 불과같은 기운에 노리스는 정신이 나갈것만 같았다.
끊임없이 등을 두들겨대는 에일이 아니였다면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
"조금만 더 참아라. 다 끝나가니."
'끄아아악!'
쿠와아아아아아-
몸속을 미친듯이 휘몰아치던 기운이 어느새 모여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어 쉴새없이 회전하는 게 느껴졌다.
파아아아아-
순식간에 회전을 멈춘 기운이 순간적으로 폭팔하더니 아랫배로 몰려들었다.
온 오장육부를 다 태워낼 것 같던 기운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고, 아랫배에서부터 은은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축하한다, 노리스."
"끄으으···. 죽일거다···. 망할 도련 놈···."
털썩-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도 자각을 못한 채, 노리스의 의식이 점점 흐려져갔다.
짹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 노리스.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밖에서는 수련이 한창인 소리가 들려왔다.
"끄응···."
어제의 고통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 했다.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극악의 고통.
헌데···.
몸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마치 몸의 무게가 없어져버린 듯한, 문자 그대로 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망할 도련놈과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아니 어쩌면 그 이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이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율리아나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앞은 연무장일텐데, 위험하실텐데···.
창문을 열어 아가씨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 계신거지?'
그때 노리스의 눈에 저- 멀리서 에른 도련님과 뛰어노는 아가씨의 모습이 보였다.
'어찌 저기서 내신 소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먼 하늘에서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헌데 굉장히 거슬렸다.
멀리서 날아다니는 새의 발톱에 붙은 벌레 한마리가···?
노리스가 눈을 꿈뻑꿈뻑 거렸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먼 산을 쳐다보았다.
나뭇가지에 붙어 꿈틀거리는 벌레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무슨..?'
노리스는 급히 눈을 감고 에일이 알려준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아랫배 한가운데 엄청난 기운이 몰려있는것이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가공할 만한 기운이···.
"기분이 어때?"
어느새 나타난 에일이 벽에 기대어 한쪽 다리를 꼰 채로 물었다.
"도 도련님, 이건 설마···."
"그래 맞아, 노리스."
"......"
"마나의 축복을 받은것을 축하한다."
울컥-
노리스는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꾹 참았다.
꿈에서나 그리던 경지, 자르크 자작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가로 완전히 머리속에서 지워버린 목표.
평생을 이정표로 삼고 달려온 목표가 사라져버렸을 때 얼마나 허무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심으로 남은 기사, 노리스.
그간의 세월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도련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죽인다며."
"예..?"
"망할 도련놈...?"
까드득-
주먹을 움켜쥐고 다가오는 에일을 보며 노리스는 생각했다.
'그냥 죽을까···.'
수련?
이게 수련은 맞나?
이런걸 수련이라고 할 수 있나?
노리스의 몰골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탄력있던 피부는 푸석푸석해져 있었고, 살이 쏙 빠져 마치 리치와 같은 몰골이었다.
어깨는 항상 축 처져 있었으며 식사 시간에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저러다 죽지···.'
'저게 대체 뭐하는거람··.'
한때 동료기사였던 자들이 노리스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허나 선임기사와 전담기사 사이의 일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인 룰,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나쁜놈들
도련님은 기사도 아닌데···.
꾸역꾸역 밥을 먹는 노리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저승사자가 부르든 듯한···.
"노리스!"
"예···, 도련님."
"다먹었으면 수련하러 가야지."
"예····."
'이번 생은 글렀어.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노리스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에일을 따라갔다.
수련, 수련, 또 수련.
마보자세를 두시간 가량 한 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명상을 한다.
그리고는 에일과 대련을 하는데 온 몸 구석구석 안두들겨 맞는 곳이 없었다.
정말 골고루 잘 패는 인간이다 싶었다.
그리고는 다시 명상을 하는데, 이때는 에일이 노리스의 등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하도 많이 두들겨 맞아서 언제 어디를 때리는지 다 외울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마보자세를 하는데, 이 때 올리는 묵철은 정말이지···무거웠다.
이 때 항상 저 망할 도련놈은 누워서 책을 보거나, 쿠키를 먹거나, 킬킬거리며 자신을 쳐다보는데 그 순간이 제일 지옥같았다.
요새는 다행히 열받는 행동은 안하는데, 커다란 솥을 가져와서는 이상한 약초들을 이것저것 집어넣고 끓여댔다.
이러한 일상을 몇주째 반복하고 있으니···,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다.
터덜터덜 걸어가던 노리스의 귀에 징글징글한 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마보자세는 졸업이다."
"예?"
"이제 그 기마자세 안해도 된다고."
"저, 정말입니까?"
"그래, 이제 다음단계로 넘어가야지. 그래도 가부좌는 계속 해야 하니라."
"무, 물론입니다. 물론입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뭘 새삼스레 감사할 것 까지야···."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저도 그 휙휙 날아다니는 검술 배우는 겁니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쳐다보는 노리스를 보고는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에일이었다.
"그..바로는 안 돼. 아직 몇가지 단계가 남았어."
곧장 시무룩해진 노리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마보자세를 졸업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그렇지! 난 노리스를 믿고 있었다고! 그럼 오늘부터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
"좋습니다. 하나하나 하다보면 언젠간 도착하겠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어느덧 자르크 영지의 뒷편에 있는 산맥에 도착했다.
마광산이 있는 이 산맥은 마치 칼로 베어놓은 듯한 급경사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자그마치 50m는 되어보이는 높이였고 발디딜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절벽이었다.
"우와아아, 절경이네요. 저도 자르크 영지에 오래 살았지만 이런곳은 처음 와 봅니다."
"흠, 이정도면 적당하겠네."
"도련님, 신기하지 않으세요? 너무 멋진데···."
"이쯤이면 좋으려나···."
"근데 여기서 무슨 수련을 하죠? 벽 두들기기라도 하나요? 하하."
"흐음····."
"에,에이. 설마 정말로 벽 두들기기···."
"아앗 참 시끄러! 벽은 무슨놈의 벽을 두들기냐! 무슨 외공을 익힐것도 아닌데···."
"그,그쵸? 설마 설마 했어요, 하.하.하.
그럼 뭘 하면 될까요?"
"......"
에일이 말없이 절벽위를 쳐다보았다.
노리스는 에일이 무슨말을 하려는 지 알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체하며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 생각해보니까 벽치는것도 좋은 수련일것같지 않나요? 하하···."
"뭐해?"
"네..?"
"올라가."
에일이 턱짓으로 절벽을 가르쳤다.
으아아아아아악!!
고함소리가 들리며 절벽에서 한 인영이 추락했다.
"에잇, 거 참."
타다닷-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 절벽을 타고 올라 간 에일이 떨어지는 노리스를 잡아챘다.
"헉···헉···."
정신이 반 쯤 나간 노리스가 에일을 노려보았다.
"언제..대체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응? 그거야 당연히 다 올라갈때까지지."
뭘 그런 당연한걸 묻냐는 눈빛으로 대답하는 에일.
"헉···.헉, 저거 다 하면, 저도 도련님처럼 할 수 있습니까···헉···헉···."
에일의 눈이 반짝 빛났다.
"너 하기 나름이지."
"다시···다시 해 보겠습니다."
"좋아. 힘 내라고."
끄아아아아아악!!
다시 노리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2주 후-
노리스는 이주가량 되는 시간을 절벽을 오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들겨 맞고 에일의 대련을 빙자한 폭력을 맞으며 보냈다.
'이제 슬슬 준비가 된 것 같군.'
여느날처럼 훈련을 마친 에일은 늦은 밤 노리스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노리스는 이제 절벽도 곧잘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똑똑-
"도련님? 저 노리스입니다."
"들어와."
벌컥-
문이 열리며 노리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노리스의 눈에는 불안과 불신이 가득했다.
대체 저 망나니가 이번엔 뭔 고생을 시키려고···.
아닌게 아니라 현재 노리스의 상태는 처참했다. 개방의 거지도 저것보단 사람답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늘은."
"....."
꿀꺽-
"조금 진지해야 할 것 같다."
"예?"
딸깍-
에일은 작은 함에서 오묘한 색으로 빛나는 구슬처럼 생긴 알약을 꺼냈다.
"가부좌를 틀어라."
"...."
평소에 볼 수 없는 진지한 에일의 모습에 노리스는 군말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노리스."
"예, 도련님."
"날 믿어?"
"아뇨."
딱-
"진지하다니깐···."
"진짠데요."
퍽- 퍽-
"자식이···."
"....."
"아플거다."
"...."
"참아라."
"예..!"
"몸이 기억하는대로 움직여라."
"예."
에일은 노리스에게 알약을 건넸다.
"먹어라."
꿀꺽-
손에 쥐어진 알약을 단번에 삼킨 노리스. 순간 아랫배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입을 다물어라. 입을 여는순간 죽을수도 있다."
'끄으으으읍!!!'
배를 뚫고 나올것만 같은 엄청난 고통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마치 마계의 불을 삼킨 것 마냥 타오르는 것 같았다.
에일은 노리스의 등에 손을 대고 말했다.
"올라오는 기운을 거스르지 마라. 이미 너에게 필요한 혈은 모두 뚫어놓았다. 참아내라."
'으으으읍!!'
불같은 기운이 순식간에 아랫배에서 입쪽까지 튀어올라왔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아랫배를 향해 내리쳤다.
승장혈과 회음혈, 백회혈과 은교혈.
영단의 기운이 노리스의 양 맥을 엄청난 속도로 두드려댔다.
미친듯이 아래위로 휘몰아치는 불과같은 기운에 노리스는 정신이 나갈것만 같았다.
끊임없이 등을 두들겨대는 에일이 아니였다면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
"조금만 더 참아라. 다 끝나가니."
'끄아아악!'
쿠와아아아아아-
몸속을 미친듯이 휘몰아치던 기운이 어느새 모여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어 쉴새없이 회전하는 게 느껴졌다.
파아아아아-
순식간에 회전을 멈춘 기운이 순간적으로 폭팔하더니 아랫배로 몰려들었다.
온 오장육부를 다 태워낼 것 같던 기운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고, 아랫배에서부터 은은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축하한다, 노리스."
"끄으으···. 죽일거다···. 망할 도련 놈···."
털썩-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도 자각을 못한 채, 노리스의 의식이 점점 흐려져갔다.
짹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 노리스.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밖에서는 수련이 한창인 소리가 들려왔다.
"끄응···."
어제의 고통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 했다.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극악의 고통.
헌데···.
몸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마치 몸의 무게가 없어져버린 듯한, 문자 그대로 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망할 도련놈과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아니 어쩌면 그 이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이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율리아나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앞은 연무장일텐데, 위험하실텐데···.
창문을 열어 아가씨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 계신거지?'
그때 노리스의 눈에 저- 멀리서 에른 도련님과 뛰어노는 아가씨의 모습이 보였다.
'어찌 저기서 내신 소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먼 하늘에서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헌데 굉장히 거슬렸다.
멀리서 날아다니는 새의 발톱에 붙은 벌레 한마리가···?
노리스가 눈을 꿈뻑꿈뻑 거렸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먼 산을 쳐다보았다.
나뭇가지에 붙어 꿈틀거리는 벌레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무슨..?'
노리스는 급히 눈을 감고 에일이 알려준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아랫배 한가운데 엄청난 기운이 몰려있는것이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가공할 만한 기운이···.
"기분이 어때?"
어느새 나타난 에일이 벽에 기대어 한쪽 다리를 꼰 채로 물었다.
"도 도련님, 이건 설마···."
"그래 맞아, 노리스."
"......"
"마나의 축복을 받은것을 축하한다."
울컥-
노리스는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꾹 참았다.
꿈에서나 그리던 경지, 자르크 자작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가로 완전히 머리속에서 지워버린 목표.
평생을 이정표로 삼고 달려온 목표가 사라져버렸을 때 얼마나 허무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심으로 남은 기사, 노리스.
그간의 세월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도련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죽인다며."
"예..?"
"망할 도련놈...?"
까드득-
주먹을 움켜쥐고 다가오는 에일을 보며 노리스는 생각했다.
'그냥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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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화 조금은 가벼운 첫걸음조회 : 8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6 19.19화 모조리 쌔벼온다조회 : 8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19 18.18화 마나의 축복을 받은것을 축하한다조회 : 8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48 17.17화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것같아조회 : 8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2 16.16화 대륙의 구원자요?조회 : 9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3 15.15화 전담기사가 된 것을 환영해요조회 : 8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29 14.14화 이제부터 니놈이 혜각이다조회 : 1,1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95 13.13화 수련이 뭔지 보여주지조회 : 8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03 12.12화 뭐 이런 거지같은 몸뚱이가조회 : 1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8 11.11화 용새끼가조회 : 1,1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76 10.10화 드래곤보다 괴물같은 인간놈조회 : 1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2 9.9화 뭔가 잘못되었다조회 : 1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65 8.8화 교주의 말대로 하겠습니다조회 : 5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55 7.7화 용루주조회 : 2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76 6.6화 마교에 웬 마을이조회 : 1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2 5.5화 도망간 것 같은데요조회 : 1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734 4.4화 대체 누구시오조회 : 2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742 3.3화 처맞으면 다 똑같아조회 : 20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42 2.2화 나는 드래곤인데조회 : 14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7 1.1화 무림지존 천마조회 : 1,1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