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조회 : 969 추천 : 0 글자수 : 1,254 자 2022-12-27
깜박, 깜박.
아직은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뜬 이나는 몇 번 눈을 깜박였다.
아직 새까만 어둠이 물러가기 전이었기에 방은 온통 까맸고, 뚜렷하게 보이는 건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나는 그곳이 선우의 집이라는 걸 깨달았다.
몇 시일까.
핸드폰은 집에 두고 왔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작은 손목시계가 전부였기에 그녀는 불을 켰다.
갑자기 환해진 빛 아래에서 시간을 확인한 이나는 묵묵히 이불을 갰다.
차선우도 아침은 안 먹는다고 하고, 너무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면 방해가 될까 봐.
그래서 늦게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습관이라는 건 참 무섭다.
서른 가까이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몸은 오늘도 새벽 6시가 되자 반응했다.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나는 주변을 훑었다.
높다란 책장 하나,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아령과 몇 가지의 운동기구들을 눈에 담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동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 그녀가 향한 곳은 그 반대편에 있는 공간이었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 위로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거기에 꽂혀있는 건 책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대본이었다.
많은 대본 사이에서 그녀는 한 개를 골라냈다.
<겨울의 끝>.
몇 년 전 어느 방송사에서 했던 단막극 대본이었고, 차선우가 처음으로 남자주인공을 했던 작품이었다.
겨울의 초입에 만난 두 남녀가 우연히 사랑을 시작하고, 남자를 위해서 여자는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겨울의 끝에 다시 만난다던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던 드라마.
해맑던 차선우와 오열하던 차선우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었다.
얼마나 많이 본 건지 잔뜩 손때가 묻은 종이를 이나는 조심스럽게 넘겼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작은 글씨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상대를 바라보는 표정, 손의 위치, 어떻게 걸을지, 문을 어떻게 닫을지.
소리를 내어서 울었을 때, 울음을 참으면서 울었을 때 연기했던 느낌을 적어뒀고, 어느 편이 좋을지도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차선우의 글씨체는 여전히 작고 동글동글했다.
그때는 어울렸는데, 지금의 커다란 몸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그게 또 차선우 같기도 했다.
이나의 손끝이 종이를 가득 채운 그의 글씨 위에 머물렀다.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차선우. 너도 나만큼이나.”
많은 글씨들이 그 때의 차선우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나는 대본을 들고 벽에 기대 앉아 다시 첫 장을 폈다.
그렇게 날이 밝아질 때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대본과 그 때의 선우를 읽었다.
아직은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뜬 이나는 몇 번 눈을 깜박였다.
아직 새까만 어둠이 물러가기 전이었기에 방은 온통 까맸고, 뚜렷하게 보이는 건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나는 그곳이 선우의 집이라는 걸 깨달았다.
몇 시일까.
핸드폰은 집에 두고 왔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작은 손목시계가 전부였기에 그녀는 불을 켰다.
갑자기 환해진 빛 아래에서 시간을 확인한 이나는 묵묵히 이불을 갰다.
차선우도 아침은 안 먹는다고 하고, 너무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면 방해가 될까 봐.
그래서 늦게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습관이라는 건 참 무섭다.
서른 가까이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몸은 오늘도 새벽 6시가 되자 반응했다.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나는 주변을 훑었다.
높다란 책장 하나,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아령과 몇 가지의 운동기구들을 눈에 담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동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 그녀가 향한 곳은 그 반대편에 있는 공간이었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 위로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거기에 꽂혀있는 건 책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대본이었다.
많은 대본 사이에서 그녀는 한 개를 골라냈다.
<겨울의 끝>.
몇 년 전 어느 방송사에서 했던 단막극 대본이었고, 차선우가 처음으로 남자주인공을 했던 작품이었다.
겨울의 초입에 만난 두 남녀가 우연히 사랑을 시작하고, 남자를 위해서 여자는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겨울의 끝에 다시 만난다던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던 드라마.
해맑던 차선우와 오열하던 차선우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었다.
얼마나 많이 본 건지 잔뜩 손때가 묻은 종이를 이나는 조심스럽게 넘겼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작은 글씨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상대를 바라보는 표정, 손의 위치, 어떻게 걸을지, 문을 어떻게 닫을지.
소리를 내어서 울었을 때, 울음을 참으면서 울었을 때 연기했던 느낌을 적어뒀고, 어느 편이 좋을지도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차선우의 글씨체는 여전히 작고 동글동글했다.
그때는 어울렸는데, 지금의 커다란 몸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그게 또 차선우 같기도 했다.
이나의 손끝이 종이를 가득 채운 그의 글씨 위에 머물렀다.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차선우. 너도 나만큼이나.”
많은 글씨들이 그 때의 차선우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나는 대본을 들고 벽에 기대 앉아 다시 첫 장을 폈다.
그렇게 날이 밝아질 때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대본과 그 때의 선우를 읽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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