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조회 : 884 추천 : 0 글자수 : 1,331 자 2022-12-29
몇 가지 기본양념과 식재료를 다 정리한 뒤 이나는 시계를 봤다.
오전 11시.
아침이라기엔,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선우가 멀뚱히 그녀를 보고 서 있었다.
“점심 뭐 먹을래? 된장찌개 괜찮아?”
“어, 좋아하지. 뭐라도 도와줄까? 사실 귀찮아서 안 해 먹은 거지 할 줄은 아는데.”
“아냐. 괜찮아. 혼자 하는 게 편해.”
조용하지만 단호한 이나의 목소리에 선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알겠어.”
괜히 도와주는 게 걸리적거릴지도 몰랐다.
사실 요리를 배우긴 했어도 안 한지는 좀 오래 되긴 했으니까.
주방에서 나온 선우는 멀찍이서 이나를 봤다.
근데, 집에 뭐가 있더라.
가끔 라면을 끓여먹는 데 썼던 냄비랑, 젓가락, 김치를 자를 때 썼던 가위 말고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강이나는 여기 저기 문을 열더니 많은 걸 꺼냈다.
전기밥솥과 프라이팬, 냄비, 도마, 칼, 가위, 뭔가 처음 보는 조리 도구까지.
네가 뭘 아냐며 집을 채워주던 엄마가 생각났다.
안 쓰긴 했지만 없는 건 없었나보다.
누가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면 이 집이 강이나의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어제 청소하면서 봐 뒀다고 해도 뭘 꺼내는 데 망설임이 없다니.
기억력이 좋긴 좋은가보다.
쌀을 씻어 전기밥솥 취사버튼을 누른 강이나는 둥글고 투명한 볼 안에 계란을 깨트렸다.
톡, 톡, 계란을 몇 개 깨고 풀어놓은 뒤 당근과 양파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뭉텅뭉텅 잘라 낮은 원기둥처럼 생긴 통에 넣었다.
근데 저게 뭘까.
좀 전에도 궁금했었던 선우는 다시 이나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거 뭐하는 거야?”
“이거? 야채 다지는 거.”
이나는 뚜껑을 닫고 한 쪽 옆에 있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쭉 늘어나는 줄과 함께 통 안에 있던 야채들이 크게 내부에서 빙빙 돌았다.
“내가 해 봐도 돼?”
몇 번 잡아당기던 이나는 시선을 들었다.
재미있어 보인 건지 눈을 반짝이는 선우에게 이나는 통을 내밀고는 칼을 쥐었다.
된장찌개에 넣을 양파와 감자를 써는 이나의 옆에서 선우는 쭉쭉 손잡이를 당기다 입을 열었다.
“세상 진짜 좋아졌네. 신기하다, 이거. 단순한데 직접 다지는 것보다 훨씬 편하잖아. 근데 이거 뭐하는 거야? 계란말이?”
“응.”
“알겠어.”
탁탁탁탁.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가지런하게 잘라 놓은 야채들을 두고 이나는 육수 팩과 물을 넣은 냄비를 전기레인지 위에 얹고 다시 뒤를 돌았다.
선우는 잘 다져진 야채들을 계란 안에 넣고 섞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할게.”
선우에게 말하자 선우가 한 손엔 볼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들고 웃었다.
“나. 계란말이 잘해. 이건 내가 할게.”
오전 11시.
아침이라기엔,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선우가 멀뚱히 그녀를 보고 서 있었다.
“점심 뭐 먹을래? 된장찌개 괜찮아?”
“어, 좋아하지. 뭐라도 도와줄까? 사실 귀찮아서 안 해 먹은 거지 할 줄은 아는데.”
“아냐. 괜찮아. 혼자 하는 게 편해.”
조용하지만 단호한 이나의 목소리에 선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알겠어.”
괜히 도와주는 게 걸리적거릴지도 몰랐다.
사실 요리를 배우긴 했어도 안 한지는 좀 오래 되긴 했으니까.
주방에서 나온 선우는 멀찍이서 이나를 봤다.
근데, 집에 뭐가 있더라.
가끔 라면을 끓여먹는 데 썼던 냄비랑, 젓가락, 김치를 자를 때 썼던 가위 말고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강이나는 여기 저기 문을 열더니 많은 걸 꺼냈다.
전기밥솥과 프라이팬, 냄비, 도마, 칼, 가위, 뭔가 처음 보는 조리 도구까지.
네가 뭘 아냐며 집을 채워주던 엄마가 생각났다.
안 쓰긴 했지만 없는 건 없었나보다.
누가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면 이 집이 강이나의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어제 청소하면서 봐 뒀다고 해도 뭘 꺼내는 데 망설임이 없다니.
기억력이 좋긴 좋은가보다.
쌀을 씻어 전기밥솥 취사버튼을 누른 강이나는 둥글고 투명한 볼 안에 계란을 깨트렸다.
톡, 톡, 계란을 몇 개 깨고 풀어놓은 뒤 당근과 양파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뭉텅뭉텅 잘라 낮은 원기둥처럼 생긴 통에 넣었다.
근데 저게 뭘까.
좀 전에도 궁금했었던 선우는 다시 이나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거 뭐하는 거야?”
“이거? 야채 다지는 거.”
이나는 뚜껑을 닫고 한 쪽 옆에 있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쭉 늘어나는 줄과 함께 통 안에 있던 야채들이 크게 내부에서 빙빙 돌았다.
“내가 해 봐도 돼?”
몇 번 잡아당기던 이나는 시선을 들었다.
재미있어 보인 건지 눈을 반짝이는 선우에게 이나는 통을 내밀고는 칼을 쥐었다.
된장찌개에 넣을 양파와 감자를 써는 이나의 옆에서 선우는 쭉쭉 손잡이를 당기다 입을 열었다.
“세상 진짜 좋아졌네. 신기하다, 이거. 단순한데 직접 다지는 것보다 훨씬 편하잖아. 근데 이거 뭐하는 거야? 계란말이?”
“응.”
“알겠어.”
탁탁탁탁.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가지런하게 잘라 놓은 야채들을 두고 이나는 육수 팩과 물을 넣은 냄비를 전기레인지 위에 얹고 다시 뒤를 돌았다.
선우는 잘 다져진 야채들을 계란 안에 넣고 섞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할게.”
선우에게 말하자 선우가 한 손엔 볼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들고 웃었다.
“나. 계란말이 잘해. 이건 내가 할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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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시한폭탄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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