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나가긴 전 장군의 명을 받드는 심정으로 사뭇 진지하게 K오빠에 말에 대꾸했던 나는 오빠의 난데없는 저녁 메뉴 이야기에 황당한 나머지 턱이 돌아갈 뻔했다. 그런 내 표정을 본 K오빠는 한참을 신나게 웃더니 손을 저었다.

“농담이야. 네가 너무 심각한 표정을 하니까 풀어주고 싶어져서.”
“...그런 거죠?”
“그래, 그러니까 우리 그냥 저녁 메뉴 고민하듯이 가볍게 이야기하자. 심각해져도 달라질 건 없잖아. 안 돼?”

저 ‘안 돼?’에 내가 몇 번을 당했던가. 그리고 늘 그랬듯 내 대답도 하나뿐이었다.

“안 되긴요.”

아마도 K오빠는 내가 오빠의 문제 때문에 심각해지고 힘들어지는 게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안 된다는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냥 K오빠의 배려가 고맙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결 밝게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믿어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아주머니가 일주일은 간다고 했었으니까 일주일 후에 돌아간다고 생각해야겠지.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렇죠. 그런데 그 일주일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기준일까요?”
“그래. 그게 궁금하다니까.”
“음, 만약 그냥 날짜로 7일을 세는 거라면 작게 변한 게 금요일이었으니까 목요일인 오늘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맞을 텐데요.”
“오, 그럼 자정이 되는 순간 뿅하고?”

K오빠는 기대에 찬 반짝반짝한 눈으로 양 손을 모으며 기뻐했다. 그 모습에 나도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시간제로 일주일이라면 지난주에 오빠가 작게 변한 시간이 기준일지도 몰라요.”
“그럼 금요일 저녁? 정확히 몇 시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오빠가 지하철에서 졸기 시작한 순간부터 제가 지하철에서 내린 그 사이겠죠?”

그렇게 의견을 종합한 결과 아마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님 그냥 금요일까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토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뿅?”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우린 결국

<1. 목요일 자정 2. 금요일 저녁 3. 금요일 자정>

이 세 시점에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목요일 자정이 지나도 K오빠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오빠와 나는 솔직히 목요일 자정이 제일 아닐 것 같았다며 역시 시간으로 따져서 금요일 저녁일 것이다, 라고 웃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건 사실이었다.
하, 오늘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