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월/xx일 금요일의 일기


(엄밀히 따지면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토요일이다. K오빠가 오신 후로 매일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써 왔지만 어제는 일기를 쓸 정신이 없었기에 이렇게 토요일에 금요일의 일기를 쓰게 되었다. 그러므로 편의상 금요일을 오늘로 칭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금요일로 학교에 가는 날이었지만 난 자체휴강을 선택했다. K오빠는 괜찮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때일 테니 그 전에만 돌아오면 된다고, 학교에 가라고 했지만 내가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학교에 가도 K오빠 걱정에 수업도 못 들을 것 같았기에 과감하게 째기로 했다. 그리고

“대학 생활에 땡땡이 한 번 정도는 필수 아닌가요?”

라는 나의 말에 K오빠가 자신도 모르게 ‘그건 그렇지’ 하고 수긍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오빠도 나를 말리진 못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걱정이 가시는 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오빠의 작은 소리나 기척에도 나도 모르게 엄청난 과민반응을 보이곤 했다. 남들이 보면 몰래 숨어 지내는 현상수배범이나 신경쇠약에 걸린 병자처럼 보였을 거다.
점심 준비하다가 책상 쪽에서 뭔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혹시나 원래대로 돌아온 오빠가 책상에서 떨어졌나 싶어 부리나케 달려가기도 했다. 물론 걱정대로의 일은 없었고 K오빠가 실수로 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린 거였다.
오빠는 내가 서슬 퍼래서 달려오자 어떤 의미로 해석했는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 액정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내가 밥을 먹었는지 빵을 먹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날은 저물고 저녁 7시가 다가왔다. 낮에만 해도 아무렇지 않던 K오빠도 눈에 띄게 불안해진 모습이었다. 저녁 먹을 때 즐겨 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끝난 지 오래였지만 둘 중 누구 하나 채널을 바꾸거나 텔레비전을 끌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관심도 없는 다큐 프로그램을 틀어놓고서 정말 그냥 말 그래도 화면이 움직이는 것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마디도 없이 2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9시가 넘을 때까지 K오빠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