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강한 빛과 함께 수십 리 밖에서도 들릴듯한 굉음을 내며 십장에 가까운 지름의 번개가 천옥선제와 권마를 집어삼켰다. 번개가 땅에 닿는 순간 커다란 빛 기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멀리서 관전하던 무림인들은 반응하기도 전에 빛 기둥에 삼켜졌고 이날 귀곡문을 치러 온 정파 무림의 정예들은 하나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삼 년 후
변방의 한 작은 마을
마을이라곤 하나 객잔 하나에 오두막 몇 채뿐이다. 따라서 사방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악랄한 기후조건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많은 범죄자가 잠시 은신하는 곳으로 되었다.
객잔도 그리 크지 않았다. 삐꺽 대는 나무 밥상 2개와 대충 만든 의자 몇 개, 그리고 점원 한 명뿐이었다. 사방에는 검붉은 자국이 있었고 여기저기 파인 바닥 사이에서는 고기 썩는듯한 악취가 나고 있다.
이날 객잔에는 다섯 명의 손님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험상궂은 인상에 얼굴에는 징그러울 정도로 흉터가 많이 나 있었다.
쾅!!
이때 문을 쾅 여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키는 180 정도에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엔 삿갓을 눌러쓰고 얼굴은 검은 마스크로 가렸다. 등엔 사척(尺)되는 검을 한 자루 매고 있다.
그는 객잔을 한번 둘러보더니 남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여기 훈제 소고기 3근과 여아홍주(女兒紅) 1병을 주시오.”
점원은 대꾸도 안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얘기하던 다섯 명의 무사는 불쑥 나타난 “불청객”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정적 속에 긴장감이 작은 객잔속을 맴돌았다.
다섯 명의 무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한 명이 자리를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이, 형씨, 이 늦은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온거유?”
“사람을 잡으러 왔소!”
그 말을 들은 다섯 무사는 표정이 변하더니 앉아있던 네 명의 무사는 자신의 무기에 조용히 손을 올려놓았다.
“허허~실례가 안 된다면 형씨가 잡겠다는 사람들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유?”
얘기 중 점원이 술이랑 고기를 가지고 왔다.
마치 긴장감을 못 느끼는 듯 덤덤하게 고기랑 술을 내려놓았다.
삿갓을 쓴 무인은 마스크를 벗고 술을 한 잔 따르더니 단번에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동북오괴라고 혹시 들어보셨소?”
최근 몇 달 사이 동북에서는 살인, 약탈, 겁탈 등 만행을 저지른 5인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동북오괴라 칭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약탈하였다. 그들이 지나간 마을엔 시체만 남았고 그 시체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훼손되어 있었다.
관청에서는 그들에게 현상금 천 냥을 걸었으나 생존자를 남기지 않기에 종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앉아있던 네 명의 무사는 무기를 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말을 걸어온 무사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당신 누구야?”
삿갓을 쓴 무인은 마치 아무것도 못 본 듯 빈 술잔에 술을 채웠다.
“사람들이 나를 패검이라고 부르더군!!”
“패검 사마진!!”
동북오괴는 순간 공포에 질려 얼굴색이 하얗게 되었다.
패검 사마진은 무림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현상금 사냥꾼이다. 그가 이름을 날린 건 일 년 전 홀몸으로 사천일대를 주름잡고 있던 마적단을 소탕한 것이다. 특히 그때 마적단에는 수십 명의 마적이 있었고 그들의 단주 독고안 역시 금강불괴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은 듯 동북오괴는 뒤 걸음을 치더니 바로 창문을 뚫고 도망가버렸다.
사마진은 은잎 한 냥을 내려놓고 고기와 술을 챙기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사마진은 우리를 어떻게 찾은 거지?”
“네가 물어본들 내가 어찌 아냐!! 암튼 이놈은 현상금 사냥꾼 중에서도 독종으로 꼽히는 놈이라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한다!”
“둘째 말이 맞아! 이놈에게 찍히고 지금까지 도망간 놈은 없었다. 제기랄…. 하필 사마진이라니!!”
주위의 경치가 물 흐르듯 뒤로 빠르게 지나간다. 객잔은 이젠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럴 때를 대비해 도망 경로를 확보해놓은 동북오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반나절을 달리고 나니 동북오괴도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주위 시야가 트이는 공지(空地)에서 동북오괴는 조금 쉬기로 한다.
“이쯤 되면 따돌렸겠지??”
막내는 불안에 찬 눈길로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혼자서 한 개 마적단을 괴멸시킨 놈이야. 조금만 운기조식하고 바로 출발한다!! ”
숙련되게 주위에 간단한 함정을 설치하고 동북오괴는 운기조식을 시작한다.
일각(一刻)이 지나고 운기조식을 마친 동북오괴는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한다.
주위를 살피고 설치한 함정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운 후 또다시 길을 떠나려는 그때!!
콰직!
미세한 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왔다!
“누구야!!”
동북오괴는 재빨리 자신의 무기를 손에 쥐었고 전투준비를 마쳤다.
“이제 다 끝난 거냐?”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숲 속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그들을 향하여 걸어온다.
살인을 일상으로 삼던 동북오괴는 지금 손에 땀을 쥐고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사마진은 동북오괴의 10미터 앞에 멈춰 섰다. 사색이 되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북오괴를 보면서 실망한 듯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기에 나쁜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게 뭐냐? 사람 힘 빠지게 변방까지 오게 하고!!”
동북오괴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사마진의 말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의 머릿속은 오로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잔머리 굴릴 필요 없어. 너희가 운기조식할 때 이미 주위에 함정을 설치했거든. 도망가는 방법은…. 글쎄…. 나를 쓰러뜨리면 알려주지!! ”
마치 동북오괴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사마진은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