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118화
조회 : 131 추천 : 0 글자수 : 5,006 자 2024-11-26
118화
경주 석굴암 수련장
길동은 결심한 듯 섬천에게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한다.
가뜩이나 연산군이 두려운 섬천은 길동에게 못마땅해 한다.
“무얼 하려고?”
“저 오랑캐에게는 하늘의 뜻인 천벌을 내릴 것이다!”
활빈당 아이들은 홍길동의 뜻을 알고 일제히 조심스럽게 길동의 뒤에 선다. 길동에게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이다.
“전부 조심해!”
길동이 뒤에 있는 아이들이 염려되는지 재차 당부한다. 하지만 활빈당 아이들 역시 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는지 아니면 홍길동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지 조금도 지체함이 없었다.
“뭐 천벌이라고?”
뒤에서 지켜보던 화룡이 펄쩍 놀란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는가! 거대한 천둥벼락이 내리쳐 막내인 멸천이 새카맣게 타죽었던 것을...
그 때 하늘의 용을 보며 얼마나 무섭고 떨리던지 차마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래 홍길동이 최후의 수를 준비하는 구나. 나도 알고 있어 화룡”
“멸천이 멸천이 천벌을 받고 그만 흑”
“말 안해도 네 맘 알아.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얼마나 안타까울까”
제령은 화룡을 끌어안고 위로를 해준다.
다른 특검대원들과 달리 멸천은 모두에게 잘 따라 다니고 명랑한 아이였다. 다만 자신이 특검대원이라는 자만심에 취해 결국 저 세상에 갔던 거였지만...
화룡은 결심한 듯 일어선다.
“멸천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그래 지금은 홍길동을 도와줘야 해”
제령과 화룡은 비녀를 꺼내 마지막 남은 주술까지 더해서 홍길동에게 기운을 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
“어디 도적놈 따위가 임금인 나에게 감히 천벌을 내리겠다고 망발한 것이냐!!”
연산군은 기가 차서 홍길동을 노려보며 강력한 음성으로 외친다.
“내가 너의 그런 대역죄를 보고만 있을 것 같은가!”
연산군은 홍길동에게 달려가면서 공격하려 하였다. 그 때 섬천이 연산군을 가로막는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소. 나를 먼저 밟고 가시오.”
“흥 섬천 네 놈이 정말 죽고 싶은가 보구나.”
연산군은 홍길동에게 달려가다 제지당하자 섬천을 노려본다.
“한 때 연공실에서 수련을 하면서 네 녀석의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넌 제법 강해질 수 있어. 하지만 신단의 힘을 가진 나한테는 절대 넘지 못하지”
“어림없소!”
섬천은 두 손을 모아 장풍을 쏘기 시작했다.
“휘잉 휘잉”
연산군은 가볍게 섬천의 장풍을 피했다.
그러자 섬천은 손에 힘을 모아 방향을 틀었다.
“?”
“끝까지 따라갈 것이오. 방심하지 마시길”
“후후후 가소롭구나!”
연산군은 섬천의 장풍이 다시 방향을 U턴하여 자신에게 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 손바닥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파악”
연산군은 한 손으로 섬천이 쏜 장풍을 가볍게 쳐낸 것이다. 장풍은 연산군의 손에 맞고 힘을 잃고 서서히 사라졌다.
“제길”
섬천은 이렇게 가볍게 쳐낸 연산군을 보며 이를 간다. 아무리 자신과 레벨차이가 난다고 해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힐끔 쳐다보니 홍길동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그래 일단 시간을 벌 수밖에 없어. 나머지는 길동이 저 녀석에게 맡기고’
섬천은 심호흡을 한 뒤 연산군에게 대항해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었다.
“겨우 이 정도냐?”
연산군은 축지법을 사용하면서 섬천의 앞에 다가선다.
“휘잉”
섬천은 주먹을 휘둘러 연산군의 얼굴을 공격한다.
“타악”
하지만 연산군은 그의 동작을 읽었는지 가볍게 한 손으로 그의 주먹을 잡는다.
“어디 힘을 써 보거라”
“우욱”
섬천은 자신의 오른손이 연산군의 손아귀에 잡히자 그것을 빼내려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마치 본드에 달라붙듯이 빼낼 수가 없었다.
“각오해라”
연산군은 섬천의 한 손을 붙잡은 채 그대로 몸을 틀었다.
“뚜두둑”
연산군이 몸을 트는 방향으로 섬천의 팔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근육이 뒤틀리고 말았다.
“아아아악”
섬천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신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잔인한 연산군은 사정없이 섬천의 주먹을 잡은 채 한 바퀴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팔에 감각이 없고 팔 주변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저리 비켜라”
연산군은 발로 섬천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 차 버린다.
“쿠당탕탕”
섬천은 저 멀리 넘어지면서 쓰러진다.
얼굴은 흙에 파묻힌 채 그대로 나동그라진 모양새를 보였다.
“사형!”
화룡은 재빨리 다가가 섬천을 일으켜 세운다.
“끄윽”
섬천은 자신의 오른팔이 고장난 듯 여전히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뭐해 어서 치료를!”
화룡이 다급히 아영이를 재촉한다.
“네? 네”
아영이는 잠시 숨 쉴 틈도 없이 다시 섬천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오늘 치유한 사람만 10명이 넘었다.
아무리 염주의 효과가 좋다고 해도 시전자인 아영이의 체력이 그 만큼 받쳐줄지 의문이었다.
아영이는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자꾸 눈꺼풀이 감기려고 하였다. 그러자 화룡이 옆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비녀를 꺼내 아영이의 목 뒤를 자극한다.
일종의 잠들지 마라는 고통스러운 압박이었다.
“힘든 건 알지만 우리 전체의 목숨이 달려있어! 어서 섬천 사형을 치유해줘”
“네 알겠어요.”
아영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섬천의 다친 팔을 어루어 만진다.
확실히 연산군의 한 번의 공격에 팔이 퉁퉁 부어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가만히 계시고 팔에 힘을 빼세요.”
“말 안 해도 그러고 있어.”
섬천은 얼굴을 찌푸리며 오른 팔을 축 늘어뜨린다.
“우우웅”
아영이의 염주가 그의 팔에 닿자 초록빛깔의 아지랑이가 서서히 맴돌면서 섬천의 팔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아영이가 기를 집중하자 본격적으로 섬천의 팔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언제 봐도 신기한 물건이야!”
“가만히 계세요.”
아영이는 이마에 다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애써 자신도 정신을 집중하여 쓰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흐흐흐 역시 탐나는 물건이로다!”
“헉”
어느 새 기척 없이 연산군이 아영이 앞에 다가 선 것이었다.
연산군 역시 염주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치유가 어떻게 되는 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자세히 지켜본 것이다.
“이리 내 놓아라!”
“안 돼요!”
어느 순간 제령이 연산군의 앞을 막아선다.
“그만하시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지신 분이 이런 것 까지 탐을 내십니까?”
“제령! 네가 기어이 나를 막아서겠단 말이냐!”
연산군은 제령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측은한 눈빛을 보낸다.
제령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잡고 싶은 그 속마음이 비춰졌던 것이다. 그녀를 죽이면 자신 역시 조선 땅에 돌아가지도 못하게 되고, 임금의 자리도 앉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예전부터 자신의 마음에 흡족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녀의 주술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고 자신의 부하로써 평생 데리고 있을 심산이었다. 이런 그녀가 자신에게 자꾸 반기를 드니 가슴이 저릴 따름이었다.
“성제령! 마지막이다. 더 이상 막지 말고 나에게 오라”
“...”
“제령아 내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연산군의 애절한 눈빛에 제령은 눈을 차마 감아 버린다.
“그만하세요!”
뒤에서 듣자듣자 하니 도저히 못들어 주겠다는 표정을 지닌 화룡이 나선다.
“언니는 당신이 두렵고 나까지 해칠까봐 동생의 안위 때문에 일부러 비위를 맞춰준 것뿐이라고요!”
“정말이냐?”
연산군의 물음에 제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 너는 장차 이리도 미련스럽단 말이냐! 지금이라도 나랑 길동을 쓰러뜨리고 조선에 돌아가자. 너에게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
연산군이 마지막으로 파격적인 제안을 꺼낸다. 어쨌든 그는 길동을 쓰러뜨리더라도 조선에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참 끈질기시군요.”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한 탄금이 고개를 젓는다.
“이미 당신은 우리에게 신뢰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구차하게 굴지 마십시오.”
“이 무엄하도다!”
연산군은 분노를 방출하며 땅을 발로 찬다.
“쿠쿠쿠쿵”
순식간에 대지가 흔들리고 주변 사람들이 중심을 잡기 힘든지 넘어지고 산천초목도 떨기 시작한다.
“할 수 없지. 염주를 내 놓아라”
“안됩니다.”
제령이 한 팔로 막자 연산군은 차마 제령을 공격하지 않고 살짝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휘잉”
제령은 그 바람을 맞고 뒤로 넘어져 버렸다.
“아 안돼”
아영이는 섬천을 치유하다가 연산군이 코앞에 다가오자 덜덜 떨기 시작한다.
“홍길동의 후손인 것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연산군이 손을 뻗자 아영이는 마치 자석처럼 연산군의 손바닥에 이끌려 찰싹 붙게 된다.
연산군은 한 손으로 아영이의 팔을 가볍게 쥔다.
“뚜둑”
“꺄아아아악”
연산군의 힘에 의해 아영이는 염주를 찬 팔목이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 절로 비명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연산군이 아영이의 늘어진 팔에서 염주를 걷어 올렸다.
염주는 저항하는 듯이 푸른빛을 내며 웅웅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 볼수록 탐나는 물건이군!”
연산군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손목에 염주를 차려는 순간, 어디선가 강한 불덩어리가 쏟아져 왔다.
혈사와 화룡 풍백이 힘을 합쳐 불덩어리를 만들어 쏜 것이다.
“어림없다.”
연산군은 손으로 불덩어리를 탁 쳐냈다. 그 순간 탄금이 화살을 연산군의 손에 쏘았다.
“슈웅”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연산군은 손에 화살을 맞자 잠시 주춤거리면서 염주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서 시작해”
제령이 재빨리 염주를 주어 아영이에게 건네준다.
아영이는 벌벌 떨면서도 염주를 차고 섬천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이 이것들이”
연산군은 흥분된 얼굴로 특검대원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이 기를 모은다.
그의 손가락이 일제히 탄지공의 기운들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 녀석들 도저히 안되겠다. 죽어?”
연산군이 손가락마다 기운을 맺어 10발의 탄지공을 쏘려 할 때 뒤에서 강한 기운을 느꼈다.
“무엇인가?”
연산군이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홍길동이 활빈당 아이들과 함께 하늘 위에 거대한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우르르릉”
순간 하늘이 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구름의 형체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주위는 갑자기 어두워지고 무시무시한 청룡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다니...”
연산군 역시 홍길동이 소환하는 청룡을 처음 보았다.
홍길동이 소환한 거대한 청룡은 모습을 점점 갖추기 시작하면서 꿈틀대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잠든 존재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하늘에 명하노니 모습을 드러내라!”
길동은 양 손을 하늘 위로 뻗고 온 몸의 기운을 다 끌어내어 청룡에게 기운을 주고 있었다. 뒤에서 활빈당 아이들은 홍길동의 기운이 모자랄까봐 일제히 그에게 보태주고 있었다.
그것은 천하의 악독하고 몹쓸 놈인 연산군을 심판하려는 서막이었다.
경주 석굴암 수련장
길동은 결심한 듯 섬천에게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한다.
가뜩이나 연산군이 두려운 섬천은 길동에게 못마땅해 한다.
“무얼 하려고?”
“저 오랑캐에게는 하늘의 뜻인 천벌을 내릴 것이다!”
활빈당 아이들은 홍길동의 뜻을 알고 일제히 조심스럽게 길동의 뒤에 선다. 길동에게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이다.
“전부 조심해!”
길동이 뒤에 있는 아이들이 염려되는지 재차 당부한다. 하지만 활빈당 아이들 역시 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는지 아니면 홍길동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지 조금도 지체함이 없었다.
“뭐 천벌이라고?”
뒤에서 지켜보던 화룡이 펄쩍 놀란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는가! 거대한 천둥벼락이 내리쳐 막내인 멸천이 새카맣게 타죽었던 것을...
그 때 하늘의 용을 보며 얼마나 무섭고 떨리던지 차마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래 홍길동이 최후의 수를 준비하는 구나. 나도 알고 있어 화룡”
“멸천이 멸천이 천벌을 받고 그만 흑”
“말 안해도 네 맘 알아.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얼마나 안타까울까”
제령은 화룡을 끌어안고 위로를 해준다.
다른 특검대원들과 달리 멸천은 모두에게 잘 따라 다니고 명랑한 아이였다. 다만 자신이 특검대원이라는 자만심에 취해 결국 저 세상에 갔던 거였지만...
화룡은 결심한 듯 일어선다.
“멸천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그래 지금은 홍길동을 도와줘야 해”
제령과 화룡은 비녀를 꺼내 마지막 남은 주술까지 더해서 홍길동에게 기운을 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
“어디 도적놈 따위가 임금인 나에게 감히 천벌을 내리겠다고 망발한 것이냐!!”
연산군은 기가 차서 홍길동을 노려보며 강력한 음성으로 외친다.
“내가 너의 그런 대역죄를 보고만 있을 것 같은가!”
연산군은 홍길동에게 달려가면서 공격하려 하였다. 그 때 섬천이 연산군을 가로막는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소. 나를 먼저 밟고 가시오.”
“흥 섬천 네 놈이 정말 죽고 싶은가 보구나.”
연산군은 홍길동에게 달려가다 제지당하자 섬천을 노려본다.
“한 때 연공실에서 수련을 하면서 네 녀석의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넌 제법 강해질 수 있어. 하지만 신단의 힘을 가진 나한테는 절대 넘지 못하지”
“어림없소!”
섬천은 두 손을 모아 장풍을 쏘기 시작했다.
“휘잉 휘잉”
연산군은 가볍게 섬천의 장풍을 피했다.
그러자 섬천은 손에 힘을 모아 방향을 틀었다.
“?”
“끝까지 따라갈 것이오. 방심하지 마시길”
“후후후 가소롭구나!”
연산군은 섬천의 장풍이 다시 방향을 U턴하여 자신에게 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 손바닥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파악”
연산군은 한 손으로 섬천이 쏜 장풍을 가볍게 쳐낸 것이다. 장풍은 연산군의 손에 맞고 힘을 잃고 서서히 사라졌다.
“제길”
섬천은 이렇게 가볍게 쳐낸 연산군을 보며 이를 간다. 아무리 자신과 레벨차이가 난다고 해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힐끔 쳐다보니 홍길동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다.
‘그래 일단 시간을 벌 수밖에 없어. 나머지는 길동이 저 녀석에게 맡기고’
섬천은 심호흡을 한 뒤 연산군에게 대항해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었다.
“겨우 이 정도냐?”
연산군은 축지법을 사용하면서 섬천의 앞에 다가선다.
“휘잉”
섬천은 주먹을 휘둘러 연산군의 얼굴을 공격한다.
“타악”
하지만 연산군은 그의 동작을 읽었는지 가볍게 한 손으로 그의 주먹을 잡는다.
“어디 힘을 써 보거라”
“우욱”
섬천은 자신의 오른손이 연산군의 손아귀에 잡히자 그것을 빼내려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마치 본드에 달라붙듯이 빼낼 수가 없었다.
“각오해라”
연산군은 섬천의 한 손을 붙잡은 채 그대로 몸을 틀었다.
“뚜두둑”
연산군이 몸을 트는 방향으로 섬천의 팔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근육이 뒤틀리고 말았다.
“아아아악”
섬천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신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잔인한 연산군은 사정없이 섬천의 주먹을 잡은 채 한 바퀴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팔에 감각이 없고 팔 주변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저리 비켜라”
연산군은 발로 섬천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 차 버린다.
“쿠당탕탕”
섬천은 저 멀리 넘어지면서 쓰러진다.
얼굴은 흙에 파묻힌 채 그대로 나동그라진 모양새를 보였다.
“사형!”
화룡은 재빨리 다가가 섬천을 일으켜 세운다.
“끄윽”
섬천은 자신의 오른팔이 고장난 듯 여전히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뭐해 어서 치료를!”
화룡이 다급히 아영이를 재촉한다.
“네? 네”
아영이는 잠시 숨 쉴 틈도 없이 다시 섬천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오늘 치유한 사람만 10명이 넘었다.
아무리 염주의 효과가 좋다고 해도 시전자인 아영이의 체력이 그 만큼 받쳐줄지 의문이었다.
아영이는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자꾸 눈꺼풀이 감기려고 하였다. 그러자 화룡이 옆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비녀를 꺼내 아영이의 목 뒤를 자극한다.
일종의 잠들지 마라는 고통스러운 압박이었다.
“힘든 건 알지만 우리 전체의 목숨이 달려있어! 어서 섬천 사형을 치유해줘”
“네 알겠어요.”
아영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섬천의 다친 팔을 어루어 만진다.
확실히 연산군의 한 번의 공격에 팔이 퉁퉁 부어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가만히 계시고 팔에 힘을 빼세요.”
“말 안 해도 그러고 있어.”
섬천은 얼굴을 찌푸리며 오른 팔을 축 늘어뜨린다.
“우우웅”
아영이의 염주가 그의 팔에 닿자 초록빛깔의 아지랑이가 서서히 맴돌면서 섬천의 팔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아영이가 기를 집중하자 본격적으로 섬천의 팔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언제 봐도 신기한 물건이야!”
“가만히 계세요.”
아영이는 이마에 다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애써 자신도 정신을 집중하여 쓰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흐흐흐 역시 탐나는 물건이로다!”
“헉”
어느 새 기척 없이 연산군이 아영이 앞에 다가 선 것이었다.
연산군 역시 염주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치유가 어떻게 되는 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자세히 지켜본 것이다.
“이리 내 놓아라!”
“안 돼요!”
어느 순간 제령이 연산군의 앞을 막아선다.
“그만하시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지신 분이 이런 것 까지 탐을 내십니까?”
“제령! 네가 기어이 나를 막아서겠단 말이냐!”
연산군은 제령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측은한 눈빛을 보낸다.
제령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잡고 싶은 그 속마음이 비춰졌던 것이다. 그녀를 죽이면 자신 역시 조선 땅에 돌아가지도 못하게 되고, 임금의 자리도 앉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예전부터 자신의 마음에 흡족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녀의 주술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고 자신의 부하로써 평생 데리고 있을 심산이었다. 이런 그녀가 자신에게 자꾸 반기를 드니 가슴이 저릴 따름이었다.
“성제령! 마지막이다. 더 이상 막지 말고 나에게 오라”
“...”
“제령아 내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연산군의 애절한 눈빛에 제령은 눈을 차마 감아 버린다.
“그만하세요!”
뒤에서 듣자듣자 하니 도저히 못들어 주겠다는 표정을 지닌 화룡이 나선다.
“언니는 당신이 두렵고 나까지 해칠까봐 동생의 안위 때문에 일부러 비위를 맞춰준 것뿐이라고요!”
“정말이냐?”
연산군의 물음에 제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 너는 장차 이리도 미련스럽단 말이냐! 지금이라도 나랑 길동을 쓰러뜨리고 조선에 돌아가자. 너에게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
연산군이 마지막으로 파격적인 제안을 꺼낸다. 어쨌든 그는 길동을 쓰러뜨리더라도 조선에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참 끈질기시군요.”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한 탄금이 고개를 젓는다.
“이미 당신은 우리에게 신뢰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구차하게 굴지 마십시오.”
“이 무엄하도다!”
연산군은 분노를 방출하며 땅을 발로 찬다.
“쿠쿠쿠쿵”
순식간에 대지가 흔들리고 주변 사람들이 중심을 잡기 힘든지 넘어지고 산천초목도 떨기 시작한다.
“할 수 없지. 염주를 내 놓아라”
“안됩니다.”
제령이 한 팔로 막자 연산군은 차마 제령을 공격하지 않고 살짝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휘잉”
제령은 그 바람을 맞고 뒤로 넘어져 버렸다.
“아 안돼”
아영이는 섬천을 치유하다가 연산군이 코앞에 다가오자 덜덜 떨기 시작한다.
“홍길동의 후손인 것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연산군이 손을 뻗자 아영이는 마치 자석처럼 연산군의 손바닥에 이끌려 찰싹 붙게 된다.
연산군은 한 손으로 아영이의 팔을 가볍게 쥔다.
“뚜둑”
“꺄아아아악”
연산군의 힘에 의해 아영이는 염주를 찬 팔목이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 절로 비명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연산군이 아영이의 늘어진 팔에서 염주를 걷어 올렸다.
염주는 저항하는 듯이 푸른빛을 내며 웅웅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 볼수록 탐나는 물건이군!”
연산군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손목에 염주를 차려는 순간, 어디선가 강한 불덩어리가 쏟아져 왔다.
혈사와 화룡 풍백이 힘을 합쳐 불덩어리를 만들어 쏜 것이다.
“어림없다.”
연산군은 손으로 불덩어리를 탁 쳐냈다. 그 순간 탄금이 화살을 연산군의 손에 쏘았다.
“슈웅”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연산군은 손에 화살을 맞자 잠시 주춤거리면서 염주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서 시작해”
제령이 재빨리 염주를 주어 아영이에게 건네준다.
아영이는 벌벌 떨면서도 염주를 차고 섬천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이 이것들이”
연산군은 흥분된 얼굴로 특검대원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이 기를 모은다.
그의 손가락이 일제히 탄지공의 기운들이 맺히기 시작한다.
“이 녀석들 도저히 안되겠다. 죽어?”
연산군이 손가락마다 기운을 맺어 10발의 탄지공을 쏘려 할 때 뒤에서 강한 기운을 느꼈다.
“무엇인가?”
연산군이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홍길동이 활빈당 아이들과 함께 하늘 위에 거대한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우르르릉”
순간 하늘이 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구름의 형체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주위는 갑자기 어두워지고 무시무시한 청룡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다니...”
연산군 역시 홍길동이 소환하는 청룡을 처음 보았다.
홍길동이 소환한 거대한 청룡은 모습을 점점 갖추기 시작하면서 꿈틀대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잠든 존재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하늘에 명하노니 모습을 드러내라!”
길동은 양 손을 하늘 위로 뻗고 온 몸의 기운을 다 끌어내어 청룡에게 기운을 주고 있었다. 뒤에서 활빈당 아이들은 홍길동의 기운이 모자랄까봐 일제히 그에게 보태주고 있었다.
그것은 천하의 악독하고 몹쓸 놈인 연산군을 심판하려는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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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활빈당 2020 - 에필로그조회 : 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46 120.활빈당 2020 120화(마지막)조회 : 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4 119.활빈당 2020 119화조회 : 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5 118.활빈당 2020 118화조회 : 13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6 117.활빈당 2020 117화조회 : 12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24 116.활빈당 2020 116화조회 : 12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3 115.활빈당 2020 115화조회 : 1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24 114.활빈당 2020 114화조회 : 2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3 113.활빈당 2020 113화조회 : 2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26 112.활빈당 2020 112화조회 : 2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9 111.활빈당 2020 111화조회 : 2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8 110.활빈당 2020 110화조회 : 33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5 109.활빈당 2020 109화조회 : 2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07 108.활빈당 2020 108화조회 : 38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5 107.활빈당 2020 107화조회 : 3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6 106.활빈당 2020 106화조회 : 2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9 105.활빈당 2020 105화조회 : 3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26 104.활빈당 2020 104화조회 : 3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29 103.활빈당 2020 103화조회 : 4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8 102.활빈당 2020 102화조회 : 353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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