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112화
조회 : 160 추천 : 0 글자수 : 5,089 자 2024-10-15
112화
경주 석굴암 수련장
화룡은 자신의 주술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반지 2개가 공명하는 곳에 쏟아 부었다.
“우우우우우웅”
반지 2개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찬란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화룡! 고작 아이들을 잡는 데 그런 기술을 쓴단 말이냐?”
연산군은 화룡에게 다가가면서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제령은 떨리는 눈으로 화룡과 연산군을 쳐다본다.
“화룡!”
“네 전하. 잠시만”
“?”
“화아악”
화룡은 결심한 듯이 2개의 반지를 공명한 빛을 일제히 연산군의 얼굴에 쏟아 부었다.
“죽어!!!”
“??”
연산군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리고 밝은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제령이 달려와서 주술력을 쏟아 연산군의 입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커어어억”
“착의 기운!”
제령은 자신의 주술로 연산군의 몸속을 계속 휘젓게 하였다.
“크으으윽”
연산군은 제령의 주술과 화룡의 공격에 의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잠시 당하고 있었다.
자신의 충직한 특검대들이 반기를 들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제령은 주술로 연산군의 몸속에 들어간 이 헌의 작은 신단을 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화룡은 반지 2개의 공명을 이용해 연산군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제령은 그 틈을 이용해 연산군 몸 안에 있는 신단을 결국 빼낼 수 있었다.
“커어어억”
작은 신단은 다행히도 연산군의 몸에서 빠져 나와 붉은 덩어리 형태로 떠 있었다.
“헌아! 헌이의 기운이 느껴진다.”
멀리서 신진대사가 신단을 보고 자신의 모든 공력을 끌어서 신단을 두 손으로 감싼다.
“파지지지직”
신단은 요란한 굉음을 내더니 신진대사의 주문에 힘을 잃고 결국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돌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검은 연기는 사라지더니 이윽고 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헌이 기절한 채로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헌 아!”
신진대사는 신단 안에 갇힌 이 헌을 빼낸 것이다.
“대사님!”
신진대사를 호위하는 스님들이 일제히 달려가 신진대사를 부축하고 이 헌을 들쳐 업고 간다.
“일단 공력을 회복하십시오. 지금 대사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영춘스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진대사의 안위를 살핀다.
안 그래도 이 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공력을 있는 대로 사용한 신진대사는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허억 허 헌아!”
기절해 있는 이 헌을 보면서 신진대사는 울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헌 역시 일어날 줄 몰랐다.
“이보게 좀 도와주게”
영춘스님이 아영이에게 다가와 염주의 힘을 통해 치유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분명히 염주의 신비한 힘을 보았고 사람들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너무 다급한 상황이었다.
“대사님부터 부탁하네.”
“네 그럴게요.”
아영이는 염주에 기를 모으고 신진대사의 등에 대고 치유를 하기 시작한다.
“사저 이게 무슨 짓이야?”
서섬천이 절뚝거리며 제령에게 다가간다.
그도 방금 그녀들이 연산군을 배신한 행동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더 이상 전하의 잔인함과 무모한 행위에 동참할 생각이 없습니다.”
“뭐?”
섬천은 기가 막힌 듯이 제령을 쳐다보았고 이때 연산군이 눈을 비비면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이런 내 신단이 하나가 없어지다니.”
“...”
“이 이런! 네 너희들을 특별히 아껴주고 잘 키워주었건만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연산군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제령과 화룡을 쳐다본다.
그러나 제령은 언젠가 주술을 통해 이 상황을 예견한 것처럼 태연하게 응시한다.
“더 이상 전하를 따를 마음은 없고 이미 오래전에 그리 마음먹었습니다.”
“제령! 내가 너를 특히 아낀 것을 알고도 그러느냐?”
“전하 전 언제나 전하의 눈빛이 두려웠고 저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전하는 자비가 없으신 분이지요. 탄금과 혈사에게 이렇게 가혹한 것으로 보면...”
“무어라?”
“홍길동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지도 않고 더 이상 저는 제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보내주신다면 화룡과 전하의 곁에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크하하하 드디어 미쳤구나!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것 같은가?”
연산군은 잠시 숨을 헐떡였다.
아무래도 전혀 방심하고 있는 와중에 제령의 궁극주술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와서 한바탕 휘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헌의 영혼이 빠져나간 게 충격이 컸다.
“성제령! 너... 네가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들어? 내 너를 어여삐 여겨 나중에 후궁의 자리를 마련해 주려 했건만”
“네?”
화룡은 기가 찬 듯이 연산군을 쳐다본다.
후궁의 자리면 누구라도 탐낼 수 있다. 하지만 연산군의 본바탕을 본 이상 그 어떤 것도 싫었다. 그리고 자신의 언니가 저런 탐욕스러운 자에게 간다는 것은 금은보화를 준다고 해도 말릴 생각이었다.
“혼자서 마음대로 상상하셨군요.”
“그 만큼 너를 아꼈단 말이다.”
연산군은 노기를 가라앉히고 제령을 쏘아본다.
“혈사랑 탄금이 나를 배신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뻔히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더냐?”
“네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마음이 돌아서게 되었지요.”
“무어라?”
옆에서 듣는 섬천이 나선다.
“사저 너희 둘 다 무엄하다! 지금이라도 전하 앞에서 엎드려 사죄하라!”
섬천의 말에 제령은 그를 돌아보며 응시한다.
“사형은 전하를 끝까지 따를 생각인가요?”
“뭐?”
제령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섬천은 황당해한다.
“방금 탄금과 혈사가 당한 꼴을 보고도 따르겠냐고 물었습니다.”
“그야 그들은 전하를 배신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사저 정신 차려”
“사형은 전하를 끝까지 함께 하실 생각이군요.”
“이봐! 지금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섬천 역시 제령과의 지난 세월이 있기에 함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기절해 있던 풍백이 어느 새 깨어났는지 작금의 상황을 다 지켜 본 것이다.
“화룡! 네가 우리를 배신할 줄이야.”
“흥 사형에게는 미련 없습니다.”
“건방진 것 배신의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겠지”
이 때 연산군이 나선다.
“그래 너희 두 자매를 오늘 이 자리에서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연산군은 손으로 기합을 모아 장풍을 쏘기 시작한다.
“휘이이잉”
제령과 화룡은 연산군의 장풍을 맞고 저 멀리 뒤로 넘어진다.
“쿠당탕탕탕”
“으”
제령은 일어나서 넘어진 화룡을 일으켜 세운다.
“언니 괜찮아?”
“이 정도는 문제없어”
“우리 잘한 걸까? 난 아직도 겁나!”
화룡이 덜덜 떨면서 연산군을 힐끔 쳐다본다.
“하하하 내가 비록 신단 하나를 잃었지만 너희 둘은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것이다.”
연산군은 손가락에 탄지공을 응축시킨다.
“화룡 피해!”
“피이잉”
연산군이 쏜 탄지공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와 화룡의 어깨를 적중한다.
“아아아아악”
연산군이 기를 응축시켜 빠르게 발사한 탄지공은 화룡의 어깨 위를 뚫고 날아간 것이다.
순식간에 옷자락 어깨 위가 붉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는 화룡이 다시 쓰러진다.
연산군은 다시 기를 응축시킨다.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연산군이 두 손으로 검은 연기를 만들어 제령에게 던진다.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뱀의 형상을 띠고 제령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허억”
제령은 재빨리 뒤로 물러선다.
그러자 뱀은 이번에 방향을 틀어 쓰러져 있는 화룡에게 기어가기 시작한다.
“안 돼!”
제령은 자신의 비녀를 뽑아 주술을 끌어 올려 땅에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화룡이 쓰러진 주위로 크게 원을 그리자, 놀랍게도 땅에 마법진처럼 노란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뱀은 그 노란 방어막에 막혀 허둥대기 시작했다.
“흐흐흐 역시 방어벽이라. 주술이 대단하군. 이래서 내가 너를 좋아했었지”
연산군은 제령의 방어벽에 헤매는 뱀을 두 손으로 거두어들인다.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연산군은 발에 기를 모아 땅을 크게 밟았다.
“쿠웅”
그러자 땅이 흔들리면서 그 여파가 제령의 방어막까지 파장이 전해졌다.
“우우웅”
화룡을 감싼 방어벽이 땅이 흔들리는 진동에 의해 휘청거렸다.
“막아라!”
제령은 자신의 비녀에 기를 불어넣어 방어벽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술력을 끌어올렸다.
“하하하 제법인데”
연산군은 이번에 손가락 5개에서 전부 탄지공을 응축시키고 있었다.
“5발이다. 전부 피할 수 있겠느냐?”
“...”
연산군은 자신의 기를 끌어올려 손가락 마디에 탄지공을 만들어 하나씩 발사하기 시작한다.
“피융!”
처음의 탄지공이 제령의 머리 위를 순식간에 지나간다.
조금만 늦게 숙였으면 머리가 뚫려 버렸을지도 모른 위급한 상황이었다.
“피융 피융”
이번에는 두 개의 탄지공이 화룡이 쓰러진 곳으로 날아들었다.
제령은 화룡을 지키기 위해 다급하게 양 손을 뻗어 하나씩 주술력을 펼쳤다.
오른손과 왼손에 날아들던 탄지공은 제령의 주술력에 의해, 마치 정지된 것처럼 힘을 잃고 밑으로 떨어졌다.
“휴우”
제령의 이마에는 주술력을 급하게 끌어올려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남은 탄지공 2개가 날아들었다.
재빨리 양 손을 거두어 하나의 탄지공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방향을 밑으로 꺾으면서 제령의 허벅지에 명중하였다.
“아아아악”
제령은 살이 타는 듯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연산군의 탄지공은 사람의 살갗을 완전히 헤집고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이다.
허벅지 안이 깊게 패이고 뼈가 보일 정도였다.
제령은 결국 중심을 못 잡고 화룡 옆에 쓰러지고 만다.
쉴 새 없이 피가 쏟아져 나오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연산군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제령은 안간힘을 쓰면서 비녀로 기를 모아 허벅지에 피를 멎게 하였다.
“허억 허억”
주술력은 어느 새 바닥이 나고 다행히 더 이상 피는 쏟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허벅지 상처가 너무 깊어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저럴 수가!”
수아는 제령과 화룡이 연산군을 배신한 사실에는 기뻐했지만 연산군의 압도적인 힘에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들은 만인이 보는 앞에서 응징을 하겠다.”
연산군은 제령과 화룡이 쓰러진 자리에 성큼성큼 걸어간다.
화룡은 어깨에 손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 한다. 옆에 자신의 언니가 다리를 다쳐 쓰러진 것을 보고 울음이 터져 나오려 한다.
“언니 흑흑”
화룡은 제령의 허벅지를 보더니 깊은 상처를 보고 절로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괜찮아. 울지 마!”
제령은 비녀로 주술력을 끌어올려 화룡의 어깨에 갖다 댄다.
“지금 나보다 언니가 더 심각하잖아. 제발 자기 몸 먼저 챙겨!!”
화룡이 울면서 자신도 비녀를 꺼낸다.
“둘이서 아주 가관이구나!”
연산군은 어느 새 앞으로 다가와 제령과 화룡을 비웃듯이 쳐다본다.
“배신자들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연산군은 기를 모아 제령에게 공격을 하려고 하는 찰나
“멈춰라!”
어느 새 정신을 차린 홍길동이 연산군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경주 석굴암 수련장
화룡은 자신의 주술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반지 2개가 공명하는 곳에 쏟아 부었다.
“우우우우우웅”
반지 2개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찬란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화룡! 고작 아이들을 잡는 데 그런 기술을 쓴단 말이냐?”
연산군은 화룡에게 다가가면서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제령은 떨리는 눈으로 화룡과 연산군을 쳐다본다.
“화룡!”
“네 전하. 잠시만”
“?”
“화아악”
화룡은 결심한 듯이 2개의 반지를 공명한 빛을 일제히 연산군의 얼굴에 쏟아 부었다.
“죽어!!!”
“??”
연산군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리고 밝은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제령이 달려와서 주술력을 쏟아 연산군의 입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커어어억”
“착의 기운!”
제령은 자신의 주술로 연산군의 몸속을 계속 휘젓게 하였다.
“크으으윽”
연산군은 제령의 주술과 화룡의 공격에 의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잠시 당하고 있었다.
자신의 충직한 특검대들이 반기를 들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제령은 주술로 연산군의 몸속에 들어간 이 헌의 작은 신단을 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화룡은 반지 2개의 공명을 이용해 연산군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제령은 그 틈을 이용해 연산군 몸 안에 있는 신단을 결국 빼낼 수 있었다.
“커어어억”
작은 신단은 다행히도 연산군의 몸에서 빠져 나와 붉은 덩어리 형태로 떠 있었다.
“헌아! 헌이의 기운이 느껴진다.”
멀리서 신진대사가 신단을 보고 자신의 모든 공력을 끌어서 신단을 두 손으로 감싼다.
“파지지지직”
신단은 요란한 굉음을 내더니 신진대사의 주문에 힘을 잃고 결국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돌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검은 연기는 사라지더니 이윽고 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헌이 기절한 채로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헌 아!”
신진대사는 신단 안에 갇힌 이 헌을 빼낸 것이다.
“대사님!”
신진대사를 호위하는 스님들이 일제히 달려가 신진대사를 부축하고 이 헌을 들쳐 업고 간다.
“일단 공력을 회복하십시오. 지금 대사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영춘스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진대사의 안위를 살핀다.
안 그래도 이 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공력을 있는 대로 사용한 신진대사는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허억 허 헌아!”
기절해 있는 이 헌을 보면서 신진대사는 울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헌 역시 일어날 줄 몰랐다.
“이보게 좀 도와주게”
영춘스님이 아영이에게 다가와 염주의 힘을 통해 치유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분명히 염주의 신비한 힘을 보았고 사람들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너무 다급한 상황이었다.
“대사님부터 부탁하네.”
“네 그럴게요.”
아영이는 염주에 기를 모으고 신진대사의 등에 대고 치유를 하기 시작한다.
“사저 이게 무슨 짓이야?”
서섬천이 절뚝거리며 제령에게 다가간다.
그도 방금 그녀들이 연산군을 배신한 행동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더 이상 전하의 잔인함과 무모한 행위에 동참할 생각이 없습니다.”
“뭐?”
섬천은 기가 막힌 듯이 제령을 쳐다보았고 이때 연산군이 눈을 비비면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이런 내 신단이 하나가 없어지다니.”
“...”
“이 이런! 네 너희들을 특별히 아껴주고 잘 키워주었건만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연산군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제령과 화룡을 쳐다본다.
그러나 제령은 언젠가 주술을 통해 이 상황을 예견한 것처럼 태연하게 응시한다.
“더 이상 전하를 따를 마음은 없고 이미 오래전에 그리 마음먹었습니다.”
“제령! 내가 너를 특히 아낀 것을 알고도 그러느냐?”
“전하 전 언제나 전하의 눈빛이 두려웠고 저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전하는 자비가 없으신 분이지요. 탄금과 혈사에게 이렇게 가혹한 것으로 보면...”
“무어라?”
“홍길동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지도 않고 더 이상 저는 제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보내주신다면 화룡과 전하의 곁에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크하하하 드디어 미쳤구나!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것 같은가?”
연산군은 잠시 숨을 헐떡였다.
아무래도 전혀 방심하고 있는 와중에 제령의 궁극주술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와서 한바탕 휘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헌의 영혼이 빠져나간 게 충격이 컸다.
“성제령! 너... 네가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들어? 내 너를 어여삐 여겨 나중에 후궁의 자리를 마련해 주려 했건만”
“네?”
화룡은 기가 찬 듯이 연산군을 쳐다본다.
후궁의 자리면 누구라도 탐낼 수 있다. 하지만 연산군의 본바탕을 본 이상 그 어떤 것도 싫었다. 그리고 자신의 언니가 저런 탐욕스러운 자에게 간다는 것은 금은보화를 준다고 해도 말릴 생각이었다.
“혼자서 마음대로 상상하셨군요.”
“그 만큼 너를 아꼈단 말이다.”
연산군은 노기를 가라앉히고 제령을 쏘아본다.
“혈사랑 탄금이 나를 배신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뻔히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더냐?”
“네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마음이 돌아서게 되었지요.”
“무어라?”
옆에서 듣는 섬천이 나선다.
“사저 너희 둘 다 무엄하다! 지금이라도 전하 앞에서 엎드려 사죄하라!”
섬천의 말에 제령은 그를 돌아보며 응시한다.
“사형은 전하를 끝까지 따를 생각인가요?”
“뭐?”
제령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섬천은 황당해한다.
“방금 탄금과 혈사가 당한 꼴을 보고도 따르겠냐고 물었습니다.”
“그야 그들은 전하를 배신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사저 정신 차려”
“사형은 전하를 끝까지 함께 하실 생각이군요.”
“이봐! 지금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섬천 역시 제령과의 지난 세월이 있기에 함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기절해 있던 풍백이 어느 새 깨어났는지 작금의 상황을 다 지켜 본 것이다.
“화룡! 네가 우리를 배신할 줄이야.”
“흥 사형에게는 미련 없습니다.”
“건방진 것 배신의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겠지”
이 때 연산군이 나선다.
“그래 너희 두 자매를 오늘 이 자리에서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연산군은 손으로 기합을 모아 장풍을 쏘기 시작한다.
“휘이이잉”
제령과 화룡은 연산군의 장풍을 맞고 저 멀리 뒤로 넘어진다.
“쿠당탕탕탕”
“으”
제령은 일어나서 넘어진 화룡을 일으켜 세운다.
“언니 괜찮아?”
“이 정도는 문제없어”
“우리 잘한 걸까? 난 아직도 겁나!”
화룡이 덜덜 떨면서 연산군을 힐끔 쳐다본다.
“하하하 내가 비록 신단 하나를 잃었지만 너희 둘은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것이다.”
연산군은 손가락에 탄지공을 응축시킨다.
“화룡 피해!”
“피이잉”
연산군이 쏜 탄지공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와 화룡의 어깨를 적중한다.
“아아아아악”
연산군이 기를 응축시켜 빠르게 발사한 탄지공은 화룡의 어깨 위를 뚫고 날아간 것이다.
순식간에 옷자락 어깨 위가 붉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는 화룡이 다시 쓰러진다.
연산군은 다시 기를 응축시킨다.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연산군이 두 손으로 검은 연기를 만들어 제령에게 던진다.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뱀의 형상을 띠고 제령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허억”
제령은 재빨리 뒤로 물러선다.
그러자 뱀은 이번에 방향을 틀어 쓰러져 있는 화룡에게 기어가기 시작한다.
“안 돼!”
제령은 자신의 비녀를 뽑아 주술을 끌어 올려 땅에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화룡이 쓰러진 주위로 크게 원을 그리자, 놀랍게도 땅에 마법진처럼 노란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뱀은 그 노란 방어막에 막혀 허둥대기 시작했다.
“흐흐흐 역시 방어벽이라. 주술이 대단하군. 이래서 내가 너를 좋아했었지”
연산군은 제령의 방어벽에 헤매는 뱀을 두 손으로 거두어들인다.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연산군은 발에 기를 모아 땅을 크게 밟았다.
“쿠웅”
그러자 땅이 흔들리면서 그 여파가 제령의 방어막까지 파장이 전해졌다.
“우우웅”
화룡을 감싼 방어벽이 땅이 흔들리는 진동에 의해 휘청거렸다.
“막아라!”
제령은 자신의 비녀에 기를 불어넣어 방어벽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술력을 끌어올렸다.
“하하하 제법인데”
연산군은 이번에 손가락 5개에서 전부 탄지공을 응축시키고 있었다.
“5발이다. 전부 피할 수 있겠느냐?”
“...”
연산군은 자신의 기를 끌어올려 손가락 마디에 탄지공을 만들어 하나씩 발사하기 시작한다.
“피융!”
처음의 탄지공이 제령의 머리 위를 순식간에 지나간다.
조금만 늦게 숙였으면 머리가 뚫려 버렸을지도 모른 위급한 상황이었다.
“피융 피융”
이번에는 두 개의 탄지공이 화룡이 쓰러진 곳으로 날아들었다.
제령은 화룡을 지키기 위해 다급하게 양 손을 뻗어 하나씩 주술력을 펼쳤다.
오른손과 왼손에 날아들던 탄지공은 제령의 주술력에 의해, 마치 정지된 것처럼 힘을 잃고 밑으로 떨어졌다.
“휴우”
제령의 이마에는 주술력을 급하게 끌어올려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남은 탄지공 2개가 날아들었다.
재빨리 양 손을 거두어 하나의 탄지공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방향을 밑으로 꺾으면서 제령의 허벅지에 명중하였다.
“아아아악”
제령은 살이 타는 듯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연산군의 탄지공은 사람의 살갗을 완전히 헤집고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이다.
허벅지 안이 깊게 패이고 뼈가 보일 정도였다.
제령은 결국 중심을 못 잡고 화룡 옆에 쓰러지고 만다.
쉴 새 없이 피가 쏟아져 나오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연산군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제령은 안간힘을 쓰면서 비녀로 기를 모아 허벅지에 피를 멎게 하였다.
“허억 허억”
주술력은 어느 새 바닥이 나고 다행히 더 이상 피는 쏟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허벅지 상처가 너무 깊어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저럴 수가!”
수아는 제령과 화룡이 연산군을 배신한 사실에는 기뻐했지만 연산군의 압도적인 힘에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들은 만인이 보는 앞에서 응징을 하겠다.”
연산군은 제령과 화룡이 쓰러진 자리에 성큼성큼 걸어간다.
화룡은 어깨에 손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 한다. 옆에 자신의 언니가 다리를 다쳐 쓰러진 것을 보고 울음이 터져 나오려 한다.
“언니 흑흑”
화룡은 제령의 허벅지를 보더니 깊은 상처를 보고 절로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괜찮아. 울지 마!”
제령은 비녀로 주술력을 끌어올려 화룡의 어깨에 갖다 댄다.
“지금 나보다 언니가 더 심각하잖아. 제발 자기 몸 먼저 챙겨!!”
화룡이 울면서 자신도 비녀를 꺼낸다.
“둘이서 아주 가관이구나!”
연산군은 어느 새 앞으로 다가와 제령과 화룡을 비웃듯이 쳐다본다.
“배신자들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연산군은 기를 모아 제령에게 공격을 하려고 하는 찰나
“멈춰라!”
어느 새 정신을 차린 홍길동이 연산군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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