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114화
조회 : 133 추천 : 0 글자수 : 5,083 자 2024-10-29
114화
경주 석굴암 암자 수련장
풍백이 아영이에게 염주를 빼앗으려는 순간, 혈사와 탄금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어? 어라 너도 기절하지 않았나?”
풍백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아영이의 염주를 보고 눈치챘다.
“그래 너희들이 저 물건 때문에 다시 기운을 차렸구나. 저걸 반드시 빼앗아야겠군!”
“어림없어요. 사형”
탄금이 가야금을 꺼내 화살을 장전하기 시작한다.
비록 가야금은 연산군의 공격에 심하게 그을렸지만, 무형의 화살을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 이런 연놈들이”
풍백이 일그러진 얼굴로 공격을 하려는 사이, 혈사가 주먹을 뻗어 공격을 하고 탄금이 무형의 화살을 장전한다.
“휘잉”
혈사의 공격을 피하자마자 무형의 화살이 풍백의 손등을 적중한다.
“크아아아악”
풍백의 손등에 피가 흐르면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탄금의 가야금이 예전만큼 힘을 내지 못했기에 풍백의 손등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탄금은 다시 공력을 끌어 올려 가야금을 연주하려고 하였다.
“그만해 사저!”
어느 새 멀리 있던 섬천이 달려와 탄금을 가로막는다.
“지금 우리들끼리 이게 무슨 짓이냐!”
섬천의 말에 풍백과 혈사는 싸움을 잠시 멈추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그만하라고 사저”
탄금이 하는 말을 가로막고 섬천이 엄중히 꾸짖는다.
“우리는 좋든 싫든 한 솥밥을 먹고 오랜 세월을 지냈다.”
“...”
“개인행동으로 전부 피해를 끼치는 것은 잘못된 거야. 혈사, 탄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글쎄요. 저희는 이미”
“그래 나 역시도 마찬가지야. 전하는 지금 너무 독단적이지.”
“네?”
섬천의 말에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섬천 역시 연산군에게 불만을 간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특검대 수장의 책임감과 함께 배신하면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탄금 너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잠시라도 느꼈어요. 전하는 결코 우리를 이용만 하지 끝까지 함께 할 분은 아니라는 걸”
풍백 역시 섬천의 반응에 놀란다.
“제가 결정적인 증거를 말하죠. 전하를 멀리해야 하는 사실을”
침묵을 지키던 제령이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나서 입을 연다.
“전하는 우리의 기운을 억제하기 위해 수련을 핑계로 몸속에 마령신단의 가루를 몰래 흘려 넣었어요.”
“뭐?”
특검대원들 전부 제령을 쳐다본다. 그것은 자신들의 안위가 걸린 일이기도 했다.
제령은 자신이 주술력을 끌어올려 어느 날 몸속에 마령신단의 기운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느꼈다고 상세히 말했다.
“제가 더 큰 힘을 발휘하려면 몸속의 마령신단이 폭주해서 결국 주화입마에 걸리게 되어 있어요.”
“이런! 어쩐지 아무리 수련해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무공을 이상하게 느꼈건만”
풍백 역시 자신도 수련을 하면서 찜찜한 기운을 느낀 것을 말한다.
“전하는 언젠가 우리가 자신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미리 수를 써 놓았어요.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 몸속에 마령신단의 찌꺼기가 스며 들도록 만들었고.”
“기를 모을 때 주변에 이상한 아지랑이가 감도는 것을 보긴 했어”
“그게 우리 체내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내공이 넘쳐나는 느낌이 들던데?”
“그래야 우리가 의심없이 받아들이니까 전하는 수련장에서 이미 마령신단의 기운을 공기 중에 흩어 놓았을 거예요.”
“무언가 꺼림칙하더니 그게 사실이었군!”
섬천은 주먹을 불끈 쥐고 바닥을 내리친다.
늘 연산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언젠가 자신이 자리를 물려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들 특검대원들이 소모품으로 쓰여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
“우리 체내에 있는 찌꺼기를 밖으로 빼내려면 주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다 같이 힘을 합쳐야 되요.”
“그럼 지금이라도 하자고!”
“예전에 최대한 주술력을 끌어올려 일부를 배출하고 나서야 저도 눈치 챌 수 있었죠.”
“생각보다 쉽지 않군!”
“그래도 다행인 게 방금 보니 저 아이의 염주를 빌린다면 충분히 가능해요.”
“오 그래?”
풍백과 혈사는 일제히 아영이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탐스럽게 쳐다본다.
갑자기 특검대원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시선이 부담스러운 아영은 뒤로 짐짓 물러난다.
“한 번만 도와줘”
화룡이 아영이를 붙잡고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네?”
“우리도 결심했어. 홍길동을 돕기로! 그러려면 네가 가진 염주의 힘이 필요해”
제령은 아영이에게 설명하면서 특검대원들의 치유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정말 할아버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영이는 방금 전만 해도 척을 지닌 특검대원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물론 위급상황이라 잠시 도와주기는 했지만 이들이 언제 마음을 바꿔 활빈당을 공격할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야 해. 지금 홍길동은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섬천의 말에 아영이는 홍길동을 보았다.
연산군과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 헌의 영혼이 빠져나가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연산군은 무소불위의 존재였다,
그는 온갖 기술로 홍길동을 점점 포위망에 가두려고 하고 있었다.
멀리서 연산군 손가락이 빛이 나면 어느 순간 홍길동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보았다.
아영이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네 당신들을 치유해 드릴 테니 꼭 할아버지를 도와주세요!”
“피융”
연산군의 탄지공이 방향을 틀면서 홍길동의 등 뒤로 쏟아진다.
“휙”
홍길동은 높이 솟구쳐 오르면서 탄지공을 피한다.
그 사이 연산군 역시 공중으로 휙 하고 뛰어 오른다.
공중에서 이 둘은 여러 합으로 주먹과 발길질을 나눈다.
“퍼퍼퍼퍽”
홍길동은 연산군의 발 공격을 막으면서 그의 옆구리를 가격한다.
순간 연산군은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받아라!”
길동은 공중을 한 바퀴 돌면서 발을 뻗어 연산군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한다.
“꽝!!!”
자신의 발에 연산군의 관자놀이가 제대로 적중했음을 느꼈다.
“털썩”
연산군은 홍길동의 발에 관자놀이를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제법 충격이 실린 발차기였던 것이다.
“휴우”
홍길동은 쓰러진 연산군을 보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공중에서 제법 긴 소모전을 펼친 탓인지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어나라. 그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길동의 말에 연산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난다.
“홍길동 제법이군. 방금 공격은 제법 아팠어. 내 골이 아직까지 흔들리고 있으니”
“흥 한 번 더 먹여주지”
“크크크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야. 아래를 봐라”
연산군의 말에 홍길동은 자신의 발밑을 보았다.
“?”
어느 순간 연산군이 검은 뱀의 형체를 땅 속에 심어 놓았던 것이었다. 그 검은 기운이 땅 속에 나오면서 순식간에 홍길동의 다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허억 언제 이런 짓을”
“큭 공중에 싸울 때부터 아래로 기운을 흘려보냈지”
“크으윽”
길동은 두 다리가 뱀에게 묶인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이제 해 볼 만한가!”
연산군은 비열하게 웃으면서 홍길동의 얼굴을 공격한다.
“퍼어억”
길동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그대로 연산군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움직여 피하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홍길동이 위험하다!”
섬천의 말에 아영이는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다들 내 주위에 방위 진법으로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세요. 절대로 자리를 뜨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전하가 눈치 채면 곤란해요”
“알았으니 어서 하자!”
“젠장”
투덜거리는 혈사를 탄금이 애써 진정시키고 다들 제령의 주위에 몰려 방위진을 펼치며 운기조식을 한다.
“화룡 저기 있는 반지를 낀 아이를 불러와”
“알았어 언니”
화룡은 수아를 데리고 와서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멀리서 위기감을 느낀 수아는 군말 없이 화룡이 시킨대로 자신의 반지에 기운을 모으고 화룡이 낀 반지에 접촉한다.
“파지지직”
반지 2개가 부딪히자 파란 불꽃이 일렁이고 하얀 아지랑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아기고양이 형체를 띠면서 꿈틀거렸다.
“먼저 나부터”
제령은 자신의 주술력을 끌어올려 하얀 고양이 형태의 아지랑이를 입 안으로 흡수한다,
“슈우우웅”
제령의 몸속에서 고양이가 마구 날뛰기 시작한다.
“허어어억”
“언니 조금만 참아”
제령은 안의 고통이 느껴지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입을 벌린다.
아영이는 제령이 주화입마가 걸릴 까봐 염주로 그녀의 등에 대고 치유의 기운을 마구 발산하였다.
“우우우우웅”
“울컥!”
마침내 시커먼 덩어리의 피와 섞인 검은 가루들이 제령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마령신단의 찌꺼기들이었다.
“이것들이었군!”
섬천과 풍백은 시커먼 찌꺼기를 보고 탄식한다.
“사저 나도 어서”
“알겠어요. 차례대로 할 테니 각자 대형을 유지하세요.”
제령은 입 안의 피를 한 움큼 토하고 나서 아영이의 염주를 통해 급히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술력을 끌어올려 섬천의 몸속에 있는 신단의 찌꺼기를 배출하려고 하였다.
특검대원들은 연산군이 눈치챌까봐 긴장하면서 어서 자신의 몸속에 있는 악한 기운을 빼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휴우 겨우 끝났군!”
제령은 자신의 이마와 등에 가득한 땀을 쓸어내리며 털썩 주저앉는다. 자신을 비롯한 특검대원들의 몸속에 존재하는 마령신단의 찌꺼기를 배출하느라 엄청난 주술력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아와 아영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녀들 역시 무리하게 기를 소모하였는지 기진맥진하였다.
“그래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에요. 선생님”
“응 그래. 이제 하나도 힘이 없어. 한 시간 동안은 무조건 쉴 거야”
“저도요”
아영이와 수아는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홍길동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흠 정말 몸속이 개운해진 게 느껴지는 군”
풍백은 자신의 양 손에 기운을 끌어올리자 손바닥에서 작은 회오리들이 꿈틀대는 것을 보았다.
“사저 이 은혜 고맙네.”
“저도 고맙죠. 어차피 원래대로 돌아가야 할 일이에요”
“다들 들어라”
섬천이 특검대원들에게 말한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확실해졌다. 우리가 모시던 주군은 더 이상 우리를 위하는 분이 아니다. 그 분의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다면 나와 같이 하자”
섬천의 말에 누구 하나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의 몸속에 마령신단의 찌꺼기가 빠져 나가자 마음속까지 정화된 기분이 들었다.
“우리를 파탄에 빠뜨린 연산군에게 복수 제대로 하자고”
섬천은 이를 갈면서 연산군을 노려본다.
“네 갑시다. 사형!”
풍백이 섬천이 뒤를 따르고 일제히 따라가기 시작한다.
“약속대로 할아버지를 꼭 도와주제요!”
아영이가 특검대원들에게 신신당부한다.
“걱정 말아.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
화룡은 아영이에게 안심하라고 하면서 섬천을 따라간다.
특검대원들은 연산군 앞에 일제히 섰다.
“너희들이 갑자기?”
연산군은 일제히 특검대원들이 노려보자 어리둥절했다.
“연산군 당신은 더 이상 우리 주군이 아니야!”
그것은 작은 혁명의 서막을 울리는 것이었다.
경주 석굴암 암자 수련장
풍백이 아영이에게 염주를 빼앗으려는 순간, 혈사와 탄금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어? 어라 너도 기절하지 않았나?”
풍백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아영이의 염주를 보고 눈치챘다.
“그래 너희들이 저 물건 때문에 다시 기운을 차렸구나. 저걸 반드시 빼앗아야겠군!”
“어림없어요. 사형”
탄금이 가야금을 꺼내 화살을 장전하기 시작한다.
비록 가야금은 연산군의 공격에 심하게 그을렸지만, 무형의 화살을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 이런 연놈들이”
풍백이 일그러진 얼굴로 공격을 하려는 사이, 혈사가 주먹을 뻗어 공격을 하고 탄금이 무형의 화살을 장전한다.
“휘잉”
혈사의 공격을 피하자마자 무형의 화살이 풍백의 손등을 적중한다.
“크아아아악”
풍백의 손등에 피가 흐르면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탄금의 가야금이 예전만큼 힘을 내지 못했기에 풍백의 손등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탄금은 다시 공력을 끌어 올려 가야금을 연주하려고 하였다.
“그만해 사저!”
어느 새 멀리 있던 섬천이 달려와 탄금을 가로막는다.
“지금 우리들끼리 이게 무슨 짓이냐!”
섬천의 말에 풍백과 혈사는 싸움을 잠시 멈추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그만하라고 사저”
탄금이 하는 말을 가로막고 섬천이 엄중히 꾸짖는다.
“우리는 좋든 싫든 한 솥밥을 먹고 오랜 세월을 지냈다.”
“...”
“개인행동으로 전부 피해를 끼치는 것은 잘못된 거야. 혈사, 탄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글쎄요. 저희는 이미”
“그래 나 역시도 마찬가지야. 전하는 지금 너무 독단적이지.”
“네?”
섬천의 말에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섬천 역시 연산군에게 불만을 간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특검대 수장의 책임감과 함께 배신하면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탄금 너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잠시라도 느꼈어요. 전하는 결코 우리를 이용만 하지 끝까지 함께 할 분은 아니라는 걸”
풍백 역시 섬천의 반응에 놀란다.
“제가 결정적인 증거를 말하죠. 전하를 멀리해야 하는 사실을”
침묵을 지키던 제령이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나서 입을 연다.
“전하는 우리의 기운을 억제하기 위해 수련을 핑계로 몸속에 마령신단의 가루를 몰래 흘려 넣었어요.”
“뭐?”
특검대원들 전부 제령을 쳐다본다. 그것은 자신들의 안위가 걸린 일이기도 했다.
제령은 자신이 주술력을 끌어올려 어느 날 몸속에 마령신단의 기운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느꼈다고 상세히 말했다.
“제가 더 큰 힘을 발휘하려면 몸속의 마령신단이 폭주해서 결국 주화입마에 걸리게 되어 있어요.”
“이런! 어쩐지 아무리 수련해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무공을 이상하게 느꼈건만”
풍백 역시 자신도 수련을 하면서 찜찜한 기운을 느낀 것을 말한다.
“전하는 언젠가 우리가 자신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미리 수를 써 놓았어요.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 몸속에 마령신단의 찌꺼기가 스며 들도록 만들었고.”
“기를 모을 때 주변에 이상한 아지랑이가 감도는 것을 보긴 했어”
“그게 우리 체내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내공이 넘쳐나는 느낌이 들던데?”
“그래야 우리가 의심없이 받아들이니까 전하는 수련장에서 이미 마령신단의 기운을 공기 중에 흩어 놓았을 거예요.”
“무언가 꺼림칙하더니 그게 사실이었군!”
섬천은 주먹을 불끈 쥐고 바닥을 내리친다.
늘 연산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언젠가 자신이 자리를 물려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들 특검대원들이 소모품으로 쓰여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
“우리 체내에 있는 찌꺼기를 밖으로 빼내려면 주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다 같이 힘을 합쳐야 되요.”
“그럼 지금이라도 하자고!”
“예전에 최대한 주술력을 끌어올려 일부를 배출하고 나서야 저도 눈치 챌 수 있었죠.”
“생각보다 쉽지 않군!”
“그래도 다행인 게 방금 보니 저 아이의 염주를 빌린다면 충분히 가능해요.”
“오 그래?”
풍백과 혈사는 일제히 아영이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탐스럽게 쳐다본다.
갑자기 특검대원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시선이 부담스러운 아영은 뒤로 짐짓 물러난다.
“한 번만 도와줘”
화룡이 아영이를 붙잡고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네?”
“우리도 결심했어. 홍길동을 돕기로! 그러려면 네가 가진 염주의 힘이 필요해”
제령은 아영이에게 설명하면서 특검대원들의 치유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정말 할아버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영이는 방금 전만 해도 척을 지닌 특검대원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물론 위급상황이라 잠시 도와주기는 했지만 이들이 언제 마음을 바꿔 활빈당을 공격할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야 해. 지금 홍길동은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섬천의 말에 아영이는 홍길동을 보았다.
연산군과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 헌의 영혼이 빠져나가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연산군은 무소불위의 존재였다,
그는 온갖 기술로 홍길동을 점점 포위망에 가두려고 하고 있었다.
멀리서 연산군 손가락이 빛이 나면 어느 순간 홍길동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보았다.
아영이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네 당신들을 치유해 드릴 테니 꼭 할아버지를 도와주세요!”
“피융”
연산군의 탄지공이 방향을 틀면서 홍길동의 등 뒤로 쏟아진다.
“휙”
홍길동은 높이 솟구쳐 오르면서 탄지공을 피한다.
그 사이 연산군 역시 공중으로 휙 하고 뛰어 오른다.
공중에서 이 둘은 여러 합으로 주먹과 발길질을 나눈다.
“퍼퍼퍼퍽”
홍길동은 연산군의 발 공격을 막으면서 그의 옆구리를 가격한다.
순간 연산군은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받아라!”
길동은 공중을 한 바퀴 돌면서 발을 뻗어 연산군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한다.
“꽝!!!”
자신의 발에 연산군의 관자놀이가 제대로 적중했음을 느꼈다.
“털썩”
연산군은 홍길동의 발에 관자놀이를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제법 충격이 실린 발차기였던 것이다.
“휴우”
홍길동은 쓰러진 연산군을 보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공중에서 제법 긴 소모전을 펼친 탓인지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어나라. 그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길동의 말에 연산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난다.
“홍길동 제법이군. 방금 공격은 제법 아팠어. 내 골이 아직까지 흔들리고 있으니”
“흥 한 번 더 먹여주지”
“크크크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야. 아래를 봐라”
연산군의 말에 홍길동은 자신의 발밑을 보았다.
“?”
어느 순간 연산군이 검은 뱀의 형체를 땅 속에 심어 놓았던 것이었다. 그 검은 기운이 땅 속에 나오면서 순식간에 홍길동의 다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허억 언제 이런 짓을”
“큭 공중에 싸울 때부터 아래로 기운을 흘려보냈지”
“크으윽”
길동은 두 다리가 뱀에게 묶인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이제 해 볼 만한가!”
연산군은 비열하게 웃으면서 홍길동의 얼굴을 공격한다.
“퍼어억”
길동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그대로 연산군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움직여 피하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홍길동이 위험하다!”
섬천의 말에 아영이는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다들 내 주위에 방위 진법으로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세요. 절대로 자리를 뜨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전하가 눈치 채면 곤란해요”
“알았으니 어서 하자!”
“젠장”
투덜거리는 혈사를 탄금이 애써 진정시키고 다들 제령의 주위에 몰려 방위진을 펼치며 운기조식을 한다.
“화룡 저기 있는 반지를 낀 아이를 불러와”
“알았어 언니”
화룡은 수아를 데리고 와서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멀리서 위기감을 느낀 수아는 군말 없이 화룡이 시킨대로 자신의 반지에 기운을 모으고 화룡이 낀 반지에 접촉한다.
“파지지직”
반지 2개가 부딪히자 파란 불꽃이 일렁이고 하얀 아지랑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아기고양이 형체를 띠면서 꿈틀거렸다.
“먼저 나부터”
제령은 자신의 주술력을 끌어올려 하얀 고양이 형태의 아지랑이를 입 안으로 흡수한다,
“슈우우웅”
제령의 몸속에서 고양이가 마구 날뛰기 시작한다.
“허어어억”
“언니 조금만 참아”
제령은 안의 고통이 느껴지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입을 벌린다.
아영이는 제령이 주화입마가 걸릴 까봐 염주로 그녀의 등에 대고 치유의 기운을 마구 발산하였다.
“우우우우웅”
“울컥!”
마침내 시커먼 덩어리의 피와 섞인 검은 가루들이 제령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마령신단의 찌꺼기들이었다.
“이것들이었군!”
섬천과 풍백은 시커먼 찌꺼기를 보고 탄식한다.
“사저 나도 어서”
“알겠어요. 차례대로 할 테니 각자 대형을 유지하세요.”
제령은 입 안의 피를 한 움큼 토하고 나서 아영이의 염주를 통해 급히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술력을 끌어올려 섬천의 몸속에 있는 신단의 찌꺼기를 배출하려고 하였다.
특검대원들은 연산군이 눈치챌까봐 긴장하면서 어서 자신의 몸속에 있는 악한 기운을 빼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휴우 겨우 끝났군!”
제령은 자신의 이마와 등에 가득한 땀을 쓸어내리며 털썩 주저앉는다. 자신을 비롯한 특검대원들의 몸속에 존재하는 마령신단의 찌꺼기를 배출하느라 엄청난 주술력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아와 아영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녀들 역시 무리하게 기를 소모하였는지 기진맥진하였다.
“그래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에요. 선생님”
“응 그래. 이제 하나도 힘이 없어. 한 시간 동안은 무조건 쉴 거야”
“저도요”
아영이와 수아는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홍길동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흠 정말 몸속이 개운해진 게 느껴지는 군”
풍백은 자신의 양 손에 기운을 끌어올리자 손바닥에서 작은 회오리들이 꿈틀대는 것을 보았다.
“사저 이 은혜 고맙네.”
“저도 고맙죠. 어차피 원래대로 돌아가야 할 일이에요”
“다들 들어라”
섬천이 특검대원들에게 말한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확실해졌다. 우리가 모시던 주군은 더 이상 우리를 위하는 분이 아니다. 그 분의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다면 나와 같이 하자”
섬천의 말에 누구 하나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의 몸속에 마령신단의 찌꺼기가 빠져 나가자 마음속까지 정화된 기분이 들었다.
“우리를 파탄에 빠뜨린 연산군에게 복수 제대로 하자고”
섬천은 이를 갈면서 연산군을 노려본다.
“네 갑시다. 사형!”
풍백이 섬천이 뒤를 따르고 일제히 따라가기 시작한다.
“약속대로 할아버지를 꼭 도와주제요!”
아영이가 특검대원들에게 신신당부한다.
“걱정 말아.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
화룡은 아영이에게 안심하라고 하면서 섬천을 따라간다.
특검대원들은 연산군 앞에 일제히 섰다.
“너희들이 갑자기?”
연산군은 일제히 특검대원들이 노려보자 어리둥절했다.
“연산군 당신은 더 이상 우리 주군이 아니야!”
그것은 작은 혁명의 서막을 울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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