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115화
조회 : 61 추천 : 0 글자수 : 5,024 자 2024-11-05
115화
경주 석굴암 수련장
“당신은 더 이상 우리 주군이 아니오!”
섬천의 말에 연산군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특검대원들이 전부 자신을 향해 노려보고 서 있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순종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신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껴 차마 얼굴도 들지 못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으니 연산군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지금 자네들 뭐하는 건가?”
“더 이상 주군을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어라? 지금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들겠단 말인가?”
“...”
연산군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섬천, 제령, 풍백, 탄금, 혈사, 화룡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탄금과 혈사 너희들은 아직 죽지도 않았군.”
“아쉽군요. 전하!”
“어딜 감히”
연산군은 노기 어린 목소리를 띠며 제령을 쳐다본다.
“제령! 설마 자네는 아니겠지. 내가 너를 얼마나 아껴주었건만”
“...”
“제령아 지금이라도 나에게 돌아와라. 없던 일로”
“언니에게 그만하세요!”
화룡이 화를 벌컥 내며 외친다.
“다 당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언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를 겁니다.”
“건방지구나 화룡! 네 언니가 아니었으면 특검대 자리에 가당치도 않았을 계집애 따위가”
“전하 방금 계집애 따위라고 했습니까!”
연산군의 말을 들은 제령은 짐짓 분노를 삭이며 그를 노려보며 말한다.
“언니 이제 전하라고 부르지도 마”
“건방진 것”
연산군은 화룡을 쏘아보며 다시 고개를 돌려 제령의 마음을 돌리려고 한다. 그에게 있어 제령의 존재는 꼭 필요하였다.
다른 차원에 온 것도 제령 덕분이니 다시 자신의 나라 조선에 들어가서 임금의 노릇을 하려면 좋든 싫든 제령의 주술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령 더 이상 긴말 안하겠다. 너는 내가 특별히 아끼는 아이다. 지금이라도 나랑 함께 하자. 절대로 추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쩔 생각인가요?”
“뭐? 나를 배신한 벌레 같은 놈들을 없애버리고 싶지만”
“싶지만?”
연산군은 한 숨을 쉬면서 입을 뗀다.
“제령! 네가 원한다면 다들 책임추궁을 하지 않겠다.”
“흥 제령 사저만 사람이고 나머지는 떨거지나 배신자란 말이오!”
풍백이 참다못해 따지고 든다.
“나는 그동안 주군을 정말 충성스럽게 모셨는데 돌아오는 것이 이 따위 뿐이라니”
“무엄하도다!”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 온 몸을 불사르며 싸워왔는데 찬밥신세라니, 정말 원통하오.”
“감히 벌레 같은 것이 어딜 기어오르려고! 내가 수련하면서 키워 준 은공도 모르고”
연산군은 노기를 띠면서 손을 뻗는다.
“?”
언젠가 특검대들이 자신에게 반항을 할 경우, 꼼짝도 못하게 하기 위해 마령신단을 발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산군이 손을 써서 신단의 힘을 작용시켜도 특검대원들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설마 너희들이 이걸 빼냈단 말인가!”
“흠 왜 그리 놀라시오. 결국 우리를 갉아서 당신의 소모품으로 쓰게 하는 줄 몰랐단 말이오!”
섬천은 분노를 표출하면서 연산군을 노려본다.
“설마 했는데 당신은 우리를 쓰고 버리기 위해 사악한 물질을 몸속에 넣었어. 비록 제령 사매가 눈치 채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하하 제령! 너에게 정말 실망이구나!”
연산군은 제령을 향해 눈빛을 번득인다.
“정말 마지막이다. 제령 대답해라. 나와 함께 하겠나!”
“싫습니다.”
연산군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난 너에게 모든 용서를 줄 마음이었다. 네가 마령신단의 물질도 몰래 빼낸 것은 대역죄이나 추궁하지 않겠다. 그리고 특검대원들이 나에게 반기를 든 것을 원래는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하나 네가 원하지 않으면 용서하겠다.”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전하. 아니 당신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제령은 두 눈을 부릅뜨고 당당히 연산군을 쳐다본다.
이게 얼마만인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연산군을 마주 보며 대꾸한다는 것이
‘여전히 두렵지만 긴장하지 말자. 나에게는 도울 자들이 많이 있다.’
제령은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연산군을 차분히 노려본다.
“짜아악”
연산군은 마침내 화를 못 참고 제령의 뺨을 후려친다.
“이 건방진 년! 내가 너를 얼마나 아끼고 잘 대해 주었는데. 어찌 내게 이런단 말인가!”
연산군은 더 이상 자비를 베풀 마음이 사라지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 만큼 제령을 아꼈는데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멈추시오!”
제령이 뺨을 맞고 넘어지자 섬천이 나서서 연산군을 가로막는다.
“서섬천! 너에게도 큰 실망이군. 특검대 수장자리가 어떤 위치인지 알고도 그러느냐?”
“알기에 이제라도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건방진”
연산군은 이들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홍길동이 살아있고 자신을 지켜보던 스님들의 숫자가 제법 많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특검대원들까지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
“너희들이 떼거리로 덤빌 생각인 모양인데 그리해도 나한테는 상대가 안 될 것이야!”
연산군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자세를 잡는다.
“받아라!”
어느 새 성질 급한 혈사가 자신의 혈검을 들고 연산군을 향해 내리친다.
“휙”
연산군은 가볍게 피하면서 그대로 돌려차기로 혈사를 멀리 보낸다.
“퍼억”
혈사는 연산군의 발차기를 맞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헉 헉”
혈사가 자세를 잡고 연산군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터억”
하지만 연산군은 가볍게 그의 혈검을 잡는다.
“이익”
“흥 부러진 걸로 아는데 어찌어찌 겨우 어거지로 붙였구나. 이래서야 힘을 쓸 수 있겠나?”
“다 닥쳐”
“땡강!”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혈사의 혈검은 연산군의 손에 의해 두 토막이 나 버렸다.
“허억”
혈사는 놀래서 뒷걸음질 친다.
“죽어라!”
연산군이 손바닥에 장력을 모아 혈사의 가슴팍에 그대로 적중시킨다.
“아아아아악”
혈사는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쿠당탕탕탕탕”
혈사는 땅바닥에 그대로 엎어지면서 일어설 줄 몰랐다.
“안 돼!”
탄금이 달려가 혈사를 붙잡는다.
“정신 차려 아우”
탄금이 아영이에게 치료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하하 또 겁 없이 나에게 덤빌 자 나오너라!”
연산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다들 긴장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제가 나서지요.”
풍백이 연산군 앞에 나서려 하였다.
“흥 먼저 죽고 싶은가 보구나. 하긴 어차피 너희들은 다 오늘 이 자리에서 묻어주지. 나를 배신한 대가로”
연산군은 비열하게 웃으면서 손에 기합을 모은다.
“잠시 멈춰”
섬천이 풍백을 급히 부른다.
“사형?”
“현실을 직시해. 한 명씩 덤볐다가는 아무 상대도 안 될 거야”
“그럼 단체로?”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전하는 여전히 너무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해”
섬천은 급히 특검대를 모으고 자신에게 기를 모아 달라고 말한다.
“각개 격파당하지 말고 나에게 모든 힘을 몰아줘. 반드시 이길 테니까”
섬천의 말에 다들 동의하고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우우우웅”
섬천은 순식간에 특검대 전원의 기운을 받고 자신의 기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그런다고 내 상대가 될 줄 아느냐!”
연산군은 가소롭게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건 두고 봐야 아는 법”
섬천은 자신의 기운을 폭발시키면서 연산군에게 다가간다.
“죽어라!”
섬천은 자신의 주먹을 있는 힘껏 연산군을 향해 휘두른다.
“퍼어억”
연산군은 설마하며 방심하다가 섬천의 주먹에 복부를 맞고 뒤로 휘청거린다.
“허억”
생각보다 위력이 세어서 연산군은 당황스러웠다.
“발차기다!”
섬천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연산군의 등을 발로 후려갈겼다.
“쿠당탕”
연산군은 섬천의 발을 맞고 앞으로 넘어졌다.
“오오 사형 대단합니다.”
멀리서 풍백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응원한다.
“너희들은 기력이 없으니 뒤로 물러가 있거라.”
안 그래도 섬천에게 모든 기력을 전해 준 특검대원들은 멀찌감치 물러서 대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흠 제법인데 서섬천”
어느 새 흙먼지를 털고 일어선 연산군은 입술을 깨문다.
“그래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겠군.”
연산군은 자신의 몸속에 있는 신단의 기운을 강력히 끌어와 기합을 모은다.
“우우우웅”
연산군의 몸에 붉은 빛이 감돌면서 그의 주변은 으스스한 바람이 감돌기 시작했다.
“흐흐흐 이때가지 내 실력 절반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라”
“겁주지 마시오.”
섬천은 연산군의 비열한 얼굴에 주먹을 그대로 꽂는다.
“터억”
하지만 연산군은 왼 팔로 그의 주먹을 가볍게 잡아버린다.
“이정도인가?”
섬천은 연산군의 손아귀에 잡힌 주먹을 빼내려고 하지만 마치 커다란 수렁에 빠진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틀어줄까”
연산군은 섬천의 주먹을 잡은 채 그대로 옆으로 틀어버렸다.
“뚜두둑”
뼈마디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며 섬천은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악”
섬천이 비틀거리는 사이 연산군은 자신의 손에 장력을 모아 섬천의 가슴팍을 공격한다.
“퍼어억”
섬천은 그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연산군은 섬천의 다리를 걷어차자 결국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쿠웅”
섬천이 엎어지자 연산군은 두 손을 마찰시키며 시커먼 형체의 뱀을 만들기 시작한다.
“저 녀석을 완전히 묶어라!”
시커먼 연기로 뒤덮인 뱀은 쓰러진 섬천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끄으윽”
섬천은 뱀에 온 몸이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고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저런 어떡하지?”
화룡이 멀리서 섬천이 곤란한 것을 보고 말한다.
“지금 우리도 사형에게 모든 기를 나누어 줘서 싸울 수도 없는 형편이야”
제령의 말에 다들 안타까워하면서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연산군은 손에 기운을 강하게 밀착시키자 뱀은 더욱 세게 똬리를 틀며 섬천을 죄기 시작한다.
“놔라 끄윽 끅”
“흐흐흐 조만간 네 놈의 몸은 찌그러져 온 몸의 내장이 다 튀어나올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질식해서 죽겠지만”
“끄윽”
섬천은 온갖 힘을 다했지만 연산군의 뱀에 묶여 꼼짝할 수 없었다.
‘이 이대로 죽는 건가. 다들 나만 의지하고 있을 것인데’
섬천은 눈물이 나면서 자신의 상황이 비탄스러웠다. 나름 연산군과 함께 연공실에서 수련을 한 세월이 허망했다.
특검대 수장으로서 결국 주군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이 한스러웠다.
‘어쩌다 내 신세가. 잘하면 내가 주군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도 있었는데’
섬천은 한탄속에 결국 의식을 잃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사형!”
멀리서 풍백이 달려오면서 외친다.
“사형을 풀어주시오!”
풍백이 연산군에게 달려들자 연산군은 손가락을 가볍게 퉁긴다.
“퍼어억”
풍백은 기운이 없는지 손가락을 맞고도 넘어져버렸다.
“크 기다려라 안 그래도 차례차례 네 놈들을 처리하는 중이니”
연산군이 비열한 웃음을 지며 기절한 섬천을 향해 다가간다.
“이제 끝내야겠군.”
연산군이 손을 들어 섬천의 목을 치려는 순간
“멈춰라!”
어느 새 홍길동이 달려와 연산군 앞을 가로막는다.
경주 석굴암 수련장
“당신은 더 이상 우리 주군이 아니오!”
섬천의 말에 연산군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특검대원들이 전부 자신을 향해 노려보고 서 있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순종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신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껴 차마 얼굴도 들지 못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으니 연산군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지금 자네들 뭐하는 건가?”
“더 이상 주군을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어라? 지금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들겠단 말인가?”
“...”
연산군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섬천, 제령, 풍백, 탄금, 혈사, 화룡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탄금과 혈사 너희들은 아직 죽지도 않았군.”
“아쉽군요. 전하!”
“어딜 감히”
연산군은 노기 어린 목소리를 띠며 제령을 쳐다본다.
“제령! 설마 자네는 아니겠지. 내가 너를 얼마나 아껴주었건만”
“...”
“제령아 지금이라도 나에게 돌아와라. 없던 일로”
“언니에게 그만하세요!”
화룡이 화를 벌컥 내며 외친다.
“다 당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언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를 겁니다.”
“건방지구나 화룡! 네 언니가 아니었으면 특검대 자리에 가당치도 않았을 계집애 따위가”
“전하 방금 계집애 따위라고 했습니까!”
연산군의 말을 들은 제령은 짐짓 분노를 삭이며 그를 노려보며 말한다.
“언니 이제 전하라고 부르지도 마”
“건방진 것”
연산군은 화룡을 쏘아보며 다시 고개를 돌려 제령의 마음을 돌리려고 한다. 그에게 있어 제령의 존재는 꼭 필요하였다.
다른 차원에 온 것도 제령 덕분이니 다시 자신의 나라 조선에 들어가서 임금의 노릇을 하려면 좋든 싫든 제령의 주술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령 더 이상 긴말 안하겠다. 너는 내가 특별히 아끼는 아이다. 지금이라도 나랑 함께 하자. 절대로 추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쩔 생각인가요?”
“뭐? 나를 배신한 벌레 같은 놈들을 없애버리고 싶지만”
“싶지만?”
연산군은 한 숨을 쉬면서 입을 뗀다.
“제령! 네가 원한다면 다들 책임추궁을 하지 않겠다.”
“흥 제령 사저만 사람이고 나머지는 떨거지나 배신자란 말이오!”
풍백이 참다못해 따지고 든다.
“나는 그동안 주군을 정말 충성스럽게 모셨는데 돌아오는 것이 이 따위 뿐이라니”
“무엄하도다!”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 온 몸을 불사르며 싸워왔는데 찬밥신세라니, 정말 원통하오.”
“감히 벌레 같은 것이 어딜 기어오르려고! 내가 수련하면서 키워 준 은공도 모르고”
연산군은 노기를 띠면서 손을 뻗는다.
“?”
언젠가 특검대들이 자신에게 반항을 할 경우, 꼼짝도 못하게 하기 위해 마령신단을 발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산군이 손을 써서 신단의 힘을 작용시켜도 특검대원들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설마 너희들이 이걸 빼냈단 말인가!”
“흠 왜 그리 놀라시오. 결국 우리를 갉아서 당신의 소모품으로 쓰게 하는 줄 몰랐단 말이오!”
섬천은 분노를 표출하면서 연산군을 노려본다.
“설마 했는데 당신은 우리를 쓰고 버리기 위해 사악한 물질을 몸속에 넣었어. 비록 제령 사매가 눈치 채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하하 제령! 너에게 정말 실망이구나!”
연산군은 제령을 향해 눈빛을 번득인다.
“정말 마지막이다. 제령 대답해라. 나와 함께 하겠나!”
“싫습니다.”
연산군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난 너에게 모든 용서를 줄 마음이었다. 네가 마령신단의 물질도 몰래 빼낸 것은 대역죄이나 추궁하지 않겠다. 그리고 특검대원들이 나에게 반기를 든 것을 원래는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하나 네가 원하지 않으면 용서하겠다.”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전하. 아니 당신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제령은 두 눈을 부릅뜨고 당당히 연산군을 쳐다본다.
이게 얼마만인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연산군을 마주 보며 대꾸한다는 것이
‘여전히 두렵지만 긴장하지 말자. 나에게는 도울 자들이 많이 있다.’
제령은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연산군을 차분히 노려본다.
“짜아악”
연산군은 마침내 화를 못 참고 제령의 뺨을 후려친다.
“이 건방진 년! 내가 너를 얼마나 아끼고 잘 대해 주었는데. 어찌 내게 이런단 말인가!”
연산군은 더 이상 자비를 베풀 마음이 사라지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 만큼 제령을 아꼈는데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멈추시오!”
제령이 뺨을 맞고 넘어지자 섬천이 나서서 연산군을 가로막는다.
“서섬천! 너에게도 큰 실망이군. 특검대 수장자리가 어떤 위치인지 알고도 그러느냐?”
“알기에 이제라도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건방진”
연산군은 이들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홍길동이 살아있고 자신을 지켜보던 스님들의 숫자가 제법 많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특검대원들까지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
“너희들이 떼거리로 덤빌 생각인 모양인데 그리해도 나한테는 상대가 안 될 것이야!”
연산군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자세를 잡는다.
“받아라!”
어느 새 성질 급한 혈사가 자신의 혈검을 들고 연산군을 향해 내리친다.
“휙”
연산군은 가볍게 피하면서 그대로 돌려차기로 혈사를 멀리 보낸다.
“퍼억”
혈사는 연산군의 발차기를 맞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헉 헉”
혈사가 자세를 잡고 연산군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터억”
하지만 연산군은 가볍게 그의 혈검을 잡는다.
“이익”
“흥 부러진 걸로 아는데 어찌어찌 겨우 어거지로 붙였구나. 이래서야 힘을 쓸 수 있겠나?”
“다 닥쳐”
“땡강!”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혈사의 혈검은 연산군의 손에 의해 두 토막이 나 버렸다.
“허억”
혈사는 놀래서 뒷걸음질 친다.
“죽어라!”
연산군이 손바닥에 장력을 모아 혈사의 가슴팍에 그대로 적중시킨다.
“아아아아악”
혈사는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쿠당탕탕탕탕”
혈사는 땅바닥에 그대로 엎어지면서 일어설 줄 몰랐다.
“안 돼!”
탄금이 달려가 혈사를 붙잡는다.
“정신 차려 아우”
탄금이 아영이에게 치료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하하 또 겁 없이 나에게 덤빌 자 나오너라!”
연산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다들 긴장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제가 나서지요.”
풍백이 연산군 앞에 나서려 하였다.
“흥 먼저 죽고 싶은가 보구나. 하긴 어차피 너희들은 다 오늘 이 자리에서 묻어주지. 나를 배신한 대가로”
연산군은 비열하게 웃으면서 손에 기합을 모은다.
“잠시 멈춰”
섬천이 풍백을 급히 부른다.
“사형?”
“현실을 직시해. 한 명씩 덤볐다가는 아무 상대도 안 될 거야”
“그럼 단체로?”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전하는 여전히 너무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해”
섬천은 급히 특검대를 모으고 자신에게 기를 모아 달라고 말한다.
“각개 격파당하지 말고 나에게 모든 힘을 몰아줘. 반드시 이길 테니까”
섬천의 말에 다들 동의하고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우우우웅”
섬천은 순식간에 특검대 전원의 기운을 받고 자신의 기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그런다고 내 상대가 될 줄 아느냐!”
연산군은 가소롭게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건 두고 봐야 아는 법”
섬천은 자신의 기운을 폭발시키면서 연산군에게 다가간다.
“죽어라!”
섬천은 자신의 주먹을 있는 힘껏 연산군을 향해 휘두른다.
“퍼어억”
연산군은 설마하며 방심하다가 섬천의 주먹에 복부를 맞고 뒤로 휘청거린다.
“허억”
생각보다 위력이 세어서 연산군은 당황스러웠다.
“발차기다!”
섬천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연산군의 등을 발로 후려갈겼다.
“쿠당탕”
연산군은 섬천의 발을 맞고 앞으로 넘어졌다.
“오오 사형 대단합니다.”
멀리서 풍백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응원한다.
“너희들은 기력이 없으니 뒤로 물러가 있거라.”
안 그래도 섬천에게 모든 기력을 전해 준 특검대원들은 멀찌감치 물러서 대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흠 제법인데 서섬천”
어느 새 흙먼지를 털고 일어선 연산군은 입술을 깨문다.
“그래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겠군.”
연산군은 자신의 몸속에 있는 신단의 기운을 강력히 끌어와 기합을 모은다.
“우우우웅”
연산군의 몸에 붉은 빛이 감돌면서 그의 주변은 으스스한 바람이 감돌기 시작했다.
“흐흐흐 이때가지 내 실력 절반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라”
“겁주지 마시오.”
섬천은 연산군의 비열한 얼굴에 주먹을 그대로 꽂는다.
“터억”
하지만 연산군은 왼 팔로 그의 주먹을 가볍게 잡아버린다.
“이정도인가?”
섬천은 연산군의 손아귀에 잡힌 주먹을 빼내려고 하지만 마치 커다란 수렁에 빠진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틀어줄까”
연산군은 섬천의 주먹을 잡은 채 그대로 옆으로 틀어버렸다.
“뚜두둑”
뼈마디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며 섬천은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악”
섬천이 비틀거리는 사이 연산군은 자신의 손에 장력을 모아 섬천의 가슴팍을 공격한다.
“퍼어억”
섬천은 그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연산군은 섬천의 다리를 걷어차자 결국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쿠웅”
섬천이 엎어지자 연산군은 두 손을 마찰시키며 시커먼 형체의 뱀을 만들기 시작한다.
“저 녀석을 완전히 묶어라!”
시커먼 연기로 뒤덮인 뱀은 쓰러진 섬천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끄으윽”
섬천은 뱀에 온 몸이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고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저런 어떡하지?”
화룡이 멀리서 섬천이 곤란한 것을 보고 말한다.
“지금 우리도 사형에게 모든 기를 나누어 줘서 싸울 수도 없는 형편이야”
제령의 말에 다들 안타까워하면서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연산군은 손에 기운을 강하게 밀착시키자 뱀은 더욱 세게 똬리를 틀며 섬천을 죄기 시작한다.
“놔라 끄윽 끅”
“흐흐흐 조만간 네 놈의 몸은 찌그러져 온 몸의 내장이 다 튀어나올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질식해서 죽겠지만”
“끄윽”
섬천은 온갖 힘을 다했지만 연산군의 뱀에 묶여 꼼짝할 수 없었다.
‘이 이대로 죽는 건가. 다들 나만 의지하고 있을 것인데’
섬천은 눈물이 나면서 자신의 상황이 비탄스러웠다. 나름 연산군과 함께 연공실에서 수련을 한 세월이 허망했다.
특검대 수장으로서 결국 주군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이 한스러웠다.
‘어쩌다 내 신세가. 잘하면 내가 주군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도 있었는데’
섬천은 한탄속에 결국 의식을 잃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사형!”
멀리서 풍백이 달려오면서 외친다.
“사형을 풀어주시오!”
풍백이 연산군에게 달려들자 연산군은 손가락을 가볍게 퉁긴다.
“퍼어억”
풍백은 기운이 없는지 손가락을 맞고도 넘어져버렸다.
“크 기다려라 안 그래도 차례차례 네 놈들을 처리하는 중이니”
연산군이 비열한 웃음을 지며 기절한 섬천을 향해 다가간다.
“이제 끝내야겠군.”
연산군이 손을 들어 섬천의 목을 치려는 순간
“멈춰라!”
어느 새 홍길동이 달려와 연산군 앞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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