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1화
조회 : 2,885 추천 : 1 글자수 : 5,316 자 2023-01-03
1화
여기는 대한민국 2020년 부산 동백고등학교 옥상
“야 노예 당장 이리 와라. 개처럼 맞기 싫으면”
“내가 왜 노예냐? 어차피 너희들은 때릴 거잖아!”
성태가 화가 나서 외쳐도 동호는 비열하게 웃고만 있었다.
“내 앞에 얼굴도 못 드는 놈이 선도부를 상대로 그리 간 큰 짓을 저질러? 네가 죽고 싶구나,”
“난 잘못한 것 없다. 선도부나 그 밑에서 아부하는 너희들의 행동을 알렸을 뿐이다. 언제까지 되도 않는 일진놀이나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성태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서인지 죽을 각오를 하고 할 말을 쏟아 붇고 있었다.
성태가 다니는 동백고등학교는 예전의 선도부 제도를 답습하여, 선도부원들을 통해 교내질서를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통제권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선생들까지 함부로 선도부에 대항 못하게 만든 교감에 의해 선도부는 나날이 기세등등하였다.
그들은 같은 학생이라도 차별하였다.
선도부원들은 귀족과 같은 권력을 지녔고, 선도부에 밑 보인자는 노예로 취급하여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만들었다.
동호일당들은 선도부의 비호아래 마음껏 설치고 다니면서, 선도부 비리를 고발한 성태를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성태는 결국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에게 알렸지만, 가해자에게 단순한 교내봉사만 지시할 뿐 해결이 원만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고자질쟁이로 찍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그의 성격 상, 폭력을 일삼는 장면을 고발한 성태는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에게 좋은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을 하였기에 이렇게 된단 말인가?’
성태는 옥상에 도망치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이윽고 옥상에 그를 쫓아오던 무리들이 따라왔다.
“야! 넌 오늘 죽을 각오해라”
동호와 그의 무리들이 성태를 보고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동호, 수호, 광호, 지호, 남호 신기하게도 호자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 녀석들은 선도부 행동대원으로 자신보다 만만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옥상 주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성태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차하면 3층 옥상에 뛰어내릴 생각까지 들었다.
어차피 너무 괴로운 학교생활, 내가 죽어도 크게 슬퍼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성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온갖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 ‘퍽’하는 소리가 들리고 성태는 넘어졌다.
동호가 옥상에 있던 의자를 가지고 성태를 내리쳤던 것이다. 팔과 어깨에 큰 충격이 가서 뼈가 부러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 이렇게 다치는데도 이놈들은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정말 개 같은 놈들이다. 이런 애들이 설치는 학교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었다.
내게 천하장사의 힘만 있다면 이런 놈들을 박살내고 학교에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평소에 어릴 때부터 자주 보던 ‘홍길동전’ 소설책을 품고 지녔는데 오늘 따라 그 홍길동이 나타나서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늘 그런 생각을 지닌 성태는 지금이 너무 간절하게 들면서 소리쳤다. 이왕 죽을 거 그냥 외쳐보자
“홍길동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를 도와줘!!!”
성태는 어차피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유언처럼 소리를 질렀다.
“큭 이놈 홍길동 책을 자주 보더니 미친 것 아냐”
아이들이 킥킥 대며 또 때리고 있었다.
그 때 성태의 눈에 옥상의 한 구석에서 하얀 부채가 빛을 내면서 ‘우웅’소리를 내는 것이 보였다. 부채는 마치 성태의 마음을 안 듯 그의 마음속에 울림을 전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가? 너의 간절한 마음이 내게 전달되어 말한다]
부채의 울림을 느낀 성태는 다급히 말하였다.
“나에게 하는 말이에요? 신이시라면 저를 도와주세요.”
성태가 허공에 대고 얘기하자 동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얘가 미쳤네.”
“원래 혼자 헛소리 잘하는 애였잖아”
동호 무리들이 비웃고 있었다. 부채는 성태에게 전하였다.
[나를 필요로 한다면 너의 영혼을 나에게 걸어야 한다. 그럴 수 있겠느냐?]
다급한 성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말하였다. 어차피 버릴 목숨, 영혼을 준다고 해도 따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네 제 영혼을 걸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좋다. 이것으로 고대의 계약은 성립되었다. 간절하게 마음속으로 빌면서 나를 잡고 세 번 흔들어라!]
성태는 재빨리 미친 사람처럼 옥상 끝에 있는 부채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야! 어디가? 네가 그래봤자 도망 못 쳐”
“어 저거는 뭐냐? 웬 부채?”
동호와 그의 무리들은 부채 쪽으로 가는 성태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성태에게 다시 의자를 던지려는 순간, 성태는 부채를 잡고 세 번 흔들었다. 그의 죽을 각오를 다한 간절한 염원과 함께
[잘하였다. 아이여! 이제 너의 영혼을 수락하마!]
그 순간 부채에서 엄청나게 광렬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너무 환해진 빛에 의해 동호무리들은 눈을 감고 말았다.
“윽 이게 뭐야!”
여기는 조선시대
“잡아라!”
한 남자가 다른 수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말에 갑옷을 걸치며, 자신을 따르는 수하들에게 명령하는 이 남자는 조선시대 폭군으로 알려진 바로 그 ‘연산군’이었다.
그는 자신의 왕권 생활에 큰 반란을 일으키는 도적 ‘홍길동’을 쫓아가고 있었다. 저번에도 홍길동을 잡으려다가 놓친 연산군은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잡으려고 하였다.
이윽고 절벽 끝 부분까지 도망치다가 갈 곳이 없는 홍길동! 그는 조용히 절벽 낭떠러지의 바다를 보았다.
그의 허리춤에는 용의 무늬를 한 낡은 부채가 있었다. 부채는 그가 도술을 부릴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을 주었고, 그와 늘 함께 있는 일종의 가족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연산군과 그의 수하들 백여 명은 족히 되는 이들이 홍길동을 벼랑 끝으로 추격하고 있다.
“홍길동 이제 그만 항복하고 나를 따라 오너라”
연산군은 사면초가에 들어선 홍길동에게 말했다.
“내가 어떤 죄를 지었소? 나는 그저 부패한 탐관오리들, 그리고 당신의 폭정에 의해 어려운 백성들을 구제한 일 밖에 없습니다.”
홍길동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경계를 살피며 대꾸하였다.
“저런 건방진 놈”
“어디 왕의 면전에서 그런 망발을 하다니”
연산군과 그의 수하들은 홍길동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나라를 어지럽히고 도적질을 일삼아 혼란에 빠뜨리고, 특히 나의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특히 너의 밑에 있는 도적무리들과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고? 감히 역성을 꿈꾸다니... 이는 나를 몰아내려는 수작임이 분명하다. 여봐라!”
“예 전하”
“홍길동을 반드시 잡아라! 저번처럼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물론 팔 다리를 잘라도 좋다.”
연산군은 사면초가에 몰린 홍길동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홍길동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을 따르던 의적무리들과 활빈당 소속 인원들이 지금 아무도 없다. 마지막까지 홍길동을 같이 따라온 활빈당 인원 준태마저 연산군 부하들을 상대하다가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부채의 힘을 끌어 모아서 탈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길동이 마지막 염원으로 간절히 부채를 쥐고 힘을 주자, 부채가 그의 염원에 반응하듯 빛이 환하게 비추면서 ‘우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부채를 힘을 다해 휘둘렀다.
“휘잉!”
“으악”
부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의해 연산군의 수하들은 넘어지고 말에 탄 수하들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큭, 힘이 많이 빠졌나보군! 특검대 처리하라!”
연산군은 자신의 수하들 중 특검대 7명에게 명령하였다.
그러자 특검대 중 1명이 손에 힘을 주고 나머지 6명이 그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순식간에 손이 커진 그는 부채에서 나오는 회오리를 손안으로 빨아들였다.
“이런! 사악한 술수를 익혔군.”
홍길동은 다시 기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쉬익”
“쾅!!”
갑자기 불길이 번쩍이더니 홍길동 옆에 있던 나무가 뚫리면서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연산군의 특검대 중 저격수 역할을 하는 자가 불화살을 날린 것이다. 그 위력은 굉장하였고 큰 느티나무가 쓰러지면서 불이 점점 치솟기 시작하였다. 홍길동은 불길을 보면서 흐르는 땀을 훔치며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연산군, 그리고 수많은 수하들 어떻게 상대하지? 내가 모든 힘을 사용하더라도 한꺼번에 상대할 수 는 없어. 게다가 특검대 놈들은 하나하나가’
실로 연산군과 그의 특검대들은 전설 속에 나오는 신단의 힘을 취하였는지, 엄청나게 상대하기 벅찬 상대였다.
홍길동은 손끝에 기를 모으고 염주를 만지면서 품속에 있는 작은 허수아비를 꺼내 분신술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홍길동의 몸이 하얗게 변하면서 주변에 홍길동과 같은 모습의 분신들이 7명 나타났다.
“너희들은 특검대들 각자 한명씩 상대하라! 나는 연산군을 직접 맡겠다!”
홍길동의 분신들은 각각 흩어져 연산군의 특검대를 각자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홍길동은 손에 힘을 끌어 모아 연산군을 향해 충격파를 날렸다. 연산군은 잠시 움찔했으나, 한 손으로 홍길동의 충격파를 튕겨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끝에 기를 모아 탄환 덩어리를 만들어 쏘았다.
“피융 피융!”
사격 총만큼 빠른 탄환 덩어리들이 홍길동의 허벅지 쪽을 스치면서 뒤에 있는 바위들을 박살 내 버렸다.
“쿠쿵 쾅!
순식간에 전쟁터가 된 상황, 힘이 점점 떨어지는 홍길동은 이 와중에 어떻게 탈출에 성공할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시 부채에 힘을 모으자 이번에는 부채에서 둥그런 사람 크기만의 형상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연산군은 급하게 외쳤다.
“그 때도 부채의 힘을 빌려 도망쳤다.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 다 같이 공격하라!”
연산군 역시 기를 모아 큰 창을 손에 들었다. 그의 수하들도 일제히 활을 조준하기 시작하였다.
연산군의 특검대 7명은 홍길동의 분신들을 쉽게 제압하였다. 도망치면서 기의 소모가 심한 상태라 분신들도 힘을 못 쓰면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분신들이 사라지자 특검대 중 주술에 능한 자가 홍길동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거대한 진법을 만들었다.
홍길동 주변에 큰 먹구름 같은 원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홍길동이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먹구름의 기운이 그를 꽁꽁 에워쌌는지 움직임이 매우 느려졌다.
“저 놈의 손발이 묶여있으니 지금이다. 공격!”
연산군은 창을 던지고 그의 수하들은 활을 일제히 홍길동에게 쏘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죽음에 직면한 홍길동은 부채에 모든 기를 집중하여 외쳤다.
“도와 줘!!!”
그 순간 부채에 빛이 번쩍하면서 모든 주위가 순식간에 눈부시게 하였다. 화산폭발보다 강한 밝은 빛이 응축하더니 섬광탄처럼 환하게 쏟아졌다.
눈부신 그 위용에 연산군과 그의 수하들은 눈을 감고 말았다.
“스스스삭”
“!!??”
눈을 떠보니 홍길동은 사라지고 없었고, 그가 던진 창과 수하들이 쏜 화살들만 팽개쳐 있었다. 죽음 직전에 먹구름 속에 갇힌 홍길동이 부채의 힘으로 머나먼 미래(?)로 이동한 것이다.
“으으으 이런 제기랄!!!!”
연산군은 홍길동을 또 놓친 것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반드시, 나에게 반기를 든 네놈을 반드시 잡아서 죽여 버릴 거다. 네놈의 신물인 부채도 빼앗고...”
연산군은 분노를 삭이며 수하들에게 돌아가자고 지시하였다. 홍길동이 미래의 한 학생에게 들어간 사실을 모르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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