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야 합니까?”
“그럼요, 리아 양.”
“안 가면 안 됩니까?”
“이 대회가 만들어진 이래 단 한 번도 챔피언이 무도회에 불참하지 않았어요! 리아 양, 학교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꼭 가야 해요!”
가기 싫었지만 더 이상 대화해 봤자 통할 것 같지 않았기에 포기했다.
“네, 알겠습니다. 파트너도 구하겠습니다.”
“진심이죠? 거짓말하면 나쁜 학생인 거에요.”
웃으면서 대답했다.
“정말입니다, 교수님.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마음 바꿔서 다행이에요, 리아 양~ 기대할게요~”
메리엄 교수의 방을 나온 후 이마를 짚었다. 이 대회는 마법 대회라면서 왜 무도회 같은 쓸데없는 짓을 할까? 마법사가 아닌 놈들의 비위에도 맞춰야 해서 그런 건가와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야! 어떻게 됐어!”
내가 교수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앉아있던 벤치에서 달려온 메리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쟤도 나와 마찬가지로 무도회에 가기 싫다고 말했었다. 그날 빠지고 아직 못 읽은 고서적 펼쳐서 저주 연구하자는 메리의 계획은 아무래도 메리 혼자 실행하게 되었다.
“가야 한대. 넌 조용히 빠져도 되겠지만 챔피언 참석은 필수래.”
“잘 됐다! 나랑 같이 저기서 놀자. 새로운 애들도 만날 수 있을 거야!”
메리보다 살짝 늦게 다가온 재인이 빙긋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재인은 원래도 가고 싶어했다. 무도회가 처음인 재인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메리와 나는 어릴 때부터 반강제적으로 이런 곳에 끌려다니며 무도회에 대한 환상이란 환상은 다 깨져 있었다.
“하… 그럼 나도 갈게.”
순식간에 표정이 우중충충하게 변한 메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뚱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나 혼자서 고서적 연구하는 건 재미없으니까 다같이 그 끔찍한 곳으로 가자.”
“그러지 마~ 드레스 맞추는 게 얼마나 재밌을 텐데!”
“그것도 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야.”
“드레스라는 말을 들으니 무도회장에 불질러 버리고 싶다.”
“오늘 맞추러 가자! 빨리 갈수록 좋은 거 아니겠어?”
재인은 나와 메리의 한숨을 못 들은 척하고 우리를 끌고 갔다.
“재미없으면 불 지르자. 진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