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좋은 생각이야, 리아. 이왕이면 세이더 가문의 머저리들 근처에서 내자."
"불 내면서 저놈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일석이조네."
메리와 나의 사악한 계략을 듣던 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존과 렌에게 꼭 그래야겠니? 득도 없는 싸움 같아. 차라리 협력을 해서 쟤네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싫어!"
메리가 끔찍하단 표정으로 퇴짜를 놨다.
존 세이더와 렌 세이더는 메리와 아주 나쁜 사이이다. 나와는 사이가 나쁠 이유는 없지만 메리의 적을 내 적으로 여기는 중이다.
내가 쟤네를 싫어하는 이유에는 가난한데 자존심 강한 게 꼴보기 싫은 것도 있다. 재인에게 이걸 말했을 때 정말 귀족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생각이라며 욕 먹었다. 맞는 말이라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메리. 인맥은 넓을수록 좋은 거야. 왜 자꾸 배척을 해? 그러지 말고 포용하자."
"아 싫어. 쟤네는 진짜... 혐오스럽기 그지 없어. 내 삼촌의 제자의 친구의 형들이잖아."
메리의 세이더 가문 혐오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음 화에서 서술될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재인은 메리의 세이더 가문 혐오를 해결하는 문제는 미뤄두고 드레스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나와 메리는 혐오가 담긴 표정을 지었다.
"드레스 싫어하는 거 알아! 그래도 무도회잖아. 어차피 여자는 드레스 입고 가야 하니, 맞추러 가자."
"왜 그런 불편한 옷을 입게 만드는 거지?"
"글쎄.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누군가 그렇게 규칙을 만들었으니 우리는 따라야지."
"거지 같은 규칙이네."
"너희가 나중에 성공해서 편한 옷 입어도 되게끔 규칙을 바꿔! 일단은 드레스 맞추러 가자."
양장점에 가서 최대한 빨리 드레스를 골랐다.
그러나 나와 메리의 선택은 재인의 눈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베일까지 다 검은색이 뭐니? 장례식도 아니고 왜 우중충충하게 입고 가려 하냐? 리아, 메리라면 괜찮을지도- 그렇다고 그 드레스를 입고 가도 된다는 건 아니야, 메리! - 아무튼, 메리는 주인공이 아니라 중요성이 덜하지만 넌 주인공이야, 리아! 학교의 챔피언이라고!"
우리 드레스까지 고르며 활활 타오르는 재인을 보며 나와 메리는 점점 녹초가 되어갔다. 결국 우리들은 소파에서 가벼운 숙면을 취하고 말았다.
졸다가 깨자 말로만 사촌인 아인 바너빌이 앞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