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표정이 굳어 있던 아인은 이 말에 아예 인상을 찌푸렸다.
"난 헬레나를 싫어하지 않아. 이상한 소리하지 마."
"싫어하지 않기는. 너 헬레나 매일 피하잖아? 내가 테오를 피하는 것처럼. 똑같은 골칫거리 가진 사람들끼리 뭘 그러냐."
여태 자던 메리는 일어나서 날 돕기 시작했다. 아인은 바뀐 대화 주제 덕에 나에게 파트너 신청하던 걸 잊었다.
"우리는 어~ 똑같은 처지야. 귀찮은 골칫덩이를 가문을 위해 끌어안은 거잖아! 흐흐..."
10살 때 할아버지께 7살짜리 꼬마 테오가 자기 미래 약혼자라는 걸 통보받은 메리는 늙은이들이 애들 결혼 결정 짓는다며 욕했지만, 다음 해에 약혼식을 올렸다. 메리와 마찬가지로 아인도 자기 약혼에 그리 호의를 갖는 느낌은 아니었다.
"정말이지..."
아인은 짜증난다는 표정을 하며 메리에게서 고개를 홱 돌렸다. 메리도 귀족이지만 다른 귀족들을 화나거나 짜증나게 만드는 행동을 아주 잘했다. 귀찮은 놈 떼어내야 하는 이럴 때 정말 도움 되는 친구였다.
"리아. 내 제안 잘 생각해 보고 연락 줘. 옷 아무거나 고르고 알려주면 내가 그거에 맞출게."
진짜 끈질긴 놈이다. 메리의 헛소리를 들어주느라 까먹은 게 아니었군.
"... 그래 아인. 심사숙고할게."
는 뻥이고. 일단 저 놈은 최후의 보루다.
아인이 휭 가버린 후 메리는 내 어깨에 머리를 올리고 속삭였다.
"아인이랑 갈 거냐?"
"아니."
"아주 상큼하게 아니라고 말하네. 헬레나는 아인에 은은하게 미친 사람이라 피해야 하는데, 잘 생각했다."
"얘들아 빨리 일어나! 옷은 다 골랐고 너흰 입기만 하면 돼!"
드디어 재인이 돌아왔다. 드레스와 함께.
"아 입기 싫어."
"칭얼대지 말고~ 어서 입자~ 빨리 끝나야 케이크도 먹지~"
유치원 선생처럼 나긋나긋한 재인은 투덜대는 메리와 부루퉁한 나에게 옷을 입히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드디어 가도 되니? 제발 그렇다고 말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