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2부] 눈치 없는 엘라가 불편해. (by. 릴리스티아)
조회 : 530 추천 : 0 글자수 : 4,409 자 2024-06-29
화려하고 웅장했던 겉모습만큼이나 내부의 현실도 만만치 않았다.
마을에 딱 한 개 있는 서점과는 천지 차이……….
‘마, 말두 안데….’
아니, 감히 견주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차이를 메우기란 턱도 없어 보였다.
도서실 안은 1층뿐만이 아닌. 2층까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정문을 제외한 모든 벽면엔 책을 꽂는 책장이 설치되어져 그 책의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온통 여러 가지의 책으로만 도배가 된 도서실이었다.
중앙에만 군데군데 의자와 책상이 놓여져 있을 뿐.
한마디로 이곳은 책의 천국과 다름이 없었다.
뚜벅…. 뚜벅.
아주,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소녀의 발걸음이 처음 도서실 정문에 당도했을 때처럼 발에 족쇄라도 찬 듯 무거워진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그 발걸음걸이보다도 시각적인 효과가 너무 대단했던 나머지 소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도서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보기에 바빴다.
“저, 쩌기. 2튼됴 가뱌두 데?”
릴리스티아의 모든 관심사가 책에 쏠린 만큼 엘라와 어색한 사이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 사이 잊어 버린 듯싶었다.
“물론입니다. 릴리스티아 아가씨.”
엘라의 표정은 전혀 읽을 수 없는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소녀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주이신 주인님은 소녀를 대하는 행동을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과라도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무표정의 그녀를 보면 싫은지도 좋은지도 알기 힘들었다.
뚜벅뚜벅.
릴리스티아는 1층과 이어 2층에도 금세 책에 휘둘리고 있었다.
책의 표지부터 뭔가 더 화려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1층과는 전혀 다른 책들이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으…음.’
릴리스티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갔었다.
‘하나두 몬 일겓……….’
“릴리스티아 아가씨.
저라면 2층의 책들은 아가씨께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응?’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엘라가 소녀의 뒤에서 한 마디 올리자, 자동반사적으로 뒤돌아보았다.
릴리스티아는 엘라가 무슨 말하고 싶은 건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 띠아가 너무 버륻업시 군ㄱ……….’
“2층의 책들은 일반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집필되어져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아…아.’
소녀의 낯빛은 어두워질 뻔했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녀가 제대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소녀는 자칫 오해할 뻔했다.
‘그래떠 일글수 업던 거구나…. 히히.’
릴리스티아는 2층의 책장에서 호기심으로 뺄뻔한 책에서 아무런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거마어여. 에…에. 그러니카…엘리?”
그녀는 소녀의 말에 여전히 무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
‘흡!’
소년은 언제 그녀들을 따라 들어왔던지 숨을 있는 최대한 줄인 채, 기척도 함께 지웠다.
그리고 도서실 안에 몇 안 되는 기둥의 모서리에 몸을 납작이 붙어서는 그녀들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숨어 있었다.
릴리스티아란 예비 여동생 때문에 전혀 자신답지 않은 꼬락서니(?)를 취하는 게 벌써 이걸로 두 번째였었다.
모양새가 참 많이 망가져 버렸다.
보통 이런 모습을 저택의 하녀나 하인들이 보면 도련님이 귀엽다거나 놀릴 수도 있겠지만,
율리어스 관점에서는 아니었다.
그들이 소년을 두려워했으면 두려워했지, 입을 함부로 놀리지는 못한다.
그것보다 소년에게는 이 저택에서 신경 쓰이는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그래. 다 좋은데 망할 아버지한테만 이런 모습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이런 모양새를 들켰다가는 얼마나 더 책을 잡히고도 남을지 상상만으로도 족했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게 만드는 게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릴리스타아밖에 없었다.
소년은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나갈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아 진짜. 짜증 나네.’
그 타이밍을 재기 위해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딱 한 명이 거치적거렸다.
‘엘리….’
늘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가주의 전속 하녀였다.
그녀가 있었기에 릴리스티아가 서재에서 따로 떨어져 도서실까지 오게 되었고 덕분에 다가가기 쉬운 구실을 마련해준 셈이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 잠깐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방해물과 다름이 없었다.
도서실에는 릴리스티아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이제 그만 여기서 빠져 주면 좋겠는데 하….’
한숨 사이로 소년의 개인적인 바람만 커져갔었다.
뚜벅.
뚜벅.
그리고 그러는 사이 소녀는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1층에서 책을 고르려는 듯 책장들을 살펴보며 연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 내가 직접 골라주고 싶다.’
그 모습마저도 율리어스의 눈에는 마냥 귀여워 보이는지 고정되어 버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릴리스티아의 눈빛이 이상했다.
도서실에 처음 왔을 때의 반짝반짝이는 눈동자가 설렘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뭔가에 신경이 쓰이는 듯 약간 신경이 날카로워진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흘겨보았다.
‘왜 저러지…. 설마…나?!’
소년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소녀와 눈이 마주친 건 아니었지만 혹여나 들킨 게 아닐까 싶어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잠깐 주시하던 율리어스는 곧 그것도 아니라는 걸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가끔 그 흘겨보는 눈빛이 소년의 쪽을 향하기는 했지만, 율리어스가 그쪽에 있다는 건 전혀 모르는 눈치였었다.
자칫 착각해서 나왔으면 자수해서 광명은 찾기는커녕, 완전 더 이상한 낯짝으로 찍힐 뻔했을지도 몰랐다.
“저…쩌기여…….”
소녀는 용기를 내어 계속 뒤에서 조금은 떨어졌지만, 시선을 거두지 않는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단숨에 소녀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으극.’
“엘라입니다. 내리실 지시가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릴리스티아 아가씨.”
그녀는 소녀가 약간 질겁한지도 모를 정도로 바로 표정까지는 읽지는 못한 듯싶었다.
‘내 여동생 좀 놀라게 하지 마!
그리고 너무 딱딱해. 큭.’
율리어스는 저절로 고개가 휘저어졌다.
딱 봐도 여러 가지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데 그런 긴장감을 풀어 주기는 다 틀린 것 같았다.
‘망할 아버지에…이젠 망할 하녀인 거야? 하…!’
엘라를 여태껏 봐온 소년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굳어져 갔다.
그것도 그럴게 엘라는 가주의 전속하녀가 된 이후로 딱딱한구석이 가주를 닮아가 버렸다.
평소 그녀의 행색을 보면 상대를 이해한다기보다는 가주에 의해 훈련된 로봇 느낌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율리어스는 엘라를 대하기가 아주 껄끄러웠고 웬만하면 자진해서 부딪치지 않았다.
‘쯧. 저 불쌍하고 가여운 릴리스티아 얼굴 좀 보라고. 이 목석 여자야!’
닿을 리 없지만 당장 그렇게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저…쩌기…아, 아니……엘라?”
‘크흐.’
그런 목석을 눈앞에 두고 용기를 쥐어짜는(?) 릴리스티아의 모습에 소년은 속에서 저절로 탄식이 새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소녀는 엄청 소극적이면서 눈치를 보면서 겨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릴리스티아 아가씨.”
‘엘라 녀석. 인간미라고는…. 여전히 하나도 없네.’
일부러 애쓴다고 할지라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쩌…쩌기. 그러니카……….”
몰래 엿듣고 있는 소년도 소녀가 뭘 말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지만,
소녀는 손을 가만히 있질 못하고 꼼지락대고만 있었다.
‘엘라 녀석. 때문이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가진 목석 때문에 소년은 소녀가 굳어버려서 제대로 할 말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면 반면에 그녀도 답답할 법도 한데 가주 밑에서 참을성도 대인배(?)만큼이나 길렀는 듯싶었다.
얼마나 참고 또 참는 것인지는 표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점은 뭐…. 다른 하녀들보다 낫긴 하네?’
저택의 하녀들은 하나 같이 표정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었다.
그 표정에서 제일 거슬리는 게 소년을 노골적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녀 중, 엘라만이 소년에게도 무표정으로 한 번도 노골적인 표정을 짓는 건 보지 못했다.
“쩌기…엘라. 미얀하지먄…….
여기 혼자 읻구 띱……….”
“안 됩니다.”
그 와중에도 소녀의 혀 짧은 듯한 발음이 제대로 들리는 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칼 같이 단호박을 내리쳤다.
“…에에?”
그리고 소녀는 제법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뭐야…. 결국 릴리스티아는 도서실에 혼자 있고 싶었던 거였잖아? 쿡쿡.’
소년은 씩하고 웃는 걸 넘어서 입이 귀에 걸릴 듯이 실실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당황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이미 소년의 안중에 없었다.
소년의 표정은 뭔가 일말의 기회라도 잡은 것같이 숨어서 주눅 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스윽.
소년은 이제 벽에 바짝 기대어 숨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숨었던 몸을 일으켜 벽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내 차례란 거네. 뭐. 후후.’
마을에 딱 한 개 있는 서점과는 천지 차이……….
‘마, 말두 안데….’
아니, 감히 견주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차이를 메우기란 턱도 없어 보였다.
도서실 안은 1층뿐만이 아닌. 2층까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정문을 제외한 모든 벽면엔 책을 꽂는 책장이 설치되어져 그 책의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온통 여러 가지의 책으로만 도배가 된 도서실이었다.
중앙에만 군데군데 의자와 책상이 놓여져 있을 뿐.
한마디로 이곳은 책의 천국과 다름이 없었다.
뚜벅…. 뚜벅.
아주,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소녀의 발걸음이 처음 도서실 정문에 당도했을 때처럼 발에 족쇄라도 찬 듯 무거워진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그 발걸음걸이보다도 시각적인 효과가 너무 대단했던 나머지 소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도서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보기에 바빴다.
“저, 쩌기. 2튼됴 가뱌두 데?”
릴리스티아의 모든 관심사가 책에 쏠린 만큼 엘라와 어색한 사이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 사이 잊어 버린 듯싶었다.
“물론입니다. 릴리스티아 아가씨.”
엘라의 표정은 전혀 읽을 수 없는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소녀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주이신 주인님은 소녀를 대하는 행동을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과라도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무표정의 그녀를 보면 싫은지도 좋은지도 알기 힘들었다.
뚜벅뚜벅.
릴리스티아는 1층과 이어 2층에도 금세 책에 휘둘리고 있었다.
책의 표지부터 뭔가 더 화려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1층과는 전혀 다른 책들이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으…음.’
릴리스티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갔었다.
‘하나두 몬 일겓……….’
“릴리스티아 아가씨.
저라면 2층의 책들은 아가씨께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응?’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엘라가 소녀의 뒤에서 한 마디 올리자, 자동반사적으로 뒤돌아보았다.
릴리스티아는 엘라가 무슨 말하고 싶은 건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 띠아가 너무 버륻업시 군ㄱ……….’
“2층의 책들은 일반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집필되어져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아…아.’
소녀의 낯빛은 어두워질 뻔했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녀가 제대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소녀는 자칫 오해할 뻔했다.
‘그래떠 일글수 업던 거구나…. 히히.’
릴리스티아는 2층의 책장에서 호기심으로 뺄뻔한 책에서 아무런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거마어여. 에…에. 그러니카…엘리?”
그녀는 소녀의 말에 여전히 무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
‘흡!’
소년은 언제 그녀들을 따라 들어왔던지 숨을 있는 최대한 줄인 채, 기척도 함께 지웠다.
그리고 도서실 안에 몇 안 되는 기둥의 모서리에 몸을 납작이 붙어서는 그녀들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숨어 있었다.
릴리스티아란 예비 여동생 때문에 전혀 자신답지 않은 꼬락서니(?)를 취하는 게 벌써 이걸로 두 번째였었다.
모양새가 참 많이 망가져 버렸다.
보통 이런 모습을 저택의 하녀나 하인들이 보면 도련님이 귀엽다거나 놀릴 수도 있겠지만,
율리어스 관점에서는 아니었다.
그들이 소년을 두려워했으면 두려워했지, 입을 함부로 놀리지는 못한다.
그것보다 소년에게는 이 저택에서 신경 쓰이는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그래. 다 좋은데 망할 아버지한테만 이런 모습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이런 모양새를 들켰다가는 얼마나 더 책을 잡히고도 남을지 상상만으로도 족했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게 만드는 게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릴리스타아밖에 없었다.
소년은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나갈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아 진짜. 짜증 나네.’
그 타이밍을 재기 위해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딱 한 명이 거치적거렸다.
‘엘리….’
늘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가주의 전속 하녀였다.
그녀가 있었기에 릴리스티아가 서재에서 따로 떨어져 도서실까지 오게 되었고 덕분에 다가가기 쉬운 구실을 마련해준 셈이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 잠깐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방해물과 다름이 없었다.
도서실에는 릴리스티아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이제 그만 여기서 빠져 주면 좋겠는데 하….’
한숨 사이로 소년의 개인적인 바람만 커져갔었다.
뚜벅.
뚜벅.
그리고 그러는 사이 소녀는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1층에서 책을 고르려는 듯 책장들을 살펴보며 연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 내가 직접 골라주고 싶다.’
그 모습마저도 율리어스의 눈에는 마냥 귀여워 보이는지 고정되어 버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릴리스티아의 눈빛이 이상했다.
도서실에 처음 왔을 때의 반짝반짝이는 눈동자가 설렘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뭔가에 신경이 쓰이는 듯 약간 신경이 날카로워진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흘겨보았다.
‘왜 저러지…. 설마…나?!’
소년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소녀와 눈이 마주친 건 아니었지만 혹여나 들킨 게 아닐까 싶어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잠깐 주시하던 율리어스는 곧 그것도 아니라는 걸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가끔 그 흘겨보는 눈빛이 소년의 쪽을 향하기는 했지만, 율리어스가 그쪽에 있다는 건 전혀 모르는 눈치였었다.
자칫 착각해서 나왔으면 자수해서 광명은 찾기는커녕, 완전 더 이상한 낯짝으로 찍힐 뻔했을지도 몰랐다.
“저…쩌기여…….”
소녀는 용기를 내어 계속 뒤에서 조금은 떨어졌지만, 시선을 거두지 않는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단숨에 소녀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으극.’
“엘라입니다. 내리실 지시가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릴리스티아 아가씨.”
그녀는 소녀가 약간 질겁한지도 모를 정도로 바로 표정까지는 읽지는 못한 듯싶었다.
‘내 여동생 좀 놀라게 하지 마!
그리고 너무 딱딱해. 큭.’
율리어스는 저절로 고개가 휘저어졌다.
딱 봐도 여러 가지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데 그런 긴장감을 풀어 주기는 다 틀린 것 같았다.
‘망할 아버지에…이젠 망할 하녀인 거야? 하…!’
엘라를 여태껏 봐온 소년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굳어져 갔다.
그것도 그럴게 엘라는 가주의 전속하녀가 된 이후로 딱딱한구석이 가주를 닮아가 버렸다.
평소 그녀의 행색을 보면 상대를 이해한다기보다는 가주에 의해 훈련된 로봇 느낌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율리어스는 엘라를 대하기가 아주 껄끄러웠고 웬만하면 자진해서 부딪치지 않았다.
‘쯧. 저 불쌍하고 가여운 릴리스티아 얼굴 좀 보라고. 이 목석 여자야!’
닿을 리 없지만 당장 그렇게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저…쩌기…아, 아니……엘라?”
‘크흐.’
그런 목석을 눈앞에 두고 용기를 쥐어짜는(?) 릴리스티아의 모습에 소년은 속에서 저절로 탄식이 새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소녀는 엄청 소극적이면서 눈치를 보면서 겨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릴리스티아 아가씨.”
‘엘라 녀석. 인간미라고는…. 여전히 하나도 없네.’
일부러 애쓴다고 할지라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쩌…쩌기. 그러니카……….”
몰래 엿듣고 있는 소년도 소녀가 뭘 말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지만,
소녀는 손을 가만히 있질 못하고 꼼지락대고만 있었다.
‘엘라 녀석. 때문이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가진 목석 때문에 소년은 소녀가 굳어버려서 제대로 할 말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면 반면에 그녀도 답답할 법도 한데 가주 밑에서 참을성도 대인배(?)만큼이나 길렀는 듯싶었다.
얼마나 참고 또 참는 것인지는 표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점은 뭐…. 다른 하녀들보다 낫긴 하네?’
저택의 하녀들은 하나 같이 표정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었다.
그 표정에서 제일 거슬리는 게 소년을 노골적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녀 중, 엘라만이 소년에게도 무표정으로 한 번도 노골적인 표정을 짓는 건 보지 못했다.
“쩌기…엘라. 미얀하지먄…….
여기 혼자 읻구 띱……….”
“안 됩니다.”
그 와중에도 소녀의 혀 짧은 듯한 발음이 제대로 들리는 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칼 같이 단호박을 내리쳤다.
“…에에?”
그리고 소녀는 제법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뭐야…. 결국 릴리스티아는 도서실에 혼자 있고 싶었던 거였잖아? 쿡쿡.’
소년은 씩하고 웃는 걸 넘어서 입이 귀에 걸릴 듯이 실실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당황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이미 소년의 안중에 없었다.
소년의 표정은 뭔가 일말의 기회라도 잡은 것같이 숨어서 주눅 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스윽.
소년은 이제 벽에 바짝 기대어 숨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숨었던 몸을 일으켜 벽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내 차례란 거네. 뭐.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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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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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어스)조회 : 84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53 93.93. [2부] 내 두근거림 물려 내!조회 : 1,0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1 92.92. [2부] 처음엔 뭐가 뭔지 몰라도 두근두근거려.조회 : 8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06 91.91. [2부] 릴리스티아는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1)조회 : 71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18 90.90. [2부] 썩 내키지 않는 오라버니와의 재회조회 : 7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6 89.89. [2부] 저 녀석 대신 네가 맞을래?조회 : 84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7 88.88. [2부] 내 누나는 히스테리 마녀(3)조회 : 6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0 87.87. [2부] 내 누나는 히스테리 마녀(2)조회 : 8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8 86.86. [2부] 내 누나는 히스테리 마녀(1)조회 : 9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13 85.85. [2부] 느닷없는 방문조회 : 89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5 84.84. [2부] 지저귀고 있는 어둠 속으로(2)조회 : 1,2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2 83.83. [2부] 지저귀고 있는 어둠 속으로(1)조회 : 9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7 82.82. [2부] 예상외의 협력자(2)조회 : 9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71 81.81. [2부] 예상외의 협력자(1)조회 : 9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5 80.80. [2부] 플라타와 바리안조회 : 1,20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07 79.79. [2부] 혐의부인의 가능성조회 : 1,19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3 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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