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2) (by. 율리어스)
조회 : 485 추천 : 0 글자수 : 4,486 자 2024-08-31
린이 태어나고 갓난아기일 때는 가끔 들여다볼 뿐. 그렇게까지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기색은 린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부쩍 티가 늘어나면서 릴리스티아를 대할 때와 매우 달랐다.
마치 린에게만 한정되게 박힌 듯 쌀쌀하게 굴었다.
뭔가 린의 행동하나하나가 마음에 썩 내키지 않을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가주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에 관해 아무도 일절, 일부러라도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저택 안에 사람들은 서로 쉬쉬거렸다.
모두 곁눈질만 해 보아도 그 이유를 빤히 보일 정도였다는 게 문제였다.
분홍빛 눈동자를 머금은 눈들은 하나 같이 가주를 닮았었지만….
머리칼의 색은 하필이면 전혀 흔하지 않은 색으로 린의 머리를 덮어 버렸다.
포슬포슬한 느낌으로 빛나는 새하얀 구름 색의 머리칼.
그 색은 릴리스티아가 올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 린의 어머니도 가지고 있지 않은 머리카락의 색이었다.
두 부모의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신비스러운 머리카락 색.
겉모습부터 닮은 구석도 없는데 언성을 조금만 높여도 툭하면 울음보가 터졌다.
하필이면 성격까지 소심하지만 짜증이 많고 고집이 엄청났었다.
그럴 수록 가주의 늘어나는 역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부분에서 막내를 볼 때마다. 매번 자동반사적으로 가주의 인상이 구겨지는 건 물론이었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선 막내를 찾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아이가….’
그는 은근히 식탁에선 첫째가 능력을 각성하기 전까지 둘째에게 애써 시선을 돌리며 막내를 보지 않는 척했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막내의 관심은 아버지가 아닌 오라버니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때도 여전히 첫째는 각성하기 전이라 그는 차라리 아예 잘되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네가 고생 좀 하거라. 흠흠.’
그리고 내심 그런 얄팍(?)한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던 소년은 그렇게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 처음은 소년에게도 얼떨떨했지만….
절대 아무 여자(?)에게나 쉬운 율리어스가 아니었다.
그 이후로 계속 막내가 둘러붙어도 소년은 늘 같은 모습에서 변함이 없었다.
릴리스티아는 회유(?)하기 힘들었지만. 이런 발육이 더딘 아기쯤이야….
‘어…. 어, 어어?’
아무래도 소년은 막내를 우습게 보았다가 큰코를 다쳐 버린 듯싶었다.
고집이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대체 율리어스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목표물이 가주에서 소년(오라버니)으로 바뀌자마자. 마치 만난 물고기 같았다.
소년이 보란 듯이 차가운 반응을 보여도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까르르 웃어대었다.
그리고 식탁의 좌석도 처음엔 일부러 릴리스티아의 옆으로 정했지만. 어느새 소년의 옆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녀석이 진짜….’
그만큼 점점 귀찮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 되어 버렸다.
그 덕분에 릴리스티아에게 다가가는 게 더 어려워져 막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짜증과 답답함이 커져갔었다.
그런데도 아직 어린 여자아이를 화풀이 겸으로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참자. 참자…. 율리우스.
이 녀석도 내 여동생이다.
이건 다 저 망할 아버지 때문이니까. 후.’
릴리스티아만큼이나 막내를 아끼지 않는 망할 가주.
모든 것을 부(父)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망할 아버지의 탓으로 다 돌릴 뿐이었다.
그리고 부자 사이는 현실적으로 더 멀어져 간 느낌이 역력했다.
평소에도 영 달갑지 않은 기류만이 흐르고 아주 기본적인 것만(문안 인사, 식사 시간 등) 지키는데 막내 이후로 더 냉랭해져 갔다는 게 아주 지극적인 현실로 맞이하게 된 셈이었다.
그런데….
하지만!
그랬던 점들은 몇 년도 채 안 돼, 가주가 후회하고 말아야 할 반환점으로 되돌아오고야 말았다.
율리어스의 엔테리아 각성.
한 가지의 전생만 가진 것이었더라면, 그는 그렇게까지 달라질 필요가 없었다.
‘저 녀석이…. 진짜 내 아들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묻고 답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다.
소년은 무려 한 번에 두 개의 전생을 깨우친 각성자가 되어 버렸다.
딱 여기서부터 저택에서는 소년에 대한 대부분의 대우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띠 옵빠 대다네…!”
“흠흠. 고맙다. 린.”
이런 축하의 말을 릴리스티아게 먼저 듣고 싶었지만….
여전했다.
무덤덤한 반응과 표정으로 무슨 생각하는지 소년은 읽을 수가 없었다.
‘바랠 거 바래야ᄌ….’
“축하한다. 역시 밀레니엄 가문의 첫째답구나. 응?”
‘…………….’
기가 막혔다.
소년은 한참 동안이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이 망할 아버지가 뭘 드셔도 한참을 잘못 드셨나 보지?’
소년은 그런 망할 아버지를 앞에 두고 그가 평소와 판이하게도 다른 반응과 나올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바람에 자신에 계속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얼굴이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이후 그의 관심이 극도로 첫째에게로 늘어나는 게 눈에 빤히 보였다.
마치 둘째에게 기울었던 관심도 줄어들 정도로 첫째에게로 빼앗긴 것처럼 드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방향은 점점 소년이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로 맞물려 가고 있었다.
정작 관심을 받아보고 싶은 상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 엉뚱할 사람이 소년을 귀찮게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평소에 그가 이 정도의 반만의 애정이나 관심을 보였더라면 귀찮게까지는 여겨지지 않았을 텐데….
첫째를 인정하는 것치고는 이미 도를 넘어서고 말았다.
그는 틈만 나면 첫째의 엔테리아의 능력에 대한 진척을 묻고자 자기 서재로 부르는 건 예사였다.
그 이외에도 식사 자리에서도 빈말이라도 걸어 주지 않던 그였는데, 빌미를 잡아서라도 주제를 바꾸면서 첫째에게 어떻게든 몇 마디를 주고받게 만들었다.
‘미치겠네….’
하루하루가 너무 고단했다.
망할 아버지의 끝없는 애정(?)에 지친 몸과 마음이 금방이라도 침대와 합체를 하고 싶을 정도로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에게 시간을 뺏긴 만큼이나 릴리스티아를 볼 수 있는 시간마저 빠듯해져선 소년의 계획은 점점 더 가망이 없어 보였다.
털썩.
이런저런 생각으로 무뎌진 소년은 그대로 침대로 쓰러져 버렸다.
‘아아. 곧 입학이니까. 조금만 참아볼까…?’
입학하면 망할 아버지의 집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일단 거기에 걸고 본 율리어스였었다.
#.
「 율. 이해가 가지 않는데…?」
“뭐?”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가 싶더니, 사가스는 애매모호한 딴지를 걸었다.
어째 좀 조용히 하고 잘 듣고 있었나 싶었다.
「 아니…. 그러니까, 율.
별로 네 가정 전선엔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데?
여자 인간…. 아니, 네 여동생만 변함없는 것뿐이잖아?!
혼자서 너무 행복한 고민하는 거 아냐…. 하하. 」
확실히 아직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엔테리아의 각성에 의해 소 악마의 혐의(?)에서 벗어났었다.
그리고 가주로부터 시작했던 율리어스에 대한 태도들은 가주가 바뀌자, 대부분이 긍정적이나 호의적으로 바뀌었었다.
사가스의 말대로 율리어스는 행복에 겨운 투정을 부린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였다.
“쯧.”
그러자 그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혀를 찼다.
「 ………. 」
좀 다른 반응에 사가스는 뭐라 말을 이어서 해야 할지 살짝 말문이 막혔다.
“그런 걸 바랐다고?”
그는 릴리스티아 이외에 그런 걸 바란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
그는 제법 기가 막힌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진짜 그럴 거 같아?”
내심 그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갔다.
평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번에는 아무래도 사가스가 눈치 없이 말을 뱉어 버린 듯싶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런 걸 무엇보다도 잘 파악했었어야 할 터인 사가스였지만, 이미 터져 버린 실정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사가스는 계속 아무 말없이 그의 분위기와 눈치만 살펴보아야만 했다.
“가족이라….”
씁쓸한 푸념만이 토로해지는 분위기가 그에게서 물씬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이…. 이야기는 그만 여기까지 하자고. 율. 」
여전히 사가스가 몰랐던 과거의 율이 궁금했지만, 저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파헤쳐 보는 게 영 찝찝해졌다.
계약자의 기분이나 상태. 감정이 먼저였다.
으레 보면 감정 기복으로 계약자와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가스도 괜스레 그 부분이 걱정되었다.
계약자와 틀어지면 다음 계약자는 언제 어디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을 진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정말로 운이 나쁘면 새로운 계약자와 영영 만나지 못 할지도 몰랐다.
사가스는 인간 자체를 믿는다거나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계약자인 율리어스라는 인간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싫지는 않았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머물었고 앞으로의 행보도 지켜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생기면서 사가스는 입을 다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애초에 그런 감정이 없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그랬다면…그랬다면……….”
그는 다른 때보다 더 많은 말들을 되뇌었었다.
마치 그것이 시작의 불과였다는 것처럼…………….
그런데 그런 기색은 린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부쩍 티가 늘어나면서 릴리스티아를 대할 때와 매우 달랐다.
마치 린에게만 한정되게 박힌 듯 쌀쌀하게 굴었다.
뭔가 린의 행동하나하나가 마음에 썩 내키지 않을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가주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에 관해 아무도 일절, 일부러라도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저택 안에 사람들은 서로 쉬쉬거렸다.
모두 곁눈질만 해 보아도 그 이유를 빤히 보일 정도였다는 게 문제였다.
분홍빛 눈동자를 머금은 눈들은 하나 같이 가주를 닮았었지만….
머리칼의 색은 하필이면 전혀 흔하지 않은 색으로 린의 머리를 덮어 버렸다.
포슬포슬한 느낌으로 빛나는 새하얀 구름 색의 머리칼.
그 색은 릴리스티아가 올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 린의 어머니도 가지고 있지 않은 머리카락의 색이었다.
두 부모의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신비스러운 머리카락 색.
겉모습부터 닮은 구석도 없는데 언성을 조금만 높여도 툭하면 울음보가 터졌다.
하필이면 성격까지 소심하지만 짜증이 많고 고집이 엄청났었다.
그럴 수록 가주의 늘어나는 역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부분에서 막내를 볼 때마다. 매번 자동반사적으로 가주의 인상이 구겨지는 건 물론이었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선 막내를 찾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아이가….’
그는 은근히 식탁에선 첫째가 능력을 각성하기 전까지 둘째에게 애써 시선을 돌리며 막내를 보지 않는 척했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막내의 관심은 아버지가 아닌 오라버니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때도 여전히 첫째는 각성하기 전이라 그는 차라리 아예 잘되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네가 고생 좀 하거라. 흠흠.’
그리고 내심 그런 얄팍(?)한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던 소년은 그렇게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 처음은 소년에게도 얼떨떨했지만….
절대 아무 여자(?)에게나 쉬운 율리어스가 아니었다.
그 이후로 계속 막내가 둘러붙어도 소년은 늘 같은 모습에서 변함이 없었다.
릴리스티아는 회유(?)하기 힘들었지만. 이런 발육이 더딘 아기쯤이야….
‘어…. 어, 어어?’
아무래도 소년은 막내를 우습게 보았다가 큰코를 다쳐 버린 듯싶었다.
고집이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대체 율리어스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목표물이 가주에서 소년(오라버니)으로 바뀌자마자. 마치 만난 물고기 같았다.
소년이 보란 듯이 차가운 반응을 보여도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까르르 웃어대었다.
그리고 식탁의 좌석도 처음엔 일부러 릴리스티아의 옆으로 정했지만. 어느새 소년의 옆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녀석이 진짜….’
그만큼 점점 귀찮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 되어 버렸다.
그 덕분에 릴리스티아에게 다가가는 게 더 어려워져 막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짜증과 답답함이 커져갔었다.
그런데도 아직 어린 여자아이를 화풀이 겸으로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참자. 참자…. 율리우스.
이 녀석도 내 여동생이다.
이건 다 저 망할 아버지 때문이니까. 후.’
릴리스티아만큼이나 막내를 아끼지 않는 망할 가주.
모든 것을 부(父)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망할 아버지의 탓으로 다 돌릴 뿐이었다.
그리고 부자 사이는 현실적으로 더 멀어져 간 느낌이 역력했다.
평소에도 영 달갑지 않은 기류만이 흐르고 아주 기본적인 것만(문안 인사, 식사 시간 등) 지키는데 막내 이후로 더 냉랭해져 갔다는 게 아주 지극적인 현실로 맞이하게 된 셈이었다.
그런데….
하지만!
그랬던 점들은 몇 년도 채 안 돼, 가주가 후회하고 말아야 할 반환점으로 되돌아오고야 말았다.
율리어스의 엔테리아 각성.
한 가지의 전생만 가진 것이었더라면, 그는 그렇게까지 달라질 필요가 없었다.
‘저 녀석이…. 진짜 내 아들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묻고 답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다.
소년은 무려 한 번에 두 개의 전생을 깨우친 각성자가 되어 버렸다.
딱 여기서부터 저택에서는 소년에 대한 대부분의 대우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띠 옵빠 대다네…!”
“흠흠. 고맙다. 린.”
이런 축하의 말을 릴리스티아게 먼저 듣고 싶었지만….
여전했다.
무덤덤한 반응과 표정으로 무슨 생각하는지 소년은 읽을 수가 없었다.
‘바랠 거 바래야ᄌ….’
“축하한다. 역시 밀레니엄 가문의 첫째답구나. 응?”
‘…………….’
기가 막혔다.
소년은 한참 동안이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이 망할 아버지가 뭘 드셔도 한참을 잘못 드셨나 보지?’
소년은 그런 망할 아버지를 앞에 두고 그가 평소와 판이하게도 다른 반응과 나올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바람에 자신에 계속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얼굴이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이후 그의 관심이 극도로 첫째에게로 늘어나는 게 눈에 빤히 보였다.
마치 둘째에게 기울었던 관심도 줄어들 정도로 첫째에게로 빼앗긴 것처럼 드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방향은 점점 소년이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로 맞물려 가고 있었다.
정작 관심을 받아보고 싶은 상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 엉뚱할 사람이 소년을 귀찮게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평소에 그가 이 정도의 반만의 애정이나 관심을 보였더라면 귀찮게까지는 여겨지지 않았을 텐데….
첫째를 인정하는 것치고는 이미 도를 넘어서고 말았다.
그는 틈만 나면 첫째의 엔테리아의 능력에 대한 진척을 묻고자 자기 서재로 부르는 건 예사였다.
그 이외에도 식사 자리에서도 빈말이라도 걸어 주지 않던 그였는데, 빌미를 잡아서라도 주제를 바꾸면서 첫째에게 어떻게든 몇 마디를 주고받게 만들었다.
‘미치겠네….’
하루하루가 너무 고단했다.
망할 아버지의 끝없는 애정(?)에 지친 몸과 마음이 금방이라도 침대와 합체를 하고 싶을 정도로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에게 시간을 뺏긴 만큼이나 릴리스티아를 볼 수 있는 시간마저 빠듯해져선 소년의 계획은 점점 더 가망이 없어 보였다.
털썩.
이런저런 생각으로 무뎌진 소년은 그대로 침대로 쓰러져 버렸다.
‘아아. 곧 입학이니까. 조금만 참아볼까…?’
입학하면 망할 아버지의 집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일단 거기에 걸고 본 율리어스였었다.
#.
「 율. 이해가 가지 않는데…?」
“뭐?”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가 싶더니, 사가스는 애매모호한 딴지를 걸었다.
어째 좀 조용히 하고 잘 듣고 있었나 싶었다.
「 아니…. 그러니까, 율.
별로 네 가정 전선엔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데?
여자 인간…. 아니, 네 여동생만 변함없는 것뿐이잖아?!
혼자서 너무 행복한 고민하는 거 아냐…. 하하. 」
확실히 아직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엔테리아의 각성에 의해 소 악마의 혐의(?)에서 벗어났었다.
그리고 가주로부터 시작했던 율리어스에 대한 태도들은 가주가 바뀌자, 대부분이 긍정적이나 호의적으로 바뀌었었다.
사가스의 말대로 율리어스는 행복에 겨운 투정을 부린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였다.
“쯧.”
그러자 그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혀를 찼다.
「 ………. 」
좀 다른 반응에 사가스는 뭐라 말을 이어서 해야 할지 살짝 말문이 막혔다.
“그런 걸 바랐다고?”
그는 릴리스티아 이외에 그런 걸 바란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언제?”
그는 제법 기가 막힌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진짜 그럴 거 같아?”
내심 그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갔다.
평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번에는 아무래도 사가스가 눈치 없이 말을 뱉어 버린 듯싶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런 걸 무엇보다도 잘 파악했었어야 할 터인 사가스였지만, 이미 터져 버린 실정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사가스는 계속 아무 말없이 그의 분위기와 눈치만 살펴보아야만 했다.
“가족이라….”
씁쓸한 푸념만이 토로해지는 분위기가 그에게서 물씬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이…. 이야기는 그만 여기까지 하자고. 율. 」
여전히 사가스가 몰랐던 과거의 율이 궁금했지만, 저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파헤쳐 보는 게 영 찝찝해졌다.
계약자의 기분이나 상태. 감정이 먼저였다.
으레 보면 감정 기복으로 계약자와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가스도 괜스레 그 부분이 걱정되었다.
계약자와 틀어지면 다음 계약자는 언제 어디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을 진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정말로 운이 나쁘면 새로운 계약자와 영영 만나지 못 할지도 몰랐다.
사가스는 인간 자체를 믿는다거나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계약자인 율리어스라는 인간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싫지는 않았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머물었고 앞으로의 행보도 지켜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생기면서 사가스는 입을 다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애초에 그런 감정이 없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그랬다면…그랬다면……….”
그는 다른 때보다 더 많은 말들을 되뇌었었다.
마치 그것이 시작의 불과였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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