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2부] 투명인간
조회 : 176 추천 : 0 글자수 : 4,566 자 2025-03-08
릴리스티아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러버렸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의도치 않게 보게 된 것처럼 아연실색이 따로 없었다.
“가주님이 많이 늦으시는데….”
‘아, 아아.’
풀썩.
릴리스티아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엘라의 혼자 중얼거리는 말투에 그제야 실로 안심하며 긴장의 끈이 느슨해진 듯싶었다.
그녀는 진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태도를 보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끝끝내 확인 사살 차원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던 릴리스티아는 슬그머니 일어섰었다.
없던 용기가 불쑥 생겨난 뚝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엘라의 얼굴을 앞에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휙.
휘리리릭.
연신 그 손바닥을 그녀의 코앞에서 무자히(?)하게 흔들어 대는 게 이제 어느 정도 장난기까지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 ……인간. 」
목소리는 처음으로 릴리스티아를 뜸을 들이며 불렀다.
인간이 한심해 보인다는 표정이 베여 나오는 말투로 느껴질 정도였었다.
“네, 네…. 네?!”
한참을 재미(?)에 빠지듯이 지르고서야 릴리스티아는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 듯싶었다.
“아…하하. 아,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리고 뻘쭘 서러운 듯 창피함에 괜히 말을 둘러대기에 바빴다.
“저, 정말 목소리님은 대단하시네요?”
그 와중에 더 무마시키고 싶은 분위기에 급칭찬하기에까지 바빴다.
「 ……………. 」
그런데 반응은 무덤덤했다.
목소리란 존재는 인간의 욕망이나 바람을 먹고 사는 게…. 어쩌면 악마와 비슷한 개념일지도 몰라서 그런 칭찬은 사실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뻘쭘 서러운 건 한 번으로 족한 릴리스티아였는데…….
이래선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을 정도로 진땀이 났었다.
「 인간. 」
“네…네?”
다행이었다.
어떻게 이 분위기를 바꿔야 할지 몰라 했던 그녀와 달리 다시 말문을 연 건 목소리였다.
「 그만 움직여라. 인간.
욕구가 충만하지 못하다. 」
신기한 건 맞았지만, 쓸데없는 시간 낭비와 다를 바 없는 쓰디 찬 소리만이 그녀의 귀를 후벼 팠다.
목소리 말대로 언제까지고 서재에 머물고 있을 것만도 아니었다.
“네…. 네, 네. 당연히 그렇지요.
어머니께서 기다리실 거예요.”
릴리스티아는 어색한 웃음으로 힐책질하는 분위기를 넘겨 버리고자 드디어 서재로 들어오는 입구 문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앗.
그때였다.
그녀는 또 그대로 손을 멈칫거리며 문고리를 잡지 못했다.
이대로 문을 연다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옆에선 하품이 끊이질 않지만 자릴 뜨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있는 엘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서재 입구 문을 연다면….
‘크.…큰일 날 뻔했잖아!’
엘라의 눈에는 수상하게도 짝이 없는 상황이 코앞에서 펼쳐질 뻔했다.
분명히 이 서재 안에는 엘라를 제외한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혼자 저절로 열리며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이 연출되어선 릴리스티아가 위기에 직면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 인간. 」
목소리는 속으로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때마침 릴리스티아도 목소리가 필요한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저기…. 모, 목소리ᄂ….”
「 뚫고 가라. 인간. 」
원래부터…. 아니, 목소리를 알고 나에서부터겠지만 말의 서두가 없다는 건 말귀를 알아듣지 못 하는 인간이 아닌 이상은 진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무작정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다.
추측성이 어려운 서두가 없는 말이었던 만큼 릴리스티아가 이해하기가 난해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보다 릴리스티아를 통해 현재의 모든 상황을 마치 직접 눈으로 본 듯한 느낌으로 말하고 있었기에 한 가지에 결론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서재의 문고리를 잡아서 돌려야 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닐 것 같았다.
목소리는 전혀 의미 없는 바를 그녀에게 명령하듯이 말할 리는 없었다.
오히려 시간을 엉뚱한 곳에서 지체하는 그녀가 답답해서 부추긴다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느낌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으면 던졌지 말이었다.
릴리스티아는 머리를 긁적이기에까지 이르렀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지 않고 엘라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지 않았다.
「 인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다가 아니다. 」
릴리스티아가 떠올리기까지 기다리기엔 힘들었던지 목소리는 또 한마디를 던졌다.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걸까…?’
물론 목소리가 던지는 한마디들은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이해난이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조금 더 쉽게 근접해 보기로 한 듯 차분히 다시 목소리의 말과 함께 더듬어 보았다.
스 – 륵.
그리고 이내, 한쪽 손을 내밀어 서재 문에 슬그머니 접촉을 시도했다.
쑤우 우우 욱!?
‘꺄악?’
그녀는 그와 동시에 몸의 균형이 앞으로 쏠리며 자칫 넘어질 뻔했다.
그것은 투명 인간이 된 이후로 접하는 아주 기이한두 번째 경험이었다.
투명 인간이 되어 엘라가 자신을 보지 못 하는 것부터 신기하기 짝이 없는데 이번엔 그 이상을 뛰어넘었다.
쑤욱. 쑤욱.
릴리스티아는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 차례 양쪽 손을 번갈아 가며 문을 통과하기를 반복했다.
머리의 고뇌를 이기지 못하고 끙끙거릴 땐 언제고 이럴 때 보면 딱 제 나이의 소녀로 밖에 보지 않았다.
「 인간. 」
이제 방법도 깨쳤으니 그만 가자는 신호였다.
“잠시만요. 목소리님.”
목소리의 말대로 문을 그대로 통과해 나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러셨으면 되었잖아요…!”
급 흥분해 버렸다.
투명 인간이 되는 순간 벽을 통과하는 게 가능한 걸 진작에 알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속았어. 완전….’
괜히 목소리가 빨리 말하지 않는 바람에 그대로 속은 것 같은 분함이 들끓어 오르는 건 순간적으로 참을 수 없었다.
속았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사방으로 연신 고개를 돌려대며 째려보기까지 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시선일 뿐이지.
「 인간. 」
목소리가 그녀에 대해 보일 반응은 한동안 무덤덤하다 싶더니 무미건조한 말투로 다시 그녀를 불렀다.
릴리스티아는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던지, 꽤 표정이 뽀로통해져 있었다.
평소에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없는 표정이라 만약 그런 그녀의 얼굴을 율리어스가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만으론 그치기 힘들 것이다.
그녀는 내심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목소리가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은 있지 않겠냐는 일반적인 생각을 가졌지만, 사과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사과를 받는다는 건 어림도 없는 경우라는 걸 그녀는 목소리를 접하고 나서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 마력의 본질이 먼저다. 인간. 」
“네?”
「 첫 문은 마력의 본질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다.
그다음은 인간의 자유다. 」
아….
릴리스티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뇌가 활동해 굴러가는 소리가 무작정 소리를 죽인 채, 나오는 그녀의 신음은 밖에까지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볼륨을 줄이지 않았다면 엘라에게 소리로 들키고도 남았을 것이지만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조심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건 결국…. 제 가문인…….”
사실 굳이 목소리에게 설명하듯이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었다.
밀레니엄 가(家)에서 계승처럼 이어진 마력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애초에 지하실 문이 열릴 수 있었다.
목소리는 무덤덤하게 한 마디 던졌지만, 거기엔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바를 뜻했다.
결과적으로는 목소리가 릴리스타아를 속인 건 아니었었다.
지하실 문의 경우 가문의 마력 본질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무의미를 뜻했으며, 목소리를 통해 투명한 마력을 다스려보았자 첫 번째 문부터 통과하는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릴리스티아는 이내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의문이 풀리는 건 릴리스티아가 깨달음을 얻는 걸로 해결이 되었다.
거의 급히 마무리하는 분위기와 피차일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목소리도 그 과정이 꽤 답답할 거라 보았지만 일단 지금 여자 인간이 충족시킬 욕구가 더 중요한 사안이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지금 목소리에게 인용되어져 딱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제는 그만 이곳을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서재에 머물 이유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슈 – 웅.
그대로 릴리스티아의 몸이 '붕' 하고 뜨는 느낌이 들었다.
투명 인간이 되었지만, 몸소 느껴지는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는 듯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단숨에 서재의 밖에 나와 있었다.
단 1초.
바로 옆에 엘라의 눈을 속이고 서재를 빠져나오는 데는 눈깜짝일 시간만이 흐르면서 아주 수월했다.
‘……….’
왠지 모르겠지만 아주 부끄러우면서도 자기 자신이 좀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목소리의 던진 단 한마디만 잘 이해했더라면 서재를 나오는 데 이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 인간. 」
목소리가 부추기는 듯이 부르는 소리에 릴리스티아는 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회한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뒤로한 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최종 목적지로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의도치 않게 보게 된 것처럼 아연실색이 따로 없었다.
“가주님이 많이 늦으시는데….”
‘아, 아아.’
풀썩.
릴리스티아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엘라의 혼자 중얼거리는 말투에 그제야 실로 안심하며 긴장의 끈이 느슨해진 듯싶었다.
그녀는 진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태도를 보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끝끝내 확인 사살 차원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던 릴리스티아는 슬그머니 일어섰었다.
없던 용기가 불쑥 생겨난 뚝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엘라의 얼굴을 앞에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휙.
휘리리릭.
연신 그 손바닥을 그녀의 코앞에서 무자히(?)하게 흔들어 대는 게 이제 어느 정도 장난기까지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 ……인간. 」
목소리는 처음으로 릴리스티아를 뜸을 들이며 불렀다.
인간이 한심해 보인다는 표정이 베여 나오는 말투로 느껴질 정도였었다.
“네, 네…. 네?!”
한참을 재미(?)에 빠지듯이 지르고서야 릴리스티아는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 듯싶었다.
“아…하하. 아,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리고 뻘쭘 서러운 듯 창피함에 괜히 말을 둘러대기에 바빴다.
“저, 정말 목소리님은 대단하시네요?”
그 와중에 더 무마시키고 싶은 분위기에 급칭찬하기에까지 바빴다.
「 ……………. 」
그런데 반응은 무덤덤했다.
목소리란 존재는 인간의 욕망이나 바람을 먹고 사는 게…. 어쩌면 악마와 비슷한 개념일지도 몰라서 그런 칭찬은 사실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뻘쭘 서러운 건 한 번으로 족한 릴리스티아였는데…….
이래선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을 정도로 진땀이 났었다.
「 인간. 」
“네…네?”
다행이었다.
어떻게 이 분위기를 바꿔야 할지 몰라 했던 그녀와 달리 다시 말문을 연 건 목소리였다.
「 그만 움직여라. 인간.
욕구가 충만하지 못하다. 」
신기한 건 맞았지만, 쓸데없는 시간 낭비와 다를 바 없는 쓰디 찬 소리만이 그녀의 귀를 후벼 팠다.
목소리 말대로 언제까지고 서재에 머물고 있을 것만도 아니었다.
“네…. 네, 네. 당연히 그렇지요.
어머니께서 기다리실 거예요.”
릴리스티아는 어색한 웃음으로 힐책질하는 분위기를 넘겨 버리고자 드디어 서재로 들어오는 입구 문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앗.
그때였다.
그녀는 또 그대로 손을 멈칫거리며 문고리를 잡지 못했다.
이대로 문을 연다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옆에선 하품이 끊이질 않지만 자릴 뜨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있는 엘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서재 입구 문을 연다면….
‘크.…큰일 날 뻔했잖아!’
엘라의 눈에는 수상하게도 짝이 없는 상황이 코앞에서 펼쳐질 뻔했다.
분명히 이 서재 안에는 엘라를 제외한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혼자 저절로 열리며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이 연출되어선 릴리스티아가 위기에 직면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 인간. 」
목소리는 속으로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때마침 릴리스티아도 목소리가 필요한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저기…. 모, 목소리ᄂ….”
「 뚫고 가라. 인간. 」
원래부터…. 아니, 목소리를 알고 나에서부터겠지만 말의 서두가 없다는 건 말귀를 알아듣지 못 하는 인간이 아닌 이상은 진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무작정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다.
추측성이 어려운 서두가 없는 말이었던 만큼 릴리스티아가 이해하기가 난해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보다 릴리스티아를 통해 현재의 모든 상황을 마치 직접 눈으로 본 듯한 느낌으로 말하고 있었기에 한 가지에 결론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서재의 문고리를 잡아서 돌려야 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닐 것 같았다.
목소리는 전혀 의미 없는 바를 그녀에게 명령하듯이 말할 리는 없었다.
오히려 시간을 엉뚱한 곳에서 지체하는 그녀가 답답해서 부추긴다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느낌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으면 던졌지 말이었다.
릴리스티아는 머리를 긁적이기에까지 이르렀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지 않고 엘라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지 않았다.
「 인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다가 아니다. 」
릴리스티아가 떠올리기까지 기다리기엔 힘들었던지 목소리는 또 한마디를 던졌다.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걸까…?’
물론 목소리가 던지는 한마디들은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이해난이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조금 더 쉽게 근접해 보기로 한 듯 차분히 다시 목소리의 말과 함께 더듬어 보았다.
스 – 륵.
그리고 이내, 한쪽 손을 내밀어 서재 문에 슬그머니 접촉을 시도했다.
쑤우 우우 욱!?
‘꺄악?’
그녀는 그와 동시에 몸의 균형이 앞으로 쏠리며 자칫 넘어질 뻔했다.
그것은 투명 인간이 된 이후로 접하는 아주 기이한두 번째 경험이었다.
투명 인간이 되어 엘라가 자신을 보지 못 하는 것부터 신기하기 짝이 없는데 이번엔 그 이상을 뛰어넘었다.
쑤욱. 쑤욱.
릴리스티아는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 차례 양쪽 손을 번갈아 가며 문을 통과하기를 반복했다.
머리의 고뇌를 이기지 못하고 끙끙거릴 땐 언제고 이럴 때 보면 딱 제 나이의 소녀로 밖에 보지 않았다.
「 인간. 」
이제 방법도 깨쳤으니 그만 가자는 신호였다.
“잠시만요. 목소리님.”
목소리의 말대로 문을 그대로 통과해 나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러셨으면 되었잖아요…!”
급 흥분해 버렸다.
투명 인간이 되는 순간 벽을 통과하는 게 가능한 걸 진작에 알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속았어. 완전….’
괜히 목소리가 빨리 말하지 않는 바람에 그대로 속은 것 같은 분함이 들끓어 오르는 건 순간적으로 참을 수 없었다.
속았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사방으로 연신 고개를 돌려대며 째려보기까지 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시선일 뿐이지.
「 인간. 」
목소리가 그녀에 대해 보일 반응은 한동안 무덤덤하다 싶더니 무미건조한 말투로 다시 그녀를 불렀다.
릴리스티아는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던지, 꽤 표정이 뽀로통해져 있었다.
평소에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없는 표정이라 만약 그런 그녀의 얼굴을 율리어스가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만으론 그치기 힘들 것이다.
그녀는 내심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목소리가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은 있지 않겠냐는 일반적인 생각을 가졌지만, 사과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사과를 받는다는 건 어림도 없는 경우라는 걸 그녀는 목소리를 접하고 나서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 마력의 본질이 먼저다. 인간. 」
“네?”
「 첫 문은 마력의 본질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다.
그다음은 인간의 자유다. 」
아….
릴리스티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뇌가 활동해 굴러가는 소리가 무작정 소리를 죽인 채, 나오는 그녀의 신음은 밖에까지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볼륨을 줄이지 않았다면 엘라에게 소리로 들키고도 남았을 것이지만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조심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건 결국…. 제 가문인…….”
사실 굳이 목소리에게 설명하듯이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었다.
밀레니엄 가(家)에서 계승처럼 이어진 마력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애초에 지하실 문이 열릴 수 있었다.
목소리는 무덤덤하게 한 마디 던졌지만, 거기엔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바를 뜻했다.
결과적으로는 목소리가 릴리스타아를 속인 건 아니었었다.
지하실 문의 경우 가문의 마력 본질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무의미를 뜻했으며, 목소리를 통해 투명한 마력을 다스려보았자 첫 번째 문부터 통과하는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릴리스티아는 이내 곧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의문이 풀리는 건 릴리스티아가 깨달음을 얻는 걸로 해결이 되었다.
거의 급히 마무리하는 분위기와 피차일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목소리도 그 과정이 꽤 답답할 거라 보았지만 일단 지금 여자 인간이 충족시킬 욕구가 더 중요한 사안이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지금 목소리에게 인용되어져 딱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제는 그만 이곳을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서재에 머물 이유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슈 – 웅.
그대로 릴리스티아의 몸이 '붕' 하고 뜨는 느낌이 들었다.
투명 인간이 되었지만, 몸소 느껴지는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는 듯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단숨에 서재의 밖에 나와 있었다.
단 1초.
바로 옆에 엘라의 눈을 속이고 서재를 빠져나오는 데는 눈깜짝일 시간만이 흐르면서 아주 수월했다.
‘……….’
왠지 모르겠지만 아주 부끄러우면서도 자기 자신이 좀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목소리의 던진 단 한마디만 잘 이해했더라면 서재를 나오는 데 이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 인간. 」
목소리가 부추기는 듯이 부르는 소리에 릴리스티아는 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회한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뒤로한 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최종 목적지로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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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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