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2부] 거짓된 가면(2)
조회 : 118 추천 : 0 글자수 : 4,166 자 2025-07-12
릴리스티아는 그런 어머니의 살벌한 눈빛에 긴장감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마석의 계약자로서 그녀는 목소리님…. 아니, 아이덴티티에 대해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살벌한 기운의 긴장감 사이로 어머니를 인정할 수 없던 부분에 관해선 아닌 건 아닌 거였다.
무섭다고 해서 피한다거나 덮어버리는 건 무의미했다.
‘아이덴님은 티아를 선택하셨어.
그거면 된 거야.’
자칫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휘둘리고도 남을 것 같은 릴리스티아는 그런 약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애초부터 아이덴티티의 힘을 빌려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고 한 건 릴리스티아 자신이었다.
그건 눈앞에 정상이 아닌 어머니가 떡하니 버티고 있음에도 불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현실임을 잊지 않으려고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그건 어머니의 말이 틀렸어요.”
릴리스티아는 양손을 꾹 다진 채, 진땀이 금방 배여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이나 다부진 용기를 쏟아내었다.
‘………!’
그녀의 모습은 그저 아주 단순한 내심의 수준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율리어스도 많이 놀란 듯한 눈치였다.
그저 주로 관용을 베푸는 모습만 보아왔던 율리어스에겐 호기롭게까지 보이기 했었다.
어릴 때부터 벽을 쳐온 자신에게와는 다른 처사에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좀처럼 볼 수 없는 릴리스티아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느낌마저 드는 그였다.
‘나에 대한 티아의 벽은 언제 좀 얇아지려는지….’
관용이나 관심까지는 그녀에게 바라지 않더라도 깨질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둘 사이의 벽을 새삼스레 생각나게 만들면서 씁쓸하게 만들었다.
【 아이야. 아이야. 】
그녀는 자신에게 맞서는 릴리스티아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 모습은 마치 상대방이 어린 만큼이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화룰 보이기 했었다.
그러자 그런 의도가 율리어스 눈에도 명백히 보였던지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 같아선 뭐라도 한 마디 끼어들고 싶은 정도였다.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그는 딱히 그럴 재간이 되지 못했을뿐더러, 끼어들 명분과 자격조차 가지고 있는 싸움이었다.
마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현재 마석과 바로 접촉한 릴리스티아와 비밀이 많아 보이는 거짓말 아버지.
그리고 계속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수도 없이 외고 있는 새어머니였었다.
【 아이야. 그런 건 함부로 억측하는 게 아니란다.
이제보니, 참으로 맹랑하게 짝이 없는 아이였구나, 응? 】
‘그건…. 그쪽이 할 말이 아니지.’
율리어스가 들어도 뻔뻔스러움을 넘어설 정도로 새어머니는 마치 얼굴에 철판을 깐 것만 같아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당연했었다.
자신의 딸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제정신도 아니면서 새어머니는 처음엔 미친 듯이 굴더니, 지금의 모습을 보면 참 가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치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라도 보는 것만 같았다.
율리어스도 그렇게 느낄 정도인데….
하물며, 릴리스티아는 어떻겠냐는 생각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이제 반론의 제기를 들고나오는 모습에 일단은 지켜보기로 한 율리어스였었다.
“억측은 어머니가 하고 있지 않으세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그녀는 꿋꿋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제 물러터질 것 같게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야무지게 맞받아치고 있었다.
‘아이ㄷ…아이덴 님을 어머니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
아니. 빼앗기지 않을 거야. 절대로….’
보통 결심이 서지 않는 이상은 그녀의 눈빛에서도 굳센 의지가 느껴졌었다.
【 하…? 】
그러자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비록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속내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철판을 넘어 합판을 깐 낯짝이 두꺼운 얼굴만큼이나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그녀의 변덕 같은 성격이었다.
그런 점을 예의 주시하며 잠자코 지켜보고 있는 실정에 있던 율리어스는 릴리스티아가 새어머니에게 한방씩 훅 갈겨 드는 말을 할 때마다 내심 쾌재를 지르고 싶은 정도였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주먹을 살짝 움켜잡으며 작은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조금씩 통쾌해하는 걸로 만족했었다.
나름 그 정도만으로도 조금씩 헤쳐 나가려는 기특한(?) 여동생을 보며 나름이지만 율리어스는 대리만족감을 충족시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현재에 더욱 멀어진 릴리스티아와 율리어스의 사이를 비추어 본다면, 도저히 생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도 참으로 츤데레 오라버니라고 밖에는 형용할 바가 없었다.
그녀의 기가 막힌 듯한 콧소리는 제법 오래갔었다.
여봐란듯이 콧김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입김에까지 고스란히 전달해 요란함을 일으키는 것을 꼭 일부러 멈추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릴리스티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고까운 표정이 역력했었다.
#.
그녀가 한참을 끙끙거리다 이 방에서 눈을 떴을 때, 바로 보였던 건 이 소녀였다.
계속 아파왔던만큼이나 눈앞마저도 흐리멍덩해 보였던 그녀는 릴리스티아의 모습이 꽤 변한 이유도 있었지만, 누구인지는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딱 첫인상은 짓고 있는 표정부터가 소심해 보였다.
그런데 뭘 생각하는지 참 답답할 정도로 이 아이의 움직임은 그녀의 눈에 우유부단하게 짝이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눈동자에 비췄기에 자동으로 눈이 갔지만 사실 그것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이 아이에게서는 더 중요한 무언가가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것은 보통의 인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 아이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은 마력…아니…….
뭐랄까…. 그것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강력하고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 마력 자체.
단숨에 사로잡혀 버린 그녀는 아프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오로지 그 마력에만 온정신이 빠져버렸다.
‘나, 나는….’
그녀의 욕망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었다.
그 욕망이 우선시 되면서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이 딱 맞았다.
‘ᄉ, 사, 살고…싶어.
죽고 싶지 않……아!’
깊은 속마음에 내장된 욕망이 폭발해 버렸다.
아이덴티티가 끌어당기는 힘은 절대 평범하지 못했다.
순수한 마나로 안정함을 가진들, 어린 아이라도 욕망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순간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하나의 욕망덩어리가 되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아이덴티티만을 원하게 되는 불변의 법칙과 다를 바 없는 굴레 속에 갇히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그 불변의 법칙에 발버둥을 친다거나 벗어나지 못하고 그녀 또한 원하게 되었다.
오직 살고자 하는 욕망에 휘둘러선 그녀의 눈동자는 릴리스티아를 통해 아이덴티티만을 직시한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반대로 릴리스티아가 느끼기에 꽤 노골적으로 변화하는 데에도 삽시간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막내 여동생을 포함한 이 저택의 가족들이 모두 그렇게 다 맞물려 버렸다.
아이덴티티라고 불리는 사람의 욕망을 홀리는 저주받은 마석 하나 때문에….
그렇지만 살 방법이 하필이면 바로 앞에 또렷이 보인 게 최고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살고자 하는 욕망을 이룰 수 있다는 걸 포기할 수 없었고 딸이 대신 이뤄줄 거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한가지 생각에만 치우친 까닭에서 비롯된 사고는 욕망에 사로잡힌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어쩌면 기다렸으면 이룰뻔했던 것을 자신의 손으로 다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어도 소용없게 됐었을는지도 모르겠다.
딸아이를 잃고 자신의 병을 나을 수도 있었지만….
릴리스티아의 목숨이 담보로 되든 되지 않든 이젠 그것은 릴리스티아의 선택적인 몫으로밖에 남지 않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만큼이나 그런 건 이제 관심사 밖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참으로 사람 한 명이 욕망하나 때문에 고약하게 변해버리는 건 아이덴티티 마석 돌덩어리 하나 덕분에 순식간이라는 건 바로 눈앞에 어머니를 본보기 삼아 쉽게 알 수 있었다.
【 결국 이렇게 되는걸….
내가 어리석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준 게 후회스럽구나? 】
말이 애초부터 통하지 않던 건 릴리스티아가 아닌 본인이라는 걸 자각하기 글러 먹었다.
글러 먹은 것 자체가 그녀가 깨어난 이후부터 시작된 말세(?) 같은 분위기였으며, 아무래도 이 상황을 끝내려면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릴리스티아가 나서지 않는다면….’
제일 가까이에 있는 율리어스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선을 못 박아 두고 있었다.
만약 새어머니가 릴리스티아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더 이상 그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만약의 사태로 그녀가 자신을 원망한들, 잃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 본인에게만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다.
〔 챠르릉 - 〕
이상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율리어스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그 출저는 다름 아니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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