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2부] 착잡하게 종결된 기억
조회 : 140 추천 : 0 글자수 : 4,484 자 2025-07-15
부자간의 대화가 끝이 나기도 전에 릴리스티아가 앙칼진 소리가 그들 귀로 후벼 들어왔다.
떨리고 있으면서도 따지듯 짙은 호소력이 베여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자 티격태격하던 가주와 율리어스는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마냥,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꿀 – 꺽.
율리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한 번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그가 긴장할 만도 했었다.
요즘은 그나마 ‘싫어한다’와 ‘좋아한다’의 경계선에 머문 듯한 그녀의 냉랭한 행동에 따라서
서먹서먹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찍힌다면?
이제 볼 장도 다 본 걸지도 몰랐다.
서먹한 걸 넘어서 아예 벽을 등지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판국이었다.
특히, 이쪽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가주는 릴리스티아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아들에게는 마치 철판을 깐 듯한 철면피처럼 굴더니, 막상 릴리스티아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찔리긴 찔리는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는 그가 생각한 계획대로 흘러간 건 좋았지만, 다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산물(?) 존재가 끼여서 좀 꼬여버렸지만 그래도 릴리스티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는 끝까지 딸만을 생각하는 척한 것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도 딸에게 찍히고 싶지 않았다.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시국이었다.
그 다다른 목표가 여기서 더 언성을 높인다면 일이 꼬일지도 모를 불안감에 그는 조용히 바라보듯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질 않자, 순식간에 방은 아주 조용할 정도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만큼 그들은 두 모녀가(물론 릴리스티아를 제외하고는 제정신이 아닌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상태가 어떻는지에 관해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일컫었다.
시야를 걷히자마자 그들이 보이는 건 냅다 릴리스티아만 챙기면 그만인 생각이 앞서서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게 맞았다.
‘……….’
릴리스티아는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평소보다 더욱 기분이 저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율리어스는 어차피 그녀가 먼저 회피하고 건성건성한 관계로 지낸 만큼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용서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어머니에게 스킬을 날린 건 아버지였지만, 그 스킬을 어떻게든 소멸시키기는커녕, 도리어 원점으로 만들어 지금, 이 지경이 되어버린 거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 율리어스가 용서되지 않은 마당에 아버지도 만만치 않았다.
크게 가슴을 파고드는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실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었다.
그래서일까?
그 실망감은 우울할 정도로 다운이 되더니, 이내 울컥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우울한 기분이 날아갈 정도 뻗쳐오는 울분과 함께 더불어 화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배신감.
들끓어 오르듯이 치밀어 오르는 이 기분에 지배당하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이어지는 진실이 드러나는 게 사실 그녀는 두려워졌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ᄌ….
「 계약자여, 새로운 욕망을 이루기를 원하느냐? 」
“네, 네?!”
뜬금포 같은 질문에 릴리스티아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 계약자에게서 두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진다. 」
그건 틀리지 않았으며, 명백한 사실임에 그녀는 부정할 수 없었다.
「 계약자가 원한다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바꿔주마. 」
그만큼이나 아이덴티티에게 강렬하게 전해져 버린 듯싶었다.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욕망을 뒤엎어 버릴 정도로 짙어져서는 아이덴티티가 되묻고 있다니….
하지만 그것은 지금 꼭 원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어머니를 살리는 게 무조건 먼저였다.
“아니요. 아이덴 님. 저는 바꾸지 않겠어요.
아니. 바꿀 생각은 전ᄒ….”
「 계약자여. 」
이상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줄 알았던 그가 릴리스티아에게 뭔가 뜸을 들이고 있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 진정 그러고 싶은가? 」
왜인지 몰라도 그는 계속 같은 질문을 되묻고 있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 알았다. 계약자야.
하지만 너희 힘으로 명줄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은 살릴 수 없다.
나 또한 생명과는 무관한 존재다.
나의 힘으로 그 욕망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
………!
난데없이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몰라 할 부분에서만 릴리스티아는 눈치가 빨랐다.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눕혀 누워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갔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하면 그녀는 아이덴님을 통해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욕망을 이룰 수 있었다.
어머니의 상태만 정상이었다면 바로 고지는 코앞에 있었건만.
그들이….
망쳐버렸다.
그들이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었더라면, 일의 결과는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설사 그녀가 릴리스티아에게 겨눴던 단검에 찔리거나 상처가 나더라도 각오한 바는 있었다.
필사적으로 피한다면, 치명타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기회를 엿보아 역전을 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돌아가시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상황이 돌아가 버릴 거라는 것을 사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릴리스티아는 더욱더 눈앞에 새하얗게 질려버리는 경험에 정신마저 아득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방 전체를 감싸 뿌옇게 흐렸던 안개 같은 현상이 멈추기 전까지, 릴리스티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까이 있었던 터라, 어머니를 찾기는 쉬웠지만. 상태가 이상하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눈에는 작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직후였다.
쓸데없는 언쟁을 벌이듯 싸우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아이덴님의 충고를 듣고 난 후라서 변화를 보였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더니, 시간에 지남에 따라 감정들이 하나씩 정리되었다.
그리고 지금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탈락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접히는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치지 않고 솟구쳐 올라선 열받게 만드는 감정이 들끓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들판을 혼자 미치듯이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굴더니, 금방이라도 분출하지 못해 쌓이고 쌓이는 화산과도 같았다.
그 감정이 바로….
그들에게 향한 분노였다.
릴리스티아의 분위기는 목소리하며 그 분위기며, 진짜 심상치 않았다.
〈 …………… 당신들. 용서하지 않을 거야. 〉
그녀의 입에서 나올법하지 못했던 말이 쏟아져나왔다.
숨죽이며 릴리스티아만을 마치 멍한 표정처럼 쳐다보고만 있던 두 부자는 서로 한 번 쳐다보더니, 이상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율리어스는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놀랍다기보다는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듣자 좀 충격적이었음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릴리스티아를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여러 갈래길로 후회감이 드는 건 율리어스의 입장에서는 당연했었다.
그때 그 당시, 마음이 급했던 릴리스티아에게만 맞지 않게끔만 생각했었던 나머지 가주의 스킬이 반사되어 다시 새어머니가 맞게 될 거란 건 생각하지 못한 꽤 희박한 경우의 수였다.
그런데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목표 대상자를 저렇게 쫓아가듯이 구는 것 같은 결과의 나올 줄 알았더라면 율리어스도 다른 스킬을 사용할 확률은 높았다.
운이 없었다.
그런 말로도 덮고 넘어가 버리기엔 가벼운 사건도 아니었다.
그래서 사무치게 느껴지는 후회감에 그녀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가는 느낌이 들어져 사라지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신중치 못해 선택이 틀렸다는 것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인 반면에 가주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딸이 소리를 지르자. 찔끔하고 찔리는 부분은 물론 있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던 것뿐.
그의 표정은 다시 무표정을 유지하며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지하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필요한 건 릴리스티아 뿐이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부인은 애 시당 시초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계획의 일부에 속한 것과 다름이 없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 벌어진 일에서 속내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릴리스티아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검은 속내.
그 어쩌면 영원히 몰랐법했던 사실이 수면에 떠오르고야 말았다.
오늘 그가 딸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급한 마음에 앞뒤 겨를도 없이 부인에게 스킬을 시전해 날리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셈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무표정을 유지하는 건 부인에게는 어떠한 감정은커녕,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아이덴티티에 대한 집착함이 오롯이 만든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릴리스티아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덴 님. 어머니를 살릴 수 없다면 저희의 계약은 파기되는 건가요?”
「 아니. 그렇지 않다. 계약자여.
아직 너의 욕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아무래도 릴리스티아의 욕망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그는 계약 파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알겠어요. 그렇다면…. 아이덴 님.
조금만 더 저를 기다려 주세요.”
「 알겠다. 계약자여. 」
릴리스티아는 아이덴티티를 통한 이룰 수 있는 욕망으로 눈앞의 상대를 죽여달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그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아티아라(Aclarar). 》
스킬을 읊는 동시에 릴리스티아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떨리고 있으면서도 따지듯 짙은 호소력이 베여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자 티격태격하던 가주와 율리어스는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마냥,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꿀 – 꺽.
율리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한 번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그가 긴장할 만도 했었다.
요즘은 그나마 ‘싫어한다’와 ‘좋아한다’의 경계선에 머문 듯한 그녀의 냉랭한 행동에 따라서
서먹서먹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찍힌다면?
이제 볼 장도 다 본 걸지도 몰랐다.
서먹한 걸 넘어서 아예 벽을 등지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판국이었다.
특히, 이쪽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가주는 릴리스티아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아들에게는 마치 철판을 깐 듯한 철면피처럼 굴더니, 막상 릴리스티아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찔리긴 찔리는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는 그가 생각한 계획대로 흘러간 건 좋았지만, 다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산물(?) 존재가 끼여서 좀 꼬여버렸지만 그래도 릴리스티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는 끝까지 딸만을 생각하는 척한 것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도 딸에게 찍히고 싶지 않았다.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시국이었다.
그 다다른 목표가 여기서 더 언성을 높인다면 일이 꼬일지도 모를 불안감에 그는 조용히 바라보듯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질 않자, 순식간에 방은 아주 조용할 정도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만큼 그들은 두 모녀가(물론 릴리스티아를 제외하고는 제정신이 아닌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상태가 어떻는지에 관해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일컫었다.
시야를 걷히자마자 그들이 보이는 건 냅다 릴리스티아만 챙기면 그만인 생각이 앞서서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게 맞았다.
‘……….’
릴리스티아는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평소보다 더욱 기분이 저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율리어스는 어차피 그녀가 먼저 회피하고 건성건성한 관계로 지낸 만큼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용서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어머니에게 스킬을 날린 건 아버지였지만, 그 스킬을 어떻게든 소멸시키기는커녕, 도리어 원점으로 만들어 지금, 이 지경이 되어버린 거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 율리어스가 용서되지 않은 마당에 아버지도 만만치 않았다.
크게 가슴을 파고드는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실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었다.
그래서일까?
그 실망감은 우울할 정도로 다운이 되더니, 이내 울컥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우울한 기분이 날아갈 정도 뻗쳐오는 울분과 함께 더불어 화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배신감.
들끓어 오르듯이 치밀어 오르는 이 기분에 지배당하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이어지는 진실이 드러나는 게 사실 그녀는 두려워졌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ᄌ….
「 계약자여, 새로운 욕망을 이루기를 원하느냐? 」
“네, 네?!”
뜬금포 같은 질문에 릴리스티아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 계약자에게서 두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진다. 」
그건 틀리지 않았으며, 명백한 사실임에 그녀는 부정할 수 없었다.
「 계약자가 원한다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바꿔주마. 」
그만큼이나 아이덴티티에게 강렬하게 전해져 버린 듯싶었다.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욕망을 뒤엎어 버릴 정도로 짙어져서는 아이덴티티가 되묻고 있다니….
하지만 그것은 지금 꼭 원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어머니를 살리는 게 무조건 먼저였다.
“아니요. 아이덴 님. 저는 바꾸지 않겠어요.
아니. 바꿀 생각은 전ᄒ….”
「 계약자여. 」
이상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줄 알았던 그가 릴리스티아에게 뭔가 뜸을 들이고 있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 진정 그러고 싶은가? 」
왜인지 몰라도 그는 계속 같은 질문을 되묻고 있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 알았다. 계약자야.
하지만 너희 힘으로 명줄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은 살릴 수 없다.
나 또한 생명과는 무관한 존재다.
나의 힘으로 그 욕망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
………!
난데없이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몰라 할 부분에서만 릴리스티아는 눈치가 빨랐다.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눕혀 누워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갔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하면 그녀는 아이덴님을 통해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욕망을 이룰 수 있었다.
어머니의 상태만 정상이었다면 바로 고지는 코앞에 있었건만.
그들이….
망쳐버렸다.
그들이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었더라면, 일의 결과는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설사 그녀가 릴리스티아에게 겨눴던 단검에 찔리거나 상처가 나더라도 각오한 바는 있었다.
필사적으로 피한다면, 치명타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기회를 엿보아 역전을 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돌아가시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상황이 돌아가 버릴 거라는 것을 사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릴리스티아는 더욱더 눈앞에 새하얗게 질려버리는 경험에 정신마저 아득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방 전체를 감싸 뿌옇게 흐렸던 안개 같은 현상이 멈추기 전까지, 릴리스티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까이 있었던 터라, 어머니를 찾기는 쉬웠지만. 상태가 이상하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눈에는 작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직후였다.
쓸데없는 언쟁을 벌이듯 싸우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아이덴님의 충고를 듣고 난 후라서 변화를 보였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더니, 시간에 지남에 따라 감정들이 하나씩 정리되었다.
그리고 지금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탈락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접히는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치지 않고 솟구쳐 올라선 열받게 만드는 감정이 들끓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들판을 혼자 미치듯이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굴더니, 금방이라도 분출하지 못해 쌓이고 쌓이는 화산과도 같았다.
그 감정이 바로….
그들에게 향한 분노였다.
릴리스티아의 분위기는 목소리하며 그 분위기며, 진짜 심상치 않았다.
〈 …………… 당신들. 용서하지 않을 거야. 〉
그녀의 입에서 나올법하지 못했던 말이 쏟아져나왔다.
숨죽이며 릴리스티아만을 마치 멍한 표정처럼 쳐다보고만 있던 두 부자는 서로 한 번 쳐다보더니, 이상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율리어스는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놀랍다기보다는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듣자 좀 충격적이었음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릴리스티아를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여러 갈래길로 후회감이 드는 건 율리어스의 입장에서는 당연했었다.
그때 그 당시, 마음이 급했던 릴리스티아에게만 맞지 않게끔만 생각했었던 나머지 가주의 스킬이 반사되어 다시 새어머니가 맞게 될 거란 건 생각하지 못한 꽤 희박한 경우의 수였다.
그런데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목표 대상자를 저렇게 쫓아가듯이 구는 것 같은 결과의 나올 줄 알았더라면 율리어스도 다른 스킬을 사용할 확률은 높았다.
운이 없었다.
그런 말로도 덮고 넘어가 버리기엔 가벼운 사건도 아니었다.
그래서 사무치게 느껴지는 후회감에 그녀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가는 느낌이 들어져 사라지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신중치 못해 선택이 틀렸다는 것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인 반면에 가주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딸이 소리를 지르자. 찔끔하고 찔리는 부분은 물론 있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던 것뿐.
그의 표정은 다시 무표정을 유지하며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지하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필요한 건 릴리스티아 뿐이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부인은 애 시당 시초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계획의 일부에 속한 것과 다름이 없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 벌어진 일에서 속내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릴리스티아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검은 속내.
그 어쩌면 영원히 몰랐법했던 사실이 수면에 떠오르고야 말았다.
오늘 그가 딸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급한 마음에 앞뒤 겨를도 없이 부인에게 스킬을 시전해 날리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셈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무표정을 유지하는 건 부인에게는 어떠한 감정은커녕,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아이덴티티에 대한 집착함이 오롯이 만든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릴리스티아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덴 님. 어머니를 살릴 수 없다면 저희의 계약은 파기되는 건가요?”
「 아니. 그렇지 않다. 계약자여.
아직 너의 욕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아무래도 릴리스티아의 욕망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그는 계약 파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알겠어요. 그렇다면…. 아이덴 님.
조금만 더 저를 기다려 주세요.”
「 알겠다. 계약자여. 」
릴리스티아는 아이덴티티를 통한 이룰 수 있는 욕망으로 눈앞의 상대를 죽여달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그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아티아라(Aclarar). 》
스킬을 읊는 동시에 릴리스티아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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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139.139. [2부] 착잡하게 종결된 기억조회 : 15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84 138.138. [2부] 되돌아온 화살조회 : 10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93 137.137. [2부] 기습과 반사조회 : 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74 136.136. [2부] 거짓된 가면(2)조회 : 1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66 135.135. [2부] 거짓된 가면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13 134.134. [2부] 자격(2)조회 : 1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05 133.133. [2부] 자격조회 : 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56 132.132. [2부] 가주, 참전(2)조회 : 39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28 131.131. [2부] 가주, 참전조회 : 3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80 130.130. [2부] 새어머니가 제대로 미쳤다(?)조회 : 4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61 129.129. [2부] 타이밍(2)조회 : 4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94 128.128. [2부] 타이밍조회 : 4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24 127.127. [2부] 끝없는 인간의 욕망조회 : 4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7 126.126. [2부] 시작되는 반전(2)조회 : 4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72 125.125. [2부] 시작되는 반전조회 : 5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8 124.124. [2부] 산넘어 산조회 : 4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02 123.123. [2부] 투명인간조회 : 4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6 12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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