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2부] 마스터의 권능, 그리고 텅 빈 기억
조회 : 64 추천 : 0 글자수 : 4,690 자 2026-10-10
띠링.
【 마스터의 권한으로 마스터의 스킬을 체구화시켜 최대한으로 시스템에 활성화됩니다. 】
이젠 이런 변화가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시스가 아르휀의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건 권한이 옮겨 다닐 수 있는 그 자체에서부터 사실 어느 정도 까지는 예상하는 바였다.
그것조차도 꿰뚫어 보지 못한다면 시스가 아르휀을 마스터가 선택한 것에 대한 관점으로부터 틀려먹은 실수(?)에 빗대어 말할 수 있었다.
오히려 아르휀이 이곳에 온 것부터 걸림돌이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의 흡사함을 주는 건 지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르휀이 시스의 마스터로써 한 치 앞을 내다보듯 눈치 빠른 태도를 보여주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마스터로써의 권한 여부도 임시지만 시스가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것도 따라가듯이 당연했었다.
그리고,
아르휀 본인의 스킬을 체구화 시킨다고 하더라도 그건 애초에 시스가 아르휀이 가진 능력의 가능성을 이끌어내어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스가 사용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지사이기에 그 스킬의 체구화에 따른 결과는 시스에게 맡기기로 하며, 마음을 담담하게 비워내었다.
또한, 그 마음을 담담하게 비울 수 있음은 아르휀이 사망 루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도 시스의 공(?)이었음을 인정하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으로 시스를 지금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기로 한 결과에 다다랐었다.
‘그래. 굳이 걱정하지 말자.
시스가 어련히 알아서 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ㅈ…………? 으, 응?!’
아르휀이 괜한 걱정이라 치부하며 걱정을 주섬주섬 넣고 있는 찰나였다.
더 이상 놀랄 일도 놀랄 거리도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스는 그 예상을 여봐란듯이 뒤집고 아르휀의 눈앞에서 참 신선하고도 색다른(?) 놀라움을 선사하고야 말았다.
시스가 아르휀의 스킬을 먹튀(?) 할 일은 당연히 없었지만. 체구화시켜 사용한다는 시점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건 예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르휀의 입이 평소보다 더 벌어진 건 뒤로하고 마스터인 아르휀에게 조차도 보이지 않던 시스의 모습이 변화를 일으킨다는 건 중대사(?)의 일과 다름이 없었다.
진짜 많이 놀랐던 모양인지 아르휀의 벌어진 입은 빨리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르휀의 머릿속에서 보이는 시스의 모습에 마치 꿈이라도 꾼 듯 현실이라고 직시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거의 인간의 형상화를 이루고 있었는데….
‘미, 미소녀…?!’
스트레이트를 한 것 같이 아주 정갈하게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백색의 머리카락.
그 은백색은 눈에 자연적으로 밟혔다.
마치 은발의 머리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녹아져 만들어진 색깔이 같이 어우러져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크나큰 전율은 아니었지만 오싹함이 찌릿찌릿했다.
차가운 눈서리가 맺힌 고고한 그녀의 머릿결이 그 오싹함의 서늘함의 기운을 한 층 더 북돋아 준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건 시작일 뿐이다.
고혹적인 매력을 가진 세룰리안 블루(Cerulean Blue)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고혹적인 푸른 빛.
일반적이라면 그 자체의 고혹적인 아름다운 푸른 빛이라고 했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아주 도도함의 차가움의 은백색의 머리카락 색과는 상반되는 느낌으로 차분함을 끌어내면서도 그 눈동자 안에 숨은 깊이는 알 수 없었다.
‘엄청…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 이거 참.’
아르휀이 느끼는 감정은 배배 꼬인 꽈배기처럼 꼬여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에까지 이르러고야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녀의 겉모습만 눈여겨보더라도 한 번에 알 수 있는 성별이었다.
시스는 매번 시크한 기계음으로만 답했기에, 아르휀은 내심 시스를 남성형 인격으로 짐작하는 바였다.
굳이 파고들 이유가 없는 사소한 궁금증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스터인 입장으로 아르휀에게 있어서는 감흥이 없을 정도로 사소한 소재거리가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 놀라움은 꽤 적지 않았다.
【 마스터 언제까지 그런 눈으로 훑어보고 있을 생각입니까? 】
왠지 모르겠지만 시스의 목소리마저 기계음을 벗어나 나긋한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은 아르휀이었다.
“아…. 아니, 내가 언제 무슨 어떤 눈으로 어디를 보…. 옷은 왜 그 모양…….
그, 그게 아니지. 참.
시스. 너 목소리는 또 왜 그런….”
홀로 혼비백산이 따로 없었다.
그만큼 변해버린 시스의 모습이 익숙지 않아 어색하다는 건 충분히 느껴졌다.
크으으윽.
‘이게 아닌데….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말의 논점이 일일이 빗나가면서 애꿎은 부분들만을 지적질하는 아르휀(자기자신)이 참으로 창피스럽게 그지없었다.
그 모습은 꼭 어디에 있을 법한 변태 귀족 캐릭터가 추ᄑ……….
【 권위만 믿고 나대선 추파를 던지는 거라면 아무리 마스터라도 사양하겠습니다. 】
하하.
‘역시나. 시스는 시스네.’
시크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아르휀만의 시스템.
처음으로 인간형의 모습을 갖춘 그 부분만이 다르게 느껴질 뿐.
시스 그 자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시스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리가 없잖아?
가만히 보면 날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많다고.
그 부분은 좀 시스 너도 반성해ᄋ…….”
【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것보다 이 모습을 제가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
이제야 진짜 본론으로 들어간 듯한 시스의 말이었지만 대뜸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시스 너의 진짜 본 모습이잖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만큼 당연히 아르휀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 마스터. 제가 현재 알고 있는 건 딱 한 가지로 이 모습으로 변환하고 유지가 가능한 건
다 마스터의 권한으로써의 권능을 빌릴 때만 가능합니다.
왜 이런 형태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는 ‘그 본모습’의 의미에 대해서도 제 데이터베이스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
어…라?!
시스가 좀 이상하면서도 점점 더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저런 단어와 말들은 드러내는 식으로 말하는 걸 거의 듣지 못했었다.
특히, ‘데이터베이스’라는 컴퓨터 인터넷 IT 용어까지 쓰면서 솔직히 지금 아르휀은 시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한 번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스.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물어본 질문에 대해서 시스 네가 그 의미를 모른다면 대체 그걸 누가 안다는 거야?”
질문은 서로에게 영문을 모를 정도로 다시 돌고 돌아 시스에게 반문이 되어버렸다.
【 ………………………. 】
시스는 그 여느 때처럼 마스터의 반문에 자연스럽게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시스 자신도 이상한 뭔가에 홀린 듯 그 시크함이 넘치는 무표정에서 드문드문 드리우는 오묘한 표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
‘저런 표정이었구나. 시스녀석.’
단연코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딱히 이런 부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르휀은 진기한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이번에도 관심사가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평소에도 궁금했던 만큼이나 드디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눈에 보이는 시스의 표정 변화는 금방 잊혀지지 않을 듯싶었다.
【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스터. 】
그 오묘한 표정 뒤로 꽤 진지한 표정으로 시스는 무게감을 잡았다.
‘설마…. 나?!’
그러자 아르휀이 덜컥 겁이 났었다.
시스에게 빌려준 권한으로 시스 자체의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염려부터 들었다.
‘승인을 해주지 말았어야 했었나….’
덜컥 해버린 것만 같아 약간의 후회감도 조금은 밀려들기 시작했었다.
【 그런 뜻이 아닙니다. 마스터.
마스터의 권한에 의해 제 기억에 혼동이 발생한 듯싶습니다. 】
허……헙.
“위…위, 위험한 거 아니야?”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아득함이 저절로 느껴졌다.
아르휀의 입장에서는 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르휀으로 시작한 인생의 모든 뒷받침이자 길잡이는 시스가 다름이 없었고 그런 시스가 버그를 맞이하는 순간, 모든 게 끝장날지도 몰랐다.
“시스. 난 너한테 하자가 생기라고 네 말대로 권한을 빌려준 게 아니라고.
차라리 그 권한 다시 리셋시키는 게 낫겠다.”
후회막급의 길에 들어선 아르휀은 적을 정신세계에서 쫓아내는 것보다 시스기 고장 나지 않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 이번에도 마스터가 틀렸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마스터의 권한을 빌렸기에 알 수 없는 기억의 흔적이란 모습으로 현재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피해는 없습니다.
하자라고 굳이 단정 지을 필요도 없으므로 마스터의 의견을 이행하지는 않겠습니다.
기각하는 바입니다. 】
“그. 그, 그래?‘
홀가분하지 않았다.
떨떠름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확 던져 버리고 싶은 기분과 시스의 반응은 상대반응을 보였다.
시스는 현재 느끼고 있는 또 다른 자기 모습에 대해 놀라운 반응 말고는 사실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불쾌해 보인다거나 기능 저하나 과부하 등 그런 요소들은 보이지 않았다.
【 다만. 마스터의 권한은 빌린 권능으로 이 모습 또한 오래는 유지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아. 어…. 아 그건 그렇구나.“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에 미치지 못했든 아르휀은 입안에 맴돌던 얼떨떨한 대답만이 대신 튀어나왔다.
”할 수 없ㅈ…….“
「 왁! 」
여성체의 목소리가 갑자기 소리를 냅다 질렀다.
「 기다리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난 내 성미에 기다리는 건 맞지 않거든?
그리고…. 뭐야, 진짜…. 하.
그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는 ~
그런 건 이 몸도 가능하다고 흥!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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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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