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2부] 선 넘는 불장난
조회 : 79 추천 : 0 글자수 : 4,557 자 2026-10-12
타앗.
탁.
애매한 버그에 휩싸여 있는 그때였었다.
누군가 아르휀의 머릿속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었다.
「 내가 현신한 이상,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고! 」
마치 그 목소리는 아주 신나게 놀아보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악동 끼가 그득했다.
그리고 아르휀에게 계속 들렸던 그 목소리의 여성스러운 음색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혀 다르게까지 들리고 있었다.
‘여성이 아닌 것 같……….’
「 현신한 이 몸이 돌아왔다!
이제 너희들이 이 몸에 조아릴 시간이란 말씀~
생각만 해도 신나는데 으흐흐흣. 」
그렇게 재차 거듭 강조하면서 그의 현신한 모습이 아르휀의 머릿속에서 안개가 개듯 드러나기 시작했었다.
앞머리나 옆머리가 쭈뼛쭈뼛하게 몇 가닥들이 삐져나온 붉은 머리카락.
그 사이로 살짝 삐진 듯한 눈매에 개구쟁이를 넘어선 눈빛은 매우 악동처럼 반짝반짝거렸다
그 뒤로는 붉은 물결이 한 결로 이루어 허리까지 땋아진 머릿결은 전갈의 꼬리 형상을 가졌다.
그리고 그 전갈의 꼬리 같은 머릿결에 흩날리는 듯이 곳곳에 아우러진 금빛.
붉은 눈동자의 주위를 금테같이 휘두른 금빛은 각각 빛에 반사될 때마다 영롱함을 자아내었다.
‘이렇게 보니 진짜 여자아이는 아니었구나….’
오히려 걸 크러시함에 가까운 미성체라고 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드러난 외모에 이어 분위기마저도 상상과 다르게 느껴졌다.
그의 주변에는 따뜻한 온기나 작은 불꽃들이 톡톡 튀는 느낌으로 언제든 장난을 칠 준비가 되어 있는 표정이 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꿀 – 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갈 만큼이나 아르휀은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보이지 않던 때와는 달리 실체가 드러나자 지끈거림도 머리에 느껴졌었다.
분명 몇 분 전만 해도 시스가 충분히 그를(목소리 주인공) 누르고도 남았을 것 같은 기세등등함이 불안한 기색에 억눌리는 느낌이 들어왔다.
자칫 한풀 꺾이는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
되려 맞불이 붙어선 상황을 역전으로 이어질까 말려드는 조바심을 지워낼 길이 없었다.
그리고 시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의기양양함은 이쪽의 기세까지 파고들려는 송곳니 같았다.
‘이거 진짜 시스가 유리한 게 맞ㄱ……….’
「 여긴 이제 이 몸이 접수한다! 」
허…. 이 녀석.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할 심산은 없는 모양으로 그는 아예 의욕이 치솟아서는 두 눈동자에 불꽃이 이글이글 거렸다.
“절대 물러서지 마. 시스…!”
아르휀은 생각 같아선 ‘지지 마’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느낌이면 시스를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대의 실체가 존재하기 전에 시스가 막강(?)해 보이는 만큼 우습게 본 경향은 있었다.
그리고 그 경향의 영향으로 아르휀은 자신이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상대를 채 다 파악하기도 전에 얕잡아 본 것.
시스의 분석 시스템에는 상대의 정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이런 점들은 간과한 게 도리어 그의 기세등등한 불꽃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좋지 않아 보이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아르휀의 낯빛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마스터의 영역은 제가 지킵니다.
제가 여기 존재하는 한 침입자에게 굴복할 상황은 절대 오지 않을 거라 단언하겠습니다. 】
그 말은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이 들렸다.
아르휀을 안심시키고자 하는 시스의 그런 의도도 보였지만….
【 처음부터 마스터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어리석은 짓입니다.
마스터의 능력을 빌린 저에게 그는 한낱 피라미일 뿐.
배척이 안 된다면 소멸 시켜버리겠습니다. 】
시스는 그의 실체에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 피…피라미?! 뭐…. 이 몸을 감히 뭘 시킨다고? 」
그 말에 당연히 그는 펄쩍 뛸 정도로 주위에 불꽃들이 마구잡이로 튀었다.
‘선을 넘은 거 같은데…. 시스…하하?’
그만큼 시스의 각오 된 바로 아르휀의 근심을 들어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의 화기를 돋구는 바람에 흩날리면서 느껴지는 열기는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 좋아. 어차피 이기는 건 나야.
이 몸에 그런 말을 뱉은 걸 바로 후회할 테니까 헤~엥. 」
이상한 콧소리와 함께 그는 더 이상 말을 길게 늘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작은 불씨로 흩날리던 불꽃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수작이람….’
그에게서 느껴지는 불안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감에 아르휀이 느끼는 불안의 고조감이 더 커져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 불꽃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의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듯이 휘몰아치며 한 곳으로 밀집돼 갔다.
‘차라리…. 지금 저 녀석을 치는 게 낫지 않나?’
무슨 술수를 부릴지도 모르는데 정작 시스는 무표정으로 그런 그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아르휀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였다.
침입자인 그의 처리(?)를 시스에게 맡긴 건 맞지만….
시스의 무표정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나 같으면 저럴 때 한 대 치고도 남았지.’
비겁해 보일 수도 있는 뒤통수치기 전략(?).
그렇지만 침입자는 빌런과 다름없기에 아르휀은 그런 식으로 정당화를 시켰다.
거기에다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라 안타깝게 그지없었다.
활활.
윽,
뭔가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과 더불어 아르휀의 머릿속을 열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공기의 흐름마저 열기에 침식당해 가듯 점점 더워져 가는 체감이 들었다.
조금씩 자리잡고있는 후끈함 사이로 한 곳으로 밀집된 그 불꽃은 어느새 그의 손에 자리를 잡았다.
후.....
‘제법 크잖아?
설마 저 녀석 저걸로 여길 재로 만들어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아르휀의 눈길에 사로잡힌 그 불꽃의 집합체라 말할 수 있는 화염 덩어리는 그 와중에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화르르르!
틱틱. 틱.
「 이제 이걸 어떻게 할까나~후후.
이대로 던져 버릴까?
아니면 확 폭죽처럼 터트려 버릴까?
아아. 생각만 해도 너무 즐거워라.
짜릿해! 」
‘저…. 저거 미친 녀석 아냐!’
당혹스러움을 압사할 정도로 아르휀은 어이가 없었다.
머리의 나사가 죄다 풀려나가 버리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았다.
손아귀에 든 화염 덩어리와 시스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한쪽만 삐딱하게 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정말 익살스럽게 그지없었다.
자신이 지금 상황에서 선점을 잡았다는 듯이 그 기고만장은 시스를 괄시하는 것 같았다.
【 ………………. 】
‘시……스?’
시스를 손바닥으로 쥐락펴락하는 비아냥거림에 무표정만 더 굳어져 갔다.
화염 덩어리를 앞에 두고 시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르휀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좀처럼 더 알 수 없는 시스의 일괄적인 표정이었다.
「 뭐냐. 그 시시하게 짝이 없는 표정은?
진짜 호응도 할 줄 모르네.
아아. 재미가 확 식어버리려 하네. 짜증 나.
안 되겠다. 나도 이런 허허벌판은 미련도 없거든.
여기 그냥 다 잿더미로 만들어 줄게. 킥킥. 」
시스의 미덤덤한 반응에 그는 심통이 난 표정으로 잃어버린 재미의 화풀이를 할 심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 시스…!
괜히 더 조마조마해지는 아르휀이었다.
‘이…. 이건 또 시스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ㅇ……….’
피식.
시스의 무표정이 아주 잠깐의 단 몇 초였지만 비웃는 듯한 실소를 내비친 것 같았다.
【 그게 다입니까? 대답할 가치도 없군요.
그 말 그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보고 말하는 시스의 모습은 장난 아니게 압권이었다.
그런 시스의 모습에 그는 한참 말이 없는가 싶더니, 이상한 웃음소리를 자아내며 입을 뗐다.
「 후훗. 」
그건 코웃음을 치는 소리였었다.
‘……갑자기 저렇게 태연하다니 저건 저것대로 의외성인데?’
시스가 여전히 고고한 자세로 한 치도 흔들림 없는 미동에 덧붙여 태클(?)까지 걸었다.
그런데 그는 더 이상 낚이지 않는 듯이 보였다.
여태껏 틈만 나면 씩씩거렸던 모습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여유마저 느껴졌었다.
「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와 엄청난 왕고집.
나야 뭐 지금은 이제 아쉬울 게 없지만.
내 불꽃의 위력을 직접 보고도 그렇게 나온다면야.
정신이 번쩍 들게끔 박살 내줘야겠지?
어떡해, 어떡하지? 너무 들떠.
자존심 상하게 부서지는 게 눈에 신명 나게 밟히네? 킥킥. 」
마냥 익살스러운 미소가 가득한 채로 싱글거렸다.
이렇게까지 그에게 여유가 느껴지는 건. 본인의 불꽃에 시스의 생사와 승부가 달렸음을 당연하게 직시하는 것 같았다.
【 밟아보시지요?
밟는 순간 지렁이가 밟아도 꿈틀대는 결과가 되는 건 피라미인 그쪽이 될 것입니다. 】
시스는 끄떡도 하지 않은 채로, 피라미 운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하. 내 손에 땀이 다 나네….’
보고 있는 입장의 아르휀이 손이 땀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 하. 이 왕 고집쟁이 같으니라고.
그래 어디 실컷 밟혀 봐! 」
화르르르르.
후와 악 -
그의 손에 불꽃들은 서로의 불씨를 살라 먹더니, 삽시간에 아주 커다란 불덩어리를 이루어 냈다.
허…헙.
그 어마어마함에 놀란 아르휀의 입이 벌어졌다.
《 ᚠᚢᚦᚬᚱᚴ : Fehu-Ansuz(페후-안수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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