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2부] 띠아의 뚜쥬니 어떼뗘! (by. 릴리스티아)
조회 : 310 추천 : 0 글자수 : 4,595 자 2024-07-20
「 그래서……?」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던 율리어스의 이야기의 맥락은 여기서 끊어졌다.
그러자 반문을 하는 사가스의 말투에서는 뭔가 아쉬운 내가 묻어져 있었다.
“하. 궁금해?”
「 다, 당연하지. 율!
끝까지 다 와서 잿밥 뿌리는 것도 아니고….
끝을 제대로 맺어야 할 건 아냐? 」
사가스는 어린 율리어스가 소녀에게 어떻게든 나름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는 하고 있었다.
안 그러면 이대로 어린 율리어스가 너무 불쌍할 것만 같았다.
지금의 율리어스를 보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남과 친밀한 관계로 엮이는 걸 꺼려할정도로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건 알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린 율리어스가 받은 주위의 영향력이 컸을지도 모른다.
「 율. 그래서 네가 인간을 기피하는 거였구나. 」
바라는 대답이 빨리 돌아오지 않자, 이야기의 맥락은 다른 곳으로 빠지고 있었다.
“내가?”
율리어스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선 피식하고 비웃을 뿐이었다.
「 뭐야…. 왜 거기서 굳이 실실 쪼개? 」
“딱히.”
그는 사가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용의는 없어 보였다.
그대로 흘려 넘길 생각인 듯 이렇다 할 주관이 드러나 보이지도 않았다.
「 하여간 진짜 재미라곤 없다니까. 율은…윽.
아아. 그건 됐으니까.
뒤는 어떻게 됐는지만 말해 봐. 」
자질구레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꼭 필요 없더라도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든 듣고 말겠다는 사가스의 질긴 집념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진짜. 끈질긴 녀석.”
율리어스도 조금씩 귀찮아지고 있었다.
「 율. 네가 먼저 시작했다? 」
그랬다.
사가스는 그에게 릴리스티아에 대한 것을 시시콜콜 묻거나 따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발단은 릴리스티아를 만나고 나서부터 먼저 어린 시절의 회상에 들어간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걸 잊었던 모양이었다.
“아…. 아. 귀찮은 녀석.”
어쩐 일로 율리어스가 사가스에게 처음으로 두손 두발을 억지로 들어주게 되었다.
「 좋아,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아. 그런데 율. 」
“또 뭐?”
이번만큼은 핀잔이라도 끝까지 주며 사가스는 물고 늘어졌다.
「 그 애초에 네가 이야기를 1절만 했으면 된 거 아냐? 」
“……….”
아무래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던 듯 율리어스는 인상을 구기면서도 뭐라 반박은 하지 못했다.
#.
“율리어스 도련님!?”
엘라는 소년의 입에서 나올법하지 않으면서도 적절치 않은 단어가 튀어나오자,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 말은 엘라 그녀에게가 아닌, 그녀 뒤에 바짝 붙어 숨어있는 소녀에게 뱉은 말은 맞았다.
원래 같으면 릴리스티아가 뭐라 반박을 했어야 했지만,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녀의 그 앙증맞게 작은 앵두 같은 입술에서 무슨 말이라도 뱉으면 될 것 같은데 오히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왜 가만히 있는 아가씨를 겁먹게 만드는 거랑…. 쯧.
이러니까 얽히기 싫은 거지. 이 눈치 없는 소악마.’
도서실에 오기 전까지 이렇게 귀찮은 일이 터질 거라고는 엘라도 생각하지 못한 건 당연했었다.
소년이 소리소문없이 뒤를 밟아 여기까지 굳이 왜 온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기 이전에 소악자 존재 차제가 여기 있다는 게 더욱 짜증이 나는 엘라였다.
이렇게 된 이상 엘라 본인이 직접적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쫓아내고 본다.’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겁먹은 소녀를 그와 얽히게 만들었다간 골치 아픈 일로 머리가 지끈거릴 가능성도 높았다.
‘가주님도 아가씨가 소악마와 밀접적인 관련이 생기는 것도 바라시지 않으실 테니까.’
그녀는 무엇보다도 가주님과 소년의 관계가 어떤지 눈감고도 상상이 갈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흐 – 읍.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결심이 섰던 모양이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십시오. 율리어스 도련님.
그 이상 다가오시면 아가씨께 위협을 간주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소년은 그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분위기는 그렇게 대치된 상태로 서로 긴장감이 역력 된 눈빛들로 눈치만을 보게 되었다.
‘흐잉….’
엘라의 뒤에서 소녀는 이런 몹쓸(?) 분위기에 입장이 난처해져버렸다.
‘이, 이개 다 므슨 소리야…!’
칙칙하고 무서운 오빠라는 사람이 처음 본 이후로, 마주 치기 싫은 것도 사실이었고
책을 가지고 말하는 소리가 비아냥거리는 것 같아 기분 나쁜 것도 맞았지만….
그녀는 뭔가 이 상황을 오해한 듯한 소지로 보였다.
겉보기에는 냉담해 보이는 그녀는 보기보다 소녀를 과보호(?)하는 느낌도 들었다.
‘엔라가 띠른 건 아니지먄……….’
그래도 불편한 점을 지울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른데 은제카지 이르케 읻어야 하는 고지?’
두 사람의 눈치를 마냥 보다가는 오늘 하루의 남은 시간은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것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오빠가 한순간에 깨깽거렸지만, 물러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엘라 또한 노려보는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 도서실에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율리어스 도련님.
지금은 릴리스티아 아가씨께서 먼저 쓰시는 중이십니다.”
넓은 도서실을 꼭 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엘라는 아가씨가 도련님과 함께 도서실을 쓴다는 건 추천…. 아니, 용납이 되지 않았다.
「 그래서 드센 여자 인간 말에 따라서 도서실에 나간 거야?
아니지. 쫓겨난 게 더 맞겠………. 」
“사가스.”
이야기의 흐름을 그대로 끊어버린 사가스의 개입에 이미 기분이 나빠졌었다.
그런데 굳이 붙일 필요 없는 말을 늘어놓는 사가스의 입방정(?)에 율리어스는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쫓겨나? 다시 말해 봐.”
「 아…. 아니 율. 그, 그게 그러니까…….」
그의 분위기 자체에서부터 검은 오라가 일렁거렸다.
일반 인간이 그런 마나를 느꼈다면 지레 겁을 먹고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가스에겐 겁이라긴 보다도 압력이 가해올 정도로 숨이 턱턱 막혀오는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다.
“끼어들지 마.”
율리어스는 엄포를 놓는 듯한 작은 충고와 함께 검은 오라를 차츰 거들어 들였다.
그리고 강제로 합죽이가 된 사가스를 뒤로 한 채, 상황은 다시 엘라와 대치된 도서실의 안으로 돌아갔다.
‘어또카지….’
막연한 상황은 중간에 누군가 제재하지 않는 이상은 이대로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가운데서 소녀는 두 눈만 데굴데굴 굴려대며 두 사람의 눈치만을 살필 뿐, 쉽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소년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쪄…째기…….(책이)’
자연스레 소녀의 시선도 문득문득 그 책으로 가긴 했었다.
뭔가 흥미가 당기는 듯한 붉은 용과 용사의 그림이 표지에 그려져 있었다.
‘보고 띱ᄃ….’
[ 딱 그쪽 수준이네? ]
‘윽.’
가슴에 비수를 맞은 느낌…. 아니, 아직 어렸던 릴리스티아는 당연히 그런 건 몰랐다.
다만 가슴이 찌릿찌릿 거리는 통증으로 따끔거리는 건 극구 부인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띠, 띠아의 뚜쥬니 어떼뗘!’
그런데 순간 울컥거리는 건 다섯 살의 어린아이라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인 것 같았다.
소년이 책을 그냥 아무 말 없이 건네줬다면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재차 앞서 하루 전 저택의 계단에서 소년을 겪어본 때를 생각하며 릴리스티아는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졌었다.
‘그냐마 나은고겓찌….’
더 심하게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아직 어린 5살의 소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갈 정도였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책에 마음은 흔들렸지만, 저런 시비 같은 비아냥을 받아주면서까지 책을 받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엘라의 무표정 카리스마에 힘입어 소년이 쫓겨나는 것을 구경하고 잠자코 있을 것인가.
‘끄…. 으응.’
나름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져 릴리스티아의 골치가 아파져 옴을 느꼈다.
진짜 아무 생각이 없는 다섯 살의 아이였다면 둘 중 아무거나 고르고 남았겠지만….
막상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 릴리스티아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구잡이의 선택이 릴리스티아 본인을 더 괴롭게 만들지도 몰랐다.
‘으…. 아…읻.’
여기서 다시 소악마 오빠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전혀 생각지도 못한 터라 릴리스티아는 머리가 더 지끈거려 왔었다.
“릴리스티아 아가씨?!”
하필이면 찡그러져 소녀의 얼굴이 못생겨져 버릴 정도로 쭈그린 표정을 그 와중에도 엘라가 본 듯했었다.
그녀의 무표정이 처음으로 소녀의 앞에서 흔들렸다.
엘라는 문득 보기에는 릴리스티아 아가씨를 반기는 듯한 가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이만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율리어스 도련님.
릴리스티아 아가씨께서 율리어스 도련님 때문에 괴로워하시는 게 보이지 않으십니까!”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 달리 그녀는 제법 흥분에 취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이대로 버틸 수 있다면 버텨서 이번에야말로 릴리스티아 옆에 남고 싶은 율리어스였지만, 엘라의 말대로 릴리스티아는 괴로워 보였다.
처음 도서실에 왔을 때, 눈을 반짝거리던 아기 햄스터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던 율리어스의 이야기의 맥락은 여기서 끊어졌다.
그러자 반문을 하는 사가스의 말투에서는 뭔가 아쉬운 내가 묻어져 있었다.
“하. 궁금해?”
「 다, 당연하지. 율!
끝까지 다 와서 잿밥 뿌리는 것도 아니고….
끝을 제대로 맺어야 할 건 아냐? 」
사가스는 어린 율리어스가 소녀에게 어떻게든 나름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는 하고 있었다.
안 그러면 이대로 어린 율리어스가 너무 불쌍할 것만 같았다.
지금의 율리어스를 보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남과 친밀한 관계로 엮이는 걸 꺼려할정도로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건 알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린 율리어스가 받은 주위의 영향력이 컸을지도 모른다.
「 율. 그래서 네가 인간을 기피하는 거였구나. 」
바라는 대답이 빨리 돌아오지 않자, 이야기의 맥락은 다른 곳으로 빠지고 있었다.
“내가?”
율리어스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선 피식하고 비웃을 뿐이었다.
「 뭐야…. 왜 거기서 굳이 실실 쪼개? 」
“딱히.”
그는 사가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용의는 없어 보였다.
그대로 흘려 넘길 생각인 듯 이렇다 할 주관이 드러나 보이지도 않았다.
「 하여간 진짜 재미라곤 없다니까. 율은…윽.
아아. 그건 됐으니까.
뒤는 어떻게 됐는지만 말해 봐. 」
자질구레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꼭 필요 없더라도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든 듣고 말겠다는 사가스의 질긴 집념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진짜. 끈질긴 녀석.”
율리어스도 조금씩 귀찮아지고 있었다.
「 율. 네가 먼저 시작했다? 」
그랬다.
사가스는 그에게 릴리스티아에 대한 것을 시시콜콜 묻거나 따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발단은 릴리스티아를 만나고 나서부터 먼저 어린 시절의 회상에 들어간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걸 잊었던 모양이었다.
“아…. 아. 귀찮은 녀석.”
어쩐 일로 율리어스가 사가스에게 처음으로 두손 두발을 억지로 들어주게 되었다.
「 좋아,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아. 그런데 율. 」
“또 뭐?”
이번만큼은 핀잔이라도 끝까지 주며 사가스는 물고 늘어졌다.
「 그 애초에 네가 이야기를 1절만 했으면 된 거 아냐? 」
“……….”
아무래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던 듯 율리어스는 인상을 구기면서도 뭐라 반박은 하지 못했다.
#.
“율리어스 도련님!?”
엘라는 소년의 입에서 나올법하지 않으면서도 적절치 않은 단어가 튀어나오자,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 말은 엘라 그녀에게가 아닌, 그녀 뒤에 바짝 붙어 숨어있는 소녀에게 뱉은 말은 맞았다.
원래 같으면 릴리스티아가 뭐라 반박을 했어야 했지만,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녀의 그 앙증맞게 작은 앵두 같은 입술에서 무슨 말이라도 뱉으면 될 것 같은데 오히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왜 가만히 있는 아가씨를 겁먹게 만드는 거랑…. 쯧.
이러니까 얽히기 싫은 거지. 이 눈치 없는 소악마.’
도서실에 오기 전까지 이렇게 귀찮은 일이 터질 거라고는 엘라도 생각하지 못한 건 당연했었다.
소년이 소리소문없이 뒤를 밟아 여기까지 굳이 왜 온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기 이전에 소악자 존재 차제가 여기 있다는 게 더욱 짜증이 나는 엘라였다.
이렇게 된 이상 엘라 본인이 직접적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쫓아내고 본다.’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겁먹은 소녀를 그와 얽히게 만들었다간 골치 아픈 일로 머리가 지끈거릴 가능성도 높았다.
‘가주님도 아가씨가 소악마와 밀접적인 관련이 생기는 것도 바라시지 않으실 테니까.’
그녀는 무엇보다도 가주님과 소년의 관계가 어떤지 눈감고도 상상이 갈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흐 – 읍.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결심이 섰던 모양이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십시오. 율리어스 도련님.
그 이상 다가오시면 아가씨께 위협을 간주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소년은 그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분위기는 그렇게 대치된 상태로 서로 긴장감이 역력 된 눈빛들로 눈치만을 보게 되었다.
‘흐잉….’
엘라의 뒤에서 소녀는 이런 몹쓸(?) 분위기에 입장이 난처해져버렸다.
‘이, 이개 다 므슨 소리야…!’
칙칙하고 무서운 오빠라는 사람이 처음 본 이후로, 마주 치기 싫은 것도 사실이었고
책을 가지고 말하는 소리가 비아냥거리는 것 같아 기분 나쁜 것도 맞았지만….
그녀는 뭔가 이 상황을 오해한 듯한 소지로 보였다.
겉보기에는 냉담해 보이는 그녀는 보기보다 소녀를 과보호(?)하는 느낌도 들었다.
‘엔라가 띠른 건 아니지먄……….’
그래도 불편한 점을 지울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른데 은제카지 이르케 읻어야 하는 고지?’
두 사람의 눈치를 마냥 보다가는 오늘 하루의 남은 시간은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것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오빠가 한순간에 깨깽거렸지만, 물러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엘라 또한 노려보는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 도서실에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율리어스 도련님.
지금은 릴리스티아 아가씨께서 먼저 쓰시는 중이십니다.”
넓은 도서실을 꼭 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엘라는 아가씨가 도련님과 함께 도서실을 쓴다는 건 추천…. 아니, 용납이 되지 않았다.
「 그래서 드센 여자 인간 말에 따라서 도서실에 나간 거야?
아니지. 쫓겨난 게 더 맞겠………. 」
“사가스.”
이야기의 흐름을 그대로 끊어버린 사가스의 개입에 이미 기분이 나빠졌었다.
그런데 굳이 붙일 필요 없는 말을 늘어놓는 사가스의 입방정(?)에 율리어스는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쫓겨나? 다시 말해 봐.”
「 아…. 아니 율. 그, 그게 그러니까…….」
그의 분위기 자체에서부터 검은 오라가 일렁거렸다.
일반 인간이 그런 마나를 느꼈다면 지레 겁을 먹고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가스에겐 겁이라긴 보다도 압력이 가해올 정도로 숨이 턱턱 막혀오는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다.
“끼어들지 마.”
율리어스는 엄포를 놓는 듯한 작은 충고와 함께 검은 오라를 차츰 거들어 들였다.
그리고 강제로 합죽이가 된 사가스를 뒤로 한 채, 상황은 다시 엘라와 대치된 도서실의 안으로 돌아갔다.
‘어또카지….’
막연한 상황은 중간에 누군가 제재하지 않는 이상은 이대로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가운데서 소녀는 두 눈만 데굴데굴 굴려대며 두 사람의 눈치만을 살필 뿐, 쉽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소년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쪄…째기…….(책이)’
자연스레 소녀의 시선도 문득문득 그 책으로 가긴 했었다.
뭔가 흥미가 당기는 듯한 붉은 용과 용사의 그림이 표지에 그려져 있었다.
‘보고 띱ᄃ….’
[ 딱 그쪽 수준이네? ]
‘윽.’
가슴에 비수를 맞은 느낌…. 아니, 아직 어렸던 릴리스티아는 당연히 그런 건 몰랐다.
다만 가슴이 찌릿찌릿 거리는 통증으로 따끔거리는 건 극구 부인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띠, 띠아의 뚜쥬니 어떼뗘!’
그런데 순간 울컥거리는 건 다섯 살의 어린아이라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인 것 같았다.
소년이 책을 그냥 아무 말 없이 건네줬다면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재차 앞서 하루 전 저택의 계단에서 소년을 겪어본 때를 생각하며 릴리스티아는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졌었다.
‘그냐마 나은고겓찌….’
더 심하게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아직 어린 5살의 소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갈 정도였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책에 마음은 흔들렸지만, 저런 시비 같은 비아냥을 받아주면서까지 책을 받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엘라의 무표정 카리스마에 힘입어 소년이 쫓겨나는 것을 구경하고 잠자코 있을 것인가.
‘끄…. 으응.’
나름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서져 릴리스티아의 골치가 아파져 옴을 느꼈다.
진짜 아무 생각이 없는 다섯 살의 아이였다면 둘 중 아무거나 고르고 남았겠지만….
막상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 릴리스티아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구잡이의 선택이 릴리스티아 본인을 더 괴롭게 만들지도 몰랐다.
‘으…. 아…읻.’
여기서 다시 소악마 오빠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전혀 생각지도 못한 터라 릴리스티아는 머리가 더 지끈거려 왔었다.
“릴리스티아 아가씨?!”
하필이면 찡그러져 소녀의 얼굴이 못생겨져 버릴 정도로 쭈그린 표정을 그 와중에도 엘라가 본 듯했었다.
그녀의 무표정이 처음으로 소녀의 앞에서 흔들렸다.
엘라는 문득 보기에는 릴리스티아 아가씨를 반기는 듯한 가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이만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율리어스 도련님.
릴리스티아 아가씨께서 율리어스 도련님 때문에 괴로워하시는 게 보이지 않으십니까!”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 달리 그녀는 제법 흥분에 취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이대로 버틸 수 있다면 버텨서 이번에야말로 릴리스티아 옆에 남고 싶은 율리어스였지만, 엘라의 말대로 릴리스티아는 괴로워 보였다.
처음 도서실에 왔을 때, 눈을 반짝거리던 아기 햄스터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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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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