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2부] 오늘따라 참 간사해 보이는 후식(by. 율리어스)
조회 : 209 추천 : 0 글자수 : 4,526 자 2024-08-03
눈을 찔끔 감아버린 채. 엘라의 옷깃을 두 손으로 꼭 잡아 그녀의 뒤에서 나올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 안쓰러워 보이는 모습은 마치 아기 햄스터가 오히려 겁을 먹어 오들오들 떠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아….’
버틴다고 릴리스티아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스르르…. 툭!
소년은 그대로 맥이 풀리며 손에 쥐고 있던 책마저 놓쳐 버렸다.
그리고 망설이던 기대감도 날아가 버린 듯 아무 말없이 뒤돌아 무거운 발걸음의 소리만이 그 정적에서 맴돌 뿐이었다.
거기서 회상하는 듯한 율리어스 이야기의 맥락은 사가스가 기습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의 흐름이 끊겼다.
「 ……………. 」
“……….”
둘 사이에는 잠깐 같았지만 남이 보기엔 율리어스 혼자서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는 듯한 제법 긴 침묵이 흘렀다.
「 율. 」
그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건 쪽은 역시나 사가스였다.
“………?”
「 그래서 끝이야? 」
성의 없이 툭 던져 버리는 질문같이 들리겠지만, 사가스는 나름 뭔가 찝찝할 정도로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에 여기서 끝이 아니겠지란 마음이 내포된 심정으로 되묻고 있었다.
“글쎄.”
「 뭐야, 율? 」
율리어스는 뭔가 미련이 남는 듯한 씁쓸한 표정이 살짝 비쳐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맞으면 맞는 거고, 틀리면 틀린 거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듯한 어중간할 정도로 애매모호한 대답에 사가스는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워졌었다.
「 율. 한 가지만 하자고, 응?
어느 쪽이란 거야…?!」
“딱히…. 뭐.”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지나간 만큼이나 후회를 해 봤자 소용없다는 답변을 내놓는 듯한 율리어스였다.
이러면 답답해지는 건 영락없이 사가스의 몫이었다.
「 이야기해주기 싫으면 더 이상 안 한다고 하면 될 ᄀ……….」
“그랬으면 좋았겠지.”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는 과거형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올 수록 사가스는 뭔가 더 있을 듯한 방향으로 지레짐작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 율. 뭔가 더 있는 거지! 」
사가스는 확신하고선 흥미로운 그의 과거를 듣고 싶은 욕망(?)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때……. 바로 접는 게 맞는 거였을지도.”
뭔지는 진짜 몰라도 있긴 있었던 모양새였다.
평소의 율리어스와 달리 갈필을 잡지 못하고 독백을 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가스가 추궁하면 할 수록 그는 과거의 연연함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그 기억에 고여 버리고 있었다.
「 뭐야, 율?
진짜 그 뒤에 뭐라도 더 있었다는 거야?! 」
사가스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흥미로운 그의 과거사라면 연장전이라도 이어서 더 듣고 싶었다.
조금만 더 추궁하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 사가스는 몰이(?)에 열중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어리석었던 걸지도 모르지. 후.”
그는 씁쓸하다못해 사가스 조차 이해하기 힘든 흡사 넋두리에 빠진 사람처럼 미지근한 푸념을 읊어대고 있었다.
#.
어린 소년은 그걸로 모든 걸 끝을 낸 게 아니었다.
릴리스티아가 계속 오들오들 떨 정도로 자신을 무서워하며, 공포로 인식 되어 버린 첫인상을 바꾸기란 힘들겠지만 그래도 노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릴리스티아는 쭉 저택에 머물 예정…. 아니, 가주의 마음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같이 살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고, 소년의 편이 하나도 없는 저택에서 솔직히 릴리스티아를 유일무이한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도서실에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자진해서 물러셔야 했지만, 기회는 곧 찾아왔었다.
릴리스티아와 가족이 된 이후로, 하루에 단 3번은 어떻게든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소년은 어느샌가 식사 시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첫날은 장난이 아니었었다.
릴리스티아는 엄청난 긴장감 속에 마치 얼어붙은 얼음이나 목석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거의 무시당하다시피 했지만.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그 이외의 사람, 가주도 어색한 지 좀처럼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결국, 그나마 나은 건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다섯 살의 어린아이치고는 식탁예절이 나름 형식은 갖추어져 있었다.
어쩌면 하녀들 사이에 돈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리스티아가 이 저택에 온 이후로 이런 소문이 들렸다.
‘몰락 귀족….’
소녀의 어머니가 지녔던 과거는 지금은 알 수 없었지만, 릴리스티아의 평민치고는 남다른 격식이 묻어나 보이는 행동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둘째 날. 셋째 날.
여전히 마주한 식사 시간의 자리에서는 서로 마주 보는 자리라 소녀는 소년 앞에서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흠칫거리거나 움찔댔지만, 그 횟수는 같은 자리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록 줄어드는 횟수는 늘며 나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식사는 소년과 소녀의 두 아이만의 자리가 아닌 터라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건 매번 같은 시간과 만남의 자리가 반복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답답하네.’
소년은 언제까지 말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지 자기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처음에만 릴리스티아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었는데….
입은 근질근질 거리고 부푼 욕망은 더 큰 욕심을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여동생의 얼굴만 힐끗힐끗 쳐다보며 무색한 일주일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말은 한마디도 걸어보지도 못했다.
가주가 함께한 자리라 말을 붙이는 게 힘든 것도 있었지만, 릴리스티아가 소년에 대한 경계심은 꽤 완고했다.
일주일이 지나가고 열흘, 그리고 보름쯤 접어들어 가는 날째였었다.
소년은 참기 힘든 속내를 주먹으로 식탁을 내려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아. 또 참아내고 오늘은 어떻게든 말을 걸어볼 심산이었다.
“저…. 릴……….”
소년의 입이 겨우 떨어졌었다.
여동생에게 말을 걸어본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또 무시당하고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까란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소년의 입장이었다.
“릴리스티아.”
‘윽’
떨리는 목소리로 여동생의 이름을 채 다 부르기도 전에 아주 익숙하지만 소녀의 귀를 거슬리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네. 가쥬님.”
소년과 달리 가주는 곧잘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이런저런 질문과 대화가 오갔지만 아직
릴리스티아는 어색한 듯 여전히 아버지가 아닌 가주라고 부르고 있었다.
“녀석. 언제쯤 아버지도 불러줄 생각인 건지…….”
가주는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약간 서운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릴리스티아에겐 빨리 고치기 힘든 부분으로 가주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좀 더 나중에 일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소 악마 오빠의 눈치가 보이는 소녀였다.
가주와 단둘이 있는 자리였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고 부를 용기가 날 수도 있었지만….
그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소년의 인상이 첫인상만큼이나 계속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쉽사리 떨쳐 내어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무섭다.
공포스럽다.
밉보이고는 싶지 않다.
얽히면 위험할 것 같다.
이런 감정들은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식탁 위에서 변화를 보이기 힘들었다.
‘아아. 또 실패네.’
그리고 여기 소녀는 이렇게 아쉬워 죽는 소년의 속마음을 알 리 없기에 소년만 참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도 아주 보기 좋게 말 붙일 기회를 소년은 망할 아버지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그건 단순한 기분이 나쁨의 수준이 아니었다.
평소에 그들의 식사 시각은 절대 단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침과 저녁만 아버지와 율리어스가 겸상을 할 뿐.
둘 사이에 대화라곤 거의 사무적인 느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망할 아버지가 릴리스티아에겐 제법 나긋나긋한 어투로 일상적인 말을 걸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율리어스의 처지에서는 꽤 유쾌하지 않았다.
‘딱히 부럽다는 건 아닌데.’
부럽다나 질투 난다는 그런 감정은 절대 아니었다.
그랬었다면 이미 릴리스티아를 경계하며 포섭(?)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이…. c’
이 감정이 정확히는 무엇인지는 아직 갈필을 잡긴 어려웠다.
하지만 괜스레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끼이이익.
탁.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소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오늘도 어김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식탁에서 일어났었다.
흔히 식사의 예법상, 가주나 어른이 식사를 먼저 마치기 전에 식탁에서 일어날 수는 없었지만, 소녀가 온 이후로 특이한 변화는 일어났었다.
가주의 눈에도 훤히 보이긴 했다.
율리어스가 자리를 먼저 뜨고 나면 오히려 릴리스티아가 더 편안 해 보이는 것을 같이 식사하고 얼마 안 돼 눈치를 챘다.
그리고 율리어스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사라져도 애써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달칵.
율리어스가 사라진 자리의 분위기는 뭔가 좀 더 매끄러워진 느낌으로 릴리스티아도 식사를 다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디저트를 먹자구나.”
“네. 가쥬님!”
왠지 그 부분만큼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녀의 눈에는 생기가 한껏 돌며 별빛처럼 반짝반짝 거렸다.
‘훗.’
그 안쓰러워 보이는 모습은 마치 아기 햄스터가 오히려 겁을 먹어 오들오들 떠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아….’
버틴다고 릴리스티아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스르르…. 툭!
소년은 그대로 맥이 풀리며 손에 쥐고 있던 책마저 놓쳐 버렸다.
그리고 망설이던 기대감도 날아가 버린 듯 아무 말없이 뒤돌아 무거운 발걸음의 소리만이 그 정적에서 맴돌 뿐이었다.
거기서 회상하는 듯한 율리어스 이야기의 맥락은 사가스가 기습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의 흐름이 끊겼다.
「 ……………. 」
“……….”
둘 사이에는 잠깐 같았지만 남이 보기엔 율리어스 혼자서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는 듯한 제법 긴 침묵이 흘렀다.
「 율. 」
그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건 쪽은 역시나 사가스였다.
“………?”
「 그래서 끝이야? 」
성의 없이 툭 던져 버리는 질문같이 들리겠지만, 사가스는 나름 뭔가 찝찝할 정도로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에 여기서 끝이 아니겠지란 마음이 내포된 심정으로 되묻고 있었다.
“글쎄.”
「 뭐야, 율? 」
율리어스는 뭔가 미련이 남는 듯한 씁쓸한 표정이 살짝 비쳐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맞으면 맞는 거고, 틀리면 틀린 거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듯한 어중간할 정도로 애매모호한 대답에 사가스는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워졌었다.
「 율. 한 가지만 하자고, 응?
어느 쪽이란 거야…?!」
“딱히…. 뭐.”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지나간 만큼이나 후회를 해 봤자 소용없다는 답변을 내놓는 듯한 율리어스였다.
이러면 답답해지는 건 영락없이 사가스의 몫이었다.
「 이야기해주기 싫으면 더 이상 안 한다고 하면 될 ᄀ……….」
“그랬으면 좋았겠지.”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는 과거형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올 수록 사가스는 뭔가 더 있을 듯한 방향으로 지레짐작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 율. 뭔가 더 있는 거지! 」
사가스는 확신하고선 흥미로운 그의 과거를 듣고 싶은 욕망(?)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때……. 바로 접는 게 맞는 거였을지도.”
뭔지는 진짜 몰라도 있긴 있었던 모양새였다.
평소의 율리어스와 달리 갈필을 잡지 못하고 독백을 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가스가 추궁하면 할 수록 그는 과거의 연연함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그 기억에 고여 버리고 있었다.
「 뭐야, 율?
진짜 그 뒤에 뭐라도 더 있었다는 거야?! 」
사가스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흥미로운 그의 과거사라면 연장전이라도 이어서 더 듣고 싶었다.
조금만 더 추궁하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 사가스는 몰이(?)에 열중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어리석었던 걸지도 모르지. 후.”
그는 씁쓸하다못해 사가스 조차 이해하기 힘든 흡사 넋두리에 빠진 사람처럼 미지근한 푸념을 읊어대고 있었다.
#.
어린 소년은 그걸로 모든 걸 끝을 낸 게 아니었다.
릴리스티아가 계속 오들오들 떨 정도로 자신을 무서워하며, 공포로 인식 되어 버린 첫인상을 바꾸기란 힘들겠지만 그래도 노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릴리스티아는 쭉 저택에 머물 예정…. 아니, 가주의 마음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같이 살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고, 소년의 편이 하나도 없는 저택에서 솔직히 릴리스티아를 유일무이한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도서실에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자진해서 물러셔야 했지만, 기회는 곧 찾아왔었다.
릴리스티아와 가족이 된 이후로, 하루에 단 3번은 어떻게든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소년은 어느샌가 식사 시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첫날은 장난이 아니었었다.
릴리스티아는 엄청난 긴장감 속에 마치 얼어붙은 얼음이나 목석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거의 무시당하다시피 했지만.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그 이외의 사람, 가주도 어색한 지 좀처럼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결국, 그나마 나은 건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다섯 살의 어린아이치고는 식탁예절이 나름 형식은 갖추어져 있었다.
어쩌면 하녀들 사이에 돈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리스티아가 이 저택에 온 이후로 이런 소문이 들렸다.
‘몰락 귀족….’
소녀의 어머니가 지녔던 과거는 지금은 알 수 없었지만, 릴리스티아의 평민치고는 남다른 격식이 묻어나 보이는 행동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둘째 날. 셋째 날.
여전히 마주한 식사 시간의 자리에서는 서로 마주 보는 자리라 소녀는 소년 앞에서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흠칫거리거나 움찔댔지만, 그 횟수는 같은 자리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록 줄어드는 횟수는 늘며 나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식사는 소년과 소녀의 두 아이만의 자리가 아닌 터라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건 매번 같은 시간과 만남의 자리가 반복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답답하네.’
소년은 언제까지 말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지 자기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처음에만 릴리스티아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었는데….
입은 근질근질 거리고 부푼 욕망은 더 큰 욕심을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여동생의 얼굴만 힐끗힐끗 쳐다보며 무색한 일주일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말은 한마디도 걸어보지도 못했다.
가주가 함께한 자리라 말을 붙이는 게 힘든 것도 있었지만, 릴리스티아가 소년에 대한 경계심은 꽤 완고했다.
일주일이 지나가고 열흘, 그리고 보름쯤 접어들어 가는 날째였었다.
소년은 참기 힘든 속내를 주먹으로 식탁을 내려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아. 또 참아내고 오늘은 어떻게든 말을 걸어볼 심산이었다.
“저…. 릴……….”
소년의 입이 겨우 떨어졌었다.
여동생에게 말을 걸어본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또 무시당하고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까란 조바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소년의 입장이었다.
“릴리스티아.”
‘윽’
떨리는 목소리로 여동생의 이름을 채 다 부르기도 전에 아주 익숙하지만 소녀의 귀를 거슬리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네. 가쥬님.”
소년과 달리 가주는 곧잘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이런저런 질문과 대화가 오갔지만 아직
릴리스티아는 어색한 듯 여전히 아버지가 아닌 가주라고 부르고 있었다.
“녀석. 언제쯤 아버지도 불러줄 생각인 건지…….”
가주는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약간 서운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릴리스티아에겐 빨리 고치기 힘든 부분으로 가주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좀 더 나중에 일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소 악마 오빠의 눈치가 보이는 소녀였다.
가주와 단둘이 있는 자리였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고 부를 용기가 날 수도 있었지만….
그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소년의 인상이 첫인상만큼이나 계속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쉽사리 떨쳐 내어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무섭다.
공포스럽다.
밉보이고는 싶지 않다.
얽히면 위험할 것 같다.
이런 감정들은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식탁 위에서 변화를 보이기 힘들었다.
‘아아. 또 실패네.’
그리고 여기 소녀는 이렇게 아쉬워 죽는 소년의 속마음을 알 리 없기에 소년만 참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도 아주 보기 좋게 말 붙일 기회를 소년은 망할 아버지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그건 단순한 기분이 나쁨의 수준이 아니었다.
평소에 그들의 식사 시각은 절대 단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침과 저녁만 아버지와 율리어스가 겸상을 할 뿐.
둘 사이에 대화라곤 거의 사무적인 느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망할 아버지가 릴리스티아에겐 제법 나긋나긋한 어투로 일상적인 말을 걸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율리어스의 처지에서는 꽤 유쾌하지 않았다.
‘딱히 부럽다는 건 아닌데.’
부럽다나 질투 난다는 그런 감정은 절대 아니었다.
그랬었다면 이미 릴리스티아를 경계하며 포섭(?)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이…. c’
이 감정이 정확히는 무엇인지는 아직 갈필을 잡긴 어려웠다.
하지만 괜스레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끼이이익.
탁.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소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오늘도 어김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식탁에서 일어났었다.
흔히 식사의 예법상, 가주나 어른이 식사를 먼저 마치기 전에 식탁에서 일어날 수는 없었지만, 소녀가 온 이후로 특이한 변화는 일어났었다.
가주의 눈에도 훤히 보이긴 했다.
율리어스가 자리를 먼저 뜨고 나면 오히려 릴리스티아가 더 편안 해 보이는 것을 같이 식사하고 얼마 안 돼 눈치를 챘다.
그리고 율리어스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사라져도 애써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달칵.
율리어스가 사라진 자리의 분위기는 뭔가 좀 더 매끄러워진 느낌으로 릴리스티아도 식사를 다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디저트를 먹자구나.”
“네. 가쥬님!”
왠지 그 부분만큼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녀의 눈에는 생기가 한껏 돌며 별빛처럼 반짝반짝 거렸다.
‘훗.’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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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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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어스)조회 : 9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28 95.95. [2부] 뭐, 뭐야...의외로 기대이상이잖아!? (by. 율리어스)조회 : 8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4 94.94. [2부] 내가 어딜 봐서 살인자야!? (by. 율리어스)조회 : 8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53 93.93. [2부] 내 두근거림 물려 내!조회 : 1,1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1 92.92. [2부] 처음엔 뭐가 뭔지 몰라도 두근두근거려.조회 : 8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06 91.91. [2부] 릴리스티아는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1)조회 : 7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18 90.90. [2부] 썩 내키지 않는 오라버니와의 재회조회 : 76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6 89.89. [2부] 저 녀석 대신 네가 맞을래?조회 : 8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7 88.88. [2부] 내 누나는 히스테리 마녀(3)조회 : 6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0 87.87. [2부] 내 누나는 히스테리 마녀(2)조회 : 9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8 86.86. [2부] 내 누나는 히스테리 마녀(1)조회 : 9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13 85.85. [2부] 느닷없는 방문조회 : 9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5 84.84. [2부] 지저귀고 있는 어둠 속으로(2)조회 : 1,2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2 83.83. [2부] 지저귀고 있는 어둠 속으로(1)조회 : 9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7 82.82. [2부] 예상외의 협력자(2)조회 : 9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71 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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