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1)
조회 : 561 추천 : 0 글자수 : 4,505 자 2024-09-14
‘그게 언제였었지….’
후회하듯 과거를 상기하듯 마치 얼빠진 듯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허공을 쳐다보던 율리어스는 이윽고 현재로 돌아왔었다.
‘정확히 언제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그리고 그는 다시 푹푹 찔 것만 같은 한숨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진짜 그와 릴리스티아 과거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어떤 결정적인 일이 있었기는 있었던 모양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리 예사롭지 않았다.
계속했던 것처럼 너스레를 보이며 사가스는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꼭 뭔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정도로 몇 겹의 자물쇠로 휘감긴 기억을 건드린 것 같은 불안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불안 함이 엄습했다.
어림도 없는 말을 내뱉는 순간 불안 함이 죄어오는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욱 사가스는 율을 부추기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게 더 맞을 것이다.
“……아이덴티티.”
한참이나 말이 없던 율리어스가 드디어 한마디를 뱉었다.
「 ………! 」
사가스는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으로(성좌는 계약자 이외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섬뜩한 반응을 보였다.
「 바, 방금 뭐라고 했어……. 율?! 」
마치 자기 청각에 문제가 생겼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에게 다시 반문했다.
“금기의 마석.”
사가스가 그에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 아…. 아니, 갑자기 그 저주받…. 아니, 하여튼.
왜 지금 율 네 과거에서 튀어나오는 거야!? 」
그동안 율과 사가스 사이엔 많은 사고가 거쳐 갔었지만, 사가스가 말을 버벅거릴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이해를 바란다면 율에게서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듯싶었다.
「 하필이면…. 굳이. 왜. 이런 타이밍에 큭.
그런 망할…. 저주받은 돌. 」
사가스도 평상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성좌의 위치에 있는 성신도 아이덴티티가 거론되자, 치를 떠는 것같이 보였다.
“야. 그만 진정하지. 사가스?”
「 윽. 」
사가스가 망할 돌멩이(?)에 분괴하는 사이에 그는 어느 정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그 돌이라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쭉 지긋지긋하니까.”
사가스는 망할 돌멩이를 불쾌할 정도로 싫어했지만, 그의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율. 무슨 말이야? 」
“뭐?”
「 지금이라는 말은 알겠는데….
예전이라니?
설마…. 지금 망할 돌메……아이덴티티를 끄집어낸 이유가 저 인간 여자와 관련이 있다는 거야?! 」
사가스는 그런 연관성이 없기를 바랐다는 듯싶었다.
몹시 흥분한 듯한 말투로 좀 전보다 불쾌감이 수치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하…. 이 단세포.”
「 율. 아무렇지 않게 말 돌리지 마. 」
늘 이런 식으로 회피하듯 사가스를 바보 취급하는 그의 말투에 조금은 이력이 난 듯 사가스의 기분도 쉽게 가라앉혀지지 않을 것같이 보였다.
단념 같은 분위기를 버린 약간 노기를 띤 씩씩거림이었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로. 그보다 자꾸 울컥하는 사가스에게도 문제는 있었지만, 단답형의 말버릇이 고집이 되어 버린 그에게도 문제는 있어 보였다.
마치 이미 그것은 고칠 수 없는 버릇 같았다.
“이 답답한 녀석.”
「 내가 더 답답하다고!
고작 저딴 인간 여자가 뭐라고 율이 썩어빠진 돌멩이에 손을 뻗…….」
【 잠깐! 】
여전히 가라앉히지 못한 흥분 속에서 씩씩거리며 연거푸 말하는 사가스의 말 속에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급히 사가스의 말을 끊어먹으며 멈추게 만들었다.
「 뭐. 뭔데 갑자기? 」
“말이 안 되는데. 전혀.”
그는 사가스가 무슨 말을 뱉으려 했는지 짐작한 듯싶었다.
「 율. 너야말로 왜 그래? 대체 뭐가 말이 안 되는데?!
진짜 저 인간 여자한테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냐? 」
하지만 사가스는 그런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는커녕, 오히려 율리어스가 그녀에게 속아서는 해괴망측에 가까운 망언을 뱉지 못해 안달이라고 생각했다.
‘………….’
율리어스의 표정이 사가스와 대화하기 싫어질 만큼이나 구겨졌었다.
오늘따라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가스가 귀찮아질 정도로 그는 짜증이 일었다.
「 ! 」
율리어스 치고는 적나라할 정도로 그런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자, 사가스도 움찔거렸다.
「 느, 느닷없이 왜 인상을 퍽 쓰고 그래…. 흐흠.
율이 먼저 인간 여자한테 어쭙잖은 말미를 주지 않았더라면…….」
사가스는 아주 제대로 오해를 한 채로, 율리어스가 아직 말하지 않는 부분의 이야기와는 전혀 핀트가 어긋나 있었다.
“말미가 아니야.”
「 아니. 그러면 대체 여기서 썩은 돌멩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ᄃ….」
【 네가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덴티티는 유감스럽게도 밀레니엄 저택에서 첫 발견이
되었다고. 이 멍청한 녀석아. 】
꼭 내 입으로 그걸 말해야 눈치를 채느냐는 듯한 말투였었다.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사가스는 할 말을 잃어 버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대놓고도 말하는데 만약 사가스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진짜 멍청이를 넘어선 진정한 바보이고도 남았다.
「 자, 잠시만……. 」
사가스의 해골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채로 뒤섞이고 말았다.
“당황해할 필요 없어.
어차피 너한테도 밀레니엄 저택이 아이덴티티의 시초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그랬다.
그는 아직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이런 사실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잊고 싶었었지.’
밀레니엄 저택에서 저주받은 능력의 지닌 마석의 힘이 개방되지 않았더라면, 릴리스티아와 적대적인 느낌의 경계선상에 서서 마주 보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릴리스티아만 보면 그 잊고 싶었던 기억은 뇌리를 스치고 회상하듯 되살아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동생이 저학년이라 만날 일도 별로 없을 뿐더러, 각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음 한쪽 구석에선 졸업할 때까지 자신도 모르게 안심하는 걸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최근 유독 율리어스가 관심을 가지게 된 아르휀과 버디를 맺은 듯했고, 그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피할 수 없는 루트에 걸쳐 있는 게 현재였었다.
「 그렇다는 건…. 설마…….」
그 사이 복잡했던 사가스의 사고가 풀린 듯싶었다.
“원인 제공자는 망할 아버지였겠지만….
모든 발단은 나였지.”
원래였다면 그 시기에도 엔테리아 아카데미아에 꽁꽁 처박혀 봉인되어 있어야 할 저주받은 마석이 어떻게 율리어스의 과거엔 그의 저택에서 발단의 시초가 되었는지는 사가스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가스는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어떻게, 어떠할 말도 나올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한참 동안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이, 다시 씁쓸함이 느껴지는 율리어스의 말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날이었다.
밀레니엄 저택에서 저주의 마석 ‘아이텐티티’의 발단이 된 시작은……….
#.
율리어스가 능력을 각성하고, 엔테리아 아카데미를 입학한 이래로 중급 생으로 올라가던 그해.
날씨가 조금은 덥지만, 최고 높아도 30도 이상은 육박하지 않은 이상적인(?) 여름을 맞이하는 여름방학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한 학기 중에서 반을 마치고 밀레니엄 저택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날도 여러 하인과 하녀들이 저택의 문을 열자, 양옆으로 줄지어 서서는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린이는 신발도 채 신지 않은 채, 오라버니를 보고 위해 냅다 튀어나오는 바람에 엉겁결에 안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가주와 릴리스티아가 서 있었다.
‘아아. 넌 여전하네.’
릴리스티아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의 속내의 기쁨도 잠시,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했다.
‘한 번이라도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시간이 꽤 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스티아는 거짓 미소라도 그의 앞에서 지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릴리스티아가 그에 대해 지금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서 오너라. 율.”
그는 어색했다.
망하…. 아니. 이제 이 저택엔 그런 사람은 사라진 지 오래였었다.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든 가주의 반응에 아직도 그는 떨떠름한 기분을 떨쳐 내지 못했다.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그런 가주에게 형식적인 말 없는 인사만 할 뿐이었다.
“어떠 드러가여. 옵빠 기다리다 리니는 모기 빠지느줄 아랏떠여. 히힛,”
“그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구나.”
막내와 가주 사이에도 그동안 또 다른 변화가 생긴 듯싶었다.
작년에 왔을 때만 해도 가주는 막내를 무시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무려 둘 사이에 마치 기본적인 아버지와 딸 사이의 대화가 오가는 기류가 느껴졌었다.
그런 모습에 그는 피식 웃었다.
‘나쁘지는 않네.’
릴리스티아만 챙기는 편파적이었던 예전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런데….
그는 들어가려다 말고 주위를 다급히 두리번거렸다.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누군가가 없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단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새어머니는요?”
후회하듯 과거를 상기하듯 마치 얼빠진 듯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허공을 쳐다보던 율리어스는 이윽고 현재로 돌아왔었다.
‘정확히 언제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그리고 그는 다시 푹푹 찔 것만 같은 한숨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진짜 그와 릴리스티아 과거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어떤 결정적인 일이 있었기는 있었던 모양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리 예사롭지 않았다.
계속했던 것처럼 너스레를 보이며 사가스는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꼭 뭔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정도로 몇 겹의 자물쇠로 휘감긴 기억을 건드린 것 같은 불안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불안 함이 엄습했다.
어림도 없는 말을 내뱉는 순간 불안 함이 죄어오는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욱 사가스는 율을 부추기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게 더 맞을 것이다.
“……아이덴티티.”
한참이나 말이 없던 율리어스가 드디어 한마디를 뱉었다.
「 ………! 」
사가스는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으로(성좌는 계약자 이외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섬뜩한 반응을 보였다.
「 바, 방금 뭐라고 했어……. 율?! 」
마치 자기 청각에 문제가 생겼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에게 다시 반문했다.
“금기의 마석.”
사가스가 그에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 아…. 아니, 갑자기 그 저주받…. 아니, 하여튼.
왜 지금 율 네 과거에서 튀어나오는 거야!? 」
그동안 율과 사가스 사이엔 많은 사고가 거쳐 갔었지만, 사가스가 말을 버벅거릴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이해를 바란다면 율에게서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듯싶었다.
「 하필이면…. 굳이. 왜. 이런 타이밍에 큭.
그런 망할…. 저주받은 돌. 」
사가스도 평상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성좌의 위치에 있는 성신도 아이덴티티가 거론되자, 치를 떠는 것같이 보였다.
“야. 그만 진정하지. 사가스?”
「 윽. 」
사가스가 망할 돌멩이(?)에 분괴하는 사이에 그는 어느 정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그 돌이라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쭉 지긋지긋하니까.”
사가스는 망할 돌멩이를 불쾌할 정도로 싫어했지만, 그의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율. 무슨 말이야? 」
“뭐?”
「 지금이라는 말은 알겠는데….
예전이라니?
설마…. 지금 망할 돌메……아이덴티티를 끄집어낸 이유가 저 인간 여자와 관련이 있다는 거야?! 」
사가스는 그런 연관성이 없기를 바랐다는 듯싶었다.
몹시 흥분한 듯한 말투로 좀 전보다 불쾌감이 수치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하…. 이 단세포.”
「 율. 아무렇지 않게 말 돌리지 마. 」
늘 이런 식으로 회피하듯 사가스를 바보 취급하는 그의 말투에 조금은 이력이 난 듯 사가스의 기분도 쉽게 가라앉혀지지 않을 것같이 보였다.
단념 같은 분위기를 버린 약간 노기를 띤 씩씩거림이었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로. 그보다 자꾸 울컥하는 사가스에게도 문제는 있었지만, 단답형의 말버릇이 고집이 되어 버린 그에게도 문제는 있어 보였다.
마치 이미 그것은 고칠 수 없는 버릇 같았다.
“이 답답한 녀석.”
「 내가 더 답답하다고!
고작 저딴 인간 여자가 뭐라고 율이 썩어빠진 돌멩이에 손을 뻗…….」
【 잠깐! 】
여전히 가라앉히지 못한 흥분 속에서 씩씩거리며 연거푸 말하는 사가스의 말 속에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급히 사가스의 말을 끊어먹으며 멈추게 만들었다.
「 뭐. 뭔데 갑자기? 」
“말이 안 되는데. 전혀.”
그는 사가스가 무슨 말을 뱉으려 했는지 짐작한 듯싶었다.
「 율. 너야말로 왜 그래? 대체 뭐가 말이 안 되는데?!
진짜 저 인간 여자한테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냐? 」
하지만 사가스는 그런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는커녕, 오히려 율리어스가 그녀에게 속아서는 해괴망측에 가까운 망언을 뱉지 못해 안달이라고 생각했다.
‘………….’
율리어스의 표정이 사가스와 대화하기 싫어질 만큼이나 구겨졌었다.
오늘따라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가스가 귀찮아질 정도로 그는 짜증이 일었다.
「 ! 」
율리어스 치고는 적나라할 정도로 그런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자, 사가스도 움찔거렸다.
「 느, 느닷없이 왜 인상을 퍽 쓰고 그래…. 흐흠.
율이 먼저 인간 여자한테 어쭙잖은 말미를 주지 않았더라면…….」
사가스는 아주 제대로 오해를 한 채로, 율리어스가 아직 말하지 않는 부분의 이야기와는 전혀 핀트가 어긋나 있었다.
“말미가 아니야.”
「 아니. 그러면 대체 여기서 썩은 돌멩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ᄃ….」
【 네가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덴티티는 유감스럽게도 밀레니엄 저택에서 첫 발견이
되었다고. 이 멍청한 녀석아. 】
꼭 내 입으로 그걸 말해야 눈치를 채느냐는 듯한 말투였었다.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사가스는 할 말을 잃어 버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대놓고도 말하는데 만약 사가스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진짜 멍청이를 넘어선 진정한 바보이고도 남았다.
「 자, 잠시만……. 」
사가스의 해골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채로 뒤섞이고 말았다.
“당황해할 필요 없어.
어차피 너한테도 밀레니엄 저택이 아이덴티티의 시초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그랬다.
그는 아직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이런 사실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잊고 싶었었지.’
밀레니엄 저택에서 저주받은 능력의 지닌 마석의 힘이 개방되지 않았더라면, 릴리스티아와 적대적인 느낌의 경계선상에 서서 마주 보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릴리스티아만 보면 그 잊고 싶었던 기억은 뇌리를 스치고 회상하듯 되살아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동생이 저학년이라 만날 일도 별로 없을 뿐더러, 각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음 한쪽 구석에선 졸업할 때까지 자신도 모르게 안심하는 걸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최근 유독 율리어스가 관심을 가지게 된 아르휀과 버디를 맺은 듯했고, 그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피할 수 없는 루트에 걸쳐 있는 게 현재였었다.
「 그렇다는 건…. 설마…….」
그 사이 복잡했던 사가스의 사고가 풀린 듯싶었다.
“원인 제공자는 망할 아버지였겠지만….
모든 발단은 나였지.”
원래였다면 그 시기에도 엔테리아 아카데미아에 꽁꽁 처박혀 봉인되어 있어야 할 저주받은 마석이 어떻게 율리어스의 과거엔 그의 저택에서 발단의 시초가 되었는지는 사가스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가스는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어떻게, 어떠할 말도 나올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한참 동안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이, 다시 씁쓸함이 느껴지는 율리어스의 말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날이었다.
밀레니엄 저택에서 저주의 마석 ‘아이텐티티’의 발단이 된 시작은……….
#.
율리어스가 능력을 각성하고, 엔테리아 아카데미를 입학한 이래로 중급 생으로 올라가던 그해.
날씨가 조금은 덥지만, 최고 높아도 30도 이상은 육박하지 않은 이상적인(?) 여름을 맞이하는 여름방학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한 학기 중에서 반을 마치고 밀레니엄 저택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날도 여러 하인과 하녀들이 저택의 문을 열자, 양옆으로 줄지어 서서는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린이는 신발도 채 신지 않은 채, 오라버니를 보고 위해 냅다 튀어나오는 바람에 엉겁결에 안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가주와 릴리스티아가 서 있었다.
‘아아. 넌 여전하네.’
릴리스티아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의 속내의 기쁨도 잠시,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했다.
‘한 번이라도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시간이 꽤 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스티아는 거짓 미소라도 그의 앞에서 지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릴리스티아가 그에 대해 지금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서 오너라. 율.”
그는 어색했다.
망하…. 아니. 이제 이 저택엔 그런 사람은 사라진 지 오래였었다.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든 가주의 반응에 아직도 그는 떨떠름한 기분을 떨쳐 내지 못했다.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그런 가주에게 형식적인 말 없는 인사만 할 뿐이었다.
“어떠 드러가여. 옵빠 기다리다 리니는 모기 빠지느줄 아랏떠여. 히힛,”
“그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구나.”
막내와 가주 사이에도 그동안 또 다른 변화가 생긴 듯싶었다.
작년에 왔을 때만 해도 가주는 막내를 무시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무려 둘 사이에 마치 기본적인 아버지와 딸 사이의 대화가 오가는 기류가 느껴졌었다.
그런 모습에 그는 피식 웃었다.
‘나쁘지는 않네.’
릴리스티아만 챙기는 편파적이었던 예전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런데….
그는 들어가려다 말고 주위를 다급히 두리번거렸다.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누군가가 없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단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새어머니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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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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