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2부] 보이지 않는 목소리
조회 : 303 추천 : 0 글자수 : 4,397 자 2024-12-14
이상하게 그녀의 주위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깨어난 게 맞는지 본인도 망각할 정도로 혼미한 정신.
그리고 바로 몇 발짝도 안 되는 거리에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뭘까…. 이 느낌은…….’
그녀가 느끼고 있는 몸 전체의 감각은 마치 하늘 위에 붕 떠 있는 듯해서는 현실의 감각 자체가 마비된 것만 같았다.
혼자 동떨어져 처음 느끼는 참 오묘한 감각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고민했다.
현실 감각이 무뎌진 만큼이나 자기 정신이 깨어나 있는 건지, 만 건지 헷갈릴 정도로 쉽사리 떨쳐 내지 못했다.
그만큼이나 뭔지 몰라도 그녀는 이 오묘한 감각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왠지 그대로 어떻게든 떨쳐 버리고 현실과 마주한다면 아쉬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그녀를 휘감은 이 감각이 처음이지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서는 기분이 꽤 달갑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그렇게 다시 감각에 홀린 듯 그녀는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앗.
그러던 중 그때였다.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 코앞까지 닿을락 말락 다가온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었다.
‘아. 아버ᄌ…….’
그녀는 밀레니엄 가(家)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이후로, 어머니를 제외한 늘 가까이 있을 수 있었던 사람이 가주며. 아버지였었다.
그리고 지금도 당연시하던 것처럼 아버지 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감각을 헤집듯이 나와 손을 최대한 뻗었다.
실제로는 짧았던 거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의 시간만이 더디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아버지라 생각하는 사람의 옷에 이내 닿을 수 있었다.
“…ㅇ…….”
그를 부르고 싶었는데.
‘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자기 몸 같지 않은 상태와 아울러 입까지 말을 듣지 않고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호흡하듯 뻐끔거리는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하필이면 그렇게 한마디도 못 하는 사이로 잡았던 옷자락이 가까워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실눈에 가까운 채로 가느다랗게 뜬 눈은 한참이나 가까워진 앞의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가 뭐라 외치는 것 같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도통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마치 투시할 듯이 한참을 뚫어져라 보았던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 아무래도…아버지가 아닌 거 같은데……?’
흐릿한 인영이었지만 달라 보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릴리스티아를 위해 어정쩡한 자세로 반쯤은 앉아 있는 그였다.
그런데 어째 앉은키며, 눈높이조차 달라 보였다.
‘아버지라면…. 나보다 더 위에…….’
좀 더 위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평소에 별로 없는 반면에도 기억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얼굴이 가까워짐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아내는 데에는 어렵지 않았다.
인상착의가 완전히 달랐다.
릴리스티아의 앞에 있는 그는 제법 작은 얼굴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점이라면….
느껴져 오는 풍채였다.
아버지에게선 노련미가 느껴진다면…눈앞의 그에게서는 아직 풋풋한 풋내가 감돌았다.
그렇다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밀착하다시피 눈앞에 붙어 있는 사람의 정체는 아버지가 아니란 것이다.
‘아, 악!’
그렇게 되면 당연히 남은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이 꺼림칙한 형태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어, 어떻게든 뿌리쳐야 하ᄂ….’
「 인간. 」
사람의 목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처음 접하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에 그녀는 곧바로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 목소리는 귀로 들린다던가,
귓전에 바로 대고 속삭이는 말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귀보다는 머릿속이 울렸다.
이런 느낌 또한 처음으로 접해 보는 경험이었던 그녀였기에 바로 생각하고 있던 사실을 잊을 정도로 본인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 인간. 」
다시 또 부르는 걸 보면 환청은 또 아닌 것 같음을 깨달았다.
다만 여기서 대답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환정이 아닌 줄은 알지만 무시하면 금방 사라질 목소리라고 생각해도 되는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대로 방치해 버려도 결과로는 어떻게 이어지질 몰라서 아직도 대답을 섣불리 하지 못 하는 이유였었다.
「 인간. 」
벌써 3번째였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마에 핏대가 약간 서렸다.
정체를 몰라 공포를 가질 법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끊임없이 ‘인간’이라고 불러대는 지칭하는 부름에 은근히 짜증이 났었다.
‘아…. 언제까지…….’
「 계집. 」
……!
이건 누가 들어도 눈이 희번덕거리면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다, 당신…. 정체부터 먼저 밝히세요!”
그렇게 그는 그 정체 모를 목소리와 정신적으로 얽히고 있는 순간에 반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영문도 모를 방향으로 흘렀다.
율리어스가 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탁하면서도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
「 계집. 」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반문을 듣고도 정체를 밝히기는커녕, 꽤 듣기 거북한 단어만을 지칭하며 반복하는 듯싶었다.
물론 그녀는 계속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저 목소리는 대체 그녀에게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릴리스티아는 마음의 눈을 감고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의 깊이에 따른 심도를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았다.
그 목소리는 처음부터 릴리스티아의 머릿속에서만 들리고 있었으며….
그리고 당연히 인간이었다.
‘그렇게 된 거라면….’
목소리가 원하는 대답은 가리키고 있는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다는 생각이 모아졌다.
“저를 부른 게 다, 다, 당신 인가ㅇ…아, 아니 당신이십니까?”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조심히 질문을 던져 보았다.
「 인간. 나를 삼켜라. 」
‘……?!’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가 그녀를 부르는 지칭을 바꾼 건 대답을 함으로써 소통은 된 듯했다.
그런데 그 지칭 이후에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느닷없이 무엇을 삼키라는 건지.
이건 누구라도 의문이 생기고도 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 말은 어느 정도선까지는 통하는 것 같은데….’
목소리는 전혀 그러한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녀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생각 같아선 좀 더 알아듣기 쉬운 말을 해 주길 바랐다.
「 인간. 나를 삼켜라. 」
하지만 그 생각은 오직 그녀의 생각일 뿐.
목소리는 또 같은 소리만 나지막하게 머릿속에서 울려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다.
애초에 무엇을 삼켜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목소리가 원하는바를 어디에서부터 어디에서까지 그녀가 들어 줘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므로 더더욱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 인간. 어서 나를 삼켜라. 」
‘…………….’
목소리는 그녀를 잠시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아마도….
뭔가라도 하지 않는다면 큰일이 날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마저 들게 되고 있었다.
계속 목소리로 똑같은 대사의 울림은 계속될 것만 같은 불안 함도 떨쳐 낼 수 없었다.
그러자 그러면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그녀는 다시 목소리에게 말을 슬며시 건네기로 했다.
“저에게…무엇을 삼ᄏ…. 아니…….”
자칫 직설적인 질문이 그대로 갈뻔했다.
말이 그대로 꼬일 법도 했기에 그녀는 급히 멈추어 거두었다.
“제게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
이게 맞을까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는 반응을 알고자 눈치를 보듯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자 분위기는 한층 나아지기보다는 서로 간에 대화의 맥이 끊기며 침묵의 틈이 생겨나 버렸다.
‘틀린…걸까?’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쪽에 거의 다 걸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낙담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 찰나였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머릿속 한 공간에서 기이한 현상의 형체가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잠자코 지켜본다는 게 그만.
몇 초도 되지 않아선 완성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영롱함에 눈은 한순간에 자아 도취에 빠진 듯한 느낌으로 한곳에 내리꽂혔다란 게 이럴 때 쓰인다는 게 절감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귀족 부인들이 몸에 치장하는 보석과 비슷한 형상이었지만 절대 흔해 보이지 않는 희귀한 원석 같았다.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을 것같이 투명하게 빛나는 외관.
아름다운 굴곡들이 비스듬히 꺾여 그 형태를 이루는 울트라 딥.
‘아….’
그녀는 자신이 입으로 감탄사를 뱉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었다.
그 울트라 딥을 연상케 하는 원석은 연성이 될 때부터, 그녀의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관심을 받았지만……….
그녀의 탄성은 이윽고 잦아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바로 그 원석의 중심에 생긴 핵에 있었다.
깨어난 게 맞는지 본인도 망각할 정도로 혼미한 정신.
그리고 바로 몇 발짝도 안 되는 거리에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뭘까…. 이 느낌은…….’
그녀가 느끼고 있는 몸 전체의 감각은 마치 하늘 위에 붕 떠 있는 듯해서는 현실의 감각 자체가 마비된 것만 같았다.
혼자 동떨어져 처음 느끼는 참 오묘한 감각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고민했다.
현실 감각이 무뎌진 만큼이나 자기 정신이 깨어나 있는 건지, 만 건지 헷갈릴 정도로 쉽사리 떨쳐 내지 못했다.
그만큼이나 뭔지 몰라도 그녀는 이 오묘한 감각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왠지 그대로 어떻게든 떨쳐 버리고 현실과 마주한다면 아쉬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그녀를 휘감은 이 감각이 처음이지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서는 기분이 꽤 달갑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그렇게 다시 감각에 홀린 듯 그녀는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앗.
그러던 중 그때였다.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 코앞까지 닿을락 말락 다가온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었다.
‘아. 아버ᄌ…….’
그녀는 밀레니엄 가(家)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이후로, 어머니를 제외한 늘 가까이 있을 수 있었던 사람이 가주며. 아버지였었다.
그리고 지금도 당연시하던 것처럼 아버지 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감각을 헤집듯이 나와 손을 최대한 뻗었다.
실제로는 짧았던 거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의 시간만이 더디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아버지라 생각하는 사람의 옷에 이내 닿을 수 있었다.
“…ㅇ…….”
그를 부르고 싶었는데.
‘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자기 몸 같지 않은 상태와 아울러 입까지 말을 듣지 않고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호흡하듯 뻐끔거리는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하필이면 그렇게 한마디도 못 하는 사이로 잡았던 옷자락이 가까워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실눈에 가까운 채로 가느다랗게 뜬 눈은 한참이나 가까워진 앞의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가 뭐라 외치는 것 같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도통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마치 투시할 듯이 한참을 뚫어져라 보았던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 아무래도…아버지가 아닌 거 같은데……?’
흐릿한 인영이었지만 달라 보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릴리스티아를 위해 어정쩡한 자세로 반쯤은 앉아 있는 그였다.
그런데 어째 앉은키며, 눈높이조차 달라 보였다.
‘아버지라면…. 나보다 더 위에…….’
좀 더 위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평소에 별로 없는 반면에도 기억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얼굴이 가까워짐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아내는 데에는 어렵지 않았다.
인상착의가 완전히 달랐다.
릴리스티아의 앞에 있는 그는 제법 작은 얼굴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점이라면….
느껴져 오는 풍채였다.
아버지에게선 노련미가 느껴진다면…눈앞의 그에게서는 아직 풋풋한 풋내가 감돌았다.
그렇다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밀착하다시피 눈앞에 붙어 있는 사람의 정체는 아버지가 아니란 것이다.
‘아, 악!’
그렇게 되면 당연히 남은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이 꺼림칙한 형태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어, 어떻게든 뿌리쳐야 하ᄂ….’
「 인간. 」
사람의 목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처음 접하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에 그녀는 곧바로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 목소리는 귀로 들린다던가,
귓전에 바로 대고 속삭이는 말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귀보다는 머릿속이 울렸다.
이런 느낌 또한 처음으로 접해 보는 경험이었던 그녀였기에 바로 생각하고 있던 사실을 잊을 정도로 본인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 인간. 」
다시 또 부르는 걸 보면 환청은 또 아닌 것 같음을 깨달았다.
다만 여기서 대답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환정이 아닌 줄은 알지만 무시하면 금방 사라질 목소리라고 생각해도 되는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대로 방치해 버려도 결과로는 어떻게 이어지질 몰라서 아직도 대답을 섣불리 하지 못 하는 이유였었다.
「 인간. 」
벌써 3번째였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마에 핏대가 약간 서렸다.
정체를 몰라 공포를 가질 법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끊임없이 ‘인간’이라고 불러대는 지칭하는 부름에 은근히 짜증이 났었다.
‘아…. 언제까지…….’
「 계집. 」
……!
이건 누가 들어도 눈이 희번덕거리면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다, 당신…. 정체부터 먼저 밝히세요!”
그렇게 그는 그 정체 모를 목소리와 정신적으로 얽히고 있는 순간에 반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영문도 모를 방향으로 흘렀다.
율리어스가 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탁하면서도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
「 계집. 」
난감한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반문을 듣고도 정체를 밝히기는커녕, 꽤 듣기 거북한 단어만을 지칭하며 반복하는 듯싶었다.
물론 그녀는 계속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저 목소리는 대체 그녀에게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릴리스티아는 마음의 눈을 감고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의 깊이에 따른 심도를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았다.
그 목소리는 처음부터 릴리스티아의 머릿속에서만 들리고 있었으며….
그리고 당연히 인간이었다.
‘그렇게 된 거라면….’
목소리가 원하는 대답은 가리키고 있는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다는 생각이 모아졌다.
“저를 부른 게 다, 다, 당신 인가ㅇ…아, 아니 당신이십니까?”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조심히 질문을 던져 보았다.
「 인간. 나를 삼켜라. 」
‘……?!’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가 그녀를 부르는 지칭을 바꾼 건 대답을 함으로써 소통은 된 듯했다.
그런데 그 지칭 이후에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느닷없이 무엇을 삼키라는 건지.
이건 누구라도 의문이 생기고도 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 말은 어느 정도선까지는 통하는 것 같은데….’
목소리는 전혀 그러한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녀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생각 같아선 좀 더 알아듣기 쉬운 말을 해 주길 바랐다.
「 인간. 나를 삼켜라. 」
하지만 그 생각은 오직 그녀의 생각일 뿐.
목소리는 또 같은 소리만 나지막하게 머릿속에서 울려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다.
애초에 무엇을 삼켜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목소리가 원하는바를 어디에서부터 어디에서까지 그녀가 들어 줘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므로 더더욱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 인간. 어서 나를 삼켜라. 」
‘…………….’
목소리는 그녀를 잠시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아마도….
뭔가라도 하지 않는다면 큰일이 날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마저 들게 되고 있었다.
계속 목소리로 똑같은 대사의 울림은 계속될 것만 같은 불안 함도 떨쳐 낼 수 없었다.
그러자 그러면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그녀는 다시 목소리에게 말을 슬며시 건네기로 했다.
“저에게…무엇을 삼ᄏ…. 아니…….”
자칫 직설적인 질문이 그대로 갈뻔했다.
말이 그대로 꼬일 법도 했기에 그녀는 급히 멈추어 거두었다.
“제게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
이게 맞을까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는 반응을 알고자 눈치를 보듯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자 분위기는 한층 나아지기보다는 서로 간에 대화의 맥이 끊기며 침묵의 틈이 생겨나 버렸다.
‘틀린…걸까?’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쪽에 거의 다 걸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낙담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 찰나였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머릿속 한 공간에서 기이한 현상의 형체가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잠자코 지켜본다는 게 그만.
몇 초도 되지 않아선 완성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영롱함에 눈은 한순간에 자아 도취에 빠진 듯한 느낌으로 한곳에 내리꽂혔다란 게 이럴 때 쓰인다는 게 절감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귀족 부인들이 몸에 치장하는 보석과 비슷한 형상이었지만 절대 흔해 보이지 않는 희귀한 원석 같았다.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을 것같이 투명하게 빛나는 외관.
아름다운 굴곡들이 비스듬히 꺾여 그 형태를 이루는 울트라 딥.
‘아….’
그녀는 자신이 입으로 감탄사를 뱉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었다.
그 울트라 딥을 연상케 하는 원석은 연성이 될 때부터, 그녀의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관심을 받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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