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2부] 총체적난국
조회 : 190 추천 : 0 글자수 : 4,578 자 2025-01-04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율리어스도 알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야단법석을 떠는 그를 보고 있자니, 율리어스는 접을 뻔한 의심도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역시 거짓말이었나. 이 망할 노인네가. 큭.’
저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건네준 열쇠.
부자연스러워 보이질 않을 정도에서 시작된 지하실로의 입장.
릴리스티아에게까지 이른 조각상과의 접촉.
나중에야 이야기한 새어머니에 관한 이야기 또한.
모든 게 그의 머리에서 나오고 사전에 짜인 각본이었다.
그리고 조각상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도 또한 거짓말이라는 걸 일컬었다.
오늘따라 뒤통수를 자주 맞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느샌가 그의 틀에서 가주는 더 나쁜 쪽으로 승격되어선 노인에게까지 이르러고 말았다.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그가 노리는 게 따로 있다는 것까지 짐작한 율리어스는 릴리스티아가 삼킨 걸 그처럼 같이 말리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콜록….”
“당장 뱉으란 말이다!”
“콜록…!”
“아버지의 말이 들리지 않느냐, 릴리스티아!”
그 사이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그를 집착하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그는 딸의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두 손의 위치는 어느새 그녀의 목을 짓누르고 말았다.
“뭐… 뭐 하는 짓입니까!?”
율리어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를 잡고 말렸다.
“켁…콜록, 콜록콜록……!”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자칫 릴리스티아는 그대로 목이 졸릴 뻔했다.
“젠장. 놔라.”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목소리를 내리깔며 역정을 내었다.
그는 누가 봐도 황당한 짓만 늘어놓는 가운데 오히려 자신이 더 불쾌한 반응이 역력했다.
그리고 율리어스의 처지에서는 당연할 정도로 기가 막혔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죠?
고작 그게 뭐라고…. 진짜 릴리스티아를 죽이기라도 할 생각이었습니까!”
그는 뭔가에 미친 듯이 보이는 그를 릴리스티아에게서 떼어 놓으며 큰 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그게 무엇인들.
그에게는 여동생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하.”
그러자 그는 오히려 그런 아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고작?”
그가 반응하는 단어는 율리어스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하지만 그 반응은 몹시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들고 있음을 미처 율리어스는 알지 못했다.
“네. 고작인 게 당연하죠!
이제 그만 적당히 하시죠?
추태도 아니고 뭐 하시는 겁니까?!
정말 아버지가 맞는지 그 자체도 의심될 정도 추악하기 짝이 업…….”
“닥쳐라아아아아!”
그의 급발진은 수그러들 용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율리어스의 말이 불을 더 지핀 꼴이 되었다.
“고작…. 고작이라.
하. 네깟 녀석이 뭘 알겠느냐? 큭큭.”
그는 꼭 뭔가에 씐 사람 같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애초에 막 소리를 질러대는 것부터 이미 이상해 보였긴 했는데 이젠 거기서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이왕 터진 김에 율리어스도 이제 잘되었다는 생각에까지 뻗쳐 버린 듯한 모양새로 그의 말을 되받아쳤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겐 매가 약이었지만 상대는 그래도 아버지였기에 매보다는 흔들리고 있는 부분을 파고드는걸 선택했다.
특히. 지금처럼 정신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후벼 파고들어가기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와서 뭘 알겠냐고 되물으시는 건.
역시 모른다고 대답하신 건 다 거짓말이란 거죠?”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심산으로 율리어스는 걸고넘어졌다.
“하.”
그는 아들의 질문에 바른 대답을 하기는커녕, 연속으로 코웃음만이 끊이질 않았다.
“무리하지 마시죠?”
그럴 수록 이제 율리어스의 눈에는 그 모습이 참 딱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이 몹쓸 녀석이.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할 정신이 있다면, 네 여동생이나 챙기지 그러느냐!?”
그가 숨기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는 뭔진 몰라도 꽤 억지로 비집고 열기도 힘들었다.
그는 역정을 내면서도 그 와중에 관심사를 다시 릴리스티아에게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율리어스는 가볍게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저을 뿐, 동요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속고 넘어갈 바보는 아니었다.
물론, 그녀의 상태가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기 신분을 망각한 채로 딸의 목을 조르는 사태에 이르러 더 나빠진 것이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그녀를 힐끔거리는 시선으로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도라의 상자를 어떻게든 뜯어보는 게 먼저였다.
“그것보다.
굳이 거짓말하면서까지 릴리스티아에게도 그런 선을 넘는 행동까지 하신 게 더 수상하게 보이는걸 어쩌죠?
릴리스티아가 삼킨 그 검은 구슬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 보면 될까요. 아. 버. 지?”
“…………….”
계속 딴소리만 해대던 그의 달갑지 않은 시선이 율리어스의 눈을 직시한 채, 마치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마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곡이었나….’
그가 검은 구슬에 집착했던 건 제정신이 아닐 때부터 눈치챈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그 이유.
그 이유가 분명 그가 숨긴 사실들과 직결되고도 남는다.
몰릴 때로 몰릴 만큼 이제 진실을 뱉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나올지 한 번 기다려 보기로 한 듯 율리어스도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입을 언제 뗄지도 모르는 정적만이 흘렀다.
투…. 툭,
귀가 솔깃거렸다.
두 사람은 몇 분째 움직이지 않고 대립을 하는데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때가 되었다. 인간.
욕망을 충족시켜라. 」
투…툭툭,
그 알 수 없는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물론 대립하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도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지만, 함부로 그 자리를 벗어난다거나 시선을 물리지는 못했다.
마치 먼저 한 발이라도 물러선다면 그대로 승복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처럼.
따딱.
탁!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리 같은데…?’
따딱거리는 소리가 몹시 비슷한 소리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율리어스는 기억을 더듬거렸다.
약간 높은 굽의 발소리.
땅과 부딪치는 마찰음.
특히나 최근 지하실에서 자기 뒤를 따라오던 발걸음 소리와 거의 같았다.
그 소리의 출처 또 한 바로 율리어스의 뒤에서 들림에 걱정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
뭔진 몰라도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계속 눈칫밥 같은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닌 듯싶었다.
검은 구슬과 아버지의 관계성을 또 알아내지 못했지만, 검은 구슬을 삼킨 릴리스티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하는 걱정되는 마당에 먼저 신경전을 접기로 결심했다.
“아버지. 여기까ㅈ……….”
“뒤…ᄃ!”
#.
율리어스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마자 신경전이 누구의 승리라는 결과는 이제 상관이 없었다.
뒤가 어떤지 불길한 느낌으로 예상한 바는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봐도 나쁠 것도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뒤는 예상을 뛰어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릴리스티아가 아닌 다른 형태의 사람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 주위에서는 사악하면서도 꺼림칙한 검은 마나의 소용돌이가 치솟아올라 휘감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율리어스가 느낀 불안감은 아마도 그 마나의 기운인 듯싶었다.
“릴리스…티아?”
“리, 릴리스티아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더냐!?”
그건 오히려 율리어스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었었다.
“그 검은 요석에 이상하게 집착한 아버지가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닙니까!”
율리어스는 짜증이 확 치밀더니 괜히 더 주체할 수 없었다.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무작정 저렇게 나오니, 울컥거림을 겨우 삼켜내고만 있었다.
만약 저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알고 있는 진실이라던가 사실을 통틀어 어떤 말이라 했으면 좋겠는데 율리어스보다 동요가 더 심각해 보였다.
그는 사악하게 느껴지는 검은 마나에 집어삼켜 버린 그녀를 보며 반쯤 얼이 빠져 버린 모양새였다.
“아버지!”
“…….”
틀려 버린 것 같았다.
그가 알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는 건 이미 릴리스티아가 검은 마나에 삼켜져 버린 상태에 놓일 때부터 글러 먹은 걸지도 몰랐다.
‘아버지는…어쩔 수 없지만 먼저 포기하자.’
릴리스타아가 저렇게 변해 버린 요인은 아무래도 가주에게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잘잘못을 따지기에도 글렀기에 그는 아버지에게서 정떨어지듯 아예 시선을 거둬버렸다.
그것보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릴리스티아였다.
아직 제자리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건 그대로였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보이는 건 그 사악한 검은 기운의 마나는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바로 적의를 띄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그대로 대치된 상태로 상황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현실이었다.
‘내 목소리를 닿을 수 있으려나…?’
그는 조바심 나면서도 슬쩍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다.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었지만 해 봐야만 그녀의 상태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리, 릴리…스ㅌ…….”
우지…우지직….
【 쾅! 】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조각상에 금이 가더니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난데없이 야단법석을 떠는 그를 보고 있자니, 율리어스는 접을 뻔한 의심도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역시 거짓말이었나. 이 망할 노인네가. 큭.’
저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건네준 열쇠.
부자연스러워 보이질 않을 정도에서 시작된 지하실로의 입장.
릴리스티아에게까지 이른 조각상과의 접촉.
나중에야 이야기한 새어머니에 관한 이야기 또한.
모든 게 그의 머리에서 나오고 사전에 짜인 각본이었다.
그리고 조각상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도 또한 거짓말이라는 걸 일컬었다.
오늘따라 뒤통수를 자주 맞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느샌가 그의 틀에서 가주는 더 나쁜 쪽으로 승격되어선 노인에게까지 이르러고 말았다.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그가 노리는 게 따로 있다는 것까지 짐작한 율리어스는 릴리스티아가 삼킨 걸 그처럼 같이 말리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콜록….”
“당장 뱉으란 말이다!”
“콜록…!”
“아버지의 말이 들리지 않느냐, 릴리스티아!”
그 사이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그를 집착하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그는 딸의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두 손의 위치는 어느새 그녀의 목을 짓누르고 말았다.
“뭐… 뭐 하는 짓입니까!?”
율리어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를 잡고 말렸다.
“켁…콜록, 콜록콜록……!”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자칫 릴리스티아는 그대로 목이 졸릴 뻔했다.
“젠장. 놔라.”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목소리를 내리깔며 역정을 내었다.
그는 누가 봐도 황당한 짓만 늘어놓는 가운데 오히려 자신이 더 불쾌한 반응이 역력했다.
그리고 율리어스의 처지에서는 당연할 정도로 기가 막혔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죠?
고작 그게 뭐라고…. 진짜 릴리스티아를 죽이기라도 할 생각이었습니까!”
그는 뭔가에 미친 듯이 보이는 그를 릴리스티아에게서 떼어 놓으며 큰 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그게 무엇인들.
그에게는 여동생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하.”
그러자 그는 오히려 그런 아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고작?”
그가 반응하는 단어는 율리어스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하지만 그 반응은 몹시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들고 있음을 미처 율리어스는 알지 못했다.
“네. 고작인 게 당연하죠!
이제 그만 적당히 하시죠?
추태도 아니고 뭐 하시는 겁니까?!
정말 아버지가 맞는지 그 자체도 의심될 정도 추악하기 짝이 업…….”
“닥쳐라아아아아!”
그의 급발진은 수그러들 용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율리어스의 말이 불을 더 지핀 꼴이 되었다.
“고작…. 고작이라.
하. 네깟 녀석이 뭘 알겠느냐? 큭큭.”
그는 꼭 뭔가에 씐 사람 같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애초에 막 소리를 질러대는 것부터 이미 이상해 보였긴 했는데 이젠 거기서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이왕 터진 김에 율리어스도 이제 잘되었다는 생각에까지 뻗쳐 버린 듯한 모양새로 그의 말을 되받아쳤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겐 매가 약이었지만 상대는 그래도 아버지였기에 매보다는 흔들리고 있는 부분을 파고드는걸 선택했다.
특히. 지금처럼 정신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후벼 파고들어가기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와서 뭘 알겠냐고 되물으시는 건.
역시 모른다고 대답하신 건 다 거짓말이란 거죠?”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심산으로 율리어스는 걸고넘어졌다.
“하.”
그는 아들의 질문에 바른 대답을 하기는커녕, 연속으로 코웃음만이 끊이질 않았다.
“무리하지 마시죠?”
그럴 수록 이제 율리어스의 눈에는 그 모습이 참 딱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이 몹쓸 녀석이.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할 정신이 있다면, 네 여동생이나 챙기지 그러느냐!?”
그가 숨기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는 뭔진 몰라도 꽤 억지로 비집고 열기도 힘들었다.
그는 역정을 내면서도 그 와중에 관심사를 다시 릴리스티아에게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율리어스는 가볍게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저을 뿐, 동요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속고 넘어갈 바보는 아니었다.
물론, 그녀의 상태가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기 신분을 망각한 채로 딸의 목을 조르는 사태에 이르러 더 나빠진 것이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그녀를 힐끔거리는 시선으로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도라의 상자를 어떻게든 뜯어보는 게 먼저였다.
“그것보다.
굳이 거짓말하면서까지 릴리스티아에게도 그런 선을 넘는 행동까지 하신 게 더 수상하게 보이는걸 어쩌죠?
릴리스티아가 삼킨 그 검은 구슬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 보면 될까요. 아. 버. 지?”
“…………….”
계속 딴소리만 해대던 그의 달갑지 않은 시선이 율리어스의 눈을 직시한 채, 마치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마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곡이었나….’
그가 검은 구슬에 집착했던 건 제정신이 아닐 때부터 눈치챈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그 이유.
그 이유가 분명 그가 숨긴 사실들과 직결되고도 남는다.
몰릴 때로 몰릴 만큼 이제 진실을 뱉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나올지 한 번 기다려 보기로 한 듯 율리어스도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입을 언제 뗄지도 모르는 정적만이 흘렀다.
투…. 툭,
귀가 솔깃거렸다.
두 사람은 몇 분째 움직이지 않고 대립을 하는데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때가 되었다. 인간.
욕망을 충족시켜라. 」
투…툭툭,
그 알 수 없는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물론 대립하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도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지만, 함부로 그 자리를 벗어난다거나 시선을 물리지는 못했다.
마치 먼저 한 발이라도 물러선다면 그대로 승복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처럼.
따딱.
탁!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리 같은데…?’
따딱거리는 소리가 몹시 비슷한 소리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율리어스는 기억을 더듬거렸다.
약간 높은 굽의 발소리.
땅과 부딪치는 마찰음.
특히나 최근 지하실에서 자기 뒤를 따라오던 발걸음 소리와 거의 같았다.
그 소리의 출처 또 한 바로 율리어스의 뒤에서 들림에 걱정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
뭔진 몰라도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계속 눈칫밥 같은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닌 듯싶었다.
검은 구슬과 아버지의 관계성을 또 알아내지 못했지만, 검은 구슬을 삼킨 릴리스티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하는 걱정되는 마당에 먼저 신경전을 접기로 결심했다.
“아버지. 여기까ㅈ……….”
“뒤…ᄃ!”
#.
율리어스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마자 신경전이 누구의 승리라는 결과는 이제 상관이 없었다.
뒤가 어떤지 불길한 느낌으로 예상한 바는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봐도 나쁠 것도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뒤는 예상을 뛰어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릴리스티아가 아닌 다른 형태의 사람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 주위에서는 사악하면서도 꺼림칙한 검은 마나의 소용돌이가 치솟아올라 휘감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율리어스가 느낀 불안감은 아마도 그 마나의 기운인 듯싶었다.
“릴리스…티아?”
“리, 릴리스티아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더냐!?”
그건 오히려 율리어스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었었다.
“그 검은 요석에 이상하게 집착한 아버지가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닙니까!”
율리어스는 짜증이 확 치밀더니 괜히 더 주체할 수 없었다.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무작정 저렇게 나오니, 울컥거림을 겨우 삼켜내고만 있었다.
만약 저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알고 있는 진실이라던가 사실을 통틀어 어떤 말이라 했으면 좋겠는데 율리어스보다 동요가 더 심각해 보였다.
그는 사악하게 느껴지는 검은 마나에 집어삼켜 버린 그녀를 보며 반쯤 얼이 빠져 버린 모양새였다.
“아버지!”
“…….”
틀려 버린 것 같았다.
그가 알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는 건 이미 릴리스티아가 검은 마나에 삼켜져 버린 상태에 놓일 때부터 글러 먹은 걸지도 몰랐다.
‘아버지는…어쩔 수 없지만 먼저 포기하자.’
릴리스타아가 저렇게 변해 버린 요인은 아무래도 가주에게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잘잘못을 따지기에도 글렀기에 그는 아버지에게서 정떨어지듯 아예 시선을 거둬버렸다.
그것보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릴리스티아였다.
아직 제자리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건 그대로였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보이는 건 그 사악한 검은 기운의 마나는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바로 적의를 띄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그대로 대치된 상태로 상황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현실이었다.
‘내 목소리를 닿을 수 있으려나…?’
그는 조바심 나면서도 슬쩍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다.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었지만 해 봐야만 그녀의 상태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리, 릴리…스ㅌ…….”
우지…우지직….
【 쾅! 】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조각상에 금이 가더니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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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120.120. [2부] 천사의 욕망조회 : 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3 119.119. [2부] 패닉조회 : 1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28 118.118. [2부] 총체적난국조회 : 1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78 117.117. [2부] 보이지 않는 목소리(2)조회 : 2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06 116.116. [2부] 보이지 않는 목소리조회 : 3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97 115.115.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릴리스티아(2)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85 114.114.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릴리스티아조회 : 3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49 113.113.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붉은 비조회 : 3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8 112.112. [2부] 오래된 조각상과 열쇠조회 : 4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68 111.111. [2부] 지하실(2)조회 : 6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14 110.110. [2부] 지하실조회 : 6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2 109.109.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2)조회 : 8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01 108.108.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1)조회 : 8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05 107.107.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2) (by. 율리어스)조회 : 7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86 106.106.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 (by. 율리어스)조회 : 8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66 105.105. [2부] 오늘따라 참 간사해 보이는 후식(by. 율리어스)조회 : 6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6 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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