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2부] 천사의 욕망
조회 : 29 추천 : 0 글자수 : 4,493 자 2025-01-26
그녀에게서 마치 살이 뜯겨(?) 나가는 듯한 괴상망측한 소리가 등에서 난다 싶었더니….
이야기한참 경청하는 것 같으면서도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짐을 모르쇠처럼 끼어들던 사가사의 우려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우려의 상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다.
분명히 그녀의 몸을 감싸고 도는 건 칙칙한 검은 기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검은 기운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직…우직….
우드득.
펄럭.
그녀의 등 뒤에선 웬 새하얀 날개깃이 솟는가 싶더니, 내내 움츠리고 있던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꽃처럼 아름답게 만개했다.
그 광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찌푸리던 눈살은 구김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천사의 깃털이 흩날리는 모습에 도취해 버렸다.
사가스의 상상도 자체도 와장창 깨지며 부서졌다.
그는 당연히 율과 함께 거울에서 본 것처럼과 대부분이 아이덴티티에 선택받지 못한 인간이라면 괴물로 변해 불구가 되어 버리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가스가 가진 그런 후자가 아닌 이상은 몸에서 괴물 형상이 의태 되어 드러나는 현상들은 거의 없었다.
또한 아이덴티티에게 선택받은 인간일 경우도 사가스와 같이 계약을 맺을 성좌가 나타났다.
그 성좌는 계약과 동시에 계약자의 이마에 자신을 뜻하는 글귀를 새긴 인은 맺었다.
그런데….
율의 여동생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의 이마에는 그런 글귀를 가진 인도 보이지 않았고 더더욱이나 괴물 형상은커녕, 천사의 날개를 펼치는 바람에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또 하나. 만약 그녀가 선택된 상태라면 성좌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성좌는 서로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때때론 그런 기척을 지우는 성좌가 드물게 이을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었다) 그것도 감지가 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경우라는 게 이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사가스였었다.
본 적도 없는 경우가 율의 기억을 통해 생생히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사가스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율리어스는 그의 사고가 머릿속에서 직접 투영되었다.
물론, 사가스나 율. 서로가 자물쇠로 잠근 것 같이 원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계약자와 계약된 성좌로 이어진 사이래도 투영하는 건 불가능했다.
“릴리스티아가 아이덴티티와 관련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겠는데….”
「 내 말이 그거야. 율! 」
율리어스가 은연중에 혼자 중얼거리는 말에 사가스는 여전히 계약자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만 같았다.
“일단 알겠어.”
아직 충분히 않은 정보에 그는 그렇게 일단락 지으며, 그녀가 일으킨 변화 뒤의 이야기로 기억으로 집중했다.
천사의 날개 같은 것이 등에서 솟은 그녀의 눈빛은 시간이 지난 만큼이나 죽어있는 거로 보이진 않았다.
흐리멍덩한 안광에서 마치 빛의 굴절이 생겨 빛이 새어 들어오듯 생기가 점점 돌아오는 것 같이 느껴졌었다.
율리어스는 그녀의 생각지도 못한 모습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지레짐작하기 힘들었었다.
그래서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선 그녀의 옆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어기적대며 머뭇거렸다.
아마 그 상대가 릴리스티아라는 조건에 맞물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라는 게 제일 적합해 보였다.
‘난감…하네.’
이미 되돌리기엔 늦은 상태란 건 지금 눈앞의 그녀를 보면 누구라도 잘 알고 남았다.
그럼, 율리어스는 비록 그녀가 모습은 인간과 사뭇 다르지만.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제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에 매달리고 있었다.
“ㅇ……ㅓ….”
“?”
발만 동동 굴러대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제대로 된 발음은 아니었지만, 나직하게 중얼거리고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듯 들려왔다.
율리어스는 최대한 그녀 가까이에서 귀를 바짝 세워 쫑긋거렸다.
“ㅇ ㅓ……어…ㅁ……….”
다시 한번 깨진 발음의 소리가 그녀의 벌어진 입술 틈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율리어스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착각이 아닌 그녀는 점점 제정신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리, 릴리스티아…?”
그러한 확고함이 확신으로 이어지기를 원했던 그는 은연중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떠한 반응이라도 좋았다.
그녀가 본인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이쪽을 쳐다봐줬으면 했다.
“어…. 머……니.”
그가 그런 작은 소망(?) 같은걸 품고 있는 사이 그녀는 3번 만에 한 단어를 떨리는 발음 사이로 알아들을 수 있게 뱉었다.
‘아.’
허공에서 맴도는 듯 어물거리는 소리는 처음에 뭔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알아채는 데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릴리스티아는 자기 어머니…. 아니, 어머니만을 찾고 있었다.
언 듯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처럼 오해할 십상은 그녀의 지금 상태는 지극히 정상 수준에 돌아오려면 멀어 보였다.
평소에 귀찮은 정도로 몰래 숨어서 따라붙는 율리어스가 바짝 코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관심 없는 수준을 떠나서 전혀 모르는 것만 같았다.
‘……….’
그는 기분이 씁쓸했다.
대놓고 무시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어머니…어머니!”
완전 깨끗한 발음까지 구사하는 데까지 이른 그녀는 이제 가만히 있지를 못 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기에 바빴다.
왠지 몰라도 반쯤 흐려진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불편한 듯 양손으로 허공을 막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리, 릴…리스티아…….”
율리어스는 그런 릴리스티아를 잡고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모든 게 여의치를 못 했다.
잡은 그다음은?
율리어스란 존재가 미미할 정도인데 의미가 있을까?
억지로 잡아끈다고 해서 순순히 말을 들어 줄는지도 의문이었다.
펄럭!
이래저래 여러 갈래의 생각이 교차하는가운데 또 다른 익숙지 못한 소리가 그의 귀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들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처음 발견 당시보다 더 웅장해 보면서 화려한 자태가 그녀의 등 뒤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날개가 양쪽으로 활짝 펼쳐져 뭔가 하려는 듯한 수상한 낌새가 느껴짐을 직감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설……마?’
퍼드득.
하얀 날개는 조금씩 위아래로 휘저어지면서 도약의 앞 단계를 거쳐 가고 있었다.
‘윽.’
휘져어지는 날개 때문에 인공적인 바람이 점점 거세짐에 따라 율리어스의 눈은 가느다랗게 변해 갔다.
이윽고, 풍압에 의해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들어져 갔었다.
“릴…릴리 스ᄐ…….”
그대로 날아선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그는 지금이라도 붙잡자는 생각이 번쩍 들었지만 한 박자 늦은 셈이었다.
그녀는 바로 공중으로 몸이 부양된 채로, 들어온 입구 쪽으로 순식간에 강한 바람의 기류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아…. 아. 틀려 먹었네.’
이제 이 자리에 남은 건 여전히 충격적인 상황 연출에 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가주와 율리어스 둘뿐.
다시 잔잔해진 바람의 여운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 인간. 너의 바람을 충족시켜라. 」
충족인지는 몰라도 릴리스티아는 오로지 한 가지만을 생각할 순 있었다.
[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 ]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뭘 바라는지 여전히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런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인간의 무한한 바람이 이루어지면 나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목소리가 뭔가 다른 말을 뱉는 거 같았는데 날아가는 속도에 따른 풍압 때문에 끝까지는 듣지 못했다.
조금은 궁금했지만, 물을 겨를은 없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더 중요해.’
오직 어머니의 이름 모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그녀가 원하는바를 충족시켜 준다고 말한순간부터 얼마 안 가 모습 또한 변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정했다.
목소리와 이어져 있는 듯한 검은 돌에 깃든 마력.
이것만이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 우우.
그녀의 하얀 날개는 인공적으로 생긴 바람을 가로질러 갔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하얀 날개의 비행은 순식간에 지하실의 입구에 도착했다.
타앗.
들어왔던 그대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그대로 다시 날개를 반쯤 접으며 입구 앞에 착지했다.
‘닫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들어갈 때는 가주가 앞장섰기에 쉬웠지만 나갈 때는 그 반대인 듯싶었다.
아무래도 안쪽의 책장이 반대로 돌아가 있어서 어떻게 열어야 할지 방법을 몰라 난감했다.
가주가 지금 옆에 없는 게 아쉬웠다.
여기까지 날아 오기 전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듯한 가주를 데리고 왔으면 좋을 뻔했다는 약간의 후회감마저 들었다.
‘가주님이 없으면 이건 움직이지 않는ᄀ….’
「 인간. 」
섣불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릴리스티아는 조금이지만. 흠칫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목소리의 뜻대로 검은 돌을 삼키고 나면 더 이상 이 목소리 또한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는 반신반의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그녀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깨져 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 인간. 손을 내밀어라. 」
이야기한참 경청하는 것 같으면서도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짐을 모르쇠처럼 끼어들던 사가사의 우려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우려의 상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다.
분명히 그녀의 몸을 감싸고 도는 건 칙칙한 검은 기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검은 기운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직…우직….
우드득.
펄럭.
그녀의 등 뒤에선 웬 새하얀 날개깃이 솟는가 싶더니, 내내 움츠리고 있던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꽃처럼 아름답게 만개했다.
그 광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찌푸리던 눈살은 구김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천사의 깃털이 흩날리는 모습에 도취해 버렸다.
사가스의 상상도 자체도 와장창 깨지며 부서졌다.
그는 당연히 율과 함께 거울에서 본 것처럼과 대부분이 아이덴티티에 선택받지 못한 인간이라면 괴물로 변해 불구가 되어 버리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가스가 가진 그런 후자가 아닌 이상은 몸에서 괴물 형상이 의태 되어 드러나는 현상들은 거의 없었다.
또한 아이덴티티에게 선택받은 인간일 경우도 사가스와 같이 계약을 맺을 성좌가 나타났다.
그 성좌는 계약과 동시에 계약자의 이마에 자신을 뜻하는 글귀를 새긴 인은 맺었다.
그런데….
율의 여동생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의 이마에는 그런 글귀를 가진 인도 보이지 않았고 더더욱이나 괴물 형상은커녕, 천사의 날개를 펼치는 바람에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또 하나. 만약 그녀가 선택된 상태라면 성좌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성좌는 서로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때때론 그런 기척을 지우는 성좌가 드물게 이을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었다) 그것도 감지가 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경우라는 게 이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사가스였었다.
본 적도 없는 경우가 율의 기억을 통해 생생히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사가스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율리어스는 그의 사고가 머릿속에서 직접 투영되었다.
물론, 사가스나 율. 서로가 자물쇠로 잠근 것 같이 원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계약자와 계약된 성좌로 이어진 사이래도 투영하는 건 불가능했다.
“릴리스티아가 아이덴티티와 관련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겠는데….”
「 내 말이 그거야. 율! 」
율리어스가 은연중에 혼자 중얼거리는 말에 사가스는 여전히 계약자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만 같았다.
“일단 알겠어.”
아직 충분히 않은 정보에 그는 그렇게 일단락 지으며, 그녀가 일으킨 변화 뒤의 이야기로 기억으로 집중했다.
천사의 날개 같은 것이 등에서 솟은 그녀의 눈빛은 시간이 지난 만큼이나 죽어있는 거로 보이진 않았다.
흐리멍덩한 안광에서 마치 빛의 굴절이 생겨 빛이 새어 들어오듯 생기가 점점 돌아오는 것 같이 느껴졌었다.
율리어스는 그녀의 생각지도 못한 모습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지레짐작하기 힘들었었다.
그래서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선 그녀의 옆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어기적대며 머뭇거렸다.
아마 그 상대가 릴리스티아라는 조건에 맞물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라는 게 제일 적합해 보였다.
‘난감…하네.’
이미 되돌리기엔 늦은 상태란 건 지금 눈앞의 그녀를 보면 누구라도 잘 알고 남았다.
그럼, 율리어스는 비록 그녀가 모습은 인간과 사뭇 다르지만.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제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에 매달리고 있었다.
“ㅇ……ㅓ….”
“?”
발만 동동 굴러대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제대로 된 발음은 아니었지만, 나직하게 중얼거리고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듯 들려왔다.
율리어스는 최대한 그녀 가까이에서 귀를 바짝 세워 쫑긋거렸다.
“ㅇ ㅓ……어…ㅁ……….”
다시 한번 깨진 발음의 소리가 그녀의 벌어진 입술 틈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율리어스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착각이 아닌 그녀는 점점 제정신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리, 릴리스티아…?”
그러한 확고함이 확신으로 이어지기를 원했던 그는 은연중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떠한 반응이라도 좋았다.
그녀가 본인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이쪽을 쳐다봐줬으면 했다.
“어…. 머……니.”
그가 그런 작은 소망(?) 같은걸 품고 있는 사이 그녀는 3번 만에 한 단어를 떨리는 발음 사이로 알아들을 수 있게 뱉었다.
‘아.’
허공에서 맴도는 듯 어물거리는 소리는 처음에 뭔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알아채는 데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릴리스티아는 자기 어머니…. 아니, 어머니만을 찾고 있었다.
언 듯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처럼 오해할 십상은 그녀의 지금 상태는 지극히 정상 수준에 돌아오려면 멀어 보였다.
평소에 귀찮은 정도로 몰래 숨어서 따라붙는 율리어스가 바짝 코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관심 없는 수준을 떠나서 전혀 모르는 것만 같았다.
‘……….’
그는 기분이 씁쓸했다.
대놓고 무시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어머니…어머니!”
완전 깨끗한 발음까지 구사하는 데까지 이른 그녀는 이제 가만히 있지를 못 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기에 바빴다.
왠지 몰라도 반쯤 흐려진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불편한 듯 양손으로 허공을 막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리, 릴…리스티아…….”
율리어스는 그런 릴리스티아를 잡고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모든 게 여의치를 못 했다.
잡은 그다음은?
율리어스란 존재가 미미할 정도인데 의미가 있을까?
억지로 잡아끈다고 해서 순순히 말을 들어 줄는지도 의문이었다.
펄럭!
이래저래 여러 갈래의 생각이 교차하는가운데 또 다른 익숙지 못한 소리가 그의 귀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들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처음 발견 당시보다 더 웅장해 보면서 화려한 자태가 그녀의 등 뒤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날개가 양쪽으로 활짝 펼쳐져 뭔가 하려는 듯한 수상한 낌새가 느껴짐을 직감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설……마?’
퍼드득.
하얀 날개는 조금씩 위아래로 휘저어지면서 도약의 앞 단계를 거쳐 가고 있었다.
‘윽.’
휘져어지는 날개 때문에 인공적인 바람이 점점 거세짐에 따라 율리어스의 눈은 가느다랗게 변해 갔다.
이윽고, 풍압에 의해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들어져 갔었다.
“릴…릴리 스ᄐ…….”
그대로 날아선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그는 지금이라도 붙잡자는 생각이 번쩍 들었지만 한 박자 늦은 셈이었다.
그녀는 바로 공중으로 몸이 부양된 채로, 들어온 입구 쪽으로 순식간에 강한 바람의 기류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아…. 아. 틀려 먹었네.’
이제 이 자리에 남은 건 여전히 충격적인 상황 연출에 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가주와 율리어스 둘뿐.
다시 잔잔해진 바람의 여운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 인간. 너의 바람을 충족시켜라. 」
충족인지는 몰라도 릴리스티아는 오로지 한 가지만을 생각할 순 있었다.
[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 ]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뭘 바라는지 여전히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런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인간의 무한한 바람이 이루어지면 나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목소리가 뭔가 다른 말을 뱉는 거 같았는데 날아가는 속도에 따른 풍압 때문에 끝까지는 듣지 못했다.
조금은 궁금했지만, 물을 겨를은 없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더 중요해.’
오직 어머니의 이름 모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그녀가 원하는바를 충족시켜 준다고 말한순간부터 얼마 안 가 모습 또한 변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정했다.
목소리와 이어져 있는 듯한 검은 돌에 깃든 마력.
이것만이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 우우.
그녀의 하얀 날개는 인공적으로 생긴 바람을 가로질러 갔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하얀 날개의 비행은 순식간에 지하실의 입구에 도착했다.
타앗.
들어왔던 그대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그대로 다시 날개를 반쯤 접으며 입구 앞에 착지했다.
‘닫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들어갈 때는 가주가 앞장섰기에 쉬웠지만 나갈 때는 그 반대인 듯싶었다.
아무래도 안쪽의 책장이 반대로 돌아가 있어서 어떻게 열어야 할지 방법을 몰라 난감했다.
가주가 지금 옆에 없는 게 아쉬웠다.
여기까지 날아 오기 전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듯한 가주를 데리고 왔으면 좋을 뻔했다는 약간의 후회감마저 들었다.
‘가주님이 없으면 이건 움직이지 않는ᄀ….’
「 인간. 」
섣불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릴리스티아는 조금이지만. 흠칫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목소리의 뜻대로 검은 돌을 삼키고 나면 더 이상 이 목소리 또한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는 반신반의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그녀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깨져 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 인간. 손을 내밀어라. 」
작가의 말
긴 설연휴 알차게들 잘보내세요~!
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120.120. [2부] 천사의 욕망조회 : 3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3 119.119. [2부] 패닉조회 : 1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28 118.118. [2부] 총체적난국조회 : 1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78 117.117. [2부] 보이지 않는 목소리(2)조회 : 2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06 116.116. [2부] 보이지 않는 목소리조회 : 3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97 115.115.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릴리스티아(2)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85 114.114.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릴리스티아조회 : 3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49 113.113.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붉은 비조회 : 3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8 112.112. [2부] 오래된 조각상과 열쇠조회 : 4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68 111.111. [2부] 지하실(2)조회 : 6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14 110.110. [2부] 지하실조회 : 6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2 109.109.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2)조회 : 8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01 108.108.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1)조회 : 8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05 107.107.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2) (by. 율리어스)조회 : 7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86 106.106.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 (by. 율리어스)조회 : 8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66 105.105. [2부] 오늘따라 참 간사해 보이는 후식(by. 율리어스)조회 : 6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6 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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