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2부] 그녀가 떠난 뒤
조회 : 375 추천 : 0 글자수 : 4,481 자 2025-02-08
‘……….’
릴리스티아는 그대로 멈칫거렸다.
목소리를 이대로 계속 믿어도 되는지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현재 모습이 바뀐 게 다 목소리의 뜻대로 행동하고 이뤄진 결과인 건 인정했지만 아직도 바라는 것이 남아 있어선 연연해하고 있는 거로 보였다.
뭘 바라는지 묻고 싶은 마음도 제법 컸지만, 그녀는 캐묻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목소리와 릴리스티아의 사이에 맺혀진 계약적인 사이로 보이는 이 관계에서 갑은 목소리였고, 을은 당연히 그녀였다.
안 좋게 목소리에게 찍혔다간 다 부질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솔직히 상상하기 싫었다.
자칫 어머니도 구하지 못한 채, 그녀는 지금의 변화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생각조차 하기 싫어.’
이제야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방향을 잃고 좌초되는 건 방심하는 찰나에 일어날 수 있는 순식간에 일이었음을 그녀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 인간. 」
그녀가 여전히 멈칫거린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 목소리는 다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릴리스티아는 망설이는 듯싶더니.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기 시작했다.
‘일단은…믿고 보자.’
어머니의 병마를 거둘 때까지 목소리와 자기 변화가 1순위임을 다시 머리에 새겼다.
스으윽.
툭.
그녀가 뻗은 손끝이 지하실의 입구를 막고 있는 작은 통로의 문에 닿았다.
파스스…?
‘무, 무슨 일이…?!’
등 뒤에 천사 같은 날개가 솟은 이후로 그녀에게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을 급하게 거뒀다.
「 화이트 드래곤의 마력이 너의 원천이다.
이제부터 잊지 마라.」
‘내…. 내 마력?’
릴리스티아가 급하게 거뒀던 손의 손가락 끝에선 희미한 마력이 느껴졌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마력이 신기하면서도 그 매력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빛나는 이 마력이 신기한 이유는 다른 틀에도 있었다.
용성의 피가 이어진 밀레니엄 가(家).
여러 드래곤의 마력에 눈을 뜰 수 있는 엔테리아인 만큼이나 그 마력은 다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드래곤의 마력은 단 두 사람.
가주이면서 그녀의 아버지, 밀레니엄 공작과 소 악마 오라버니.
약간의 기대감은 있었다.
서로 다른 드래곤의 마력으로 엔테리아를 소유할 거라고….
하지만 결과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두운 블랙 드래곤의 마력이 감정을 흔들리 때 표출되곤 했다.
그런 이유로 기대감이 깨졌던 릴리스티아는 다른 드래곤의 마력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찰나였다.
그리고 자기 손끝에 서린 빛의 마력을 보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기쁨이 어린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왜 자신이 어떻게 용성에 피를 이을 수 있었는지.
부자와 상반되어도 다른 드래곤의 마력을 피울 수 있다는 건 인정된 셈이었다.
아마 그녀는 속으로 반신반의로 믿지 못한 점으로 불안 함을 내심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 – 잉.
그녀의 손끝에서 일어나는 미세함의 하얀빛은 작은 반짝임을 호소하더니, 번지듯이 커지는 건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윽고, 그 빛의 마력은 릴리스티아의 전신을 휘감았다.
「 다시 뻗어 보아라. 인간. 」
그녀는 이제 머뭇거리지 않았다.
고개를 넌지시 끄덕거렸다.
이제 이 하얀빛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은지 깨달은 듯 무심코가 아닌 자발적으로 가로막은 앞을 향해 그 오른손을 뻗었다.
……톡.
그녀의 마력으로 빛나는 손끝이 망설임 없이 막혔던 장애물과 부딪혔다.
드, 드드….
‘에…. 에에?’
작은 통로의 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력이 그녀의 몸에서 살짝 피어오를 땐 반응이 미미하더니, 지금은 사뭇 너무 다른 반응에 그녀는 엉뚱한 표정을 자아낼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드드드드득!
열렸다.
작은 통로의 문이 순식간에 열리며 릴리스티아의 앞은 아주 훤히 뚫렸다.
아무래도 안쪽의 책장이 다시 반대로 돌아간 듯싶었다.
「 인간. 」
목소리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허공에 멍때리는 표정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마냥 이러고 있을 시간도, 이러고 있을 때도 아니었다.
시간이 아까웠다.
빛의 마력을 얻게 된 이 시간만큼은 오직 어머니를 위해 쓰고 싶었던 만큼이나 허비할 수 없었다.
‘어서 가는 거야. 릴리스티아!’
#.
“정신 좀 똑바로 차려 보세요. 아. 버. 지!”
릴리스티아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사라진 순간부터 율리어스는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었다.
아니, 가출한 정신을 지금에서야 찾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 주위를 두리번거렸더니 보이는 건 여전히 넋이 나가 있는 그였다.
나사 한두 개가 빠진 차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머리 쪽의 나사를 모두 헐렁해질 정도로 풀어져선 일일이 죄 줘야 할 것만 같았다.
‘미치겠네.’
평소에 근엄하기 짝이 없게 행동하던 사람이 풀어 헤쳐진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그를 데리고 같이 지하실을 나가기는 글러 먹어 보였다.
그는 한참 전부터 정상인으로 보기 힘들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사람을 율리어스 체격으로 부축해서 릴리스티아를 따라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전에 멈춰버렸다.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무척 힘든 과정이 펼쳐질 것 같은 상상을 미리 지워 버린 게 맞았다.
‘일단은…버리자.’
지금이라도 허겁지겁 뛰어서 사라진 릴리스티아 뒤를 쫓아가야 했다.
그런데 그 조건의 틀에 맞기는커녕, 모가 나서 삐뚤어진 그는 짐짝밖에 되지 않았다.
‘알아서 잘하겠지.’
율리어스는 찜찜한 표정이기보다는 찬 바람이 불 정도로 차갑게 뒤돌아서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역주행해서 가 버린 그 길을 그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허…. 헉.
허, 허헉…. 헉.
지하실로 들어올 땐 몰랐다.
비교적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걸을 때와 달리 아주 급박하게 달음질해 대니, 숨이 금세 턱까지 차올라 힘들었다.
허헉…. 쿨럭.
커헙.
부쩍 숨이 턱턱 막혀선 달음질이 느려져 잠깐 멈췄을 때였다.
지하실을 비추던 불꽃 램프가 끊기고 그의 뒤로 어둠이 깔렸다.
‘도, 도착…했다.’
그는 그대로 멈추며, 숨을 고르고자 벽면의 손을 짚었다.
후 – 우….
숨을 내쉬며 고르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타…탁.
율리어스는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와 이어진 작은 통로는 열려 있었다.
그는 당연히 들어왔을 때와 같이 계속 열려 있을 거란 생각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작은 통로를 통해 그는 지하실에서 나왔다.
그 앞에는 들어왔던 그대로 책장이 반쯤 돌아가 있었다.
“유, 율리어스 도련님…?”
그 책장까지 나서자 바로 그의 눈앞에는 엘라가 서 있었다.
그녀가 보초를 서고 있을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지만….
그녀의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뭘 못 볼걸 본 것 같은 의심이 드는 매우 불신감으로 적의까지 느껴졌었다.
‘나를 굳이 왜 저런 시선으로 보는 거지….’
하지만 그는 대체 엘라가 왜 저런 표정을 지어 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율리어스 본인만 모를 일이었다.
한시바삐 릴리스티아를 따라가기 위해 방금 막 반쯤 돌아가 열린 책장에서 나온 것밖에 없었는데 엘라의 시선 때문에 억울함마저 들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그녀에 대한 불순함이 더욱 커져 버렸다.
그 덕분에 율리어스마저도 한참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엘라를 쳐다보았다.
둘 사이는 적나라하면서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기류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큽.’
그녀를 보자, 묻고 싶은 건 목 아래까지 올라왔었는데 뚫고 나오는 건 싶지 않았다.
분위기마저 이런데 엘라의 시선 하나만으로도 불쾌하기 짝이 없어선 먼저 말을 뱉으면 왠지 지고 들어가는 승부욕의 감정도 치솟아 오름을 배제할 수 없었다.
‘분명 여기로 릴리스티아가 지나갔을 텐데……하.’
확인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저절로 열리는 게 힘들었었다.
“가주님은 어디 계십니까?
릴리스티아 아가씨는요?
설마 혼자 나오신 겁니까?!”
숨을 쉬면서 질문을 내뱉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율리어스의 머리를 스치며 웬만해선 엘리 앞에서 나올 수 없는 벙찐 표정이 얼굴을 뒤덮었다.
평소에도 저렇게 말을 많이 했다면 익숙했을 텐데.
가주와 릴리스티아에 한해서만 그녀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므로 거기서 제외되었던 율리어스는 대뜸 쏘아붙이듯 말 많은 그녀를 보며 부자연스러움을 벗어나 버거운 느낌에까지 이르렀다.
이래서 평소에 잘하지…. 라고 들 하지만 엘리와는 단순히 그런 관계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관계 개선해서 굳이 잘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율리어스였었다.
그리고 율리어스는 아주 잠깐 머리의 사고회로가 얽힌 듯 그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만큼이나 일부러 뜸을 들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바싹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그 눈빛으로 답을 재촉하는 통에 더욱 커진 버거움에 그대로 짓눌러버릴 뻔했다.
“뭐라 대답 좀 해 보세요!”
릴리스티아는 그대로 멈칫거렸다.
목소리를 이대로 계속 믿어도 되는지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현재 모습이 바뀐 게 다 목소리의 뜻대로 행동하고 이뤄진 결과인 건 인정했지만 아직도 바라는 것이 남아 있어선 연연해하고 있는 거로 보였다.
뭘 바라는지 묻고 싶은 마음도 제법 컸지만, 그녀는 캐묻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목소리와 릴리스티아의 사이에 맺혀진 계약적인 사이로 보이는 이 관계에서 갑은 목소리였고, 을은 당연히 그녀였다.
안 좋게 목소리에게 찍혔다간 다 부질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솔직히 상상하기 싫었다.
자칫 어머니도 구하지 못한 채, 그녀는 지금의 변화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생각조차 하기 싫어.’
이제야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방향을 잃고 좌초되는 건 방심하는 찰나에 일어날 수 있는 순식간에 일이었음을 그녀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 인간. 」
그녀가 여전히 멈칫거린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 목소리는 다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릴리스티아는 망설이는 듯싶더니.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기 시작했다.
‘일단은…믿고 보자.’
어머니의 병마를 거둘 때까지 목소리와 자기 변화가 1순위임을 다시 머리에 새겼다.
스으윽.
툭.
그녀가 뻗은 손끝이 지하실의 입구를 막고 있는 작은 통로의 문에 닿았다.
파스스…?
‘무, 무슨 일이…?!’
등 뒤에 천사 같은 날개가 솟은 이후로 그녀에게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을 급하게 거뒀다.
「 화이트 드래곤의 마력이 너의 원천이다.
이제부터 잊지 마라.」
‘내…. 내 마력?’
릴리스티아가 급하게 거뒀던 손의 손가락 끝에선 희미한 마력이 느껴졌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마력이 신기하면서도 그 매력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빛나는 이 마력이 신기한 이유는 다른 틀에도 있었다.
용성의 피가 이어진 밀레니엄 가(家).
여러 드래곤의 마력에 눈을 뜰 수 있는 엔테리아인 만큼이나 그 마력은 다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드래곤의 마력은 단 두 사람.
가주이면서 그녀의 아버지, 밀레니엄 공작과 소 악마 오라버니.
약간의 기대감은 있었다.
서로 다른 드래곤의 마력으로 엔테리아를 소유할 거라고….
하지만 결과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두운 블랙 드래곤의 마력이 감정을 흔들리 때 표출되곤 했다.
그런 이유로 기대감이 깨졌던 릴리스티아는 다른 드래곤의 마력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찰나였다.
그리고 자기 손끝에 서린 빛의 마력을 보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기쁨이 어린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왜 자신이 어떻게 용성에 피를 이을 수 있었는지.
부자와 상반되어도 다른 드래곤의 마력을 피울 수 있다는 건 인정된 셈이었다.
아마 그녀는 속으로 반신반의로 믿지 못한 점으로 불안 함을 내심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 – 잉.
그녀의 손끝에서 일어나는 미세함의 하얀빛은 작은 반짝임을 호소하더니, 번지듯이 커지는 건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윽고, 그 빛의 마력은 릴리스티아의 전신을 휘감았다.
「 다시 뻗어 보아라. 인간. 」
그녀는 이제 머뭇거리지 않았다.
고개를 넌지시 끄덕거렸다.
이제 이 하얀빛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은지 깨달은 듯 무심코가 아닌 자발적으로 가로막은 앞을 향해 그 오른손을 뻗었다.
……톡.
그녀의 마력으로 빛나는 손끝이 망설임 없이 막혔던 장애물과 부딪혔다.
드, 드드….
‘에…. 에에?’
작은 통로의 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력이 그녀의 몸에서 살짝 피어오를 땐 반응이 미미하더니, 지금은 사뭇 너무 다른 반응에 그녀는 엉뚱한 표정을 자아낼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드드드드득!
열렸다.
작은 통로의 문이 순식간에 열리며 릴리스티아의 앞은 아주 훤히 뚫렸다.
아무래도 안쪽의 책장이 다시 반대로 돌아간 듯싶었다.
「 인간. 」
목소리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허공에 멍때리는 표정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마냥 이러고 있을 시간도, 이러고 있을 때도 아니었다.
시간이 아까웠다.
빛의 마력을 얻게 된 이 시간만큼은 오직 어머니를 위해 쓰고 싶었던 만큼이나 허비할 수 없었다.
‘어서 가는 거야. 릴리스티아!’
#.
“정신 좀 똑바로 차려 보세요. 아. 버. 지!”
릴리스티아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사라진 순간부터 율리어스는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었다.
아니, 가출한 정신을 지금에서야 찾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 주위를 두리번거렸더니 보이는 건 여전히 넋이 나가 있는 그였다.
나사 한두 개가 빠진 차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머리 쪽의 나사를 모두 헐렁해질 정도로 풀어져선 일일이 죄 줘야 할 것만 같았다.
‘미치겠네.’
평소에 근엄하기 짝이 없게 행동하던 사람이 풀어 헤쳐진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그를 데리고 같이 지하실을 나가기는 글러 먹어 보였다.
그는 한참 전부터 정상인으로 보기 힘들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사람을 율리어스 체격으로 부축해서 릴리스티아를 따라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전에 멈춰버렸다.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무척 힘든 과정이 펼쳐질 것 같은 상상을 미리 지워 버린 게 맞았다.
‘일단은…버리자.’
지금이라도 허겁지겁 뛰어서 사라진 릴리스티아 뒤를 쫓아가야 했다.
그런데 그 조건의 틀에 맞기는커녕, 모가 나서 삐뚤어진 그는 짐짝밖에 되지 않았다.
‘알아서 잘하겠지.’
율리어스는 찜찜한 표정이기보다는 찬 바람이 불 정도로 차갑게 뒤돌아서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역주행해서 가 버린 그 길을 그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허…. 헉.
허, 허헉…. 헉.
지하실로 들어올 땐 몰랐다.
비교적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걸을 때와 달리 아주 급박하게 달음질해 대니, 숨이 금세 턱까지 차올라 힘들었다.
허헉…. 쿨럭.
커헙.
부쩍 숨이 턱턱 막혀선 달음질이 느려져 잠깐 멈췄을 때였다.
지하실을 비추던 불꽃 램프가 끊기고 그의 뒤로 어둠이 깔렸다.
‘도, 도착…했다.’
그는 그대로 멈추며, 숨을 고르고자 벽면의 손을 짚었다.
후 – 우….
숨을 내쉬며 고르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타…탁.
율리어스는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와 이어진 작은 통로는 열려 있었다.
그는 당연히 들어왔을 때와 같이 계속 열려 있을 거란 생각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작은 통로를 통해 그는 지하실에서 나왔다.
그 앞에는 들어왔던 그대로 책장이 반쯤 돌아가 있었다.
“유, 율리어스 도련님…?”
그 책장까지 나서자 바로 그의 눈앞에는 엘라가 서 있었다.
그녀가 보초를 서고 있을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지만….
그녀의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뭘 못 볼걸 본 것 같은 의심이 드는 매우 불신감으로 적의까지 느껴졌었다.
‘나를 굳이 왜 저런 시선으로 보는 거지….’
하지만 그는 대체 엘라가 왜 저런 표정을 지어 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율리어스 본인만 모를 일이었다.
한시바삐 릴리스티아를 따라가기 위해 방금 막 반쯤 돌아가 열린 책장에서 나온 것밖에 없었는데 엘라의 시선 때문에 억울함마저 들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그녀에 대한 불순함이 더욱 커져 버렸다.
그 덕분에 율리어스마저도 한참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엘라를 쳐다보았다.
둘 사이는 적나라하면서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기류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큽.’
그녀를 보자, 묻고 싶은 건 목 아래까지 올라왔었는데 뚫고 나오는 건 싶지 않았다.
분위기마저 이런데 엘라의 시선 하나만으로도 불쾌하기 짝이 없어선 먼저 말을 뱉으면 왠지 지고 들어가는 승부욕의 감정도 치솟아 오름을 배제할 수 없었다.
‘분명 여기로 릴리스티아가 지나갔을 텐데……하.’
확인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저절로 열리는 게 힘들었었다.
“가주님은 어디 계십니까?
릴리스티아 아가씨는요?
설마 혼자 나오신 겁니까?!”
숨을 쉬면서 질문을 내뱉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율리어스의 머리를 스치며 웬만해선 엘리 앞에서 나올 수 없는 벙찐 표정이 얼굴을 뒤덮었다.
평소에도 저렇게 말을 많이 했다면 익숙했을 텐데.
가주와 릴리스티아에 한해서만 그녀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므로 거기서 제외되었던 율리어스는 대뜸 쏘아붙이듯 말 많은 그녀를 보며 부자연스러움을 벗어나 버거운 느낌에까지 이르렀다.
이래서 평소에 잘하지…. 라고 들 하지만 엘리와는 단순히 그런 관계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관계 개선해서 굳이 잘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율리어스였었다.
그리고 율리어스는 아주 잠깐 머리의 사고회로가 얽힌 듯 그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만큼이나 일부러 뜸을 들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바싹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그 눈빛으로 답을 재촉하는 통에 더욱 커진 버거움에 그대로 짓눌러버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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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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