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2부] 거짓된 가면
조회 : 13 추천 : 0 글자수 : 4,213 자 2025-07-11
‘하아.’
계속 참고 견뎌서 볼 수 힘들 것 같았다.
이상하게 돌아가는 수준을 넘어버렸다.
엉망이었다.
그가 계획했었던 건 이런 게 전혀 아니었는데….
이방까지 릴리스티아의 뒤를 따라 들어오기 전까지 그는 무릇과 상반되지만, 계획은 어느 정도 짜여져 있었다.
릴리스티아가 지하실에서 이미 어떠한 조건을 만족하며 아이덴티티를 깨웠고 그는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딸아이를 구슬리는 것만 하면 되기에 쉬울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릴리스티아를 저택에 받아들이고 나름 잘해줬었던 자체가 모종의 이유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가면을 쓴 연기는 율리어스도 여기까지 오기 전까지 전혀 눈치챈 바가 없었다.
율리어스가 아버지와 살가운 사이의 부자가 아닌 이유도 꽤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속내를 알기란 힘들었다.
어쩌면 그의 알 수 없는 속내로 인해 일이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그런데 제일 당혹스러운 상황에 마주치게 된 건 가주, 그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방까지 따라 들어와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는 겉으로 무표정을 지었지만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의외의 변수인 생겨났다.
병석에서 꼼짝 못 해서 일어나지 못할 그녀가 릴리스티아 곁에 붙어있었다.
조용히 붙어있는 거였다면 그도 미간에 주름이 생기지 않았다.
하필이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아이덴티티라는 이름만 모를 뿐.
마석이라는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꼭 미친 사람처럼 그녀는 딸아이도 알아보지 못하고 오로지 마석만을 뺏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렇게 그는 릴리스티아에게 쉽게 접근하기는커녕, 뱅 둘러 가야 할지도 모를 판국으로 이어져 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계획대로 순순히 흘러가지 않음에 답답했지만. 릴리스티아를 노리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게 쓸데없어 보이는 언쟁.
하지만 그는 그 언쟁을 빌미로 빈틈을 노려 릴리스티아를 불렀다.
거기서 하필이면 자신의 목소리가 릴리스티아에게 닿지 않았던 게 간과하지 못했던 점이었지만….
그에겐 아직도 써먹을 말이 존재했었다.
율리어스는 아버지의 시커먼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반대로 이용해 먹기엔 아주 수월했다.
그는 아들을 이용해 먹기 좋게 만든 단 한 사람을 떠올렸다.
엘라.
마치 그의 수족 같은 그녀는 시시때때로 릴리스티아에 대해 보고 했었다.
그 보고에서는 어김없이 빠지지 않은 게 자주 릴리스티아의 곁을 맴도는 율리어스.
율리어스라면 손쉽게 자기 손바닥에서 또 한 번 놀아나 줄 거라고 얼마든지 그렇게 여겼다.
그는 어떻게든 그녀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주며 율리어스가 자신에게 기별을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시간은 꽤 길게 늘어지며 율리어스의 희소식은 닿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젠장!’
그녀가 미친 듯이 웃으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야 말았다.
그는 느낌이 좋지 않을 정도로 꺼림칙했다.
가주는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소름 돋는 웃음에 율리어스와 릴리스티아는 아무런 진전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몰래 자리를 떠날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쳐버린 셈이었다.
【 킥…. 킥킥. 】
오싹한 그녀의 웃음은 한 번으로 그칠 셈이 아닌 듯 방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새파랗게 질리게 만드는 웃음이 다가 아니었다.
스윽.
스윽.
그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릴리스티아와 조금 벌어졌던 거리는 아주 조금씩 메워지고 있는 듯했다.
【 킥킥킥킥킥. 】
그녀의 웃음소리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 어서 이쪽으로 오거라!”
그 와중에 그녀에게 공격을 가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던 반면에 그는 말로만 대처하는 걸 보면 완전히 등을 진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릴리스티아가 우선적이었기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그녀에게 맞서는 것도 당연했었다.
좀 늦은 감도 있지만 그는 발버둥을 쳤다.
“어, 어서 이쪽으로 오라는 말이 들리지 않느냐!”
그는 다급함에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러는 와중에 그녀는 이미 릴리스티아 앞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 킥킥. 】
섬뜩함으로 밖에 들리지 않은 그녀의 괴기한 웃음소리가 이제는 바로 코앞에서 들렸다.
“어…. 어, 어머ᄂ…….”
굳어버린 릴리스티아의 몸은 옴짝달싹도 거리면서 어머니만을 직시했다.
‘늦었다고. 젠장.’
릴리스티아를 혼자 내버려 두고 홀로 내뺀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한 터라 율리어스는 속으로 곱씹으며 일단은 상황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음산한 기분이 들 정도로 둘 사이는 고요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괴기스럽게 짝이 없었던 웃음소리도 횟수가 줄어들더니, 이내 멈췄다.
【 아이야. 어서 마석을 나에게 넘기렴.】
방금까지만 해도 가주가 새어머니의 풀네임을 부르자. 머릿속이 복잡한 듯 괴로워하더니, 정리가 되어버린 사람처럼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말은 좀 더 침착하면서도 얼굴은 미소를 띠며 릴리스티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심으로 웃는 미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릴리스티아가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저, 저 사람은 이제 내가 아는 어, 어머니가 아니야….’
이제 길길이 날뛴다고 보다는 억지로 와 다를 바 없이 보이는 부드러움을 강조하면서 말하는 어머니는 모습은 이제 그녀의 기억들과는 동떨어져 버렸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데 현실을 부정하기엔 잡을 지푸라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절벽에 몰린 것만 같았다.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게 오로지 목적이었건만. 너무나도 멀어져선 이제 릴리스티아는 아무것도 못 할 정도에 이르고 만 기분에 덮혀졌다.
착잡해진 감정 사이로 이제는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걸 진짜 늦게 절감하고 있는 릴리스티아였었다.
【 뭐 하니. 아이야?】
그녀는 멍한 정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릴리스티아에게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낮은 톤으로 내리깔 듯한 목소리로 다그치고 있었다.
난리를 피우던 앞 상황과 비교한다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아주 약과로 상태가 호전된 걸로 오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일 뿐.
바로 코앞에서 생글생글 거리는 미소로 내려다보면서 짙게 내리깐 목소리를 듣는 입장에서는 달랐다.
둘만 있을 땐, 육체적인 고통이 중점이었다면, 지금은 정신적인 부분에 해를 가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웃어대는 소리부터 오싹했건만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이 그녀는 딸아이한테 오싹한 미소로 압박감을 더욱 박차를 가했다.
‘장난 아니네. 작작 좀 하지. 이 아줌마가 진짜….’
그리고 의도치 않게 옆에 붙어있던 율리어스도 같은 입장을 피하지 못했다.
고스란히 그 괴기스러운 공포의 압박감을 같이 느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버거움을 떠나서 짜증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욕심을 낸다는 ‘아이덴티티’라는 저주받은 마석이 율리어스 눈에는 밟히지 않았다.
릴리스티아와 비교한다면 안중에도 없다는 게 더 맞았다.
‘쯧.’
여전히 릴리스티아한테 압력을 가해 마석에 집착하는 새어머니와 꿍꿍이속을 알 수 없는 아버지.
하나같이 마석에만 연연하며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는데 릴리스티아에게 달라붙어 있음에 짜증 섞인 혀를 차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기회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상황은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들 이미 늦어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으로 새어머니와 직면해야만 했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한 이상은 또다시 대화도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서 몸부림을 쳐야만 했었다.
그리고 반쯤 얼이 빠진 상태로 영혼이 가출을 한 대도 릴리스티아는 어머니한테 목소리님을 빼앗길 수 없었다.
【 어서 이리로 내놓으렴.】
여전히 릴리스티아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빨리 내놓지 않음에 답답함과 조급함이 애탔지만, 흥분을 애써 눌러 말하는 모양새였다.
상대방을 무시하며 빼앗기에만 급급한 말투는 드디어 한발 물러선 듯 보였다.
소용이 없다는 걸 내심 깨달은 모양인 듯싶었다.
‘이제 구슬려 보기라도 할 건가…?’
전반과는 점점 상반되어져 보이는 새어머니의 태도에 율리어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대 그럴 사람으로 안 보일 정도로 미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 아이야. 어른이 좋게 말할 때 내놓아야지?
그 마석은 원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매길 수 물건이야. 】
“어, 어머니가…요?!‘
문득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 릴리스티아는 반사적으로 반문이 튀어나왔다.
【 그래. 아이야.
너에겐 의미 없는 물건이야.
마석은 나를 원하고 있단다.
오로지 나만이 마석의 가치를 안단다.
모쪼록 그 가치를 쓸모없게 만들지 않으면 좋지 않겠느냐, 아이야? 】
가치를 운운하면서 그녀의 눈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릴리스티아를 노려보는 섬뜩한 눈빛을 비추며 번뜩거렸다.
마치 그 눈빛은 한 번 노린 건 물어 버리는 순간, 손에 넣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살무사와도 같아 보였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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