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2부] 히스테리 마녀와의 대립(2)
조회 : 98 추천 : 0 글자수 : 4,347 자 2025-10-07
모두가 그 순간 얼음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히스테리 마녀와의 공방전이 이어지다가 그나마 좀 그쳤다 싶었었는데….
금세 그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이 방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모두라 해보았자 소리소문없이 빠져버린 인원도 존재했다.
처음 이 방에 찾아온 손님 같지도 않은 손님이라고밖에 말할 수 있는 히스테리 마녀 덕분에 바로 그 뒤에 가려졌던 그녀의 일행 중에 릴리스티아만이 남아있었다.
무슨 생각에서….
이런 생각도 들긴 했지만, 바로 나를 도운 그녀의 모습에 그런 고민은 할 필요도 없었다.
히스테리 마녀에게 찍힌다거나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순식간에 사라져 내뺀 부분은 나라도 고개를 반사적으로 끄덕거릴 정도로 수긍이 갔었다.
릴리스티아가 용기가 가상한 걸 뛰어넘어 대단하다는 생각만이 뇌리에 남겨졌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을 것만 같아 미리 머리가 지끈거렸다.
모두가 정신이 멍한 상태로 얼이 빠져버릴 정도로 이 방에 난데없이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니게도 평소 접하기 힘든 상급생이었다.
링크5에 다다른 학생들만 속한다는 상급반의 앱솔루트.
내가 가진 아르휀의 기억이 맞는다면. 그가 틀림없었다.
그와 예전의 아르휀이라면 접점이라는 결코 찾을 수 없다는 게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는 기억이 있다는 건 그의 외관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주 특이하고도 특유할 정도로 빛나는 아름다운 분홍빛의 눈동자.
오직 밀레니엄 가문에서만 이어져 내려받을 수 있는 고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율리어스 M.P 티어 밀레니엄? 】
얼어붙은 분위기의 정적을 깨고 그의 이름을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쳐버린 건 다름 아닌 히스테리 마녀였다.
#.
‘윽.’
릴리스티아는 못 볼 사람을 본 듯한 모양새로 얼굴이 자동반사적으로 찌푸려졌다.
최근 아카데미아가 방학을 맞이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내에서 빠져나가자, 그 한산함 사이로 하필이면 단둘이 그와 산책길에서 마주친 게 기억이 났었다.
그것도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던 참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몹시 더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 요즘 왜 자주 일이 꼬이는 건지 모르겠어.’
정작 자주 마주치고 싶은 사람은 릴리스티아 본인이 직접 찾아야 가면 볼 수 있어선 수고와 번거로움이 생겨도 참았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람은 갈수록 그 빈번도가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설마…. 착각이겠지? 착각일 거야.’
고개를 살짝 좌우로 저을 정도에까지 그쳤지만, 릴리스티아는 사실 영향을 미치는 찝찝함까지는 마저 세차게 털고 낼 수는 없었다.
꼭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릴 때 기억 속의 그가 그때처럼 따라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 나쁜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굳이 이런 장소까지 올 이유가 없어 보였기에 그게 더 문제였다.
하나 굳이 끼워서 맞추자면 4대 가문의 접점이 있는 인물이 둘이나 이 방에 있었다.
‘하지만….’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친분이 없었다.
4대 가문의 가주들이 개인적인 친분은 그녀도 잘은 몰랐지만, 최근에야 아르휀의 중심으로 두 가문의 자녀들과 사이가 원만해졌다는 건 가까이서 본 릴리스티아로썬 잘 알고 있었다.
‘굳이 이곳까지 온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보고 싶지 않은 이유도 릴리스티아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이렇게나 이미 엮이고 있는 상황에 릴리스티아는 일단은 두고 보는 수 이외에는 딱히 참견 할 바도 아니었다.
【 레이첼 폰 세이비어. 】
그는 한참을 말없이 주위를 둘러보는가 싶더니. 운을 떼듯 히스테리 마녀의 풀네임을 난데없이 불렀다.
“네, 네?!”
그녀도 몹시 놀랐던 모양새였다.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와 두 눈이 마주쳤던 까닭이 더 원인을 제공했던지,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게 놀라운 목소리로 아리송한 대답을 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는 게 있었다.
‘이 두 사람. 사이가 어떠려나?’
나 또한 아는 게 없었다.
과거 아르휀의 기억에도 두 사이의 관계랄까?
여하튼 나쁜지 좋은지조차 알 수가 없어 애매했다.
그래서 나도 일단 숨죽인 채, 두 사람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벤 녀석이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대로 입방정을 찧을 수가 없어서 더욱이나 이 조건이 다행스러웠음에 나는 마음이 더 가뿐했다.
두 사람의 분위기 기류는 마주친 이후로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다시 입을 뗀다는 건 뭔가 눈치나 자존심 싸움으로 보일 정도였었다.
「 율. 」
대치된 이 상황이 점점 지겨워졌던지 그의 머릿속으로 사가스가 말을 걸었다.
마냥 느린 흐름 때문에 기다림에 지친 게 분명했다.
그런데 율리어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는 머릿속에 울리기에 안 들릴에야 안 들릴 수가 없었다.
「 율! 」
그 덕분에 사가스는 약간 울컥했던 모양새로 그의 이름을 재차 불렀다.
모른 척해도 소용없다는 말투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 유…. 」
“시끄러워. 다 듣고 있다.”
「 ………. 」
괜히 사람 무색…. 아니, 사람까지는 아니었지만, 떨떠름할 정도로 무색해지게 만드는 율리어스였었다.
「 그러면 왜 그러고 있는데? 」
사가스가 보기엔 율이 뭐 하려는 건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재차 율의 이름을 불렀던 한몫을 했거니와 진전이 나가지 않는 이 상황 자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글쎄. 내가 왜 그랬을까?”
이제 와서 자기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는 듯한 질문에 도리어 사가스가 할 말을 잃을 뻔했다가 집을 나갈 뻔한 어처구니를 달래서 찾아야만 했었다.
뭔가 생각한 구석이 있는 그라서 당돌한 모양새로 남의 방에 쳐들어온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듯싶었다.
오히려 역으로 꽤 사가스는 드는 실망감도 커 보였다.
「 솔직히 말해 봐. 율. 」
“뭘.”
「 저 계ㅈ…아니, 여동생이 신경 쓰여서 여기까지 온 거 아냐!? 」
사가스 치고는 나름 괜찮은 추리력이라고 볼 수는 있었다.
최근 율리어스도 아카데미아의 교외에서 단둘이 릴리스티아와 부딪히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보니, 제일 가까이는 있는 사가스가 어림짐작으로도 눈치를 채기에 쉬웠다.
그런 거라면 계약자 이외에 인간 이외엔 관심 없는 사가스라도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고선 조금은 흥미가 생겼음에 몰아가기도 어렵지 않았다.
“아.”
「 인정하는 거ᄂ…. 」
“꼭 그렇지만은 않지.”
사가스의 생각대로 율리어스의 정신이 릴리스티아에게 휘둘린 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모양새를 갖춘 그의 답변에 사가스는 약간은 아쉬워하면서도 재차 추리를 거론하지는 않기로 했었다.
“내 이유는 저기에 있네.”
그는 아주 짧은 시선 처리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사가스는 그 시선을 따라 같은 곳에 멈췄다.
「 그 인간 녀석이잖아? 」
거기에는 아르휀이 있었다.
능력이나 외관으로 보나 간접적인 거울을 통해서 본 초급반의 흥미로운 소년.
그 소년이 이제 율리어스의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곳에 우두커니 서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아르휀)은 은연중에 그런 그의 짧았던 시선까지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만약 그윽한(?) 시선이 강렬했다면 소름이 돋을 법도 했지만, 나는 그의 시선이 그런 부류에 머물 리는 없다고 단정했었다.
“세이비어……영애.”
그는 다시 뜬금없이 그녀를 이름을 불러세웠다.
뭔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자체도 어색했지만, 이번에야말로 그녀에게 할 말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
「 율. 저 씩수 없어 보이는 여자 잘 아는 거야? 」
오늘따라 사실 사가스의 눈에는 그의 행동이 다 뜬금포 없이 보이게 그지없었다.
생각 같아선 그가 흥미를 보이는 소년을 다음에 따로 만났으면 만났지.
개인적으론 여기에 계속 머물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들이 하나같이 불편했다.
사가스는 인간들의 마나나 기운을 감지하는 감지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사가스와 같은 성좌의 존재들은 계약자의 기운 이외엔 대부분이 불편한 법이었었다.
처음부터 율이 아무 말 없이 이런 장소로 이동해서 당도했던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나름대로 참고 있었다고 보아야 했다.
율 이외에 인간과 오래 접촉한 걸 자체를 꺼렸던 사가스라 더 그랬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참아.”
「 끄응. 」
사가스는 머리라도 지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극히도 그의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던 율리어스는 사가스가 할말이 없어지게 만들뿐이었다.
뭔가 사가스에게 있어서는 율이 억지를 부르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의 말을 따르는 거 말고는 달리 없었다.
“흐, 흐흠.”
그가 그녀를 부르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말의 문맥이 이어지질 않자, 그녀는 일부러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뭐랄까…? 그….
이상하게도 히스테리 마녀는 살짝 몸을 꼬아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는 그때 서야 사가스와의 대화의 맥을 끊고 그녀에게 눈길이 갔었다.
물론 그 눈길은 관심과는 다른 거리였지만 그녀는 눈치를 채지 못한 듯 왠지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 앞서 보였다.
‘켁.’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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