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2부] 관심과 무시(2)
조회 : 94 추천 : 0 글자수 : 4,259 자 2025-10-09
“내가 왜 비켜줘야 하냐고!”
히스테리 마녀는 그사이 더 울컥한 듯한 표정과 눈빛으로 재차 율리어스에게 따져 들었다.
그의 시선이 히스테리 마녀의 이름을 한 번만 부르고 점점 멀어져가자 무시당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지는 이미 오래였다.
그녀의 자존심에도 금방 지워지지 않을 스크래치가 제대로 남아버렸다.
흥분에 휩싸인 히스테리 마녀의 상태는 표적이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이 교착상태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었다.
‘버겁다.’
이 방에 그녀가 쳐들어오고 나서부터 계속 나름 눈치를 보고 잘하면 퀘스트를 수행해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볼까, 했더니 흐름은 산으로 가고 있었다.
분위기로 보면, 막 목줄 풀린 망아지같이 앞뒤 가리지 않고 그에게 달려드는 그녀를 보고 그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큰 관건이었다.
이건 나도 예상을 좀처럼 하기 어려웠다.
그의 성격은 물론이고 진짜 이 사람 자체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바람에 시비가 붙을지, 조용히 넘어갈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 띠링. 】
-------------------------------------------------------------------
【 레이첼 폰 세이비어의 콧대 높아 꺾일 줄 모르는 자존심 무너뜨리기(0/1) 】
- 보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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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몰라도 퀘스트가 크게 수정되었다.
외부의 도움으로 어려울 것만 같았던 퀘스트의 난이도는 보기보다 한 단계만큼은 내려간 듯한 느낌으로 변화했다.
사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히스테리 마녀의 높은 콧대를 꺾어 자존심에 충격을 주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나는 살짝 속으로 황당한 웃음이 실소처럼 나오며 반은 포기하고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이 컸었다.
그리고 상황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히스테리 마녀가 난입한 이후로 그녀는 득세처럼 휘몰아치며 콧대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완전 불리하게 짝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나는 시스가 내어 준 퀘스트를 의심부터 해야 했다.
실제로 실패 확률에 가까울 정도로 누군가 공략집을 던져준다면 얼씨구나 받아서 한 번 도전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나에게 조력자가 있었다는 것뿐.
릴리스티아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대로 히스테리 마녀에게 호되게 당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불능상태에 빠졌을 것을 간신히 만회한 셈이었다.
하지만 시스가 그런 나를 안쓰럽게라도 여겼던 걸까?
쓸만함을 넘어선 기회가 떡하니 나타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잘만 상황과 인물들을 이용한다면 퀘스트를 타계하는 건 마음 먹기에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불끈 쥐어졌다.
외부의 도움을 받는 순간 퀘스트와 더불어 이 답답한 상황에서도 같이 자연스레 벗어날지도
가능성도 높았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되는 그런 기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결코 쉽게 오지 않는 기회.
‘이런 건 해보고 봐야지.’
놓치기 아까웠다.
그래서 이어진 나의 선택은 방관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던 모습을 버리고 상황에 따라 눈치껏 움직여 주는 게 최선이었다.
아직 히스테리 마녀 사이와 그의 공방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가 퀘스트를 클리어하는데 큰 공헌도를 보이는 건 가능성이 최고 높았다.
‘틈새를 노리자.’
어딘가에 꼭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억지까지는 아니라도 1mm의 빈틈을 찾는다면 돌파구로 충분했다.
#.
“내가 볼일이 있는 상대는 그쪽이 아닌데?”
율리어스는 무건성한 말투로 또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대답했었다.
그는 그녀에게 4대 가문의 영애라는 형식의 틀 말고는 진짜 관심이 1%도 없었다.
반대로 그녀에 대한 환상을 가진 남자들이었다면 깨지고도 남았다.
애초에 율리어스는 그녀에 대한 환상은 한 톨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보다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이라도 아카데미 안에서 돌고 있는 그녀 소문의 진실을 알게 된 게 더 나았다.
그녀의 실체는 그가 얽히고 싶지 않은 분류라고도 할 수 있었다.
꽤 피곤한 스타일.
가까이하지 않되, 스스로 피해야 골머리를 썩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 확률처럼이나 율리어스는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원래 차갑고 말수가 적은 그가 그런 행동으로 옮기자, 그녀에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겨났다.
히스테리 마녀는 당연히 같은 4대 가문으로 본인에게 관심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오히려 그의 행동은 안면박대에 가까운 겉핥기식의 느낌으로 더욱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으레 와 같은 태도로 그가 보임에 그녀의 얼굴색은 점점 더 어둡게 굳어갔다.
“뭐, 뭐래. 진짜? 하. 오늘따라 재수가 없네.
이래서 아버지가 밀레니엄 가문과의 사람과는 엮어서 하나도 좋을 게 없다는 거였어?”
‘어…?’
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화를 폭발하고도 남을 것 같았던 그녀의 히스테리가 의외로 숨을 죽어버렸다.
‘저걸 참는다고?’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본성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의 신경을 긁어야 자존심이 상하기 십상인데 그동안 조금은 참을성이 생겼던 모양이었다.
굳이 안 생기고 버티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반면에, 그는 눈썹 하나도 꿈쩍거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가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 듯한 무표정으로 시선이 영 다른 곳으로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런 부분이 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긴 들었다.
그의 끊임없는 무관심한 태도는 히스테리 마녀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없다는 건 솔직히 누가 보아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나는 생각에 빠지면 빠질수록 그의 관점이 조금씩 궁금해져갔었다.
‘이 방에는 왜 온 거지?’
그가 엔테리아의 등급이 낮은 하급생인 평민, 벤에게는 관심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이 방에 앞서 왔던 다른 사람들처럼 문이 아닌, 마치 텔레포트를 한 것처럼 방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었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보니 새삼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온 셈이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그가 여기 어떻게 들어왔던, 그런 경로를 아무렇지 않게 넘겼었던 게 그게 아니었다.
일일이 들춰보면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라도 그래.’
그것도 문제였다.
텔레포트란 건 한 번 갔던 것을 기억하고 지정하듯이 되새겨지며 그 장소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벤의 방에 온 적이 이미 있었다?!
그렇다면 점점 말이 되지 않았다.
뭔가 점점 복잡해지는 소용돌이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미로가 따로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 벤의 접점이 억지로 생긴다고 하더라도 생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진짜로 그가 같은 4대 가문의 레이첼 누나의 뒤를 밟아 어떻게든 올 수 있던 식이라면 한 번쯤은 믿어줄 만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시작부터 배제된 부분이라 내 머릿속만 더 복잡해질 뿐.
아무런 해답이 될 수 없었다.
퀘스트와 더불어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자, 나는 그들의 대화가 점점 귀에 자세히 들어오지 않았다.
“거기서 비켜.”
「 율. 그 말이 먼저가 아니잖아. 」
사가스가 그보다 오히려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당연한 부분이었다.
고작 여자인간주제에 성좌의 계약자를 모독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 감히. 어디 앞에서….
저런 겁을 상실한 인간은 한번 손 좀 봐줘야 한다고, 율! 」
사가스도 많은 잔소리(?) 이외엔 웬만해선 인간 세상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건 싹수가 노란 여자 인간이 선을 넘었다.
결코 봐주고 싶지 않아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분노가 일었다.
“적당히 해.”
「 아. 왜? 」
보기보다 차분한 그의 태도에 사가스는 조금 역정이 나 보였다.
“시간 낭비야.”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갈 듯한 식의 말투였다.
「 율.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말이야.
저 싸가지 여자가 얌전히 비켜주지 않을 것 같은데…. 」
상황적으로 사가스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난 내가 필요한 일을 할 뿐이야.”
히스테리 마녀는 그사이 더 울컥한 듯한 표정과 눈빛으로 재차 율리어스에게 따져 들었다.
그의 시선이 히스테리 마녀의 이름을 한 번만 부르고 점점 멀어져가자 무시당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지는 이미 오래였다.
그녀의 자존심에도 금방 지워지지 않을 스크래치가 제대로 남아버렸다.
흥분에 휩싸인 히스테리 마녀의 상태는 표적이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이 교착상태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었다.
‘버겁다.’
이 방에 그녀가 쳐들어오고 나서부터 계속 나름 눈치를 보고 잘하면 퀘스트를 수행해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볼까, 했더니 흐름은 산으로 가고 있었다.
분위기로 보면, 막 목줄 풀린 망아지같이 앞뒤 가리지 않고 그에게 달려드는 그녀를 보고 그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큰 관건이었다.
이건 나도 예상을 좀처럼 하기 어려웠다.
그의 성격은 물론이고 진짜 이 사람 자체에 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바람에 시비가 붙을지, 조용히 넘어갈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 띠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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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히스테리 마녀의 높은 콧대를 꺾어 자존심에 충격을 주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나는 살짝 속으로 황당한 웃음이 실소처럼 나오며 반은 포기하고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이 컸었다.
그리고 상황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히스테리 마녀가 난입한 이후로 그녀는 득세처럼 휘몰아치며 콧대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완전 불리하게 짝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나는 시스가 내어 준 퀘스트를 의심부터 해야 했다.
실제로 실패 확률에 가까울 정도로 누군가 공략집을 던져준다면 얼씨구나 받아서 한 번 도전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나에게 조력자가 있었다는 것뿐.
릴리스티아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대로 히스테리 마녀에게 호되게 당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불능상태에 빠졌을 것을 간신히 만회한 셈이었다.
하지만 시스가 그런 나를 안쓰럽게라도 여겼던 걸까?
쓸만함을 넘어선 기회가 떡하니 나타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잘만 상황과 인물들을 이용한다면 퀘스트를 타계하는 건 마음 먹기에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불끈 쥐어졌다.
외부의 도움을 받는 순간 퀘스트와 더불어 이 답답한 상황에서도 같이 자연스레 벗어날지도
가능성도 높았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되는 그런 기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결코 쉽게 오지 않는 기회.
‘이런 건 해보고 봐야지.’
놓치기 아까웠다.
그래서 이어진 나의 선택은 방관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던 모습을 버리고 상황에 따라 눈치껏 움직여 주는 게 최선이었다.
아직 히스테리 마녀 사이와 그의 공방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가 퀘스트를 클리어하는데 큰 공헌도를 보이는 건 가능성이 최고 높았다.
‘틈새를 노리자.’
어딘가에 꼭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억지까지는 아니라도 1mm의 빈틈을 찾는다면 돌파구로 충분했다.
#.
“내가 볼일이 있는 상대는 그쪽이 아닌데?”
율리어스는 무건성한 말투로 또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대답했었다.
그는 그녀에게 4대 가문의 영애라는 형식의 틀 말고는 진짜 관심이 1%도 없었다.
반대로 그녀에 대한 환상을 가진 남자들이었다면 깨지고도 남았다.
애초에 율리어스는 그녀에 대한 환상은 한 톨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보다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이라도 아카데미 안에서 돌고 있는 그녀 소문의 진실을 알게 된 게 더 나았다.
그녀의 실체는 그가 얽히고 싶지 않은 분류라고도 할 수 있었다.
꽤 피곤한 스타일.
가까이하지 않되, 스스로 피해야 골머리를 썩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 확률처럼이나 율리어스는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원래 차갑고 말수가 적은 그가 그런 행동으로 옮기자, 그녀에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겨났다.
히스테리 마녀는 당연히 같은 4대 가문으로 본인에게 관심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오히려 그의 행동은 안면박대에 가까운 겉핥기식의 느낌으로 더욱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으레 와 같은 태도로 그가 보임에 그녀의 얼굴색은 점점 더 어둡게 굳어갔다.
“뭐, 뭐래. 진짜? 하. 오늘따라 재수가 없네.
이래서 아버지가 밀레니엄 가문과의 사람과는 엮어서 하나도 좋을 게 없다는 거였어?”
‘어…?’
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화를 폭발하고도 남을 것 같았던 그녀의 히스테리가 의외로 숨을 죽어버렸다.
‘저걸 참는다고?’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본성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의 신경을 긁어야 자존심이 상하기 십상인데 그동안 조금은 참을성이 생겼던 모양이었다.
굳이 안 생기고 버티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반면에, 그는 눈썹 하나도 꿈쩍거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가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 듯한 무표정으로 시선이 영 다른 곳으로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런 부분이 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긴 들었다.
그의 끊임없는 무관심한 태도는 히스테리 마녀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없다는 건 솔직히 누가 보아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나는 생각에 빠지면 빠질수록 그의 관점이 조금씩 궁금해져갔었다.
‘이 방에는 왜 온 거지?’
그가 엔테리아의 등급이 낮은 하급생인 평민, 벤에게는 관심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이 방에 앞서 왔던 다른 사람들처럼 문이 아닌, 마치 텔레포트를 한 것처럼 방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었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보니 새삼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온 셈이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그가 여기 어떻게 들어왔던, 그런 경로를 아무렇지 않게 넘겼었던 게 그게 아니었다.
일일이 들춰보면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라도 그래.’
그것도 문제였다.
텔레포트란 건 한 번 갔던 것을 기억하고 지정하듯이 되새겨지며 그 장소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벤의 방에 온 적이 이미 있었다?!
그렇다면 점점 말이 되지 않았다.
뭔가 점점 복잡해지는 소용돌이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미로가 따로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 벤의 접점이 억지로 생긴다고 하더라도 생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진짜로 그가 같은 4대 가문의 레이첼 누나의 뒤를 밟아 어떻게든 올 수 있던 식이라면 한 번쯤은 믿어줄 만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시작부터 배제된 부분이라 내 머릿속만 더 복잡해질 뿐.
아무런 해답이 될 수 없었다.
퀘스트와 더불어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자, 나는 그들의 대화가 점점 귀에 자세히 들어오지 않았다.
“거기서 비켜.”
「 율. 그 말이 먼저가 아니잖아. 」
사가스가 그보다 오히려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당연한 부분이었다.
고작 여자인간주제에 성좌의 계약자를 모독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 감히. 어디 앞에서….
저런 겁을 상실한 인간은 한번 손 좀 봐줘야 한다고, 율! 」
사가스도 많은 잔소리(?) 이외엔 웬만해선 인간 세상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건 싹수가 노란 여자 인간이 선을 넘었다.
결코 봐주고 싶지 않아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분노가 일었다.
“적당히 해.”
「 아. 왜? 」
보기보다 차분한 그의 태도에 사가스는 조금 역정이 나 보였다.
“시간 낭비야.”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갈 듯한 식의 말투였다.
「 율.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말이야.
저 싸가지 여자가 얌전히 비켜주지 않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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