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2부] 남의 덕을 보는 신종퀘스트
조회 : 74 추천 : 0 글자수 : 4,258 자 2025-10-10
그는 무관심을 넘어 이제 막 나가는 느낌이 더 강해져 갔었다.
꼭 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마치 말투는 그녀가 앞에서 굳이 방해되는 벽을 자처한다면 이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요량 같았다.
“하. 그런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자존심을 세워서는 그에게 맞서는 느낌이 장난이 아니었다.
더러워서 피하면 질 것 같은 느낌으로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
더욱 날카로워진 눈매로 매섭게 치켜든 그녀의 눈빛은 단단히 벼르듯 웬만해선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빈틈이라도 보이면 쏜살같이 독침을 쏘고 달아나 버리는 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자신의 앞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뻗대며 전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가스.”
그리고 그는 갑자기 자신의 성좌를 불렀다.
「 어…어, 어? 」
평소에도 먼저 말을 안 거는 율이 웬일인가 싶어졌다.
“왜 저러지?”
앞뒤 말은 다 어디 가고 아주 간결하게 묻고 있었다.
「 뭐…. 뭐가 말이야, 율? 」
사가스가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자, 그는 시선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 아. 그런 거야? 」
그때 서야 사가스는 율의 질문을 어느 정도 이해했었다.
“저런다고 뭐가 남지?
그런 것도 아니면 나한테 불만이 있……….”
「 아니. 아니.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해, 율?
적당히 해. 적당히. 」
처음부터 건방지게 구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가스여선 내심 손봐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 진심의 마음이라서 율이 나설 리 없기에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여기서 가볍게 넘길 일이었다.
그런데 율이 저렇게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과거 기억을 보았던 사가스는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도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 수 있었다.
꽤 골이 아파져 오는 느낌이 들었다.
결여된 만큼이나 한번 집착하면 집요적이게 강해지고, 한 번 찍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 되어버린 게 문제였다.
그 부분은 아무래도 여동생의 영향이 큰 듯싶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이유를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말리는 게 사가스에겐 급선무였다.
“아아. 정말 걸리적거리네.”
움찔.
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사가스는 진땀이 생겨 나오기 시작했다.
반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귀찮아한다면 피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반대에 가까운 말로 불안함을 지우기란 힘들었다.
「 유, 율. 저 여자는 무시하지?
애초의 율의 말대로 시간 낭비일 뿐이고…. 」
어떻게든 그를 설득하고 싶었다.
애초에 그녀는 눈앞에서 설치는 꼴이 보기 싫을 정도로 귀찮은 존재일 뿐.
거물 이상의 존재는 될 수 없었다.
진짜 그런 존재가 그들의 일을 방해라는 존재라면 눈치를 보며 그를 말릴 필요도 없이 손쓰면 그만이었다.
그가 입을 떼면 무슨 말이 나올지가 관건이기에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무표정이 은근 짜증이 섞여 보이는 것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처치 곤란함에 난감했다.
“비켜.”
그렇게 사가스가 홀로 걱정한 상황에 율리어스가 입을 뗀 건 딱 두 단어였다.
후자로 고요하게 뻗친 화를 수습하지 못하고 처리해 버리는 쪽으로는 면한 듯싶었다.
율리어스는 그녀의 성질 부리는 그 자체에 반응하지 않기로 한 듯 무덤덤하게 굴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아서 비켜주기를 원했다.
남은 건 그녀가 눈치가 있어야 했는데….
그럴 눈치가 있을련지는 오직 그녀에게 달려있었다.
“웃기지 마.
나한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세이비어 가문의 가주님뿐이라고. 알겠어?”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눈치를 보기는커녕, 당당히 소리쳤다.
그것도 필요 없을 것 같은 괜한 부분까지 들먹거리며, 한편으로는 새침한 표정도 역력했다.
눈치하고는 거의 담벼락을 쌓아놓고 사는 것 같은 그녀였다.
참 가관이 따로 없었다.
“비켜.”
하지만 율리어스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 말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치부하며 가차 없이 흘려 넘기듯 본인의 말만을 번복했다.
그녀의 나름 신조(?)에 가까운 의미가 부여된 말들이 깡그리 무시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말 좀 닥치지?
이제보니 사람이 아니라 앵무새였구나?
좋아. 그럼 내가 비켜주면 여기서 좀 꺼져줬으면 좋겠어.”
「 저…. 저 싸가지 여자가 가, 감히…!」
사가스는 그녀가 율의 앞에서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그에 대해 별로 아는 사살이 없어서 평소 성격대로 나오는 바였다.
4대 가문끼리 사이가 드문드문한 까닭에 출중한 실력과 아주 화려한 외모 이외엔 무관심했다는 게 한몫을 거들었다.
‘그래봤자 별스러운 것도 없네. 뭐.’
율리어스에게 무시당하고 짜증 나는 그 사이로 받은 첫 느낌은 무미건조했었다.
실제로 그녀의 눈에 비친 그는 재미없는 성격에 엔테리아의 마력조차 뚜렷하게 감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한 행동을 보란 듯이 되돌려주고 싶든지 뻔뻔스러울 정도로 콧대를 높이며 나오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알면 저렇게 나올 리는 만무했다.
“영애의 몸뚱이가 그렇게 무거울 줄이야.”
더 이상 비켜라는 말이 먹히지 않자. 왠지 그답지 않은 발언이 튀어나왔다.
“뭐…. 뭐라는 거야!?”
가차 없는 인신공격으로밖에 들리지 않음에 히스테리 마녀치고는 몹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홍당무가 되어서는 씩씩거렸다.
“난 안 뚱뚱해!”
안 뚱뚱해~~안 뚱뚱해~~~안 뚱뚱해~~~~~~~~애애애애.
그녀가 엉겁결에 제법 크게 외친 단 한 마디는 꽤 메아리가 울리듯 머릿속을 오래 점령하는 느낌을 받았다.
‘윽’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은 기분이 막 들었다.
옆에 있던 릴리스티아도 살짝 얼굴을 붉혔다.
“바보 같네.”
「 풋. 킥킥킥 킥킥. 」
사가스도 덩달아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율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 혼자 오해하며 쓸데없는 소리만 부르짖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분위기는 참 이상하게 돌아갔다.
“뭐…. 뭐가!”
그러자 그녀는 더욱 발끈거리며 버럭 화를 내었다.
【 띠 – 링. 】
‘이 타이밍에 뭐지…?’
나는 약간 아쉬웠다.
점점 재미가 무르익어 가는 관전의 재미에 스스럼 없이 빠져버렸던 나머지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꼭 그런 타이밍에 재를 뿌리듯 시스의 알림이 울러 버렸다.
흐름과 동시에 흥을 잃는 건 순식간이었다.
〔 돌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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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 폰 세이비어의 콧대 높아 꺾일 줄 모르는 자존심 무너뜨리기(1/1) 】
- 보상 : ????????????
앞 퀘스트의 보상이 누락되어 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습니다.
퀘스트 실패 시, 이에 따른 딜레이가 발생합니다.
퀘스트는 보상을 받는 즉시 다음 일일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단 돌발 퀘스트는 연속 발생과 동시실행이 가능합니다.
돌발 퀘스트와 일반 퀘스트는 동시에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첫 돌발 퀘스트의 특별보상으로 최대한으로 지원해 드립니다.
지원 효과로 본인 이외에 외부의 도움으로도 퀘스트 클리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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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발 퀘스트의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
‘……….’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참동안이나 파란 창을 쳐다보았다.
얼떨결에 진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퀘스트를 완료한 것도 사실 당혹스러웠다.
의도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가 뱉었던 말은 히스테리 마녀의 높은 콧대를 꺾는데 일조의 수준을 넘어서 아주 큰 한 방을 먹였던 듯싶었다.
아직 그다지 별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하하하.
얻어걸린 운의 작용이 더 컸었다.
그래서 순수하게 기쁜 마음보다는 황당한 웃음이 먼저 나왔다.
〔 돌발 퀘스트의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보상 수령은 3일의 기한을 초과할 시,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
시스는 연이어 부채질을 가했다.
내가 빨리 수령을 하지 않자, 마치 압박을 가하는 것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령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니고,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돌발 퀘스트의 완료 메시지가 뜨는 순간, 나는 결코 허투루 본 것이 아니었다.
남의 손을 거쳐 끝났음에도 제일 중요한 부분에서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상하단 말이지?’
보상이 드러나지 않은 채로, 수령하라고 언급을 다그치는 시스.
매번 시스를 거쳐 나오는 퀘스트들은 솔직히 대부분이 미묘했었다.
묘하게 맞아떨어진다거나 득이 있어 보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는 단점들도 수두룩했다.
그렇기에 의심을 더불어 안심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선택지는 딱 한 가지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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