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2부] 히스테리 마녀 대처법
조회 : 85 추천 : 0 글자수 : 4,166 자 2025-10-11
〔 돌발 퀘스트의 보상을 수령하시겠ㅅ……. 〕
어지간히도 물고 늘어졌다.
나는 전혀 급하지 않은데 생각할 시간도 주기 아까워 보였다.
괜히 돌발퀘스트의 보상이 참 궁금해지는 나였다.
띡.
은근 궁금증을 유발하는 돌발 퀘스트의 보상을 정체(?)를 뒤로한 채 나는 파란 창의 버튼을 클릭하고자 허공에서 손가락을 한 번 놀렸다.
〔 돌발 퀘스트의 보상이 3일 뒤에 수령됩니다. 〕
‘급한 거 없지.’
딱히 지금 이 퀘스트의 보상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만약에 히스테리 마녀가 섣불리 공격을 펼친다면, 언제까지고 릴리스티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비상책의 여지는 두고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물론 다른 스킬도 사용할 수 있지만 조건이 전제화가 걸린 것도 있었기에 함부로 쓰기에는 좀 그랬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스킬마다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그건 한참을 늦은 생각이었기에 일단은 접어두기로 했었다.
‘원래 화려했으니까.’
신성휘 때 가진 스킬이 어느 정도 통용되는 만큼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던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나는 뭔지도 모를 보상을 3일 동안 우선은 안고 가보고자 했다.
정해진 3일 동안 아무런 일이 없다면 마지막 날에 잊지 않고 열어보면 그만이었다.
쓸모나 용도에 아무런 득이 없는 보상이 아니면 그만이지란 생각과 함께.
#,
“감히…. 감히 날 무시했어…….”
자존심이 높은 만큼이나 피노키오의 거짓말만큼 꺾일 줄 모르던 그녀의 콧대는 그의 말에 휘둘리며 방심하는 사이 잘려 나갔다.
아마 이런 부분은 이 방에 오는 순간 예상조차도 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일이 돌아갈 거라는 걸 알 수 없는 건 기절한 벤이나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릴리스티아.
얼떨결에 퀘스트가 완료된 나조차도 마찬가지였었다.
“내 시간을 방해하지 마. 세이비어 영애.”
그녀의 언행을 살짝 바보 취급하듯 놀리던 그였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 잠깐이었다.
여전히 일관된 생각은 변함없이 죽 이어져 나갔다.
그는 그녀가 막고 있는 공간을 비켜주는 것 이외에는 진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네 시간…?”
그녀는 점점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딘가 어긋난 꺼림칙한 느낌으로 꿈틀거렸다.
“그래. 세이비어 영애.”
이 정도면 그녀도 알아듣고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기만을 바랐다.
“……그건 당신의 시간이지.”
이상했다.
오묘한 부분에서 히스테리 마녀는 걸고넘어지는 것 같이 보였다.
분명 그가 이미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맞는데 이상할 정도로 시간만 더 끄는 것 같았다.
“내 시간은 맞지만 그걸 지금 방해하고 있는 건 세이비어 영애야.”
움찔.
무슨 단어에 반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묘한 삐끗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뭐가 대체 불만인 거람?’
그걸 콕 집어 말할 수 없었기에 더욱 답답했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 진짜 짜증 나. 알아?”
평소와 달리 짙게 깔리듯 말하는 히스테리 마녀의 저음의 톤은 스산하게 느껴졌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세이비어 영애.”
이번엔 약간 그의 말에서 정색의 어투가 묻어져 나왔다.
그도 이 길어지는 실랑이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사가스의 말대로라면 그도 제법 많이 참고 있지만 무표정에서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미 참을 만큼 참았고 한계가 임박해 온 걸지도 몰랐다.
“말끝마다 세이비어 영애. 세이비어 영애…세이비어 영애…….”
그녀가 그에게 품게 된 불만은 한두 가지 아닌 것 맞았지만 거기서 유독 맘에 들지 않는 게 그녀의 입 밖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뭐야…. 고작 가문의 이름으로 자신을 불렀다고 저러는 거였어?’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럴만한 게 오히려 히스테리 마녀는 반대의 경향으로 선을 긋고 있었다.
두 부류를 나뉘어 자신과 친한 명문가 그룹은 풀네임을 비롯해 이름을 불러도 상관하지 않았지만, 그 반대는 완고했다.
친하지도 않고 명분도 없으며 귀족 가문도 아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아래로 취급했었다.
그들의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히스테리 마녀의 고귀한(?) 이름이라도 부르는 그 순간부터 인생은 순탄하지 않다고 보면 되었다.
그래서 자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4대 가문의 영식이 무시하는 태도도 모자라 가문의 이름으로만 불러대니 기분이 나쁜 건 그녀의 성격이 나쁜 것이랑 맞먹었다.
이미 석연치 않았던 수준을 넘어선 지는 오래였다.
굳이 그게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공감하기엔 어려웠다.
콧대 높은 그녀의 풀네임을 그녀가 따지는 이유에 걸리는 사람들만이 부르지 않는다면 문제 될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여기선 결국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였다.
‘참 피곤한 성격이라니까….’
무엇 하러 그런 걸 일일이 따지고 사는지 내 기준으로는 세상살이 자체가 다 피곤해 보일 지경이었다.
차라리 그 반만이라도 예전의 아르휀에게 잘해 주었다면 세이비어 가문의 이야기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꽤 높았다.
그들이 아르휀을 죽음으로 몰았던 주된 원인이었고, 그 이후, 세이비어 가문이 몰락하는 데에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신들은 아마 오래 떵떵거리고 살 줄 알았겠지만, 권선징악은 새드엔딩이 아닌 이상은 늘 따라다니는 법칙과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아르휀인 나는 처음엔 복수의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르휀의 몸이 익숙해진 나는 복수보다 세이비어 가문의 사람들과 앞으로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아마 원래의 흐름은 바뀌고 아르휀은 죽음에서 벗어나 다른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엔딩은 지금의 아르휀이 내가 또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잠시 이야기가 딴 데로 새어버린 듯하지만, 아직 그와 그녀의 신경전은 이제 시작이라는 기우에 지나치지 않았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쪽은 세이비어 영애가 맞다.”
왠지 그는 그런 뜻으로 그녀가 성질을 내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일부러 동문서답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대답조차도 그녀의 심기를 매우 거슬리게 만들었다.
“……크…흑.”
입술을 질끈 수준이 아니라 자근자근 씹고 있는 느낌이 가득했다.
삭을 줄 모르는 그녀의 흥분은 쌓여만 가면서 상승한 분노가 제어력을 잃어버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네, 네 까지게 하…. 뭔데 감히…레이첼 님을 가르치려고 들어? 】
저런 말들을 늘어놓는 건 대개 상대방을 우습게 보거나 하대할 때.
그리고 아르휀인 나의 앞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경향들이었다.
그런데 전혀 아무 경우에도 속하지 않는 그에 앞에서 저렇게 뻔뻔히 외친다는 건….
‘정상이 아니란 거네.’
상황을 밟아버리고 본인의 이름을 높여 부르고 있을 정도로면 그녀는 이미 제어력을 담당하는 이성을 상실한 듯싶었다.
「 저…. 저 싹수가 없는 여자 인간이 미 미 미쳤나 봅니다? 」
사가스는 은근 자신의 감정을 섞으며 율의 눈치를 재차 살폈다.
전혀 변화 없는 그의 무표정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늘따라 사가스는 율의 의중은커녕, 감정조차 읽기 힘들었다.
“저런 걸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없다고 해야 할까....”
「 율!? 」
무슨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율은 말뜻은 어떤 결단을 내리려는 것만 같았다.
“고작 말 몇 마디 섞었을 뿐인데.
저런 게 이번 세대의 세이비어 가문의 영애라니……훗.”
무표정의 근육이 살짝 움직였다.
못마땅한 무가치를 본 듯한 그는 표정엔 비웃음이 잠깐 서렸다.
「 그, 그러게. 율. 저 여자는 주제도 모르는 데다가 어리석게 짝이 없단 말이지? 」
“불쌍할 정도로 어리석어.”
적당히 봐주는 심산으로 말을 조금이라도 섞으면 알아들을 줄 알았지만, 그녀는 그것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흥밋거리도 될 수 없었다.
그녀에게선 흥미로움이 채 생기기도 전에 식어버리는 게 더 빨랐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카데미 안에서 그렇게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딱 한 사람.
그녀가 비켜주기만 하면 마주할 수 있는 그.
“별수 없지.”
그런데 말귀를 못 알아먹으니 이제 그만 그녀는 그의 앞에서 사라져 줘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 유…율? 〕
사가스가 그가 어떻게 나올지 식겁을 하는 건 당연했었다.
하지만 쓸데없이 큰 사건을 일으키면 곤란했다.
인간사에는 관심 없었지만, 저 싹수없는 인간 여자에게 굳이 손을 쓰면 손해만 볼 것 같았다.
불안감에 율을 말려야겠는데 말리면 저쪽도 언제 얌전히 비켜줄지는 몰랐다.
함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가스는 난감에 빠져버렸다.
그 사이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듯 눈을 감았다.
스스스스….
‘…………!’
나도 느꼈다.
그가 히스테리 마녀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지만, 그 바람을 접는 동시에 마력이 흐름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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