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2부] 싹트는 불안
조회 : 339 추천 : 0 글자수 : 4,193 자 2025-11-09
한순간에 내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벙찐 표정으로 말없이 쳐다보았다.
없어졌다.
단 한 사람만이 사라져 버렸다.
‘뭐가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엔테리아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느끼는 건 릴리스티아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그녀 또한 아무 말 없이 히스테리 마녀가 감쪽같이 사라진 곳만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벤 녀석이 이걸 봤다면 기겁하고도 남았겠네. 하하….’
살짝은 벤의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었다.
이런 좋은 구경(?)을 놓쳤으니, 한편으론 아깝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조용한 편이 낫다는 생각이 기존의 생각을 눌러버렸다.
정신 없이 굴지도 모를 벤은 여전히 아직도 기절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로 어쩌면 이게 더 나은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이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히스테리 마녀는 어디로 빨려 들어간 거지?’
그가 펼친 엔테리아는 엄연히 벤과는 전혀 다른 질과 양을 가진 스킬이었다.
벤의 엔테리아는 텔레포트에 준하는 정도로 최근에 다닌 장소를 기억하듯 공간과 공간 사이를 넘나드는 정도였다.
그리고 최근 알게 된 건 그 공간이 협소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제법 오래 머문 채로 숨어 있을정도까지라는 것이었다.
텔레포트를 그렇게까지 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히스테리 마녀만을 지정해서 공간이 사람을 잡아먹듯이 사라지게 만들다니 신기하게 짝이 없었다.
벤의 엔테리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수준급 스킬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생각에까지 영향력을 받은 나는 긴장감마저 생겼다.
‘그렇다는 건 얼마든지….’
그는 얼마든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아무나 히스테리 마녀처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꿀 – 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시비를 못 걸어서 환장(?) 수준에 이르렀던 카이트가 해결이 되자마자 새로운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제법 장난이 아니었다.
그와 카이트는 비교할 수준급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그가 펼친 엔테리아를 보는 순간, 실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긴장한 기색과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약간 얼이 빠져 있었다.
“아르휀 폰 세이비어.”
미성에 가까운 무덤덤한 그의 목소리가 난데없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전혀 예상이라고는 하지 않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입에서 반사적으로 반문에 가까운 대답이 튀어나올 법도 했는데 오히려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빙빙 돌고 있던 긴장감이 급속도로 차올라버렸다.
그래서 대답은커녕, 나는 조금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고야 말았다.
‘왜. 하필……나를….’
그가 얼떨결에 내 퀘스트를 클리어해 준 구세주(?)가 되어준 건 고마웠다.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이건 이거다.
철저히 이런 부분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고 싶었던 만큼이나 그가 나의 풀네임을 부른 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차라리 내 귀가 환청을 들은 착각이라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아르휀 폰 세이비어.”
그의 귀찮아하는 건 질색인 성격상, 사실 같은 이름을 2번 부르는 거면 대단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만큼 아르휀에게 관심사가 많이 기울어져 있음을 뜻했다.
반면에….
난 여전했다.
설마 또 부를 줄을 몰랐다.
그 덕분에 착각은 전혀 아니었던 게 확인 사살이 된 것만 같아 참 환장할 것 같았다.
‘언제든 히스테리 마녀처럼 패대기칠지도 모르는데……크읍.’
난 부정적인 생각에만 치우쳐 있었던 만큼이나 사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체에 관해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무시하면 하극상(?)에 가까운 일이라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마저 들고 있었다.
“잠시만요.”
머릿속이 복잡해 회로가 얽히고설키던 그때였다.
릴리스티아가 난데없이 내 앞으로 나서며 나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
「 뭐야. 뭐야. 뭐? 이건 또 무슨 경우야?
왜 네 여동생이 끼어드는데? 왜왜왜왜왜!? 」
그가 멈칫거리며 할 말을 잃은 순간, 오히려 사가스가 정신 사납게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들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일지도.”
귀찮은 사고력에서 릴리스티아가 끼어든다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말 거는 조차도 싫어했으며 섞는 것도 원하지 않음을 최근에 따로 부딪히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랬던 릴리스티아가 먼저 그에게 입을 떼고 말문을 열었다.
이건 또 어떤 조화인지 그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 율. 네 여동생도 그 싹수없는 여자 인간처럼 어디 확 보내 버릴까?
그게 율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더 간단하고 쉬울 거 같ㅇ…….」
“사가스.”
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무겁고도 꽤 날카롭게 사가스의 이름을 불렀다.
아무래도 이번엔 사가스가 눈치 없이 굴면서 말을 함부로 뱉었던 듯싶었다.
「 아. 아니…. 왜. 왜 그래?!
율도 네 여동생과 얽히고 싶지 않잖아?
같은 공간에 있어봤자 불편하고 귀찮기만 하ㄱ……. 」
“입 다물어.”
그는 사가스의 말들이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릴리스티아에게 어떤 이유에서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만 같아 그는 그것 또한 궁금해졌다.
그래서 더욱 사가스의 말들이 쓸데없이 들릴 뿐이었다.
“내가 볼일이 있는 건 그쪽 여…그쪽이 아닌데.”
하마터면 실수할 뻔 했었다.
릴리스티아가 같은 가문의 여동생이 아닌 건 한참을 지난 일인데 율리어스는 본인도 모르게 ‘영애’라고 착 달라붙는 말을 내뱉을 뻔한걸 얼른 주워 담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소의 느낌으로 딱 잘라 거절의 식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릴리스티아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먼저 스스럼없이 말을 건 것 같아 내심 기쁜 마음이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걸 만끽할 생각과 시간은 없었다.
“저는 선배님에게 볼일이 생겼어요.”
“리, 릴리스티아 양?”
어떻게 생긴 용기인지도 출저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도리어 내가 당혹스러웠다.
아르휀이 알고 있는 둘의 사이는 사실 별 접점이 없었다.
사실 과거의 아르휀이 빨리 사망 루트를 타서 그런 걸지도 모를 만큼이나 뒤에 이어지는 주요 인물들의 관계나 그런 분류의 이야기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었다.
“아르휀 군은 물러서세요.
아무래도 선배님은 아르휀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이시네요?”
대략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굳이 그 사이를 끼어든 이유를 난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가 나에게 볼일이 있다면 그녀가 이렇게 나설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발 나와서 가로막듯이 끼어든 표정을 보면 좀 예사롭지 않았다.
릴리스티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신경이 날카롭게 선 암고양이 같은 느낌으로 그를 마치 적대시하는 걸로 보였다.
경계를 조금이라도 늦춘다면 그를 금방이라도 할퀼 것만 같은 날 선 공기마저도 릴리스티아에게서 느껴졌었다.
“거기까지만 하세요.
그 말 제가 듣도록 하겠어요.”
릴리스티아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그 이유는 그녀에게 직접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사소한 이유로 그녀가 그와 내가 얽히는 걸 배제하는 걸 보면 뭔가 진짜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실마리는 쉽게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은 릴리스티아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가 히스테리 마녀를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의 능력자인 걸 보면 경계해야 할 상대임은 틀리지 않았다.
‘궁금하긴 궁금하ᄂ….’
【 경고. 】
내가 두 사람을 주시하는 사이 묵언수행을 하듯이 조용했던 시스가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시……스?”
【 율리어스 M. P 티어 밀레니엄.
그를 경계하기를 바랍니다. 】
어떻게 보면, 시스의 말이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법도 했었다.
‘이거…. 뭔가 있는가 본데?’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함부로 지나칠 일이 아닌 듯싶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시스를 통해 새빨간 적색경고등의 이미지가 퍼지고 있었다.
그가 나와 접촉하려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님을 직감해야만 했었다.
“시스. 그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읊어봐.”
【 ………. 】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스 치고는 평소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나…?’
조금은 뜨끔거렸다.
나도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선까지는 기본적인 정보를 아는 바였다.
어느 가문의 영식이며, 세이비어 가문과의 관계.
또….
하여튼 그런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 그가 왜 지금의 아르휀인 나에게 접근하려는 지에 대한 실마리를 잡고 싶어졌다.
【 정확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마스터인 당신에게 있어서는 위험인자로 분류됩니다. 】
뜬금포가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에 대해 대체 뭘 조심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 ……그에게서는 엔테리아의 능력 이외에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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