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2부] 싹트는 불안(2)
조회 : 236 추천 : 0 글자수 : 4,311 자 2025-11-10
‘이질적인 기운?’
그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경계해야 할 실력자의 엔테리아인 건 알겠지만, 그 이상은 내가 알 리 없었다.
그런 기운이 어디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만은 아무래도 시스만 감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꼭 집어 뭘 말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형용화도 할 수 없자, 나도 은근히 궁금의 싹이 트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아니…. 잠시만 그렇다면 이상한데?”
나는 잠깐 애매할 정도로 이상한 생각이 스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스. 너 같은 존재가 여기에 또 있…….”
【 그건 불가능합니다. 】
시스는 마치 아연실색하는 것 같이 딱 잘라 반응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것도 같았다.
【 저는 마스터인 당신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 조건은 빙의라는 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빙의.
틀린 단어는 아니었다.
기존의 이 세계에서 빨리 사망 루트에 이르러 죽임을 당하는 조연 같은 존재인 아르휀에게 내 영혼이 빙의를 당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 아르휀이 내 행동하나 하나에 따라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었다.
빨리 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행동과 선택이었지만 이미 조연은 벗어나고도 남았다고 보았다.
“그렇다면…남은 건…….”
정령? 성령? 신의 가호?!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정령이나 성령이었다면 시스가 이미 감지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신의 가호나 신 같은 존재였다면 그는 이미 나와 같은 빙의자와 다름없다는 것을 뜻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시스가 그 부분을 또한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렇다고 담담해 할 수 있었다.
“뭐람 대체…? 그럼 그에게도 시스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거려나?”
【 비슷하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딱히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시스의 대답은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점점 궁금해져 오는데 그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는다면 이 궁금증에 대한 진실을 밝힐 길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말이야. 시스.
진짜 그가 위험할 정도로 내가 피해야 할 급이야?
그렇다면…. 혹시 아르휀이 그 때문에 죽을 수도…….”
【 정확하게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거리를 두시길 권장합니다. 】
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막는 것 같아선 답답함이 차올랐다.
딱 그 하나 때문에 아르휀이 죽는 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시스는 그를 기피하길 바랬고. 나는 그런 위험인자가 가지고 있는 존재에 대해 파헤치기 위해선 위험을 무릅쓰고(?) 접촉을 시도해야만 했었다.
‘아이러니하게 짝이 없는 경우네. 진짜….’
나는 그렇게 시스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아르휀에게 볼일이 없다. 거기서 비켜라. 릴리스티아.”
시스와 나 사이에 뜻밖의 이야기가 길어지는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의 눈에는 뭔지 모를 불꽃이 튀었다.
이제 히스테리 마녀에 이어 시작된 두 사람의 신경전은 또 오래갈 것만 같았다.
“그전에 저와 먼저 이야기하세요.”
“……말이 안 통하네.
내가 볼일이 있는 건 처음부터 아르휀 뿐이다.”
듣고 듣다 보니. 살짝 그가 나만 운운 거리는 게 귀 딱지가 앉을 정도였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를 아무렇지 않게 아르휀이라고 막 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선배라서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었지만, 친분도 없는 사이에 은근슬쩍 나는 그 부분이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릴리스티아까지 내키지 않는 듯한 행동을 취하니, 시스의 조언을 어느 정도 수긍해서 받아들여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쪽이 날 보고 싶다고 해서 꼭 승낙할 필요는 없잖아?’
그녀의 내키지 않음이 나한테까지 옮아버린 느낌도 들었지만, 릴리스티아가 막고 있는 흐름을 내가 망칠 필요도 없어 보였다.
다음도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의 아르휀은 예전의 무능력자도 아니었고 같은 4대 가문으로 그를 만나려는데 아무 문제도 없어 보임에 빨리 그와 접점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다.
탁,
“아르휀…군?”
릴리스티아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 다 다듬었었던 나는 이제 마냥 그녀의 뒤에 있지 않기로 했었다.
#.
“초면부터 이러는 건 실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요?”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깐 듯이 바로 담담한 표정으로 직설적인 발언을 뱉었다.
하지만 그도 나한테 이런 말을 듣기엔 충분했다.
히스테리 마녀처럼 아무런 언질도 없이 쳐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문제가 되는 건 그 이후였다.
선배랍시고 마음대로 설치는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그도 히스테리 마녀처럼 자기 위주식으로 주위를 아예 보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이 장소는 나만의 방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 이외에는 마치 투명 인간 취급하는 것 같았다.
“실례?”
「 뭔 소리야, 저건 또?
율. 저 녀석 그래봤자 후작의 애새끼잖아?
우리 율은 공작가문이라고.
어디서 시건방지ㄱ……. 」
“사가스.”
시끄러웠다.
율리어스의 귀에는 사가스의 흥분이 다 쓰잘데기없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여기서 그에게 중요한 건 아르휀이라는 사람이지,
굳이 운운할 정도로 따질 귀족이 가진 작위의 등급이 아니었다.
“나쁘지 않네.”
「 뭐, 뭐가! 」
사가스는 율에게 대하는 태도가 건방져 보이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짜증이 묻어났다.
그런데 반면에 율리어스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유유자적한 태도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핏줄인데 눈빛부터 달라.”
「 가…. 같은 핏줄…?」
사가스는 율이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뻔했었다.
그리고 율의 말을 이해한답시고 사가스는 기억을 다시 거슬러 가보았다.
「 아. 어. 으…히……익? 서, 서서 설마?! 」
그 설마에서 기분 나쁜 기억에 당도할 수 있었는지. 사가스는 꽤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쯧.”
율리어스는 그런 사가스를 보며 혀를 찼다.
「 아…. 아니. 별로 닮은 구석이 없…아니지!
시건방진 건 같네. 같아. 」
사가스의 말대로인건 맞았다.
겉모습부터 훑어보면. 남매는 머리 색깔부터 눈동자 색깔까지 그다지 일치하는 게 없었다.
하물며 예전이었다면 성격도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런데 노엔테리아의 틀을 깨어 부수는 순간부터 달라지고 있었다.
율리어스는 그 이후로 달라진 아르휀이라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가스?”
「 뭐…. 뭐. 율?! 」
“계속 귀찮게 굴 거면.”
「 내,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 그런데 쟤는 율한테 벌써부터 하는 ᄀ……. 」
“넘어가. 귀찮아.”
그는 마치 자신이 괜찮으면 모두가 괜찮다는 것 같았다.
이럴 땐 사가스의 의견도 무시되면서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율이 귀찮아하는 순간 사가스는 눈치껏 물고 늘어지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 」
찡얼(?)거리던 사가스도 조용히 시킨 율리어스는 이제 문득문득 끼어드는 릴리스티아만 가만히 있어 준다면 꽤 편할 듯싶었다.
“그렇군. 초면에 실례가 많았네, 아르휀?”
율리어스는 별스럽지 않다는 듯한 대꾸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아. 듣고 있으니까. 계속 거슬리네.
이 사람은 대체 아르휀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아무렇지 않게 불ᄅ….’
“친한 척 그만 좀 불러요!”
“릴리스티아 양….”
내가 불만을 가진 박자에 그녀는 그걸 또 무슨 마친 자기일인냥 마냥 그에게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아…. 아. 아르헨 군. 그게…그게, 그러니까… .아 미안해요. 하…진짜.”
그녀는 진짜 많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자기 자신이 왜 내가 그랬는지를 돌연 묻고 싶은 느낌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 모양새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치고는 유독 그에게 발끈거리며 울컥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아르휀인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였다.
‘이거…. 이대로 괜찮으려나?’
그 앞에서 유독 감정 제어가 잘 안되는 릴리스티아의 개입으로 나는 걱정이 들었다.
「 네 여동생 너무 간섭이 심한데…. 괜찮겠어, 율? 」
이 부분은 율리어스가 염려한 대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릴리스티아는 언제부터인가 아르휀과 친분이 제법 가까워 보였다.
그런데 그건 그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었다.
과거의 일을 생각한다면 릴리스티아가 그를 기피하는 수준은 평범하지 않았다.
경계를 넘어 원망한다거나 복수까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그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고 있을 터.
그래서 아르휀과 첫 접촉에 릴리스티아의 방해 공작이 심하고도 남았다.
이래서야 율리어스의 각본(?)대로라면 원만한 관계를 가지는 건 틀려먹어 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릴리스티아에게 직접적인 해는 끼치고 싶지 않은 율리어스였었기에 섣불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마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귀찮은 건 질색인 그는 과감히 행동에 옮기고도 남았다.
‘이제 와서 걸림돌이 될 줄은.’
릴리스티아가 아카데미아에 소속된 걸 알았을 땐, 그도 부딪히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넘겨버린 일이 지금은 많이 걸리적거리고 있었다.
「 율. 이러는 건 어때? 」
그렇게 골 아픈 생각에 잠겨 선택 장애를 앓고 있는 율리어스에게 사가스가 슬며시 운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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