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2부] 싹트는 불안(3)
조회 : 349 추천 : 0 글자수 : 4,329 자 2025-11-11
쉽사리 말할 타이밍을 재면서 눈치를 보고 있던 사가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말해 봐.”
「 그 싹수없는 여자 인간을 보내버린 것처럼 네 여동생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 」
그런 거라면 그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 제일 방해되고 귀찮은 존재와 다를 바 없는 릴리스티아를 똑같은 방법으로 보내버린다면 편한 것은 맞았다.
그리고 애초에 반대로 아르휀만 제외하고 보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건 그 스킬에도 어느 제약이 걸려있던 모양으로 보여졌다.
그래서일까?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사가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 안 된다고? 」
“당연한 걸 묻지 마.”
「 ………. 」
사가스는 나름 귀찮은 걸 빠르게 떼려면 속전속결의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단점이라면 그가 그 스킬의 하루치 한도 횟수도 다 되었다는 점을 비롯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사가스는 왜 당연하다는 건지 그 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좀 단순했던 사가스는 쉽게 쉽게 갔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율리어스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성좌가 마음에 드는 계약자를 만난다는 건 전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가스는 실제로 갈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진짜 갈증이 날 것만 같았다.
“사가스.”
사가스에게 ‘묻지 마’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다시 사가스를 불렀다.
「 왜? 」
조금은 뽀로통해져선 입이 삐죽 튀어나온 느낌을 발산하는 사가스였다.
“그걸 쓰자.”
또 시작이었다.
주어, 목적어가 빠진 채로 결론만 말하고 있었다.
「 그, 그거…라니? 」
어떠한 언질도 없이 갑자기 툭 던지듯이 말하자 사가스가 알아듣는 건 힘들어 보이는 말투였다.
“다른 공간,”
「 응…? 아아……아! 」
그러자 생각에 잠긴 듯한 사가스가 뭔가 번쩍 떠오른 반응을 보였다.
「 여기서 갑자기 그걸 쓰자고?! 」
사가스의 반응은 흔쾌히 받아들이는 긍정의 느낌과는 멀었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귀찮게 굴던 싹수없는 여자를 사라지게 만드는 공간 스킬을 사용할 때와는 영 딴판으로 보이는 반응으로 역력했다.
“쓸 때가 왔어.”
율리어스는 그런 사가스의 반응에는 별 관심이나 상관이 없어 보이는 투로 밀고 나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 아니. 그건 아니지 않나?
율. 여기서 쓰는 건 낭비라고 보는데….」
사가스가 평소와 다르게 깐깐해지고 있었다.
원래 좀 따질 거 따지는 성격으로 추정되는 사가스였지만, 뭔가 율이 쓰자고 하는 이 스킬에는 엄청나게 거스르는 분위기였다.
“그만 따져.”
「 내가 안 따지게 생겼냐?
우리만 손해가 크잖아. 」
“딱히.”
사가스가 뭘 손해라고 생각하는지는 율리어스도 내심 알고 있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했다.
무덤덤할 정도로 퉁명스럽게 짝이 없었다.
「 율. 생각하고 있는 거 맞냐? 」
괜히 의심마저 드는 느낌으로 사가스는 율을 찔러보았다.
“그다지.”
「 끙. 」
마치 그는 고민거리도 아니라는 듯이 태평하게까지 답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한 가지 의견에 생각이 맞지 않은 바람에 그 모양새는 사가스만 골머리 썩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율. 제발 좀 그러지 좀 말자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생각해 봐. 그 스킬을 한 번 쓰는데 잠들어 있는 아덴(아이덴티티)에 내 성좌의 마력이
얼마나 드는ᄌ….」
“그래서 계약해 줬지.”
「 ………. 」
이제 뻔뻔해 보일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 정도의 의무(?)도 해주지 않는다면 마치 계약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들릴 정도로 말이었다.
「 율. 진심이냐, 진짜? 」
“진심이다.
그는 사가스 네가 그럴 여력을 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거부한다거나 반대하기엔 이미 글러버린 것 같았다.
그의 고집은 이미 아집에 가까워서는 아르휀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음을 사가스도 인정해 줘야만 했었다.
「 아, 알겠어. 좋아. 율이 그렇다면 그렇다는 거지.
내가 널 어찌 이기겠냐? 」
사실 사가스는 그와 계약을 맺은 이후로 그에게 말려들어 가듯이 매번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마치 언제 나의 흐름처럼 사가스가 두손 두발 다 들 듯이 율리어스가 선택한 방향으로 몸을 맡겨야만 했었다.
율리어스는 그대로 잠시 멈칫거렸다.
사실 이대로 뻗대기만 해서는 아르휀에게 괜찮은 인상을 심어주기는커녕, 경계심만 키워선 여기에 온 의미가 없어질 것 같기도 했었다.
그런 결과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사가스가 반대했던 스킬을 더 사용하려는 걸지도 몰랐다.
스윽.
그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정도로 손에 은근슬쩍 검은 돌을 쥐었다.
옷소매 자락에 잘 감춰져서 그런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네 성흔을 흘러라. 사가스.”
「 알겠는데…. 쟤들이 이상한 눈치라도 채지 않으려나? 」
사가스는 막상 그가 말한 걸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니, 신경이 쓰였다.
“눈치?”
하지만 율리어스에게선 전혀 그런 점이라곤 엿볼 수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보다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이 참으로 무덤덤했다.
아무래도 그는 스킬을 사용하고 성공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 이외에는 염두라는 걸 아예 두지 않았던 것 같았다.
「 율…. 그래도 그건 아덴(저주받은 마석)이잖아…!
아덴이 깨어나지 않은 평소엔 잠든 일반 돌로 밖에 보이지 않다곤 하지만….
내 성흔을 흘리면 그렇지 않다는 걸 간과하지 말라고. 좀! 」
어떻게 보면 진짜 사가스가 하나하나 따지는 엄청 꼼꼼한 성격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율리어스가 주위의 영향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너무 편이하게 생각하는 게 사가스가 좀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율리어스와 달리 사가스는 사가스대로 돌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할 만도 했었다.
사가스의 말처럼 깨어나지 않은 채, 잠든 돌이긴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변수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할 점이었다.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아이덴티티.
율리어스 손에 있는 건 잠들어 있지만, 어느 마력이나 성흔과 그리고 마기(마족의 마력)이 흘러 들어가느냐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지긴 했다.
강한 마력을 지닌 인간의 마력이 흘러 들어갈 경우, 100퍼센트는 아니었지만, 그 반의 확률로 잠든 마석이 깨어날 확률은 있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성좌의 마력은 사가스가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성좌의 마력에 대한 마석의 반응에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성좌는 보통 희노애락에 대한 표현과 표출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지만 자신보다 상급 성좌에게서 대게 공포감을 느낀다.) 사가스는 감정을 배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율리어스가 아르휀의 심상치 않은 능력에 관심을 가졌던 만큼 성좌의 마력을 돌에 흘리는 순간에 그 마력을 감지하거나 느낄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대게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번엔 신경이 쓰였다.
여기서 돌의 존재가 발각되면 율리어스에게 꽤 골치가 아플 건 뻔했다.
최근 아카데미아의 워룸에서도 이미 깨어나 있던 아이덴티티가 욕망덩어리인 인간에게 흘러 들어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건 사가스나 율리어스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나마 율리어스에게 다행인 건 꼬리를 잡히지 않고 일단락되었다는 점이다.
돌의 존재는 아카데미아의 핵심 인물에게까지 들어갔지만, 그들은 출저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음에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도 아무렇지 않게 아카데미아 안에서 활보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사건 직후 율리어스는 사건을 일으킨 진범인 여동생은 따끔히 혼내고, 당분간은 눈에 띄지 않게 자숙을 취해야만 했었다.
“아주 잠깐이니 신경 꺼.”
사가스와 달리 말로 아주 쉽게 뱉는 율리어스였다.
율리어스는 슬쩍 돌을 꺼낸 시점에서 켕겨보았자 손해라는 느낌이라는 듯이 더 과감하게 나갔다.
「 성좌인 내가 믿지도 않은 운에 맡겨야 한다니….
운의 성좌가 안 본 게 퍽 다행이다. 다행이야. 」
“시답잖은 소리는 그만하고.”
성좌에도 운의 성좌가 존재한다는 건 처음 알 법했지만, 이 순간엔 율리어스는 별 관심이 없는 정보였다.
사가스는 오늘 여러 번 입이 삐죽 튀어나오는 모양의 느낌으로 결론은 율리어스의 말을 또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이스티크마(Estigma). 」
이제 그의 말에 불평이나 번복하는 대신에 성좌가 가진 마력이 담긴 성흔은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흔은 율리어스의 마력이 흐르는 흐름을 타는가 싶더니, 이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마치 마력이 흡수되듯 자연스레 다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 으…. 기분 나빠. 」
사가스에게는 결코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불결한 존재에 억지로 성흔을 착취당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우우 우우웅.
그의 손에서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았던 돌에게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성흔을 어느 정도 삼킨 돌이 붉게 물들어 원래의 색이 갖추어져 나갔다.
「 이제 충분하지 않냐? 」
“충분해.”
뭐가 시작되려는지 짐작 가는 바가 없을 정도로 그가 사용하려는 스킬의 준비가 모두 갖추어져 진 듯싶었다.
“말해 봐.”
「 그 싹수없는 여자 인간을 보내버린 것처럼 네 여동생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 」
그런 거라면 그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 제일 방해되고 귀찮은 존재와 다를 바 없는 릴리스티아를 똑같은 방법으로 보내버린다면 편한 것은 맞았다.
그리고 애초에 반대로 아르휀만 제외하고 보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건 그 스킬에도 어느 제약이 걸려있던 모양으로 보여졌다.
그래서일까?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사가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 안 된다고? 」
“당연한 걸 묻지 마.”
「 ………. 」
사가스는 나름 귀찮은 걸 빠르게 떼려면 속전속결의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단점이라면 그가 그 스킬의 하루치 한도 횟수도 다 되었다는 점을 비롯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사가스는 왜 당연하다는 건지 그 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좀 단순했던 사가스는 쉽게 쉽게 갔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율리어스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성좌가 마음에 드는 계약자를 만난다는 건 전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가스는 실제로 갈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진짜 갈증이 날 것만 같았다.
“사가스.”
사가스에게 ‘묻지 마’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다시 사가스를 불렀다.
「 왜? 」
조금은 뽀로통해져선 입이 삐죽 튀어나온 느낌을 발산하는 사가스였다.
“그걸 쓰자.”
또 시작이었다.
주어, 목적어가 빠진 채로 결론만 말하고 있었다.
「 그, 그거…라니? 」
어떠한 언질도 없이 갑자기 툭 던지듯이 말하자 사가스가 알아듣는 건 힘들어 보이는 말투였다.
“다른 공간,”
「 응…? 아아……아! 」
그러자 생각에 잠긴 듯한 사가스가 뭔가 번쩍 떠오른 반응을 보였다.
「 여기서 갑자기 그걸 쓰자고?! 」
사가스의 반응은 흔쾌히 받아들이는 긍정의 느낌과는 멀었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귀찮게 굴던 싹수없는 여자를 사라지게 만드는 공간 스킬을 사용할 때와는 영 딴판으로 보이는 반응으로 역력했다.
“쓸 때가 왔어.”
율리어스는 그런 사가스의 반응에는 별 관심이나 상관이 없어 보이는 투로 밀고 나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 아니. 그건 아니지 않나?
율. 여기서 쓰는 건 낭비라고 보는데….」
사가스가 평소와 다르게 깐깐해지고 있었다.
원래 좀 따질 거 따지는 성격으로 추정되는 사가스였지만, 뭔가 율이 쓰자고 하는 이 스킬에는 엄청나게 거스르는 분위기였다.
“그만 따져.”
「 내가 안 따지게 생겼냐?
우리만 손해가 크잖아. 」
“딱히.”
사가스가 뭘 손해라고 생각하는지는 율리어스도 내심 알고 있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했다.
무덤덤할 정도로 퉁명스럽게 짝이 없었다.
「 율. 생각하고 있는 거 맞냐? 」
괜히 의심마저 드는 느낌으로 사가스는 율을 찔러보았다.
“그다지.”
「 끙. 」
마치 그는 고민거리도 아니라는 듯이 태평하게까지 답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한 가지 의견에 생각이 맞지 않은 바람에 그 모양새는 사가스만 골머리 썩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율. 제발 좀 그러지 좀 말자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생각해 봐. 그 스킬을 한 번 쓰는데 잠들어 있는 아덴(아이덴티티)에 내 성좌의 마력이
얼마나 드는ᄌ….」
“그래서 계약해 줬지.”
「 ………. 」
이제 뻔뻔해 보일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 정도의 의무(?)도 해주지 않는다면 마치 계약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들릴 정도로 말이었다.
「 율. 진심이냐, 진짜? 」
“진심이다.
그는 사가스 네가 그럴 여력을 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거부한다거나 반대하기엔 이미 글러버린 것 같았다.
그의 고집은 이미 아집에 가까워서는 아르휀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음을 사가스도 인정해 줘야만 했었다.
「 아, 알겠어. 좋아. 율이 그렇다면 그렇다는 거지.
내가 널 어찌 이기겠냐? 」
사실 사가스는 그와 계약을 맺은 이후로 그에게 말려들어 가듯이 매번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마치 언제 나의 흐름처럼 사가스가 두손 두발 다 들 듯이 율리어스가 선택한 방향으로 몸을 맡겨야만 했었다.
율리어스는 그대로 잠시 멈칫거렸다.
사실 이대로 뻗대기만 해서는 아르휀에게 괜찮은 인상을 심어주기는커녕, 경계심만 키워선 여기에 온 의미가 없어질 것 같기도 했었다.
그런 결과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사가스가 반대했던 스킬을 더 사용하려는 걸지도 몰랐다.
스윽.
그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정도로 손에 은근슬쩍 검은 돌을 쥐었다.
옷소매 자락에 잘 감춰져서 그런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네 성흔을 흘러라. 사가스.”
「 알겠는데…. 쟤들이 이상한 눈치라도 채지 않으려나? 」
사가스는 막상 그가 말한 걸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니, 신경이 쓰였다.
“눈치?”
하지만 율리어스에게선 전혀 그런 점이라곤 엿볼 수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보다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이 참으로 무덤덤했다.
아무래도 그는 스킬을 사용하고 성공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 이외에는 염두라는 걸 아예 두지 않았던 것 같았다.
「 율…. 그래도 그건 아덴(저주받은 마석)이잖아…!
아덴이 깨어나지 않은 평소엔 잠든 일반 돌로 밖에 보이지 않다곤 하지만….
내 성흔을 흘리면 그렇지 않다는 걸 간과하지 말라고. 좀! 」
어떻게 보면 진짜 사가스가 하나하나 따지는 엄청 꼼꼼한 성격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율리어스가 주위의 영향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너무 편이하게 생각하는 게 사가스가 좀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율리어스와 달리 사가스는 사가스대로 돌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할 만도 했었다.
사가스의 말처럼 깨어나지 않은 채, 잠든 돌이긴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변수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할 점이었다.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아이덴티티.
율리어스 손에 있는 건 잠들어 있지만, 어느 마력이나 성흔과 그리고 마기(마족의 마력)이 흘러 들어가느냐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지긴 했다.
강한 마력을 지닌 인간의 마력이 흘러 들어갈 경우, 100퍼센트는 아니었지만, 그 반의 확률로 잠든 마석이 깨어날 확률은 있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성좌의 마력은 사가스가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성좌의 마력에 대한 마석의 반응에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성좌는 보통 희노애락에 대한 표현과 표출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지만 자신보다 상급 성좌에게서 대게 공포감을 느낀다.) 사가스는 감정을 배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율리어스가 아르휀의 심상치 않은 능력에 관심을 가졌던 만큼 성좌의 마력을 돌에 흘리는 순간에 그 마력을 감지하거나 느낄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대게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번엔 신경이 쓰였다.
여기서 돌의 존재가 발각되면 율리어스에게 꽤 골치가 아플 건 뻔했다.
최근 아카데미아의 워룸에서도 이미 깨어나 있던 아이덴티티가 욕망덩어리인 인간에게 흘러 들어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건 사가스나 율리어스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나마 율리어스에게 다행인 건 꼬리를 잡히지 않고 일단락되었다는 점이다.
돌의 존재는 아카데미아의 핵심 인물에게까지 들어갔지만, 그들은 출저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음에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도 아무렇지 않게 아카데미아 안에서 활보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사건 직후 율리어스는 사건을 일으킨 진범인 여동생은 따끔히 혼내고, 당분간은 눈에 띄지 않게 자숙을 취해야만 했었다.
“아주 잠깐이니 신경 꺼.”
사가스와 달리 말로 아주 쉽게 뱉는 율리어스였다.
율리어스는 슬쩍 돌을 꺼낸 시점에서 켕겨보았자 손해라는 느낌이라는 듯이 더 과감하게 나갔다.
「 성좌인 내가 믿지도 않은 운에 맡겨야 한다니….
운의 성좌가 안 본 게 퍽 다행이다. 다행이야. 」
“시답잖은 소리는 그만하고.”
성좌에도 운의 성좌가 존재한다는 건 처음 알 법했지만, 이 순간엔 율리어스는 별 관심이 없는 정보였다.
사가스는 오늘 여러 번 입이 삐죽 튀어나오는 모양의 느낌으로 결론은 율리어스의 말을 또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이스티크마(Estigma). 」
이제 그의 말에 불평이나 번복하는 대신에 성좌가 가진 마력이 담긴 성흔은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흔은 율리어스의 마력이 흐르는 흐름을 타는가 싶더니, 이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마치 마력이 흡수되듯 자연스레 다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 으…. 기분 나빠. 」
사가스에게는 결코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불결한 존재에 억지로 성흔을 착취당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우우 우우웅.
그의 손에서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았던 돌에게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성흔을 어느 정도 삼킨 돌이 붉게 물들어 원래의 색이 갖추어져 나갔다.
「 이제 충분하지 않냐? 」
“충분해.”
뭐가 시작되려는지 짐작 가는 바가 없을 정도로 그가 사용하려는 스킬의 준비가 모두 갖추어져 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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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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