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2부] 아공간 속으로(2)
조회 : 134 추천 : 0 글자수 : 4,418 자 2026-03-22
남의 마력이 흐르는 공간에 간다는 것 자체부터 무릇과 달랐다.
겪기 힘든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경험이 없기에 파트너라는 개념과 다를 바 없었던 그를 믿고 뛰어들었었다.
믿기로 한 이상은 끝까지 의지하는 것 이외엔 사실 그녀에겐 방법이라고는 그대로 미아가 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였다.
“알겠어요. 쿠스 님.
그들을 찾아 저를 데려가 주세요.”
「 좋다.
찾은 이후엔 여기를 빨리 뜨는 게 안전하다. 」
이 아공간이 위험해 보이고 불길한 건 알았지만, 그가 안전까지 운운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가 그 정도로 위험한가요?”
「 그렇다.
특히 인간들에겐 아주 위험하다.
이 공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인간의 순수한 마력만으론 만들어지긴 힘들다.
그것은 결국 미지의 존재 힘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 힘은 마석의 존재인 나라도 가늠할 수 없다. 」
그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역시 그녀가 이 아공간에 들어선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르휀 군을 발견하면 바로 나가는 거야…. 릴리스티아.’
이런 아공간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솔직한 마음으로는 되찾은 과거의 힘으로 복수의 실행단계를 밟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아르휀이 얽혀버렸다.
아르휀이 그에게 관심의 여지를 준 게 문제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보기엔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애꿎은 아르휀만을 탓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관계된 형성은 그녀가 어떻게 할 시간이나 순간조차도 없었기에 그 이유를 따지기 전에 아르휀을 여기서 먼저 구하는 게 급선무였었다.
어쩔 수 없이 복수의 실행을 앞두고서 잠시 접어뒀어야만 했었다.
그리고 일단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밤과 같이 어둑함만이 이곳을 메우고 있었다.
인간이 오래 머문다는 자체가 위험한 아공간.
그녀는 한시바삐 아르휀을 데리고 나가려면 쿠스님을 믿고 의지한 채로 나아가야만 했다.
「 찾았다. 릴리스티아. 」
릴리스티아의 머릿속엔 오로지 탈출이라는 단어로만 가득 찬 그때였었다.
쿠스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발걸음과 함께 눈이 직시하듯이 멈췄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 같은 공간에 이상하게 보이고도 남을 아주 부적절한 광경이 그녀의 눈앞에 꽤 뚜렷이 연출되고 있었다.
“저곳에만 왜….”
이유는 모르겠지만 율리어스와 아르휀이 대치한 그들의 발밑에는 마법진이 오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 아공간에서는 인간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하지만 릴리스티아는 예외다.
나의 계약자는 나의 눈을 통해 이 아공간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
“대…. 대, 대단해요. 쿠스님!”
릴리스티아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심하게 반짝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칭송(?)했다.
「 …………. 」
계약자의 적잖지 않은 표정이 꽤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릴리스티아와 문맥이 끊어진 느낌으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어, , 으흠. 그런데 쿠스님. 제 모습은 저들에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사이 문득 든 생각인 듯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결코 얕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곳이었지만 사실 여기에는 몸을 가릴 수 있는 바위도 존재하지 않는 허허벌판과 마찬가지였다.
「 그렇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몸을 숨길 수단은 얼마든지 릴리스티아에게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나와 처음 만난 지하실을 떠올려 보아라. 」
아….
잠시나마 그녀는 잊고 있었다.
《 아티아라(Aclarar). 》
지하실 때는 자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쿠스님의 힘을 빌려야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순식간에 릴리스티아의 모습은 투명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여긴 대체 어디야…?’
시스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불행(?)은 순식간에 일어났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꺼림칙하고도 수상한 캄캄한 공간에 혼자 배제된 느낌도 들었다.
【 위기 경보입니다. 】
그 사이에도 시스의 경고등은 꺼지지 않았다.
아르휀은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겉으론 무덤덤하게 있을 수 없었다.
“시, 시스. 여긴 어디야?”
【 순수한 인간의 능력으로만 만들 수 없는 이질적인 아공간으로 추측됩니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
처음이었다.
시스가 모른다는 듯이 구는 말투는 낯설게까지 느껴졌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힘을 빌려 임의적으로 만든 공간이라는 건데….’
벤이 자취를 감추고자 쓰는 텔레포트의 능력과도 많이 달라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사적으로 초대된 느낌보다는 오히려 고립되어 버린 듯해서 찜찜함이 더 강했다.
팟!
그때였다.
어둡기 짝이 없는 공간에서 아주 작은 반짝임이 아르휀의 눈앞에서 1초간 번뜩거렸다.
【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경각심을 늦추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
탁.
시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이 아르휀의 주위로 누군가 땅에 발이 닿으며 착지를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
시스가 아니었더라면 아르휀은 흥분 지수가 높아져서는 그대로 허공에 누구냐고 소리치고도 남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이 아공간으로 고립시킨 상대방이 바라는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편에 들면서 숨죽여 지켜보는 식으로 아르휀은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 이 인간 의외로 대단한데? 」
아르휀의 차분한 모습에 사가스는 살짝 감탄한 모양이었다.
“훗.”
율리어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씩 웃었다.
「 뭐, 뭐냐, 그 표정은? 율……, 」
사가스의 눈에도 그가 아니꼬워 보일 정도였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직이야.”
「 뭐가? 」
“시작에 불과하다고.”
「 그러니까 뭐가 말이야?! 」
“아르휀 폰 세이비어.
그에 대한 나의 인지도는 예상 범주를 넘어선다고.”
「 어, 음. 그건 율 치고는 너무 후한 거 아냐? 」
사가스도 아르휀이 어느 정도 범상치 않다고는 느껴지고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새로 동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가스는 아르휀에 대해 율리어스가 후한 값을 매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거울에서 이 소년을 보았을 때, 사가스는 그다지 느끼는 바가 보통을 조금 수준인 반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율리어스는 그냥 지나치지 않은 심산이었다.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사가스.”
그의 말대로 시작에 불과하다는 건 진짜 시작은 이 아공간 자체을 일컫는 모양인 듯싶었다.
아…. 아아.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꼬인 거람.’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음이 파악되었다.
꼬인 것도 참 제대로 꼬여버렸다.
마치 꽈배기가 배배 꼬인 것처럼 과거에는 얽힐 법이 없었던 인물이 귀찮아지기 시작할 정도 어슬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아예 접점이 없었던 만큼이나 큰 예상을 벗어나선 머릿속을 헤집으며 뒤엉키는 건 삽시간에 이르렀다.
그리고 율리어스라는 이 사람은 가까이하기엔 꽤 찜찜함을 지우기 힘들었다.
과거의 아르휀은 빠른 사망에 이른 까닭에 그와 아무런 접점이 없었지만, 현재 다른 인과 관계를 맺을수록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특히, 릴리스티아 그녀가 그럴 무척이나 기피하고 싫어하는 것 같았다.
지금이든 예전의 아르휀이든 그에 대해서 아는 바는 자세히 없었기에 그 이유는 알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그녀의 감정처럼 그를 배제할 만큼이나 싫은 감정이 앞서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유쾌하지 않다는 사실은 또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시스 마저도 그와 관련된 일이 발생할 때마다 경고음을 보낸다는 사실이 한몫하는 마당에 미리 조심해서 손해 볼 리는 없는 게 정석이었다.
“시스.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는 건 어렵겠지…?”
【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
어느 정도는 예상한 대답이었기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점점 물고 늘어질 것 같은 그와, 그가 누구의 힘을 빌려 만들었든 간에 같은 공간에서 오래 머무르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어…. 어 잠시만? 당장이라고 한 거 맞지?”
어렴풋이 시스의 말을 되뇌다가 마치 탈출구를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 현재 이 아공간에 대해 분석 중입니다.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
‘그렇단 말이지?’
가능성이 있다니 나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스에 대한 실망보다 기대가 커졌다.
그리고 자그마한 여유가 생기자 문득 먼저 그에게 당한(?) 그녀가 떠올랐다.
히스테리 마녀도 그때 갑자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듯 사라질 때 이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과는 달랐을 것 같았다.
감정 메마른 듯한 특유한 무표정의 그가 히스테리 마녀에게 관심을 둔 바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그녀만 홀로 보내버렸다는 점이었다.
이런 아공간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딱히…. 뭐.’
이제와서 히스테리 마녀를 걱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한시라도 여길 빨리 벗어나는 게…….
슈오오오오….
더 이상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를 않길 바랐지만, 상황은 그런 아르휀을 봐주지 않을 심산인 모양이었다.
갑자기 내딛고 있는 발밑에 알 수 없는 문자와 더불어 빛이 일더니, 동그란 형태의 마법진이 형성되어 눈이 부신 빛을 발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까 느낀 인기척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윽 -
“어서 와. 내 아공간에 최초로 초대된 초대 손님. 아르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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