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2부] 그렇게 돌은 던져졌다.
조회 : 143 추천 : 0 글자수 : 4,258 자 2026-03-24
사가스는 뭔가 율리어스에게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넘어가면 안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사가스를 장악했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다는 자연스러움에 이끌려선 율리어스가 움켜쥔 왼손에 시선이 갔었다.
그가 뭘 더 소년에게 시험하고 싶은지 알고 싶기보다는 그 이상한 기분이 불안감으로 커져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느낌은 새삼스러운 그런 부류의 맥락이 아니었다.
간혹 이라고도 치부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말려야 할까?
그러기엔 늦었다는 건 누구보다도 사가스가 잘 알았다.
「 율. 그거…아이덴티티지? 」
내심 저주받은 돌이 아니길 바랐다.
한 개가 부서져 버린 것도 조금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같은 돌을 또 들고 있었다.
“아아. 이거?”
율리어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사가스에게 들리는 그의 말투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능구렁이 같았다.
「 뭐가 아아…. 이거냐, 율?
네 가문에는 그 돌이 진짜 썩어나냐?! 」
설마….
그럴 리는 없었다.
“낭비벽을 당할 뻔한 걸 구해온 것뿐.
시끄럽게 굴지 마. 사가스.”
「 ………그, 그때 그거냐? 」
문득 사가스도 출저지가 떠올랐던 모양이었다.
그의 여동생이 생각 없이 굴어선 돌에 영혼이 홀린 어리석은 한 학생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 사건.
그렇게 날아가 버린 돌 이외에도 그의 여동생이 소지하고 있던 돌이 더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따끔히 혼내고서 돌을 회수했었는 듯싶었다.
「 그럼, 그게 마지막이냐, 율? 」
“그건 나도 모르지.
가문의 지하실에 잠들어 있는 이 돌들의 존재와 비밀이 연관되어져 있을 테니.”
율리어스라도 아이덴티티에 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신비와 저주를 품고 있는 돌로써, 이에 관해 꿰뚫고 보고 있을 인물이 있을지부터가 안이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등장했을 땐 누구라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쉬운 생각에 거쳐 지나간다면 정보는 없고 어느샌가 잊혀 묻혀버리곤 한다.
아이덴티티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왔기에 아무도 밝혀낸 것이 없었다.
「 그렇다는 건 율은 밀레니엄 가문 지하실에서……. 」
“릴리스티아.”
아이덴티티에 선택 같은 걸 당한 릴리스티아를 보고 깨달은 바를 통해 율리어스는 돌의 적성에 맞는 인간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사가스도 몰랐다.
나름 사가스도 자신의 계약자인 율리어스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나 놓치고 있는 점도 제법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가스는 율리어스에게 불만은 그다지 느끼고 있지 않았다.
율리어스의 모든 면모를 다 꿰차고 있는 건 아닌 반면에 성좌의 계약자로서 그는 사가스의 마음에 와닿았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율리어스가 숨기고 있는 그 어느 한 부분만큼은 일부러 캐고 싶지는 않았다.
진정으로 성좌의 힘이 필요하다면 알아서 말할 터라고 사가스는 믿고 있었다.
「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율? 」
이제 제일 중요한 부분만이 남겨져 있었다.
아이덴티티에 의한 인간의 반응을 보기 위해선 돌과 인간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이 필요하긴 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율리어스가 그 사실을 간과하기 있을 리는 없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인 행동이 나오는 법.”
두루뭉술한 말을 흘리는 듯한 율리어스였다.
그 덕분에 사가스는 또 말문이 막혔다.
율리어스가 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 장단이 맞아야 손발을 맞춰주겠는데….
“모르겠으면 그대로 두고 봐.”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사가스는 더 이상 간섭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만큼, 지켜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르휀…. 아니, 휀 군이라고 불러도 될까?”
율리어스는 서슴없이 말을 걸어왔다.
“펴, 편한 대로 불러 주세요. 율리어스 선배님…하하,”
말을 그렇게 했어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흐름에 실룩거리는 입가의 미소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듯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 이미 불편하다고 나는…!
겉으로는 그렇게 웃고 있었지만 속은 전혀 아니었다.
속내는 굴뚝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건 고문을 부르고도 남을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언제 새까맣게 타선 그을리는 속이 될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재의 놓인 아르휀의 상태였다.
마음 가는 데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지 그의 눈치를 보고 행동해야 할 판국에 이르렀음을 직시해야만 했었다.
“휀 군. 다시 한번 초대에 응한 걸 환영하지.
그리고….”
살짝 뜸일 들이면서 그는 은근슬쩍 돌이 쥐어져 있는 손아귀의 힘을 풀기 시작했다.
율리어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아르휀을 알게 되고 얼마 동안 벼르고 있던 계획(?)인지는 본인만 아는 것이었지만,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손바닥을 아르휀에게 보이게끔 내밀었다.
“이건 초대에 응해준 환영선물이다. 휀 군.”
그 모습은 마치….
‘오다 주웠다.’와 같이 아무렇지 않게 줄건 다 주는 도도한 사람 부류를 연상케 했다.
「 일명 율은 츤데레…. 」
“쓸데없기는.”
사가스도 그와 계약을 맺은 이후, 인간이 사는 세상에 이어 사회에(?) 많이 익숙해진 만큼이나
율리어스가 보기엔 지극히 쓸데없는 말들도 많이 배운 듯싶었다.
반짝.
빛에 반사되어 돌의 일면에서 광택이 아르휀의 눈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그 반사된 광택이 아르휀을 부시게 만들 때마다 관심사가 커지며 눈이 저절로 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뭐, 뭐지?’
눈도 뗄 수 없어질 정도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었다.
바로 코앞에 그가 있었더라면 내심 아르휀도 모르게 고개를 쑥하고 내밀었다면 그게 뭔지 금방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전제화는 이미 내가 무척이나 궁금해할 시점부터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율리어스와는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로 그 반짝임을 확인하고자 냅다 다가갈 수도 없는 노릇으로 마음속으론 갈팡질팡 걸렸다.
아르휀은 냅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냥 질러버려?!’
그를 경계하며 함부로 가까이할 인물이라는 건 시스가 입이 닳도록(?) 말할 정도라서 인식되어 있었지만, 자극을 긁는 궁금증은 너무나 참기 힘들었다.
「 율. 그런다고 저 소년이 알아서 오겠냐? 」
숨죽이고 같이 조용히 구경할 땐 언제고 시스는 소년을 너무 쉽게 본다는 시답잖은 반응을 보였다.
“글쎄. 어떨까? 사가스.”
율리어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흐린 말을 흘리며 펼쳐진 왼쪽 손바닥을 꿈틀거렸다.
「 율?! 」
반사적으로 놀란 사가스가 소리쳤다.
그의 행동이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한 마당에 율리어스는 이상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사가스가 놀라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슈 – 슉.
난데없이 율리어스가 아르휀을 향해 돌을 그대로 가볍게 던져버렸다.
사가스도 어떻게든 소년에게 전해주겠지란 생각만 했었지.
저런 식의 돌발적인 행동을 보일 거란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 어, 어, 어어!?’
제일 놀란 사람은 당연히 아르휀이었다.
난데없이 반짝거림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던 물건이 적당한 높이로 하늘로 치솟더니 바로 아르휀의 코앞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율리어스의 의도를 읽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럴 정신보다는 낙하하는 물건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의 점유율이 올라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아르휀의 몸은 자동반사적으로 물건을 받고자 앞으로 기울며, 양손을 내밀었다.
【 불길한 저주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받지 않기를 권합니다. 】
당분간 간섭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스가 절호조의 순간에 끼어들었다.
‘이제 와서?’
몇 초 후면 궁금증이 풀리고도 남을 물건이 손안에 들어오는데 아르휀은 굳이 시스의 말에 귀가 기울어지지 않았다.
고작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미 여기는 그의 영역(?)과 마찬가지이기에 해를 가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율리어스가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이상은 위험하다고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시스의 경고마저도 호기심까지 합세한 나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건은 이윽고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탁.
흐음.
손에 넣자마자 이리저리 훑어보기 바빴다.
그런데 뭐랄까 그냥 평범해 보였다.
솔직히 이게 뭔지도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겠다.
애초에 그냥 겉보기엔 새까만 돌로써, 빛에 반사될 때마다 그 표면만이 광택을 호소하고 있을 뿐이었다.
‘낚인…건가……?’
선물이라기에 기대감이 높았던 까닭에 그만큼 실망이 컸었다.
【 버리시길 권장합니다. 불완전한 저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돌과 같습니다. 】
‘이게 진짜 돌덩이라고?’
그제야 아르휀은 시스가 하는 말이 귀에 잘 들렸다.
고개가 저절로 기웃거려졌었다.
굳이 이런 돌덩어리를 선물로 왜 줬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던저셔….
괜히 더 찜찜함과 더불어 이상한 생각에 더불어 끼어든 시스의 말처럼 불길한 느낌마저 들었다.
「 설마 던질 줄이야. 율.
그런데 정말 무슨 변화가 있으려나? 」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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