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2부] 그렇게 돌은 던져졌다.(2)
조회 : 177 추천 : 0 글자수 : 4,242 자 2026-03-25
【 당장 버리십시오. 】
아무래도 바닥에 던져버릴 참이었다.
낚였다는 생각에 재차 기분이 퍽 나빠진 아르휀은 시스가 하는 경고 소리가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미련 없다는 듯이 바닥에 처참히 던지려는 찰나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을 쥐고 있는 아르휀의 손아귀에서 빛이 연신 반짝거렸다.
응?
이상함을 감지한 아르휀은 던지려는 동작을 이어 가려다가 멈췄다.
처음엔 또 빛에 반사된 광택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듯싶은 바람에 아르휀은 그 돌을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시작되었다.”
율리어스는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 뭐…가? 」
사가스는 조금 전만 해도 소년에 의해 아이덴티티가 반응할 가능성을 반신반의할 때는 언제였다는 듯이 되묻고 있었다.
마치 뭘 뜻하는 말인지 눈치를 채지 못하고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만 같았다.
쓸데없기보다는 정작 중요할 땐 눈치코치 없이 구는 사가스 때문에 그는 손가락으로 살짝 이마를 짚어 보였다.
“무지몽매한 성좌 녀석이 내 성좌라니.”
「 유, 율. 뭐라는 거야? 내가 왜 무식해! 」
그건 그것대로 또 알아들은 모양인지 울컥했다.
율은 꽤 그 모양새가 우스웠던지 씩 하고 웃었다.
“그래? 그렇다면 잠자코 조용히 봐.”
일이 그가 바라던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자, 유유자적한 모습이 점점 사가스의 눈에는 돋보여져 갔었다.
율리어스가 웬만해선 보이지 않는 확고에 찬 얄궂은 미소에 말대답조차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가스였다.
‘일반 돌덩어리가 아니었나?’
아르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는 돌이 기묘한 반짝임을 일으키자, 던져버리려 했던 생각마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 당장, 지금 당장 버리십시오. 】
아르휀이 단숨에 던져버리려고 했던 행동이 저지되자 시스의 경고성이 또 귀를 후벼 파고들었다.
그런데 보통 때와는 시스의 목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기계음으로 늘 딱딱하면서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왠지 약간 초조하면서도 앙칼지게 날을 세운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데…. 시스 녀석?
이 빛나는 돌에 뭐라도 있는 건가?!’
그러자 아르휀은 호기심보다는 호승심이 생겨났다.
웬만해선 시스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는 게 안전하면서도 율리어스와 얽히는 걸 피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시스의 반응을 보자 아르휀은 섣불리 빛나는 돌을 내동댕이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솟아오르고 말았다.
‘돌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버리면 그만이지.’
호승심이 앞서버린 아르헨은 시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쩌, 쩌저저적…?
아르휀은 순간적으로 놀라 돌을 잡고 있던 손이 움찔거렸다.
난데없이 빛나는 돌의 표면이 금이 가면서 깨져가고 있었다.
‘율리어스가 귀한 보물을 선물로 줄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일반 돌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이라도 되듯 마치 검은 표면은 환골탈태를 연상케 했다.
검은 표면이 모두 갈라져 부서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수수수수.
아르휀의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로 검은 가루만이 비 오듯 아래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내 그 안에 숨겨진 듯한 모습이 드러났었다.
‘…………….’
그 모습은 마치 다이아몬드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지…. 지 지진, 진짜 고가의 보석을 선물로 줬다고!?’
아르휀은 믿어지지 않는 눈앞의 현실에 놀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아직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확증이 된 것도 아닌데 그와중에 아르휀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들떠있었다.
‘지...지, 진정해라. 나 자신!
이럴 때를 위해 시스가 있는 거잖아?’
계속 경고성의 발언을 하던 시스의 말들은 무시하더니, 어째 보석에 눈이 뒤집히자, 그때야 시스가 떠오른 모양새였다.
현재 아르휀의 우선 순위는 오로지 진짜와 가짜, 이 두 가지만이 제일 중요했다.
이 다이아몬드, 아니…. 돌의 위험성에 대한 그 자체는 그 뒤의 일이었다.
“시스, 시스! 이거 진짜야? 어서 말ㅎ……,”
【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
마치 철벽녀(시스의 음성은 기계음은 맞았지만, 굳이 성별로 따지자면 미성의 여성 목소리에 가깝다) 라는 설정이라는 듯이 깐깐하면서 도도한 말투와 같이 들렸다.
시스는 아르휀과 정반대로 그 돌이 보물이든, 가짜와 진짜 여부와 관련 없이 오로지 위험성에만 치우쳐 있었다.
그리고 아르휀의 이런 점들이 시스는 불안했는지도 몰랐다.
등을 돌려도 그건 아주 잠깐 사이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기를 자주 반복했다.
“뭐가 안 중요해! 이게 무려 그 귀한 다이아몬드라고!?”
신성휘의 감정까지 이입된 아르휀은 어마어마한 가치에 휘둘려선 가볍게 지나가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 아무도 그 돌이 다이아몬드라고 입증한 바가 없습니다.
헛물켜지 마십시오. 】
아르휀이 따져도 시스에겐 별소용이 없어 보였다.
전혀 동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딱 잘라 말하면서 시큰둥한 반응만이 느껴졌다.
그러자 자신에게 갈등이 찾아왔다.
시스는 섣불리 이 보석이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말해주지도 않고 있었다.
‘시스가 그런 걸 감정 못 할 리는 없을 테고….’
아르휀은 다시 손바닥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돌을 굴러대며 요리조리 훑어보듯이 흘겨보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고 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시스의 말을 따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 당장 버리십시오.
불길한 싹은 애초에 잘라버려야 합니다. 】
‘버려야…겠지……?’
철철 넘치는 미련이 아르휀을 잡아두고 쉽게 놓아주려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또….
‘그래. 눈 한번 딱 감고 버리자.
율리어스라는 인간이 진짜 이 좋은 걸 아르휀에게 진심으로 그것도 아무 이유 없이 줄 리가
없잖아?
과감히 버리는 거야!’
아르휀은 그렇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손에서 털어내어 버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아르휀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반응이 오고 있다.”
율리어스는 마치 이러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예상했다는 듯이 아르휀을 쳐다보는 흥미로운 시선을 쉽사리 거두지 못한 채, 은근히 즐기고 있는 느낌이 꽤 강렬했다.
무엇보다도 사가스가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사가스도 바로 눈앞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한 긴 잠에 빠진 듯,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아이덴티티였었다.
그런데 소년이 손을 쥐는 순간 바로 얼마 되지 않아 긴 잠에서 눈을 떠 듯 평소에는 꽁꽁 싸매 감추고 있던 본연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
마석이 깨어나 인간을 선택하지 않는 한 절대 피어나지 못하는 봉우리에서 꽃이 활짝 만개하는 것 같았다.
울트라 딥.
마석이 깨어나 이루는 형상은 진짜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영락없이 그 모습을 연상케 했기에
그것에 땋아서 그렇게 불리기도 했었다.
그 아름다운 하나의 울트라 딥을 이룬 보석 같은 형상체는 얼마 기다리지 않으면 그 안에서는 울트라 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검은 핵이 형상화된다.
이 과정을 깨나 보아왔던 사가스와 율리어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숨을 죽인 채, 눈을 한시도 떼기가 힘들어져 갔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
마석에게 선택받았다 할지라도 실패와 성공의 여부에 따라서 릴리스티아처럼 인간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와 그 이외엔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결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서 평소에 수다스럽던 사가스도 입방정(?)을 떨지 않았다.
【 불길한 기운을 빨ᄅ…. 】
“시스!?”
거의 처음 있는 현상이었다.
시스가 한 번 뱉은 말을 하다가 멈추는 경우는 웬만해선 없었다.
아르휀이 일부러 그러거나 듣기 싫을 때 겨우 1~2번 정도로만 그칠 뿐이었는데….
이번은 아르휀이 그런 것도 아니라서 시스가 뭘 감지한 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는 없어 보였다.
【 절대…. 절대 그 보석 안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
시스의 말투는 언제나 기계음으로 같았지만 아르휀이 듣기엔 지금은 약간 기겁한 어조로 칠색 팔색한 느낌이 한껏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는 아르휀과는 다르게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었다.
그런데 절대 보지 말라는 시스의 당부와 달리 아르휀도 일반 사람의 심리와 못지않았다.
특히, 절대라는 단어가 들어갈수록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병일지도 몰랐다.
참으면 답답했다.
그리고 아르휀의 경우엔 물건이 손에서 떠나가지 않았기에 손바닥만 펼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크.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시스의 말대로라면 생각을 비우고 그대로 당장 움켜쥔 손 그대로 미련과 함께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면 그만이었지만…….
‘아니…. 못 하겠어.’
아르휀은 그렇게 또 닥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움켜줬던 오른손바닥을 조금씩 펼쳐보고 시작했다.
그러자 거기엔 바로 전에만 해도 없던 게 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히 없었는데….’
아리송했다.
투명한 다이아몬드 그 자체였는데 보석의 중앙에는 웬 검은 구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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