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2부] 지하실
조회 : 420 추천 : 0 글자수 : 4,532 자 2024-09-28
사용처도 전혀 모르는 뜻밖의 물건을 떠밀 듯이 손에 넣었다.
그렇다고 해서 율리어스는 마냥 기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비밀에 쌓인 열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건 맞았다.
망할 아버지라 생각했을 때부터 여태껏 한 번도 본 적도 없거니와 언급도 되지 않은 쌍룡의 열쇠.
하지만 반대로 망할 아버지가 평범하게 보이는 아버지로 돌아오자, 그 열쇠는 고스란히 율리어스의 것이 되는 것 같았다.
“율…아니, 율리어스. 그걸 가지고 릴리스티아와 나를 따라오너라,”
“네…? 아. 네, 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지만,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운 점을 감추기 어려웠다.
하필이면….
‘릴리스티아까지 데리고 오라고?!’
이런 부분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의 방에는 그가 개인적으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그녀에게 볼일이 있어도 그는 매번 그녀의 방문을 노크하거나, 그 앞에서 할 말을 전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럴 정도로 릴리스티아와 율리어스 사이에 진전은커녕,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가주를 통해 기회가 생겨도 그녀에게만 바닥을 치는 자신감이 상승세를 타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급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뒤를 따라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표정이 왜 그러느냐?”
그가 난처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정도로 궁상맞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한 표정을 가주가 보게 되었다.
“네, 네? 아…아무것도 아ᄂ…….”
똑똑.
그때였었다.
누군가 가주의 서재 방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휴.’
막상 그럴싸한 대답도 생각나지 않았던 그는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엘라.”
마치 사전에 이미 서재 문밖에 올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가주님.”
그리고 또렷이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율리어스는 조금 신기한 표정으로 이어지는 듯한 두 사람의 맥락에 자신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들어와라.”
끼익.
서재의 문고리는 망설임도 없이 돌아갔다.
“가…. 아버지. 저를 찾으셨다고요?”
문이 열리고 먼저 보인 사람은 엘라가 아니었다.
‘릴, 릴리스티아?’
그는 느닷없이 나타난 그녀에게서 잠시 눈을 떼지 못했다.
반면에 그녀는 그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가주에게로만 향해 있었다.
‘앗…. 아.
아니지. 수고 하나는 덜은 거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여동생을 가주의 서재로 데려오기 임무(?) 하나만큼은 간단히 해결된 셈이었다.
그걸 알아주는 이가 한 명도 없었지만, 그는 괜찮았다.
오히려 그편이 주목을 받지 않았고, 주목을 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그였다.
“잠시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거라.”
대뜸도 아닌 예상하듯 릴리스티아를 불러넣고선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로 가주는 두 아이를 서재 안에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엘라.”
“네. 가주님.”
그는 엘라에게 먼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서재 밖에서 잘 지키고 있거라.”
“분부대로 잘 받잡겠습니다.”
끼이이이. 탁.
들어왔던 문을 닫으며 그녀는 서재 안의 인원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가주는 두 아이에게 다가왔다.
“이제부터 보게 될 것은 너희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면서도 밀레니엄 가문을 잇는 사람 이외에
는 절대 발설되지 않아야 할 것이란 걸 잊지 말거라.”
그는 아주 근엄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두 아이에게 명심을 시켰다.
릴리스티아는 그런 가주의 표정이 율리어스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듯 나름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른침 꿀꺽 삼켰다.
그런 반면에 율리어스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익숙하다못해 질리도록 보아온 모습들이기에 담담스러웠다.
다만 한 가지만이 신경 쓰였다.
열쇠는 율리어스에게 건네주었지만 왜 릴리스티아까지 가주의 서재에 불렀는지 그게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쉽사리 풀리지 않은 것 같은 의문을 안은 채, 율리어스는 릴리스티아와 그의 명심이 담긴 당부에 간결한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다.
그대로 잠시 대기하고들 있거라.”
뚜벅. 뚜벅.
가주는 두 아이에게서 멀어지며 서재에 다수의 책이 꽂힌 책장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무슨 순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무수한 책 중에서 단 몇 권의 책들만을 선별해 비스듬히 눕혔다.
그러자 마치 비밀의 문이 열리듯 책장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 드득.
끼익…. 끄리 리릭
그 소리는 마구잡이 움직임의 소리로 들리며 오해할 법도 했다.
하지만 이어 움직임을 보이는 책장을 보며 변화를 직접 아이들은 눈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비스듬히 책들을 눕힌 책장이 움직이며 옆으로 돌면서 꺾어지는 소리는 딱 반 바퀴를 돌고 멈추었다.
‘…………….’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두 아이는 눈을 떼지 못한 채, 한동안 말도 나오지 않았다.
“흐, 흐흠!”
그래도 놔두면 언제까지고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그 책장만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아 그는 일부러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
“아아…. 아. 무슨 일로 티아를 부르셨어요, 가ㅈ, 아버지?”
아버지를 가주님이라 부르다 말고 말을 계속 어색하게 바꾸는 걸 보면, 가주를 아버지라 부른 지는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반면에 그의 앞에서도 자기 자신을 애칭을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칭하는 건 그녀가 마음을 열은 상대에 한해서 인 듯싶었다.
그는 그런 릴리스티아의 변화를 볼 때마다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들을 수 있겠지….’
그게 훗날 어떻게 될지 모든 건 그녀의 마음에 달린 처사였지만, 아직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붙들고 있는 참 대단할 정도로 끈기 있는 율리어스였었다.
“그건 곧 알게 될 일이다.
이제 나를 따라오너라.”
그는 비스듬히 열린 책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내 그는 자기 키만 한 책장의 안쪽으로 허리를 조금 숙여서 들어가더니 먼저 자취를 감춰버렸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모습에 두 아이는 잠깐 사이 두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휘둥그레졌지만 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
내심 그녀가 그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졌었다.
율리어스는 먼저 움직여야 했다.
저벅. 저벅.
그는 조심히 비스듬한 책장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 안쪽은 서재보다 어두워 보였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비. 밀. 통. 로.’
스윽.
그가 솔선수범(?)하듯 먼저 들어서자. 바로 뒤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가주 다음으로 그녀의 앞에 앞장서기로 되어 버린 율리어스는 생각에 빠진 채, 하염없이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느리게 움직였다면 그녀가 어떤 말이라도 걸 수 있는 사소한 건더기라도 건질 수 있었겠지만, 굳이 지금은 아니었다.
그걸 빌미로 따가운 눈총은 받고 싶지 않았다.
미운털 같은 게 더 박혀선 하나도 좋을 게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보이지 않아선 참으로 그녀 앞에서만 어느샌가 쭈뼛거리게 되는 암울한 신세였다.
“율리어스. 티아.”
그 사이 먼저 들어갔던 가주가 갑자기 두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네…. 네!”
둘은 얼떨결에 놀라선 동시에 대답했다.
“여기는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뭘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더냐?!”
안쪽에서 들리는 가주의 호통치는 듯한 목소리는 짧았지만, 귀를 쩌렁쩌렁하게 만들 정도로 울려 퍼졌다.
마치 동굴 안쪽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 같았다.
“가, 갑니다. 가요.
가고 있으니까. 그만 재촉…….”
파팟, 파파팟!
그가 뭐가 그리도 급한지는 모르겠지만 덩달아 급한 마음에 툴툴대며 움직이던 율리어스는 그 동굴 같은 입구로 발을 딛다 깜짝 놀랐다.
‘분명 어두웠는데….’
갑자기 눈에 부심이 일 정도로 그가 서 있는 면적만큼이나 안이 환해졌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를 정도로 그는 안쪽으로 발을 내딛다 말자 둘러보기에 바빴다.
안은 비교적 꼭 한 사람씩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좁지 않았다.
제일 놀라운 건 지어진 형태가 거의 광산에 가까웠다.
바닥에는 광산에서 켜낸 금이나 광석을 옮겨 나르는 철로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눈부심의 원인이 되었던 불꽃의 램프에 눈이 갔었다.
그가 밟고 있는 면적만큼만 양 벽면에 길을 따라 아마도 끝까지 설치가 되었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 앞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아버지가 훨씬 더 안으로 들어갔다는…. 아!’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그는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서 계속 죽치고만 있다면 릴리스티아가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다.
그는 주위를 주시하며 걸음을 뗐었다.
“리…릴리스티아. 여기 안은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것 같아?
너무 놀라지 말고 조심히 따라와. 아…. 아, 알겠지?!”
동굴같이 잘 울리는 소리를 이용해 그녀에게 모르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건 귀로는 율리어스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들리는 또 다른 발걸음 소리였다.
‘이 녀석들 잘 따라오고 있는 모양이로군.’
율리어스가 외치는 소리에 그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율리어스는 마냥 기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비밀에 쌓인 열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건 맞았다.
망할 아버지라 생각했을 때부터 여태껏 한 번도 본 적도 없거니와 언급도 되지 않은 쌍룡의 열쇠.
하지만 반대로 망할 아버지가 평범하게 보이는 아버지로 돌아오자, 그 열쇠는 고스란히 율리어스의 것이 되는 것 같았다.
“율…아니, 율리어스. 그걸 가지고 릴리스티아와 나를 따라오너라,”
“네…? 아. 네, 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지만,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운 점을 감추기 어려웠다.
하필이면….
‘릴리스티아까지 데리고 오라고?!’
이런 부분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의 방에는 그가 개인적으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그녀에게 볼일이 있어도 그는 매번 그녀의 방문을 노크하거나, 그 앞에서 할 말을 전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럴 정도로 릴리스티아와 율리어스 사이에 진전은커녕,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가주를 통해 기회가 생겨도 그녀에게만 바닥을 치는 자신감이 상승세를 타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급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뒤를 따라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표정이 왜 그러느냐?”
그가 난처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정도로 궁상맞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한 표정을 가주가 보게 되었다.
“네, 네? 아…아무것도 아ᄂ…….”
똑똑.
그때였었다.
누군가 가주의 서재 방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휴.’
막상 그럴싸한 대답도 생각나지 않았던 그는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엘라.”
마치 사전에 이미 서재 문밖에 올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가주님.”
그리고 또렷이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율리어스는 조금 신기한 표정으로 이어지는 듯한 두 사람의 맥락에 자신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들어와라.”
끼익.
서재의 문고리는 망설임도 없이 돌아갔다.
“가…. 아버지. 저를 찾으셨다고요?”
문이 열리고 먼저 보인 사람은 엘라가 아니었다.
‘릴, 릴리스티아?’
그는 느닷없이 나타난 그녀에게서 잠시 눈을 떼지 못했다.
반면에 그녀는 그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가주에게로만 향해 있었다.
‘앗…. 아.
아니지. 수고 하나는 덜은 거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여동생을 가주의 서재로 데려오기 임무(?) 하나만큼은 간단히 해결된 셈이었다.
그걸 알아주는 이가 한 명도 없었지만, 그는 괜찮았다.
오히려 그편이 주목을 받지 않았고, 주목을 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그였다.
“잠시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거라.”
대뜸도 아닌 예상하듯 릴리스티아를 불러넣고선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로 가주는 두 아이를 서재 안에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엘라.”
“네. 가주님.”
그는 엘라에게 먼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서재 밖에서 잘 지키고 있거라.”
“분부대로 잘 받잡겠습니다.”
끼이이이. 탁.
들어왔던 문을 닫으며 그녀는 서재 안의 인원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가주는 두 아이에게 다가왔다.
“이제부터 보게 될 것은 너희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면서도 밀레니엄 가문을 잇는 사람 이외에
는 절대 발설되지 않아야 할 것이란 걸 잊지 말거라.”
그는 아주 근엄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두 아이에게 명심을 시켰다.
릴리스티아는 그런 가주의 표정이 율리어스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듯 나름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른침 꿀꺽 삼켰다.
그런 반면에 율리어스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익숙하다못해 질리도록 보아온 모습들이기에 담담스러웠다.
다만 한 가지만이 신경 쓰였다.
열쇠는 율리어스에게 건네주었지만 왜 릴리스티아까지 가주의 서재에 불렀는지 그게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쉽사리 풀리지 않은 것 같은 의문을 안은 채, 율리어스는 릴리스티아와 그의 명심이 담긴 당부에 간결한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다.
그대로 잠시 대기하고들 있거라.”
뚜벅. 뚜벅.
가주는 두 아이에게서 멀어지며 서재에 다수의 책이 꽂힌 책장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무슨 순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무수한 책 중에서 단 몇 권의 책들만을 선별해 비스듬히 눕혔다.
그러자 마치 비밀의 문이 열리듯 책장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 드득.
끼익…. 끄리 리릭
그 소리는 마구잡이 움직임의 소리로 들리며 오해할 법도 했다.
하지만 이어 움직임을 보이는 책장을 보며 변화를 직접 아이들은 눈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비스듬히 책들을 눕힌 책장이 움직이며 옆으로 돌면서 꺾어지는 소리는 딱 반 바퀴를 돌고 멈추었다.
‘…………….’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두 아이는 눈을 떼지 못한 채, 한동안 말도 나오지 않았다.
“흐, 흐흠!”
그래도 놔두면 언제까지고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그 책장만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아 그는 일부러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
“아아…. 아. 무슨 일로 티아를 부르셨어요, 가ㅈ, 아버지?”
아버지를 가주님이라 부르다 말고 말을 계속 어색하게 바꾸는 걸 보면, 가주를 아버지라 부른 지는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반면에 그의 앞에서도 자기 자신을 애칭을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칭하는 건 그녀가 마음을 열은 상대에 한해서 인 듯싶었다.
그는 그런 릴리스티아의 변화를 볼 때마다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들을 수 있겠지….’
그게 훗날 어떻게 될지 모든 건 그녀의 마음에 달린 처사였지만, 아직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붙들고 있는 참 대단할 정도로 끈기 있는 율리어스였었다.
“그건 곧 알게 될 일이다.
이제 나를 따라오너라.”
그는 비스듬히 열린 책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내 그는 자기 키만 한 책장의 안쪽으로 허리를 조금 숙여서 들어가더니 먼저 자취를 감춰버렸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모습에 두 아이는 잠깐 사이 두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휘둥그레졌지만 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
내심 그녀가 그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졌었다.
율리어스는 먼저 움직여야 했다.
저벅. 저벅.
그는 조심히 비스듬한 책장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 안쪽은 서재보다 어두워 보였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비. 밀. 통. 로.’
스윽.
그가 솔선수범(?)하듯 먼저 들어서자. 바로 뒤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가주 다음으로 그녀의 앞에 앞장서기로 되어 버린 율리어스는 생각에 빠진 채, 하염없이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느리게 움직였다면 그녀가 어떤 말이라도 걸 수 있는 사소한 건더기라도 건질 수 있었겠지만, 굳이 지금은 아니었다.
그걸 빌미로 따가운 눈총은 받고 싶지 않았다.
미운털 같은 게 더 박혀선 하나도 좋을 게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보이지 않아선 참으로 그녀 앞에서만 어느샌가 쭈뼛거리게 되는 암울한 신세였다.
“율리어스. 티아.”
그 사이 먼저 들어갔던 가주가 갑자기 두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네…. 네!”
둘은 얼떨결에 놀라선 동시에 대답했다.
“여기는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뭘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더냐?!”
안쪽에서 들리는 가주의 호통치는 듯한 목소리는 짧았지만, 귀를 쩌렁쩌렁하게 만들 정도로 울려 퍼졌다.
마치 동굴 안쪽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 같았다.
“가, 갑니다. 가요.
가고 있으니까. 그만 재촉…….”
파팟, 파파팟!
그가 뭐가 그리도 급한지는 모르겠지만 덩달아 급한 마음에 툴툴대며 움직이던 율리어스는 그 동굴 같은 입구로 발을 딛다 깜짝 놀랐다.
‘분명 어두웠는데….’
갑자기 눈에 부심이 일 정도로 그가 서 있는 면적만큼이나 안이 환해졌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를 정도로 그는 안쪽으로 발을 내딛다 말자 둘러보기에 바빴다.
안은 비교적 꼭 한 사람씩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좁지 않았다.
제일 놀라운 건 지어진 형태가 거의 광산에 가까웠다.
바닥에는 광산에서 켜낸 금이나 광석을 옮겨 나르는 철로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눈부심의 원인이 되었던 불꽃의 램프에 눈이 갔었다.
그가 밟고 있는 면적만큼만 양 벽면에 길을 따라 아마도 끝까지 설치가 되었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 앞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아버지가 훨씬 더 안으로 들어갔다는…. 아!’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그는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서 계속 죽치고만 있다면 릴리스티아가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다.
그는 주위를 주시하며 걸음을 뗐었다.
“리…릴리스티아. 여기 안은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것 같아?
너무 놀라지 말고 조심히 따라와. 아…. 아, 알겠지?!”
동굴같이 잘 울리는 소리를 이용해 그녀에게 모르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건 귀로는 율리어스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들리는 또 다른 발걸음 소리였다.
‘이 녀석들 잘 따라오고 있는 모양이로군.’
율리어스가 외치는 소리에 그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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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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