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2부] 지하실(2)
조회 : 371 추천 : 0 글자수 : 4,714 자 2024-10-12
그렇게 더 안쪽으로 들어간 지 율리어스의 걸음으로 한 30걸음 이상 조금 넘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율리어스가 발을 딛지 않은 앞쪽의 면적에서 미리 밝혀져 있는 게 보였다.
그렇다는 건 딱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다 온 건가?’
율리어스도 그대로 멈춰 섰다.
다른 변화가 있는지 잠깐은 서서 지켜보기로 했다.
저 – 벅……저 – 벅.
주위가 조용해지자, 근처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만이 유난히 귓가에 크게 맴돌았다.
‘앞은 아닌 거 같은데….’
앞쪽의 변화가 있었다면, 앞 램프들이 꺼지면서 잠깐 기다려 보는 사이 앞이 어두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도 앞쪽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가주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저 – 벅.
보폭이 율리어스보다 좁으면서 아주 조심히 걷는 발자국.
그 발걸음 소리는 점점 율리어스에게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아, 아.’
그는 곧 발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눈치를 채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멈췄던 발을 움직였었다.
가만히 있다가 부딪치면 어색하기 짝이 없을 뿐더러. 같이 움직이는 건 릴리스티아가 싫어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에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어색하지 않을 자신이 있긴 한데.’
오히려 혼자 뒤에서 걸어오고 릴리스티아가 조바심을 내면서 무서워하지 않을지 걱정이 드는 만큼 그는 속으로 다가갈 기회가 차였음에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현실로 이어질 수 없는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럴 자신이 있다는 사람이 그녀 앞에 서기만 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으로 쭈뼛거리기에 바빴다.
본심은커녕, 이상한 말들만 주구장창 늘어놓는다는 걸 아마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았다.
탁!
몇 걸음도 내딛지 않아, 가주가 밟고 있어 꺼질 줄 모르는 램프 면적의 안으로 율리어스가 도착했다.
앞에는 더 이상의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벽에 기대어 선 가주 옆으로 중심부에는 처음 보는 동상 같은 조각이 보였다.
‘저, 저게 뭐지?’
금방이라도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릴 듯이 날개를 펼친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드래곤 형상의 조각이었다.
그것보다 그가 그 동상 조각을 보며 놀란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전신 비율이 아니었다.
드래곤은 상체만 있었고 하체는 비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무슨 글자인지 전혀 못 읽겠네.’
오랜 시간을 지하에 방치된 듯 여러 군데 금이 가 있었고, 이목구비를 비롯해 비석에도 무슨 문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뚜렷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골똘히 쳐다봐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었다.
“율리어스. 네 여동생은 어디 있느냐?”
“…네, 네?”
동상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 사이 아버지가 갑자기 말을 거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한 듯싶었다.
“네 뒤에 아무도 안 보이ㅈ……….”
“가, 가ㅈ…아니, 아버지!”
티아는 여기 있어요.
그사이 율리어스 뒤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방금 막 도착한 듯 급하게 튀어나와 대답했다.
‘저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그의 눈에 보기에도 어지간히 그녀는 율리어스와 사소한 문제라도 얽히기 싫은 게 빤히 보였다.
그래서 가주가 아들에게 뭐라 하기도 전에 용수철에 의해 튕겨 나오듯 재빠르게 나와선 사태를 종결해 버렸다.
그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조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쉬워해봤자 별수가 없는 법이었다.
탁!
그는 두 손바닥을 마주쳐 일부러 소리를 내었다.
어수선할 뻔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어 당기엔 이만한 게 없었다.
동굴같이 울리는 이점을 이용해 두 아이는 시선은 당연한 듯이 가주에게로 몰리며, 집중할 수 있었다.
“둘 다 이 앞으로 어서 나오거라.”
그가 말하는 이 앞의 손짓에는 오로지 드래곤 조각상밖에 없었다.
둘은 여전히 그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음에 조바심을 내면서도 목적이 드래곤 조각상이라는 건 뻔히 보였다.
그가 사전에 먼저 열쇠를 맡긴 마당에 둘은 어기적거리는 자세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 아이는 조각상 앞에 섰다.
조각상은 얼핏 율리어스의 키와 비슷해 보였다.
“너희들 눈앞에 있는 드래곤 조각상은 오래전부터 밀레니엄 가문에서 전승을 통해 남겨진 유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유물이라고 단언하지는 말아라.
밀레니엄 가문에서 이 앞의 가주, 즉 너희의 할아버지도 이 유물의 비밀을 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구나.”
그의 어느 정도의 설명에 드래곤 조각상이 어떤 물건인지는 알았지만, 마지막으로 뱉은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율리어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렸다.
그녀 또한 별 미동이 없는 채로 조각상만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무슨 비밀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계속 궁금해질 바에야 의문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율리어스가 대뜸 반문했다.
그러자 이번엔 그가 미간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 비밀은 솔직히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밀을 풀 실마리는 바로 너희에게 있는 거로 짐작이 가는구나."
‘아. 그래서….’
대뜸 없지만, 그 녹슨 열쇠를 맡게 된 경위만은 일단 짐작이 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과 릴리스티아에게 풀 실마리가 있다는 건지……….
여전히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남아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가, 아버지…?"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녀도 궁금했던 모양인지.
그가 알고 싶었던 부분을 느닷없이 끼어들며 질문을 던졌다.
조금은 놀란 감은 있었지만, 이런 부분도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릴리스티아니까. 뭐.’
이런 점을 보면 릴리스타아면 모든 용서가 되는바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였다.
"그 질문은 너희들 처지에서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사실….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너다.
율리어스 M . P 티어 밀레니엄."
#.
갑자기 뭔 소리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율리어스는 얼떨떨한 느낌은 들었지만, 굳이 가주의 앞에서 얼굴에까지 드러날 정도로 비춰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최대한 객관적으론 그의 눈에 무덤덤하게 보여주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하지만 율리어스의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쑥 날쑥거리며 짜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 뭐가 이제 와서 내가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거야. 이 망할 아버지가!’
한 가문의 가주이면서 아버지인 사람이 그가 태어날 때부터 엔테리아 각성까지는 거의 무관심모드와 더불어 나 몰라라 할 때는 언제고.
아직 뭔지 모를 고작 열쇠 하나에 늦게나마 아들을 아들 대접(?)해 주고 있는 웃스개스런 꼴이 눈에 선했다.
속으로 망할 아버지라 곱절 씹어 먹는 게 이제 좀 잠잠해지려는데 그게 다시 붉어지는 건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 사실은 오래된 보물을 앞에 두고 필요 없는 말들은 그만 접어 넣으시지요. 아버지?"
"……."
마치 그런 말에 감동이라도 할 줄 알았냐는 듯 무감정에 가까울 정도로 심드렁 나게 관심을 끊어 버리며 그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저도 그런 사실은 이제 와서 궁금하지 않아요. 아버지."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릴리스티아 그녀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듯하면서도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하긴.’
그녀는 율리어스 자체에 관심이 제로에 가깝듯이 그가 어떤 전생의 능력에 관해 각성했는지조차도 솔직히 새겨듣지 않고 있는 것 맞았다.
막내 린은 율리어스 오라버니를 볼 때마다 매번 그 능력에 대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읊어대기 바빴지만, 그럴 땐 이미 그녀는 자리를 피하고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
릴리스티아 반응마저 차갑게 식은 채 나오자, 그는 클라이맥스라도 놓친 듯한 반응으로 벙찐 표정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버지? 뭐 하시는지요…?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는 이어서 계속하셔야지요?!”
“아…. 어, 응. 그러자꾸나.”
율리어스는 겉으로 뱉은 말은 가주를 위해주는 척했지만, 속으론 아주 쾌재를 불렀다.
릴리스티아의 관심을 받지 못할 정도로 관심사가 메말라 버렸다는 건 여전히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느낌이었지만…….
그녀의 한마디로 한 방 먹인 것 같은 아버지의 저런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건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반면에 아이들의 냉담한 반응에 얼떨떨함을 떨쳐 내기 힘들었던 가주의 표정엔 아쉬움이 베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평소에 아들 바보도 아니었던 가주가 이 순간만큼은 능력을 갖춘 아들 바보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그래…. 그렇구나.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네. 가, 아버지.”
‘진작에 좀 하시지.’
율리어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딱 가주 본인만 이 상황을 만족하지 못한 채로, 제대로 된 본론으로 넘어갔었다.
“율리어스. 조각상에 드래곤이 입에 물고 있는 구슬에 보이느냐?”
조각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온 만큼 전체적으로 낡았다.
드래곤 입에 끼어(?) 있는 구슬도 똑같이 낡아선 색깔이 많이 탁했지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는 아니었다.
그리고 안 보일 수가 없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율리어스에게는 딱 알맞은 높이로 까치발도 세울 필요도 없었다.
"거기 그 구슬에 네가 든 열쇠를 끼워 넣어 보거라."
그러자 율리어스는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눈이 실눈이 될 정도로 게슴츠레해져서까지 흘겨보았다.
그런데 눈만 아플 뻔 정작 그가 찾는 건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구멍이 없는데….’
율리어스가 발을 딛지 않은 앞쪽의 면적에서 미리 밝혀져 있는 게 보였다.
그렇다는 건 딱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다 온 건가?’
율리어스도 그대로 멈춰 섰다.
다른 변화가 있는지 잠깐은 서서 지켜보기로 했다.
저 – 벅……저 – 벅.
주위가 조용해지자, 근처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만이 유난히 귓가에 크게 맴돌았다.
‘앞은 아닌 거 같은데….’
앞쪽의 변화가 있었다면, 앞 램프들이 꺼지면서 잠깐 기다려 보는 사이 앞이 어두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도 앞쪽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가주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저 – 벅.
보폭이 율리어스보다 좁으면서 아주 조심히 걷는 발자국.
그 발걸음 소리는 점점 율리어스에게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아, 아.’
그는 곧 발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눈치를 채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멈췄던 발을 움직였었다.
가만히 있다가 부딪치면 어색하기 짝이 없을 뿐더러. 같이 움직이는 건 릴리스티아가 싫어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에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어색하지 않을 자신이 있긴 한데.’
오히려 혼자 뒤에서 걸어오고 릴리스티아가 조바심을 내면서 무서워하지 않을지 걱정이 드는 만큼 그는 속으로 다가갈 기회가 차였음에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현실로 이어질 수 없는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럴 자신이 있다는 사람이 그녀 앞에 서기만 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으로 쭈뼛거리기에 바빴다.
본심은커녕, 이상한 말들만 주구장창 늘어놓는다는 걸 아마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았다.
탁!
몇 걸음도 내딛지 않아, 가주가 밟고 있어 꺼질 줄 모르는 램프 면적의 안으로 율리어스가 도착했다.
앞에는 더 이상의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벽에 기대어 선 가주 옆으로 중심부에는 처음 보는 동상 같은 조각이 보였다.
‘저, 저게 뭐지?’
금방이라도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릴 듯이 날개를 펼친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드래곤 형상의 조각이었다.
그것보다 그가 그 동상 조각을 보며 놀란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전신 비율이 아니었다.
드래곤은 상체만 있었고 하체는 비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무슨 글자인지 전혀 못 읽겠네.’
오랜 시간을 지하에 방치된 듯 여러 군데 금이 가 있었고, 이목구비를 비롯해 비석에도 무슨 문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뚜렷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골똘히 쳐다봐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었다.
“율리어스. 네 여동생은 어디 있느냐?”
“…네, 네?”
동상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 사이 아버지가 갑자기 말을 거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한 듯싶었다.
“네 뒤에 아무도 안 보이ㅈ……….”
“가, 가ㅈ…아니, 아버지!”
티아는 여기 있어요.
그사이 율리어스 뒤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방금 막 도착한 듯 급하게 튀어나와 대답했다.
‘저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그의 눈에 보기에도 어지간히 그녀는 율리어스와 사소한 문제라도 얽히기 싫은 게 빤히 보였다.
그래서 가주가 아들에게 뭐라 하기도 전에 용수철에 의해 튕겨 나오듯 재빠르게 나와선 사태를 종결해 버렸다.
그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조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쉬워해봤자 별수가 없는 법이었다.
탁!
그는 두 손바닥을 마주쳐 일부러 소리를 내었다.
어수선할 뻔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어 당기엔 이만한 게 없었다.
동굴같이 울리는 이점을 이용해 두 아이는 시선은 당연한 듯이 가주에게로 몰리며, 집중할 수 있었다.
“둘 다 이 앞으로 어서 나오거라.”
그가 말하는 이 앞의 손짓에는 오로지 드래곤 조각상밖에 없었다.
둘은 여전히 그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음에 조바심을 내면서도 목적이 드래곤 조각상이라는 건 뻔히 보였다.
그가 사전에 먼저 열쇠를 맡긴 마당에 둘은 어기적거리는 자세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 아이는 조각상 앞에 섰다.
조각상은 얼핏 율리어스의 키와 비슷해 보였다.
“너희들 눈앞에 있는 드래곤 조각상은 오래전부터 밀레니엄 가문에서 전승을 통해 남겨진 유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유물이라고 단언하지는 말아라.
밀레니엄 가문에서 이 앞의 가주, 즉 너희의 할아버지도 이 유물의 비밀을 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구나.”
그의 어느 정도의 설명에 드래곤 조각상이 어떤 물건인지는 알았지만, 마지막으로 뱉은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율리어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렸다.
그녀 또한 별 미동이 없는 채로 조각상만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무슨 비밀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계속 궁금해질 바에야 의문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율리어스가 대뜸 반문했다.
그러자 이번엔 그가 미간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 비밀은 솔직히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밀을 풀 실마리는 바로 너희에게 있는 거로 짐작이 가는구나."
‘아. 그래서….’
대뜸 없지만, 그 녹슨 열쇠를 맡게 된 경위만은 일단 짐작이 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과 릴리스티아에게 풀 실마리가 있다는 건지……….
여전히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남아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가, 아버지…?"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녀도 궁금했던 모양인지.
그가 알고 싶었던 부분을 느닷없이 끼어들며 질문을 던졌다.
조금은 놀란 감은 있었지만, 이런 부분도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릴리스티아니까. 뭐.’
이런 점을 보면 릴리스타아면 모든 용서가 되는바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였다.
"그 질문은 너희들 처지에서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사실….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너다.
율리어스 M . P 티어 밀레니엄."
#.
갑자기 뭔 소리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율리어스는 얼떨떨한 느낌은 들었지만, 굳이 가주의 앞에서 얼굴에까지 드러날 정도로 비춰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최대한 객관적으론 그의 눈에 무덤덤하게 보여주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하지만 율리어스의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쑥 날쑥거리며 짜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 뭐가 이제 와서 내가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거야. 이 망할 아버지가!’
한 가문의 가주이면서 아버지인 사람이 그가 태어날 때부터 엔테리아 각성까지는 거의 무관심모드와 더불어 나 몰라라 할 때는 언제고.
아직 뭔지 모를 고작 열쇠 하나에 늦게나마 아들을 아들 대접(?)해 주고 있는 웃스개스런 꼴이 눈에 선했다.
속으로 망할 아버지라 곱절 씹어 먹는 게 이제 좀 잠잠해지려는데 그게 다시 붉어지는 건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 사실은 오래된 보물을 앞에 두고 필요 없는 말들은 그만 접어 넣으시지요. 아버지?"
"……."
마치 그런 말에 감동이라도 할 줄 알았냐는 듯 무감정에 가까울 정도로 심드렁 나게 관심을 끊어 버리며 그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저도 그런 사실은 이제 와서 궁금하지 않아요. 아버지."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릴리스티아 그녀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듯하면서도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하긴.’
그녀는 율리어스 자체에 관심이 제로에 가깝듯이 그가 어떤 전생의 능력에 관해 각성했는지조차도 솔직히 새겨듣지 않고 있는 것 맞았다.
막내 린은 율리어스 오라버니를 볼 때마다 매번 그 능력에 대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읊어대기 바빴지만, 그럴 땐 이미 그녀는 자리를 피하고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
릴리스티아 반응마저 차갑게 식은 채 나오자, 그는 클라이맥스라도 놓친 듯한 반응으로 벙찐 표정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버지? 뭐 하시는지요…?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는 이어서 계속하셔야지요?!”
“아…. 어, 응. 그러자꾸나.”
율리어스는 겉으로 뱉은 말은 가주를 위해주는 척했지만, 속으론 아주 쾌재를 불렀다.
릴리스티아의 관심을 받지 못할 정도로 관심사가 메말라 버렸다는 건 여전히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느낌이었지만…….
그녀의 한마디로 한 방 먹인 것 같은 아버지의 저런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건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반면에 아이들의 냉담한 반응에 얼떨떨함을 떨쳐 내기 힘들었던 가주의 표정엔 아쉬움이 베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평소에 아들 바보도 아니었던 가주가 이 순간만큼은 능력을 갖춘 아들 바보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그래…. 그렇구나.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네. 가, 아버지.”
‘진작에 좀 하시지.’
율리어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딱 가주 본인만 이 상황을 만족하지 못한 채로, 제대로 된 본론으로 넘어갔었다.
“율리어스. 조각상에 드래곤이 입에 물고 있는 구슬에 보이느냐?”
조각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온 만큼 전체적으로 낡았다.
드래곤 입에 끼어(?) 있는 구슬도 똑같이 낡아선 색깔이 많이 탁했지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는 아니었다.
그리고 안 보일 수가 없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율리어스에게는 딱 알맞은 높이로 까치발도 세울 필요도 없었다.
"거기 그 구슬에 네가 든 열쇠를 끼워 넣어 보거라."
그러자 율리어스는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눈이 실눈이 될 정도로 게슴츠레해져서까지 흘겨보았다.
그런데 눈만 아플 뻔 정작 그가 찾는 건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구멍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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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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