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2부] 오래된 조각상과 열쇠
조회 : 237 추천 : 0 글자수 : 4,268 자 2024-10-26
난감했다.
열쇠에 맞는 자물쇠랄까?
그런 구멍이란 건 구슬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가주에게 재차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주가 쓸데없는지시를 내릴 린 없었다.
나름 중요한 일에 관해선 철두철미했던 그였다.
그가 여기서 시작부터 아들이 모양 빠지게 할 인간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율리어스에 남은 건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일단 지르고 보는 게 남는 거였다.
그는 더 이상 구슬을 알뜰살뜰히(?) 살피지 않았다.
‘다른 생각은 다 버리고 보는 거지.’
잡생각을 버리고 열쇠를 들고 오른손을 무작정 들어 구슬에 가져다 대었다.
안 들어가고 배기겠냐는 생각으로 무작정 돌진했다.
쑤욱?
‘엇. 이 느낌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도 구슬에 빨려 들어가듯이 열쇠는 그대로 잡아먹혀 버렸다.
끽 끼기긱 딱.
열쇠를 구슬에 끼워서 맞추자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났었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열쇠가 맞물려 제자리를 안착한 듯싶었다.
‘그럼 그렇겠지.’
그는 겉으론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지만, 역시 가주란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율리어스.”
열쇠가 맞아 들어갔으면 손을 놓아도 된다는 일방적인 생각과 달리 가주는 그에게 움직이라 말라는 주문을 던졌다.
율리어스는 잠시 흠칫거리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끄응.’
지하동굴 같은 장소에 오래된 드래곤 조각상이 숨겨져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멍이 없는 자물쇠 역할의 구슬까지.
알 수 없는 것들만 겹겹이 늘어나기만 했다.
그는 점점 가주가 뭘 하려는 건지 짐작하기도 힘들어져 갔다.
하지만 율리어스는 그 이외에도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났었다.
열쇠가 딱 맞게 들어가고 나서도 드래곤 조각상 앞에서 그가 무엇을 기다리고 싶은 건지는 은근히 궁금했다.
그런 나머지 안일한 생각도 들었다.
조각상 안에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게 모른다는 추측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었다.
‘기다려 보면 알게 될 일이겠ㅈ………으, 윽?’
율리어스는 열쇠를 잡은 오른손으로부터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마, 마력이 빨려 들어간다?’
그 느낌 때문에 인상이 반사적으로 찌푸려졌다.
“크…흡!”
참고 있던 신음이 밖으로까지 새어 나오고 말았다.
“율리어스?!”
그 모습에 가주도 대뜸 놀란 듯싶었다.
“언,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ᄋ……….”
“조금만 더 그대로 기다리거라.”
썩 듣기엔 좋지 않은 질문의 답이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는 그 느낌은 사실 꽤 불쾌했다.
처음은 아주 작은 자극 같았지만, 그 자극이 길어질 수록 저릿한 느낌을 받으면서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당장에라도 손에서 열쇠를 빼고 싶어지고 있는 걸 율리어스는 어쩔 수 없이 참아내고 있었다.
‘이러다가 설마…. 내 모든 마력을 빨아들여 버리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생각 마저 엄습했다.
반짝!
율리어스 눈앞에 뭔가가 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많아지며 구슬이 채워져 갔었다.
“그, 그만 손을 떼거라. 율리어스!”
타앗!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율리어스는 얼른 열쇠에서 손을 떼어내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내심 그 빛이 터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던 율리어스는 그대로 방어 자세를 취하듯 움츠러들었다.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
가주의 말에 조금 뻘쭘한 지,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슬그머니 방어 자세를 내려놓았다.
파, 팟!
그 사이 탁했던 구슬은 하얀빛을 가득 메운 채, 그의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다 끝난 건가…?”
그는 그 구슬의 변화에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 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율리어스.”
“네…. 네네.”
잠깐 그 빛에 빠져 들뻔했던지 가주가 부르는 소리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너는 이제 거기서 물러나거라.”
그가 율리어스를 부른 이유는 그다지 거창하지는 않았다.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열쇠도 뽑지 않은 채, 율리어스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스, 스스슥.
율리어스는 몇 걸음을 뒤로 발을 떼어내면서 구슬과 멀어져갔다.
“릴리스티아.”
마치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네 차례구나.”
“네?”
율리어스와는 사뭇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제, 제가요?!”
릴리스티아는 자신이 나설 차례는 없을 거로 생각했었는 듯싶었다.
굳이 이 지하동굴 같은 장소에 릴리스티아를 같이 부른 이유도 어느 정도 밀레니엄 가(家)의 영애로 인정받아서라고 짐작하는바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릴리스티아.
이제 네가 저 조각상의 구슬 앞에서 열쇠를 뽑아보거라.”
그는 덤덤히 아무렇지 않게 차례의 순번을 넘어가듯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진짜 뭔가 알고 작정하고 오신 건가?’
신기했다.
분명 가주는 그의 대에서 실패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아주 세세히 알고 있는 게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율리어스는 이미 자기 몫을 다한 만큼 몇 발짝 떨어진 채로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사뿐.
저벅…. 저벅.
스윽. 탁.
율리어스보다 경계심이 심했던 그녀는 아주 조심히 걸으며 조각상의 구슬 앞에 당도했다.
‘으읏.’
구슬이 바로 보이지 않는 키 높이로 그녀는 까치발을 들어서야 구슬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예, 예쁘다.’
까치발을 드는 건 조금 힘들었지만, 구슬이 그녀의 눈과 관심을 사로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릴리스티아는 작은 별들이 촘촘히 모여 빛나는 듯한 하얀빛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릴리스티아…?”
그녀가 바로 열쇠를 뽑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자, 아버지와 아들은 왜 그러는지 몰라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앗. 큰일 날뻔했어.
너무 예뻐서 그만…. 나 잠깐 홀렸던 걸까?’
이런저런 의미도 큰일 날 뻔은 했다.
정신이 들면서 까치발이 풀리며 살짝 휘청거렸지만, 중심은 금방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 구슬 안에 든 게 무엇인지 몰라도 그녀의 넋을 잠깐이라도 빼놓게 만들 정도로 홀렸던 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나마 그들이 부르는 자기 이름에 반응하여 움찔거리며 구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정신이 들고나니 고개의 시선을 조금 들어 올려야 꽂혀 있는 열쇠가 보였다.
열쇠를 먼저 뽑아야 했다.
그녀의 손까지 닿으려면 이 자세로는 부족했다.
스윽.
그녀는 앞발에 힘을 주며 다시 까치발을 들었다.
‘조금만 더….’
두 번째 까치발은 첫 번째보다 온전히 힘이 쥐어지지 않은 만큼이나 그녀는 조금 힘겨웠다.
그리고 구슬을 들여다볼 땐 심취에서 아픈 줄 몰랐는데……….
구슬에 꽂혀 있는 열쇠를 막상 뽑으려니 발끝이 제법 당기며 아팠다.
‘끄으윽.’
제법 힘든 과정이었다.
그치만 릴리스티아는 거기에서 중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역량이 부치면 불편하지만. 율리어스에게 도로 넘길 법도 했다.
그런데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 한쪽 편에서 떠돌며 떠날 생각하지 않았다.
가주가 콕 집어서까지 열쇠 뽑는 걸 시킬 정도면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 가주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
율리어스가 아카데미아에서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돌아오기 전부터 그는 평상시보다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비일비재했다.
릴리스티아를 부르다가도 서재에서 말을 삼키며 빈번히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그때에도 그는 서재 안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는 가주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접지 않은 게 잘한 걸 거야.
어머니의 병이 깊어진 이후로 줄곧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자주 찾아주셨어.
이 열쇠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방법과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 악마 오라버니는 싫었지만, 얌전히 그의 뒤를 따르면서까지 여길 따라온 이유는 온통 어머니의 불치병을 낫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런 기회마저 힘들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소 악마 오라버니가 신경 쓰여서 더욱 포기할 수 없는 게 그녀의 실정이었다.
율리어스가 각성한 이후로 가주의 관심과 애정은 많이 기울어져 갔었다.
그런 생각에 이런 것도 해내지 못하고 미덥지 않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만 참자. 티아. 넌 할 수 있어. 있다고 믿어…!’
최대한 꼿꼿이 세운 발.
높이를 어떻게든 맞추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열쇠를 향해 쭈욱 내뻗은 손.
아슬아슬하게 닿을 것만 같았다.
‘닿을 수 있……….’
툭.
‘아…. 아. 닿아……….’
겨우 아주 간신히 손끝이 구슬에 닿는 느낌이 릴리스티아 본인에게도 닿았다.
스르르륵.
그와 동시에 꼿꼿이 세웠던 발가락의 힘이같이 풀어 버렸다.
이미 그 아래에는 딱딱한 바닥이라 더 떨어질 것도 없었지만, 너무 홀로 기운을 쏟았던 탓이었던 것만 같았다.
한곳에 모은 기운이 훅하고 풀린 듯 그녀는 살짝 쳐지면서 조각상에 기대버리게 되었다.
“릴리스티아…!”
‘뭐, 뭐야?’
갑자기 별 반갑지 않으며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
아주 허겁지겁 격양된 목소리에 가까웠다.
“다, 당장 거기서 나오거라. 릴리스티아!”
열쇠에 맞는 자물쇠랄까?
그런 구멍이란 건 구슬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가주에게 재차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주가 쓸데없는지시를 내릴 린 없었다.
나름 중요한 일에 관해선 철두철미했던 그였다.
그가 여기서 시작부터 아들이 모양 빠지게 할 인간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율리어스에 남은 건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일단 지르고 보는 게 남는 거였다.
그는 더 이상 구슬을 알뜰살뜰히(?) 살피지 않았다.
‘다른 생각은 다 버리고 보는 거지.’
잡생각을 버리고 열쇠를 들고 오른손을 무작정 들어 구슬에 가져다 대었다.
안 들어가고 배기겠냐는 생각으로 무작정 돌진했다.
쑤욱?
‘엇. 이 느낌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도 구슬에 빨려 들어가듯이 열쇠는 그대로 잡아먹혀 버렸다.
끽 끼기긱 딱.
열쇠를 구슬에 끼워서 맞추자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났었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열쇠가 맞물려 제자리를 안착한 듯싶었다.
‘그럼 그렇겠지.’
그는 겉으론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지만, 역시 가주란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율리어스.”
열쇠가 맞아 들어갔으면 손을 놓아도 된다는 일방적인 생각과 달리 가주는 그에게 움직이라 말라는 주문을 던졌다.
율리어스는 잠시 흠칫거리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끄응.’
지하동굴 같은 장소에 오래된 드래곤 조각상이 숨겨져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멍이 없는 자물쇠 역할의 구슬까지.
알 수 없는 것들만 겹겹이 늘어나기만 했다.
그는 점점 가주가 뭘 하려는 건지 짐작하기도 힘들어져 갔다.
하지만 율리어스는 그 이외에도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났었다.
열쇠가 딱 맞게 들어가고 나서도 드래곤 조각상 앞에서 그가 무엇을 기다리고 싶은 건지는 은근히 궁금했다.
그런 나머지 안일한 생각도 들었다.
조각상 안에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게 모른다는 추측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었다.
‘기다려 보면 알게 될 일이겠ㅈ………으, 윽?’
율리어스는 열쇠를 잡은 오른손으로부터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마, 마력이 빨려 들어간다?’
그 느낌 때문에 인상이 반사적으로 찌푸려졌다.
“크…흡!”
참고 있던 신음이 밖으로까지 새어 나오고 말았다.
“율리어스?!”
그 모습에 가주도 대뜸 놀란 듯싶었다.
“언,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ᄋ……….”
“조금만 더 그대로 기다리거라.”
썩 듣기엔 좋지 않은 질문의 답이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는 그 느낌은 사실 꽤 불쾌했다.
처음은 아주 작은 자극 같았지만, 그 자극이 길어질 수록 저릿한 느낌을 받으면서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당장에라도 손에서 열쇠를 빼고 싶어지고 있는 걸 율리어스는 어쩔 수 없이 참아내고 있었다.
‘이러다가 설마…. 내 모든 마력을 빨아들여 버리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생각 마저 엄습했다.
반짝!
율리어스 눈앞에 뭔가가 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많아지며 구슬이 채워져 갔었다.
“그, 그만 손을 떼거라. 율리어스!”
타앗!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율리어스는 얼른 열쇠에서 손을 떼어내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내심 그 빛이 터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던 율리어스는 그대로 방어 자세를 취하듯 움츠러들었다.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
가주의 말에 조금 뻘쭘한 지,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슬그머니 방어 자세를 내려놓았다.
파, 팟!
그 사이 탁했던 구슬은 하얀빛을 가득 메운 채, 그의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다 끝난 건가…?”
그는 그 구슬의 변화에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 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율리어스.”
“네…. 네네.”
잠깐 그 빛에 빠져 들뻔했던지 가주가 부르는 소리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너는 이제 거기서 물러나거라.”
그가 율리어스를 부른 이유는 그다지 거창하지는 않았다.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열쇠도 뽑지 않은 채, 율리어스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스, 스스슥.
율리어스는 몇 걸음을 뒤로 발을 떼어내면서 구슬과 멀어져갔다.
“릴리스티아.”
마치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네 차례구나.”
“네?”
율리어스와는 사뭇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제, 제가요?!”
릴리스티아는 자신이 나설 차례는 없을 거로 생각했었는 듯싶었다.
굳이 이 지하동굴 같은 장소에 릴리스티아를 같이 부른 이유도 어느 정도 밀레니엄 가(家)의 영애로 인정받아서라고 짐작하는바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릴리스티아.
이제 네가 저 조각상의 구슬 앞에서 열쇠를 뽑아보거라.”
그는 덤덤히 아무렇지 않게 차례의 순번을 넘어가듯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진짜 뭔가 알고 작정하고 오신 건가?’
신기했다.
분명 가주는 그의 대에서 실패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아주 세세히 알고 있는 게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율리어스는 이미 자기 몫을 다한 만큼 몇 발짝 떨어진 채로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사뿐.
저벅…. 저벅.
스윽. 탁.
율리어스보다 경계심이 심했던 그녀는 아주 조심히 걸으며 조각상의 구슬 앞에 당도했다.
‘으읏.’
구슬이 바로 보이지 않는 키 높이로 그녀는 까치발을 들어서야 구슬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예, 예쁘다.’
까치발을 드는 건 조금 힘들었지만, 구슬이 그녀의 눈과 관심을 사로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릴리스티아는 작은 별들이 촘촘히 모여 빛나는 듯한 하얀빛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릴리스티아…?”
그녀가 바로 열쇠를 뽑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자, 아버지와 아들은 왜 그러는지 몰라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앗. 큰일 날뻔했어.
너무 예뻐서 그만…. 나 잠깐 홀렸던 걸까?’
이런저런 의미도 큰일 날 뻔은 했다.
정신이 들면서 까치발이 풀리며 살짝 휘청거렸지만, 중심은 금방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 구슬 안에 든 게 무엇인지 몰라도 그녀의 넋을 잠깐이라도 빼놓게 만들 정도로 홀렸던 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나마 그들이 부르는 자기 이름에 반응하여 움찔거리며 구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정신이 들고나니 고개의 시선을 조금 들어 올려야 꽂혀 있는 열쇠가 보였다.
열쇠를 먼저 뽑아야 했다.
그녀의 손까지 닿으려면 이 자세로는 부족했다.
스윽.
그녀는 앞발에 힘을 주며 다시 까치발을 들었다.
‘조금만 더….’
두 번째 까치발은 첫 번째보다 온전히 힘이 쥐어지지 않은 만큼이나 그녀는 조금 힘겨웠다.
그리고 구슬을 들여다볼 땐 심취에서 아픈 줄 몰랐는데……….
구슬에 꽂혀 있는 열쇠를 막상 뽑으려니 발끝이 제법 당기며 아팠다.
‘끄으윽.’
제법 힘든 과정이었다.
그치만 릴리스티아는 거기에서 중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역량이 부치면 불편하지만. 율리어스에게 도로 넘길 법도 했다.
그런데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 한쪽 편에서 떠돌며 떠날 생각하지 않았다.
가주가 콕 집어서까지 열쇠 뽑는 걸 시킬 정도면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 가주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
율리어스가 아카데미아에서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돌아오기 전부터 그는 평상시보다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비일비재했다.
릴리스티아를 부르다가도 서재에서 말을 삼키며 빈번히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그때에도 그는 서재 안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는 가주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접지 않은 게 잘한 걸 거야.
어머니의 병이 깊어진 이후로 줄곧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자주 찾아주셨어.
이 열쇠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방법과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 악마 오라버니는 싫었지만, 얌전히 그의 뒤를 따르면서까지 여길 따라온 이유는 온통 어머니의 불치병을 낫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런 기회마저 힘들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소 악마 오라버니가 신경 쓰여서 더욱 포기할 수 없는 게 그녀의 실정이었다.
율리어스가 각성한 이후로 가주의 관심과 애정은 많이 기울어져 갔었다.
그런 생각에 이런 것도 해내지 못하고 미덥지 않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만 참자. 티아. 넌 할 수 있어. 있다고 믿어…!’
최대한 꼿꼿이 세운 발.
높이를 어떻게든 맞추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열쇠를 향해 쭈욱 내뻗은 손.
아슬아슬하게 닿을 것만 같았다.
‘닿을 수 있……….’
툭.
‘아…. 아. 닿아……….’
겨우 아주 간신히 손끝이 구슬에 닿는 느낌이 릴리스티아 본인에게도 닿았다.
스르르륵.
그와 동시에 꼿꼿이 세웠던 발가락의 힘이같이 풀어 버렸다.
이미 그 아래에는 딱딱한 바닥이라 더 떨어질 것도 없었지만, 너무 홀로 기운을 쏟았던 탓이었던 것만 같았다.
한곳에 모은 기운이 훅하고 풀린 듯 그녀는 살짝 쳐지면서 조각상에 기대버리게 되었다.
“릴리스티아…!”
‘뭐, 뭐야?’
갑자기 별 반갑지 않으며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
아주 허겁지겁 격양된 목소리에 가까웠다.
“다, 당장 거기서 나오거라. 릴리스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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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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