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붉은 비
조회 : 103 추천 : 0 글자수 : 4,548 자 2024-11-09
그는 평소의 여유로움이 묻기는커녕, 다급함이 인색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가주의 다급히 외치는 소리에 놀라 몸이 쭈뼛거렸다.
이미 피할 수 없었다.
릴리스티아는 이미 몸에 기진이 풀려 있었다.
거기서 데미지를 더 받는다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것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가주의 앞에서 보이곤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즘 소 악마 오라버니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부분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주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만 같아 강한 척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떤 위험이 그녀 바로 위에서 벌어지려는 건지 사실상 아무도 예상하지는 못했다.
다만,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와 아들은 위기감만 감지 했을 뿐이었다.
‘………?’
위기감을 고조한 분위기와는 달리 바로 그녀 주위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선 그녀의 눈에는 마치 두 사람이 호들갑만 떨었던 걸로 밖에 비치지 않아 상황을 아직도 인지하지 못한 채, 두 눈동자만 깜빡여 대고 있었다.
“아버지. 괜한 호들갑ㅇ……….”
“너도 그렇지 않았느냐, 율리어스. 흠흠.”
그는 잠시 가주의 흐트러져 버린 위엄을 숨기고자 은근히 아들에게 모든 탓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의리도 없는 데다…이제 보니 얄궂기까지 한 망할 아버지였네?’
율리어스가 그를 조금은 인정해 주려다가도 그런 의미가 없어지는 건 단 한순간이었다.
중요한 사건에 있어 겹치는 인물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불리한 조건에 몰릴수록 꼬리를 떼고 달아나는 게 꼭 도마뱀을 상기시켰다.
“저, 저기…. 가, 아버지?”
그사이 릴리스티아는 기진맥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과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며 흐름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제일 중요한 게 이미 그녀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리, 릴리스티아 그 열쇠…….”
소 악마 오라버니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손으로 오른손으로 돌리자, 보였다.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르는 물건.
그 낡아 색이 바랜 열쇠는 제대로 구슬에게서 뽑았다.
‘의미는 있었구나.’
발의 아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꼿꼿이 세웠던 발은 아직도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져 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주의 말대로 열쇠는 무사히(?) 뽑았다.
그것만으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거기서 이만 나오는 게 좋지 않……….”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말고 나오거라. 릴리스티아.”
이번에도 그는 율리어스의 말을 낚아채어 버렸다.
그녀가 걱정되는 건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었다.
하지만 그는 오늘따라 아들 처지에서 방해 공작을 족족히 벌이는 장애물로 낙인이라도 찍히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하필 릴리스티아에게 말을 조금이라도 붙이려고 하면 급발진하듯이 튀어나왔다.
‘우연이겠지…?’
율리어스도 내심 반신반의에 가까운 감정에 치우쳤다.
요즘 아들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하는 게 가주의 바뀐 가주의 자세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게 율리어스였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눈에 빤히 보이는 그의 말투와 행동에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였지만…….
릴리스티아가 보호가 필요할 땐 달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율리어스가 여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도 그녀에게 말을 걸 구실이 생길 땐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게 오라버니의 마음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여기 열쇠도 안전하게 손에 넣었고….
구슬도 아무렇지 ㅇ……….”
뚝.
그녀가 고개를 반쯤 숙이는 순간에 목뒤쪽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주르륵.
목 뒤 쪽의 중앙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미지근한 느낌 정도에 그쳤다.
그 반면에 견고해 보이는 이 동굴 같은 지하실 천장에는 어디 구멍할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 한 방울이 하필이면 목뒤쪽으로 떨어져 흘러가니. 그녀는 놀라서 말하다가 끊어져 버렸었다.
“무, 무슨 일….”
뚝…. 뚝.
뚝.
“아앗….”
릴리스티아가 말을 하다가 말아버리자. 율리어스는 곧바로 그녀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한 기우라는 걸 재듯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물방울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당장 거기서 열쇠를 들고나오너라. 릴리스티아!”
그는 아주 불안감이 커져갔었다.
그가 지하실에서 겪거나 내려오는 윗대의 말 중에는 이런 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가주가 부채질하는 소리에 그녀도 허겁지겁 나오려고는 했다.
그런데….
뚝, 뚝…. 후두두두두둑!
그 물 한 방울방울은 그 사이 소나기라도 된 듯 우수수 그녀의 머리까지 적셔버렸다.
“까아악!”
이마에서 흐르는 액체를 손으로 슬그머니 닦아내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에 묻어져 나오는 건, 마치 새빨간 피 같았다.
“리. 릴리스티아!?
이게 대체…. 아버지. 뭐라 말 좀 해 보시죠?”
율리어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에라도 아버지에게 책임을 지라는 듯 따지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정작 바라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뭐야…? 대체 저 표정은!’
가주의 표정이 읽기 힘든 게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짓는 표정이 되어 버려 너무 읽기 쉬운 게 문제였다.
그럴 수록 이 사태의 예상도는 가주의 생각 범주를 뛰어넘는 것일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도로 가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차갑고 엄격하면서도 매사에 침착한 가주가 더 놀란 듯한 표정이 역력한 바람에 율리어스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 이 망…아니. 참자. 여기서 나까지 휘말리면 안 되니까. 후우…후우.”
그는 깊이 숨을 여러 번 들어내쉬며 혼자서라도 침착함을 유지시켰다.
“아버지.”
“……….”
오늘따라 지금 그의 표정은 망할을 넘어서 멍청해 보일 정도였다.
그런 그의 표정에선 이마에 핏대가 설 정도로 율리어스는 짜증이 났었지만, 참아야만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 사태에 관해 아는 건 가주.
가주가 맞을 것이다.
“아. 버. 지이이이이!”
그의 귀에 바짝 대고 메아리치듯 고함을 질렀다.
커헉…!
그제야 그는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큰 소리가 귀에 바짝 대는 바람에 귀 안쪽이 먹먹 대어선 그 귀를 잡고선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정신이 드시죠?”
율리어스는 한 방 먹인 게 약간 고소하면서도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었다.
“뭐…. 뭐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마치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간 듯한 그의 반응에 율리어스는 손짓으로 릴리스티아가 있는 조각상을 가리켰다.
철퍼덕.
그와 동시에 릴리스티아는 이미 기절해 버린 상태였었다.
피같이 흘러내리는 미끈한 액체에 같이 조각상에서 조금 더 미끄러져 내려왔었다.
“릴리스티아!”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율리어스도 생각 같아선 아버지가 정신이 반쯤 나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곧바로 릴리스티아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얼마든지 피범벅 상태에 놓이기 전에 그녀를 안고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를 보면 기절한 것 이외에 맥박도 정상이었고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그 원인을 알고 있을 아버지가 먼저였다.
“다행히 괜찮ㄱ……….”
열쇠를 꼭 쥐고 있는 그녀의 보며 그는 어느 정도는 안심했다.
“그전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보시죠. 아. 버. 지.”
#.
‘분명 사소한 거라도 알고 있을 거야…. 이 사람은.’
생전에 알지 못했던 지하실이며,
피 같은 액체를 뿜어내는 가문의 조각상이라니….
이상한 의구심이 드는 건 아들인 이상 당연했다.
율리어스는 그가 어떤 단 한마디라도 내뱉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그는 뜸을 들이는 걸로 보였다.
제대로 된 본론에 앞서 종종 그러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율리어스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가주의 입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선 그는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사실은 말이다."
슬슬 그의 입이 시동을 거는 듯싶었다.
꿀꺽.
'사실은…. 역시 뭔가 더 조각상에 비밀이 있ㄴ……….'
"나도 모른다. 아들아."
!?
율리어스는 본인의 귀에 문제가 있는 줄 착각할 뻔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답변이 고작 얼렁뚱땅한 말과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가 농담이라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절대 그럴 분위기는 아니란 건 본인이 더 잘 알고도 남았다.
바라던 대답이 아니었음에 율리어스는 얼굴이 반사적으로 꾸겨져 버렸다.
"진심입니까?"
"진심 이전에 사실이다."
이제 망설임은커녕, 뻣뻣이 구는 그의 얼굴은 오리발을 내밀고 아무렇지 않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가주라는 사람이 밀레니엄 가문의 조각상에 대해 아는 게 반쪽짜리와 같다니 어이없어선 그는 기가 막혔다.
'하….'
부들부들 떨렸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쥐어진 주먹으로 그가 아버지가 아닌 형이나 동생이었다면. 주먹으로 힘껏 때리고도 남았을지도 몰랐다.
"율리…어스?"
무서워서 몸을 떠는 개념과 다르게 치를 떠는 듯한 느낌을 아들에게서 받은 가주는 흠칫거렸다.
소 악마라고 불릴 때의 아들도 섬뜩거렸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그래서 인정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무시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들 쪽에서 넘어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가주의 다급히 외치는 소리에 놀라 몸이 쭈뼛거렸다.
이미 피할 수 없었다.
릴리스티아는 이미 몸에 기진이 풀려 있었다.
거기서 데미지를 더 받는다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것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가주의 앞에서 보이곤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즘 소 악마 오라버니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부분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주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만 같아 강한 척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떤 위험이 그녀 바로 위에서 벌어지려는 건지 사실상 아무도 예상하지는 못했다.
다만,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와 아들은 위기감만 감지 했을 뿐이었다.
‘………?’
위기감을 고조한 분위기와는 달리 바로 그녀 주위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선 그녀의 눈에는 마치 두 사람이 호들갑만 떨었던 걸로 밖에 비치지 않아 상황을 아직도 인지하지 못한 채, 두 눈동자만 깜빡여 대고 있었다.
“아버지. 괜한 호들갑ㅇ……….”
“너도 그렇지 않았느냐, 율리어스. 흠흠.”
그는 잠시 가주의 흐트러져 버린 위엄을 숨기고자 은근히 아들에게 모든 탓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의리도 없는 데다…이제 보니 얄궂기까지 한 망할 아버지였네?’
율리어스가 그를 조금은 인정해 주려다가도 그런 의미가 없어지는 건 단 한순간이었다.
중요한 사건에 있어 겹치는 인물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불리한 조건에 몰릴수록 꼬리를 떼고 달아나는 게 꼭 도마뱀을 상기시켰다.
“저, 저기…. 가, 아버지?”
그사이 릴리스티아는 기진맥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과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며 흐름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제일 중요한 게 이미 그녀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리, 릴리스티아 그 열쇠…….”
소 악마 오라버니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손으로 오른손으로 돌리자, 보였다.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르는 물건.
그 낡아 색이 바랜 열쇠는 제대로 구슬에게서 뽑았다.
‘의미는 있었구나.’
발의 아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꼿꼿이 세웠던 발은 아직도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져 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주의 말대로 열쇠는 무사히(?) 뽑았다.
그것만으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거기서 이만 나오는 게 좋지 않……….”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말고 나오거라. 릴리스티아.”
이번에도 그는 율리어스의 말을 낚아채어 버렸다.
그녀가 걱정되는 건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었다.
하지만 그는 오늘따라 아들 처지에서 방해 공작을 족족히 벌이는 장애물로 낙인이라도 찍히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하필 릴리스티아에게 말을 조금이라도 붙이려고 하면 급발진하듯이 튀어나왔다.
‘우연이겠지…?’
율리어스도 내심 반신반의에 가까운 감정에 치우쳤다.
요즘 아들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하는 게 가주의 바뀐 가주의 자세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게 율리어스였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눈에 빤히 보이는 그의 말투와 행동에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였지만…….
릴리스티아가 보호가 필요할 땐 달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율리어스가 여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도 그녀에게 말을 걸 구실이 생길 땐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게 오라버니의 마음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여기 열쇠도 안전하게 손에 넣었고….
구슬도 아무렇지 ㅇ……….”
뚝.
그녀가 고개를 반쯤 숙이는 순간에 목뒤쪽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주르륵.
목 뒤 쪽의 중앙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미지근한 느낌 정도에 그쳤다.
그 반면에 견고해 보이는 이 동굴 같은 지하실 천장에는 어디 구멍할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물 한 방울이 하필이면 목뒤쪽으로 떨어져 흘러가니. 그녀는 놀라서 말하다가 끊어져 버렸었다.
“무, 무슨 일….”
뚝…. 뚝.
뚝.
“아앗….”
릴리스티아가 말을 하다가 말아버리자. 율리어스는 곧바로 그녀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한 기우라는 걸 재듯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물방울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당장 거기서 열쇠를 들고나오너라. 릴리스티아!”
그는 아주 불안감이 커져갔었다.
그가 지하실에서 겪거나 내려오는 윗대의 말 중에는 이런 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가주가 부채질하는 소리에 그녀도 허겁지겁 나오려고는 했다.
그런데….
뚝, 뚝…. 후두두두두둑!
그 물 한 방울방울은 그 사이 소나기라도 된 듯 우수수 그녀의 머리까지 적셔버렸다.
“까아악!”
이마에서 흐르는 액체를 손으로 슬그머니 닦아내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에 묻어져 나오는 건, 마치 새빨간 피 같았다.
“리. 릴리스티아!?
이게 대체…. 아버지. 뭐라 말 좀 해 보시죠?”
율리어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에라도 아버지에게 책임을 지라는 듯 따지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정작 바라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뭐야…? 대체 저 표정은!’
가주의 표정이 읽기 힘든 게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짓는 표정이 되어 버려 너무 읽기 쉬운 게 문제였다.
그럴 수록 이 사태의 예상도는 가주의 생각 범주를 뛰어넘는 것일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도로 가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차갑고 엄격하면서도 매사에 침착한 가주가 더 놀란 듯한 표정이 역력한 바람에 율리어스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 이 망…아니. 참자. 여기서 나까지 휘말리면 안 되니까. 후우…후우.”
그는 깊이 숨을 여러 번 들어내쉬며 혼자서라도 침착함을 유지시켰다.
“아버지.”
“……….”
오늘따라 지금 그의 표정은 망할을 넘어서 멍청해 보일 정도였다.
그런 그의 표정에선 이마에 핏대가 설 정도로 율리어스는 짜증이 났었지만, 참아야만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 사태에 관해 아는 건 가주.
가주가 맞을 것이다.
“아. 버. 지이이이이!”
그의 귀에 바짝 대고 메아리치듯 고함을 질렀다.
커헉…!
그제야 그는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큰 소리가 귀에 바짝 대는 바람에 귀 안쪽이 먹먹 대어선 그 귀를 잡고선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정신이 드시죠?”
율리어스는 한 방 먹인 게 약간 고소하면서도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었다.
“뭐…. 뭐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마치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간 듯한 그의 반응에 율리어스는 손짓으로 릴리스티아가 있는 조각상을 가리켰다.
철퍼덕.
그와 동시에 릴리스티아는 이미 기절해 버린 상태였었다.
피같이 흘러내리는 미끈한 액체에 같이 조각상에서 조금 더 미끄러져 내려왔었다.
“릴리스티아!”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율리어스도 생각 같아선 아버지가 정신이 반쯤 나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곧바로 릴리스티아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얼마든지 피범벅 상태에 놓이기 전에 그녀를 안고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를 보면 기절한 것 이외에 맥박도 정상이었고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그 원인을 알고 있을 아버지가 먼저였다.
“다행히 괜찮ㄱ……….”
열쇠를 꼭 쥐고 있는 그녀의 보며 그는 어느 정도는 안심했다.
“그전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보시죠. 아. 버. 지.”
#.
‘분명 사소한 거라도 알고 있을 거야…. 이 사람은.’
생전에 알지 못했던 지하실이며,
피 같은 액체를 뿜어내는 가문의 조각상이라니….
이상한 의구심이 드는 건 아들인 이상 당연했다.
율리어스는 그가 어떤 단 한마디라도 내뱉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그는 뜸을 들이는 걸로 보였다.
제대로 된 본론에 앞서 종종 그러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율리어스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가주의 입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선 그는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사실은 말이다."
슬슬 그의 입이 시동을 거는 듯싶었다.
꿀꺽.
'사실은…. 역시 뭔가 더 조각상에 비밀이 있ㄴ……….'
"나도 모른다. 아들아."
!?
율리어스는 본인의 귀에 문제가 있는 줄 착각할 뻔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답변이 고작 얼렁뚱땅한 말과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가 농담이라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절대 그럴 분위기는 아니란 건 본인이 더 잘 알고도 남았다.
바라던 대답이 아니었음에 율리어스는 얼굴이 반사적으로 꾸겨져 버렸다.
"진심입니까?"
"진심 이전에 사실이다."
이제 망설임은커녕, 뻣뻣이 구는 그의 얼굴은 오리발을 내밀고 아무렇지 않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가주라는 사람이 밀레니엄 가문의 조각상에 대해 아는 게 반쪽짜리와 같다니 어이없어선 그는 기가 막혔다.
'하….'
부들부들 떨렸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쥐어진 주먹으로 그가 아버지가 아닌 형이나 동생이었다면. 주먹으로 힘껏 때리고도 남았을지도 몰랐다.
"율리…어스?"
무서워서 몸을 떠는 개념과 다르게 치를 떠는 듯한 느낌을 아들에게서 받은 가주는 흠칫거렸다.
소 악마라고 불릴 때의 아들도 섬뜩거렸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그래서 인정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무시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들 쪽에서 넘어가지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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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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