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릴리스티아
조회 : 8 추천 : 0 글자수 : 4,749 자 2024-11-23
율리어스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를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아는 게 대체 뭡니까?”
“너 또한 조각상에 대해 오늘 처음 알게 되었잖느냐?
그것도 이 아버지 덕에 말이다.”
마치 그는 일일이 따질 이유부터 차단해 버리려는 듯 본인이 유리한 부분에서만 걸고넘어졌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율리어스의 눈에 비친 그는 한심하게만 보였다.
“하시고 싶은 말은 다 하신 겁니까?”
“아, 아니. 율리어ᄉ……….”
“그만 릴리스티아를 데리고 먼저 여기를 나가는 게 더 낫겠죠. 이래서야.
가주님은 나오시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죠.”
그가 당황해서 뭐라 반박할 사이도 없이 율리어스는 기절해 있는 릴리스티아부터 챙기고자 그를 등지고 말았다.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전혀 가주답지 않게 칠칠하지 못한 모습에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컸었다.
아버지와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애초에 본인도 조각상의 비밀도 모르면서 뭘 믿고…. 하.
대체 여기에 온 이유가 뭐ᄂ…….'
”잠깐!“
릴리스티아를 챙기려고 하려는 찰나에 그가 율리어스를 불러세웠다.
'이 망할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란 사람의 면상을 1분 1초도 쳐다보고 싶지 않건만, 만만치가 않았다.
소 악마라고 불렸던 과거의 아들은 쉽게 포기하더니….
아버지의 행동은 참으로 아들의 표정에 짜증이 일다 못해 패색이 더 짙게 만들어 버리려고 작정한 것만 같았다.
일부러의 수준을 넘어도 한참을 넘어 버렸다.
"적당히 하시죠…."
타협하기엔 이미 늦었다.
어떻게든 억지로 끝내고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아니.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구나."
쿨럭.
사레가 들 뻔했다.
무슨 생각으로 대체 저렇게까지 막무가내로 구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무시할까…. 이대로.'
아예 무시하고 회생 불가의 상태인 그를 버리고(?) 가 버리는 게 정답일 수도 있었다.
"내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근엄하면서 진지한 투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는 듯한 자세였다.
'듣고 싶지 않ᄃ…….'
"애초에 여기를 들어온 이유는 너희에게 있었다.”
율리어스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참 아이러니해졌다.
웬 생뚱맞은 소리가 율리어스의 뒤통수를 친 느낌이 들었다.
율리어스는 예전으로 돌아온 듯한 그의 냉랭하면서 근엄한 말투로 받아치려 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생각지도 못한 반격은 어처구니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리고도 남았다.
“저나 릴리스티아에게 그 이유가 있다니. 처음 듣는 소리인데….
이게 무슨 경우죠?”
고작 예고같이 보이는 건 릴리스티아를 데리고 빠져나가려고 하니, 못 빠져나가게 만드는 듯해괴망측한 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율리어스. 이건 너한테만 처음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네?!”
아버지는 아들한테 가지가지 하고 있었다.
생뚱맞다 못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다는 건….
애초에 열쇠를 율리어스에게 맡긴 건 이제 꼭 믿을 만한 능력을 갖춘 장남이라서 아닌,
율리어스도 모르는 조각상에 관련된 조건 충족의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기분이 퍽 나빠져 왔다.
무시하던 과거의 방치 플레이(?)보다 이건 오히려 이유도 모른 채 이용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도 애초에 묻지 않은 율리어스에게도 반은 잘못이 있었지만, 능력을 갖춘 시점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우쭐함이 만든 방심이 문제였다.
그치만 이제야 와서 뒤돌아보지 않은 채, 릴리스티아만 데리고 나오기에도 늦어 버린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는 솔직히 다 듣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들어야 할 입장이 되어 버렸다.
“요점만 말하시죠.”
이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면, 망할 아버지를 친아버지라도 가만히 두고 싶지 않을 욱한 심정을 참아내는 율리어스였다.
“율리어스 너의 새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길이라고 하면 믿어 주겠느냐?”
‘릴리스티아의 친어머니.’
조각상이 있는지하실까지 온 계기의 발단은 앓아누워 현재 일어나지 못 하는 그녀에게 있었다.
“아니…. 그러면 미리 이야기해주셨다면………그러니까….”
율리어스는 애매모호한 말투로 말을 뜸 들이게 되었다.
“율리어스 너 또한 나에게 열쇠를 받으면서도 그 이유를 묻지 않지 않았느냐?”
‘역시나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쩝.’
예상한 바였다.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죠.
사전에 왜 이 열쇠를 저한테 넘기셨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는데.
그건 뭐라 하실 생각이죠?!”
그는 아버지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모습을 상상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어디 똑같은 심정을 당해 보란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 찼던 나머지 제어를 잃어 버렸다.
율리어스의 한 번 뚫려 버린 입은 나오는 대로 뱉어대고 있었다.
“흠. 율리어스. 이제 와서 말하기 뭐 하다만.
사실 내 눈에 비친 너의 눈빛은 꽤 새어머니를 달가워하지 않더구나?”
그는 몇 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걸 또 기억에서 들춰내고 있었다.
객관적인 사람이 보기에도 그때의 그 어린 소 악마의 눈빛은 그 누구 하나 달가워하지 않는 차디찬 눈빛이었다.
표현을 제대로 못 할 뿐인 오해의 소지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 눈앞에 있는 그의 아버지도 완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그녀가 달갑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이건 아니죠. 하하.’
허탈함에 가까운 헛웃음이 속으로 새어 나왔다.
어느 정도 오래전 망할 아버지도 그런 생각하고 있을 거란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대놓고 그런 말을 듣자니. 율리어스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글쎄요. 아버지 눈에 그렇게 비췄다면 그런 거겠죠?
다만, 그녀가 평민의 신분이기에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은 당연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릴리스티아 앞에선 조심해 주시죠. 아버지?”
기절해 있는 덕분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릴리스티아 앞에서 늘 방심하지 않은 채로 조심하고 싶었던 율리어스였었다.
“알았다. 그녀의 신분 문제와 사사로운 감정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율리어스. 그래서 네가 나한테 듣고 싶은 게 무엇이더냐?”
그걸 꼭 일일이 질문으로 주고받을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고 있던 율리어스는 언짢은 표정으로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희귀한 진경은 아버지의 눈에까진 보이지 않았다.
‘누구 좋으라고. 흥!’
릴리스티아에게 들켰으면 들켰지.
그 이외에는 함부로 노출되지 않은 진귀함(?)이었다.
“당연히 제가 궁금한 건 딱 한 가지죠.
새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것과 조각상.
그리고 저와 릴리스티아가 저 열쇠와 관련된 일의 진상.
그것보다 지금 우선시 되어야 할 질문이 있을 거라고 보는 건 아니죠, 아버지?”
율리어스가 지금 제일 우선시 하고 싶은 건 기절한 그녀를 지하실을 떠나 안전한 거처로 옮기는 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눈앞의 아버지가 좀 쑤시도록 신경을 거스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앞서 했던 모른다는 소리와 다른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거로 보였다.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냥 넘어갈 수야 없지.’
열쇠를 뺀 이후로, 조각상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무슨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파헤쳐 봐야 속이 시원할 듯싶었다.
그러자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이 무거워 보였다.
‘대체 뭐기에 그렇게까지….’
율리어스는 아버지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니. 율리어스.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말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뜸 들이는 속도로 인해 그의 말이 느릿느릿하게 걷는 속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답답했다.
좀 전만 해도 움찔거리는 주먹을 참아냈지만.
이건 그것보다 더한 기다림을 요구하고 있었다.
인내심이 필요했다.
만약 릴리스티아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는 참을성도 인내심의 깊이도 금방바닥에 닿을 정도로밖에 되지 않아선 이미 여기서 박차고 튀어나와 산통을 깨고 남았을지도 몰랐다.
“너는 어떨지 몰라도 말이다.
릴리스티아에게 만큼은 어머니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막내 린에게도….”
기다린 것과 뜸 들인 것.
그런 점들을 참작해보아도 가주의 입에서는 그가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거창한 진실이나 이유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가주는 뭔가 현실적인 부분에 매달린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까지 언급할 정도로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사랑했던가?’
율리어스는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면서도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거렸다.
릴리스티아를 위해서라면 불치병에 걸린 탐탁지 않은 새어머니를 살리는 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언제부터 릴리스티아 이외에 자식을 자식 취급해 줬다고.
가소롭기보다 못해 비릿한 미소가 드는 건 그의 처지에서는 당연했다.
진실과 이유.
둘 중 하나라도 가주 입에서 제대로 나왔다면 그는 이렇게까지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일단 릴리스티아를 위해서라면 새어머니를 살리는 방법에는 협조하도록 하죠.
그런데 그 방법이 꼭 이래야만 했나 보죠? 네!?”
이대로 나머지 부분만큼은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주 본인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방법이면서 그녀를 살린다고 애꿎은 사람은 잡은 꼴의 결과가 펼쳐져 있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
아버지란 사람에 대해 실망한 건 아주 오래된 일이었지만 릴리스티아의 안위가 걸린 이상,
예전과 달리 눈을 감거나 돌릴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따라 책임감마저도 없어 보이는 가주의 저돌적인 방법에 율리어스는 쉽게 넘어갈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는 게 대체 뭡니까?”
“너 또한 조각상에 대해 오늘 처음 알게 되었잖느냐?
그것도 이 아버지 덕에 말이다.”
마치 그는 일일이 따질 이유부터 차단해 버리려는 듯 본인이 유리한 부분에서만 걸고넘어졌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율리어스의 눈에 비친 그는 한심하게만 보였다.
“하시고 싶은 말은 다 하신 겁니까?”
“아, 아니. 율리어ᄉ……….”
“그만 릴리스티아를 데리고 먼저 여기를 나가는 게 더 낫겠죠. 이래서야.
가주님은 나오시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죠.”
그가 당황해서 뭐라 반박할 사이도 없이 율리어스는 기절해 있는 릴리스티아부터 챙기고자 그를 등지고 말았다.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전혀 가주답지 않게 칠칠하지 못한 모습에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컸었다.
아버지와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애초에 본인도 조각상의 비밀도 모르면서 뭘 믿고…. 하.
대체 여기에 온 이유가 뭐ᄂ…….'
”잠깐!“
릴리스티아를 챙기려고 하려는 찰나에 그가 율리어스를 불러세웠다.
'이 망할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란 사람의 면상을 1분 1초도 쳐다보고 싶지 않건만, 만만치가 않았다.
소 악마라고 불렸던 과거의 아들은 쉽게 포기하더니….
아버지의 행동은 참으로 아들의 표정에 짜증이 일다 못해 패색이 더 짙게 만들어 버리려고 작정한 것만 같았다.
일부러의 수준을 넘어도 한참을 넘어 버렸다.
"적당히 하시죠…."
타협하기엔 이미 늦었다.
어떻게든 억지로 끝내고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아니.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구나."
쿨럭.
사레가 들 뻔했다.
무슨 생각으로 대체 저렇게까지 막무가내로 구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무시할까…. 이대로.'
아예 무시하고 회생 불가의 상태인 그를 버리고(?) 가 버리는 게 정답일 수도 있었다.
"내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근엄하면서 진지한 투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는 듯한 자세였다.
'듣고 싶지 않ᄃ…….'
"애초에 여기를 들어온 이유는 너희에게 있었다.”
율리어스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참 아이러니해졌다.
웬 생뚱맞은 소리가 율리어스의 뒤통수를 친 느낌이 들었다.
율리어스는 예전으로 돌아온 듯한 그의 냉랭하면서 근엄한 말투로 받아치려 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생각지도 못한 반격은 어처구니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리고도 남았다.
“저나 릴리스티아에게 그 이유가 있다니. 처음 듣는 소리인데….
이게 무슨 경우죠?”
고작 예고같이 보이는 건 릴리스티아를 데리고 빠져나가려고 하니, 못 빠져나가게 만드는 듯해괴망측한 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율리어스. 이건 너한테만 처음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네?!”
아버지는 아들한테 가지가지 하고 있었다.
생뚱맞다 못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다는 건….
애초에 열쇠를 율리어스에게 맡긴 건 이제 꼭 믿을 만한 능력을 갖춘 장남이라서 아닌,
율리어스도 모르는 조각상에 관련된 조건 충족의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기분이 퍽 나빠져 왔다.
무시하던 과거의 방치 플레이(?)보다 이건 오히려 이유도 모른 채 이용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도 애초에 묻지 않은 율리어스에게도 반은 잘못이 있었지만, 능력을 갖춘 시점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우쭐함이 만든 방심이 문제였다.
그치만 이제야 와서 뒤돌아보지 않은 채, 릴리스티아만 데리고 나오기에도 늦어 버린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는 솔직히 다 듣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들어야 할 입장이 되어 버렸다.
“요점만 말하시죠.”
이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면, 망할 아버지를 친아버지라도 가만히 두고 싶지 않을 욱한 심정을 참아내는 율리어스였다.
“율리어스 너의 새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길이라고 하면 믿어 주겠느냐?”
‘릴리스티아의 친어머니.’
조각상이 있는지하실까지 온 계기의 발단은 앓아누워 현재 일어나지 못 하는 그녀에게 있었다.
“아니…. 그러면 미리 이야기해주셨다면………그러니까….”
율리어스는 애매모호한 말투로 말을 뜸 들이게 되었다.
“율리어스 너 또한 나에게 열쇠를 받으면서도 그 이유를 묻지 않지 않았느냐?”
‘역시나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쩝.’
예상한 바였다.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죠.
사전에 왜 이 열쇠를 저한테 넘기셨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는데.
그건 뭐라 하실 생각이죠?!”
그는 아버지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모습을 상상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어디 똑같은 심정을 당해 보란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 찼던 나머지 제어를 잃어 버렸다.
율리어스의 한 번 뚫려 버린 입은 나오는 대로 뱉어대고 있었다.
“흠. 율리어스. 이제 와서 말하기 뭐 하다만.
사실 내 눈에 비친 너의 눈빛은 꽤 새어머니를 달가워하지 않더구나?”
그는 몇 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걸 또 기억에서 들춰내고 있었다.
객관적인 사람이 보기에도 그때의 그 어린 소 악마의 눈빛은 그 누구 하나 달가워하지 않는 차디찬 눈빛이었다.
표현을 제대로 못 할 뿐인 오해의 소지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 눈앞에 있는 그의 아버지도 완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그녀가 달갑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이건 아니죠. 하하.’
허탈함에 가까운 헛웃음이 속으로 새어 나왔다.
어느 정도 오래전 망할 아버지도 그런 생각하고 있을 거란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대놓고 그런 말을 듣자니. 율리어스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글쎄요. 아버지 눈에 그렇게 비췄다면 그런 거겠죠?
다만, 그녀가 평민의 신분이기에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은 당연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릴리스티아 앞에선 조심해 주시죠. 아버지?”
기절해 있는 덕분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릴리스티아 앞에서 늘 방심하지 않은 채로 조심하고 싶었던 율리어스였었다.
“알았다. 그녀의 신분 문제와 사사로운 감정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율리어스. 그래서 네가 나한테 듣고 싶은 게 무엇이더냐?”
그걸 꼭 일일이 질문으로 주고받을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고 있던 율리어스는 언짢은 표정으로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희귀한 진경은 아버지의 눈에까진 보이지 않았다.
‘누구 좋으라고. 흥!’
릴리스티아에게 들켰으면 들켰지.
그 이외에는 함부로 노출되지 않은 진귀함(?)이었다.
“당연히 제가 궁금한 건 딱 한 가지죠.
새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것과 조각상.
그리고 저와 릴리스티아가 저 열쇠와 관련된 일의 진상.
그것보다 지금 우선시 되어야 할 질문이 있을 거라고 보는 건 아니죠, 아버지?”
율리어스가 지금 제일 우선시 하고 싶은 건 기절한 그녀를 지하실을 떠나 안전한 거처로 옮기는 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눈앞의 아버지가 좀 쑤시도록 신경을 거스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앞서 했던 모른다는 소리와 다른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거로 보였다.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냥 넘어갈 수야 없지.’
열쇠를 뺀 이후로, 조각상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무슨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파헤쳐 봐야 속이 시원할 듯싶었다.
그러자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이 무거워 보였다.
‘대체 뭐기에 그렇게까지….’
율리어스는 아버지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니. 율리어스.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말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뜸 들이는 속도로 인해 그의 말이 느릿느릿하게 걷는 속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답답했다.
좀 전만 해도 움찔거리는 주먹을 참아냈지만.
이건 그것보다 더한 기다림을 요구하고 있었다.
인내심이 필요했다.
만약 릴리스티아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는 참을성도 인내심의 깊이도 금방바닥에 닿을 정도로밖에 되지 않아선 이미 여기서 박차고 튀어나와 산통을 깨고 남았을지도 몰랐다.
“너는 어떨지 몰라도 말이다.
릴리스티아에게 만큼은 어머니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막내 린에게도….”
기다린 것과 뜸 들인 것.
그런 점들을 참작해보아도 가주의 입에서는 그가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거창한 진실이나 이유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가주는 뭔가 현실적인 부분에 매달린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까지 언급할 정도로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사랑했던가?’
율리어스는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면서도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거렸다.
릴리스티아를 위해서라면 불치병에 걸린 탐탁지 않은 새어머니를 살리는 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언제부터 릴리스티아 이외에 자식을 자식 취급해 줬다고.
가소롭기보다 못해 비릿한 미소가 드는 건 그의 처지에서는 당연했다.
진실과 이유.
둘 중 하나라도 가주 입에서 제대로 나왔다면 그는 이렇게까지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일단 릴리스티아를 위해서라면 새어머니를 살리는 방법에는 협조하도록 하죠.
그런데 그 방법이 꼭 이래야만 했나 보죠? 네!?”
이대로 나머지 부분만큼은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주 본인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방법이면서 그녀를 살린다고 애꿎은 사람은 잡은 꼴의 결과가 펼쳐져 있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
아버지란 사람에 대해 실망한 건 아주 오래된 일이었지만 릴리스티아의 안위가 걸린 이상,
예전과 달리 눈을 감거나 돌릴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따라 책임감마저도 없어 보이는 가주의 저돌적인 방법에 율리어스는 쉽게 넘어갈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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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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